Semua Bab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Bab 1111 - Bab 1120

1149 Bab

제1111화

차 안에서 둘이 껴안고 입을 맞추는 것보다 아무렇지 않다는 말이 더 큰 충격이었다.조시욱은 묻고 싶었다.‘구승훈이라면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하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그래... 네가 화내지 않는다면 됐어. 푹 쉬어.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무리하지 마.”“네.”“연정이 옷 몇 벌 샀어. 내일 가져다줄게.”강하리는 거절하려다가 옆에 서 있는 구승훈을 의식하고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그럼 나도 증조부님께 영양제라도 보내드릴게요.”전화를 끊자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에 도착했고 강하리 얼굴에는 떠오르던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구승훈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조시욱이랑 통화할 때는 환하게 웃더니 내 앞에서는 웃음 하나 안 주네?”강하리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아니,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그에게는 미소도 시선도 아까웠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하리는 휠체어를 밀며 빠르게 나갔다.구승훈도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따라붙었다.가슴속에 답답함을 억누르며 낮게 말했다.“조시욱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가능하면 멀리해.”강하리는 걸음을 멈췄다.“그럼 내가 가장 멀리해야 할 사람은 그쪽 이겠네요.”구승훈은 말문이 막혔다.어깨를 떨어뜨리며 무겁게 한숨을 내 쉬었다.그리고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진심이야. 너랑 연정이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 하리야, 제발 조시욱과 거리를 둬.”강하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발을 들어 구승훈의 가슴을 걷어찼다.“자기 모습을 먼저 보고 얘기해요.”구승훈은 가슴에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하지만 그녀의 발목을 손으로 꼭 잡고 놓지 않았다.긴 손가락이 발목을 부드럽게 쓸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그래서 어떻게 벌을 줄 거야?”강하리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왜서 뭐든지 그렇게 간단해요?”그녀는 발을 빼려고 했지만 구승훈은 오히려 그녀의 발목에 입을 맞췄다.따뜻한 입술이 닿자 강하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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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구승훈은 무릎을 꿇은 채 좀처럼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하리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지었다.“결혼생활 포기하고 임희주랑 같이 어울려 다닐 때는 이런 말 안 했잖아요? ”눈가에는 억울함이 가득찼다.그날 하리는 수도 없이 물었었다.‘누굴 선택할 거에요?’그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멀리 가.’단호한 말과 차가운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하리는 억울함을 꾹 눌러 삼켰다. 약해지지 않으려고 단단히 마음을 다잡았다.“됐어요. 피곤해요. 쉴게요.”그녀가 휠체어를 돌리려 하자 구승훈은 또 길을 막았다.“그때는 진짜 정신이 나갔었어.”하리는 꾹 참다가 가방을 들어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구승훈은 급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이때였다.덜컥, 현관문이 열렸다.“어우야...”노민우가 어이없어하며 둘을 바라봤다.“이거... 가정폭력 현장인가?”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연지가 고개를 내밀었다.“뭐야, 무슨 일이야?”그녀는 급히 달려와 하리의 손목을 확인했다.“가방으로 때리지 말고 부엌에서 칼이라도 가져올까?”“근데 구승훈. 너 왜 무릎 꿇고 있냐?”구승훈은 하리만 바라봤다.“네가 받아주지 않으면 여기서 절대 안 일어나.”하리는 냉정하게 말했다.“알아서 해요.”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손연지도 따라 들어가면서 구승훈을 흘겨봤다.“문 닫아.”하리의 차가운 지시가 이어졌다.노민우는 문 앞에서 갈팡질팡했다.“이 추운 날... 얼어 죽을까 봐 걱정되는데?”손연지는 노민우를 쏘아보더니 단호하게 문을 닫았다.쾅.“걱정되면, 나가서 같이 있어 주든가.”“아냐 아냐! 난 패스.”노민우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손연지는 피식 웃으며 하리 곁으로 갔다.“연정이 자고 있어?”“응. 얌전히.”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뭘 고마워하고 그래.”손연지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뼈국을 가져왔다.“이거 먹어.”하루 이틀도 아닌 뼈국이었다.솔직히 이제는 냄새만 맡아도 울렁거릴 지경이었다.“샤워부터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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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손연지가 노민우를 끌어당기며 강제로 문밖으로 밀어냈다.“밖에 나가고 싶은 거야 뭐야? 걱정되면 같이 있어 주든가!”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혔다.그렇게 노민우는 쫓겨났다.구승훈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는 노민우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자리 내줄게, 같이 무릎 꿇을래?”“...너 진짜 왜 이 지경까지 온 거냐?”노민우는 황당해했다.구승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꼬듯 말했다.“너라고 나보다 잘난 거 있냐?”“적어도 난 두꺼운 옷이라도 입고 있지.”“...그건 그렇네.”노민우는 억울한듯 중얼거렸다.“내가 너한테 끌려온 거 아냐!”구승훈은 조금 옆으로 비켜 앉았다.“그래서 자리 내준 거잖아.”“...”결국 노민우는 무릎을 꿇지 않고 그냥 바닥에 앉았다.다행히 복도에 온돌이 깔려 있어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하지만 겨우 이 틈을 타서 손연지 보러 온 건데, 복도에서 자게 될 줄은 몰랐다.강하리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손연지가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었다.“노민우는?”“갔어.”“오늘 여기서 안 자?”“그럴 자격이 있나? 아직 다른 여자랑 약혼한 몸이잖아.”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하리가 착수한‘기명 제약’인수 건 때문에 노민우는 요즘 약혼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었다.회사가 정리되면 독립할 생각이었다.그전엔 괜히 소란만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강하리는 별다른 말 없이 휠체어를 돌려 서재로 향했다.원래는 업무를 좀 보려고 했는데, 책상에 앉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하리야, 나 집에 도착했어.”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정주현의 목소리에 강하리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꽤 걸렸네요?”정가의 위치를 생각하면 그녀보다 훨씬 먼저 도착했어야 했다.“가는 길에 무슨 일 있었어요?”“임씨 그 남자, 정체가 뭐에요?”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강하리의 심장이 순간 덜컥 내려앉았다.설마 임명우가 정주현까지 건드린 건 아니겠지?“임명우가 뭐라고 하던가요?”“조심하긴 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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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정주현의 말에 강하리는 그저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심씨 가문은 정양철이 죽기를 바랐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죽게 둘 리는 없다.“임명우가 어떻게 알았대요?”강하리는 마음의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자기 말로는 당시 손본 놈을 알고 있대요. 누구냐고 물었더니 입을 다물더라고요.”강하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정양철은 그 당시 구치소에서 사고를 당했었다. 바로 구승훈이 강하리의 어머니를 해친 증언을 넘긴 직후다였다. 강하리의 외삼촌이 정양철을 만나고 나서 일이 터진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구치소 안에서 정양철이 자살을 시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외삼촌이 떠나고 사고 소식을 듣기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삼십분 남짓이었다.정말 누군가가 살해한 걸까?“임명우가 또 뭐라고 하던가요?”“다른 말은 없었어요.”정주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말하면 정 회장이 자살한 게 아니고 심씨 가문 쪽에서 손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강하리 씨를 볼 때마다 죄책감을 안 느끼거든요.”그의 목소리에는 지친 듯한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강하리는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원래부터 정주현 씨 잘못이 아니었어요. 심씨 가문도 그렇게까지는 못해요. 그리고 임명우랑 다시 연락하게 되면 최대한 조심하세요. 가능하면 만나지 마세요.”정주현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 걱정 마세요. 오히려 임명우가 계속 접근해주면 더 좋아요. 뒤를 캐낼 기회가 있으니까요.”강하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괜히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말아요.”“알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전화를 끊고 난 뒤 강하리는 서재에서 조금 더 있다가 거실로 나왔다.현관 앞에는 여전히 구승훈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 옆엔 노민우가 앉아 그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벌써 결혼 생각한다고? 결혼할 사람이 있어?” “있지! 연지.”“결혼하자고 했어?”“아직 청혼은 안 했어.”노민우는 머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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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노민우는 구승훈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우리 형한테 들었는데 약은 해독됐어도 아직 후유증이 남아 있다고 하던데, 맞아?”신경은 한 번 건드리면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약물이 체내에 오래 남아있어 가끔 어지럽고 수면 질량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성만 잃지 않는다면 다른건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괜찮아.” 구승훈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이모님은 계속 가둬둘 거야?”노민우의 질문에 구승훈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애초에 여초연을 손에 쥐고 있으면 그녀가 심어놓은 비밀 조직들을 캐내어 모두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초연이 붙잡힌 지 오래 지났는데도 그쪽에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곧 설이야.” 구승훈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응? 설이랑 무슨 상관이야?”노민우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구승훈이 웃으면서 말을 꺼내려던 찰나 아파트 문이 철컥 열렸다.강하리가 문을 열자마자 보게 된 광경은 웃고 있는 구승훈과 옆에서 뭔가 못마땅해하는 노민우였다.“아주 다정하게 수다 떨고 있었네.”손연지가 강하리 뒤에서 시큰둥하게 말했다.노민우는 벌떡 일어났다.“아니야! 나 쟤랑 안 친해! 연지야, 나 들어가게 해줘!”손연지는 무시하고 강하리를 바라봤다.“빗자루를 가져올까 아니면 밀대라도?”“난 빗자루!” 노민우가 소리쳤다.강하리는 잠시 침묵이다가 구승훈을 쳐다봤다.“들어와요.”구승훈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일어나지 않았다.“조건 철회하는 거야?”“아니에요.” 강하리는 단호히 답했다.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계속 무릎 꿇고 있을 거야.”강하리는 답답한 듯 숨을 몰아쉬었다.“들어오든가 말든가!”그녀는 책방 쪽으로 향했다.노민우는 어깨를 움츠리며 구승훈을 바라봤다.“일어나자. 진짜 여기서 얼어 죽겠어.”구승훈은 강하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일어섰다.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손연지는 대놓고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뭔가 한마디 하려던 찰나 노민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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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구승훈의 웃음기가 금세 사라졌다.그는 강하리한테 다가섰다. “진짜 그들을 집안에 들인다고?”강하리는 무심하게 구승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요? 집에 들일 뿐만 아니라 하룻밤 재워도 무슨 상관인데요?”구승훈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구승훈은 강하리가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려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남자들을 집에 들여 밤까지 보내게 한다는 말에 그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참 대단하네.”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조롱이 배어 있었다.강하리는 원래 서재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거실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물 한 잔을 마시고 입을 열었다.“정양철이 자살했을 때 부검 보고서 본 적 있어요?”구승훈은 소파 옆에 팔짱을 낀 채 기대어 섰다. “그래서 나를 부른 게 보고서 얘기하려고?”“맞아요.”강하리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괜찮아요.말하기 싫으면 말고요.외삼촌 시켜서 구치소 기록 확인할 수도 있으니까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쓴웃음이 섞인 눈빛엔 씁쓸함과 무력감이 뒤섞여 있었다.그는 무릎에 손을 얹고 몸을 굽히며 강하리 앞에 다가섰다.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차갑고 거부감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구승훈은 안다. 지금 다가가면 분명히 자신을 밀어내기에 조급하면 안 된다는 것을.하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들과 함께 있는 걸 볼 때마다 부글부글 끓는 가마솥처럼 미칠 것만 같았다.“내가 대답해주면 나한테 좀 더 부드럽게 대해줄 수 있어?”“그런 기대라면 대답하지 말아요.”강하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차갑게 잘랐다.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하리야, 넌 언제나 나한테 이렇게 잔인해.”“덕분에 많이 배웠어요.”구승훈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낮게 물었다.“근데 갑자기 왜 정양철 부검 보고서에 관심 생겼어?”“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정양철 죽음에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는 거야?”구승훈은 스스로 물 한 잔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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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그냥 남자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해.”“자존심은 무슨 그냥 미친놈이지! 내가 정말 눈이 멀었지, 당신 같은 쓰레기하고 어떻게... 당신은 인간도 아니에요!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러는 거예요!”강하리는 소리치며 주변에 있던 쿠션을 하나씩 집어 구승훈에게 던졌다.구승훈은 몇 번 맞고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강하리 앞까지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래! 나 쓰레기야! 개자식이야! 인간도 아니야... 때려! 마음껏 때려도 돼!”강하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로 그를 밀쳐냈다.“꺼지라고요!”구승훈은 부드럽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못 꺼지겠는데, 여초연이 나를 너무 괴롭혀, 어떡해?”강하리는 손톱만큼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말했다.“원장님께 전화해줘요. 아니면 구급차를 부를까요?”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마지못해 일어섰다. 하지만 반쯤 일어나다가“악!”하고 소리치더니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다리 아파. 밖에서 너무 오래 무릎 꿇었더니 일어날 수가 없네. 소파에서 하루만 재워주라.”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서재로 가서 112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구승훈은 소파에 앉은 채로 자포자기한 듯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 한 통 보냈다.‘정양철이 죽던 날 당직자 그리고 그날 심준호 말고 면회 온 사람 리스트 보내.’문자를 보낸 후 그는 휴대전화를 몇 번 만지더니 연락처 하나를 찾아냈다.그는 일어나 전화를 걸었다.“시간 있어? 만나서 얘기 좀 하지.”구승훈은 창밖을 내려다보며 달빛 아래 멀리 월야만 입구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였다.“꽤 끈질기네.”전화 너머 조시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는 그냥 구승훈 씨가 언제쯤 돌아갈까 지켜보고 있었을 뿐입니다.”구승훈은 말을 잇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원래는 서재로 가서 하리에게 말하려 했지만 초인종이 울렸다.손연지와 노민우가 방에서 나와 문을 열었다.문 앞에는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여기 무단침입자 신고 들어왔는데요. 맞습니까?”서재 문 사이로 조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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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조시욱은 먼저 주먹을 휘둘러 구승훈을 벽으로 몰아세웠다.여전히 분노에 찬 눈빛으로 구승훈을 노려봤다.“왜 하리한테 말한 거죠?”구승훈은 발로 조시욱을 차서 밀어냈다.“조 소령님은 뭔가 불안해서 지금 남한테 화풀이하는 거에요?”조시욱은 이를 악물고 분명하게 말했다.“살인자의 정보 그리고 내막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걸 하리한테 꼭 알려야 할 의무는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 둘 다 이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아요.”구승훈은 코웃음을 지었다.“조 소령님이 뭘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해야 할 일은 막을 수 없어요. 특히 하리와 우리 딸의 안전이 걸려 있다면 더더욱이요.”조시욱의 얼굴엔 순간 당황이 스쳤다.구승훈은 한층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왜 하리에게 살인자 얘기를 숨겼는지, 그리고 살인자랑 얽힌 놈이 누군지도 다 알고 있는 거죠?”조시욱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분명 그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무상 결코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 살인자는 단순히 한 가닥 실마리에 불과했고, 그 실마리를 따라 진짜 배후를 끌어내는 것이 조시욱의 임무였다. 강하리가 여기에 휘말리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조시욱은 사명감 때문에 매일 갈등했었다. 하리에게 살인자 이름 외에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계획은 구승훈이 망쳤다.조시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구승훈은 무심하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땅에 떨어진 코트를 집어 들었다.“구승훈씨,살인자를 넘겨요!”조시욱이 외쳤다.구승훈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안됩니다. 조건이 있다면 모를까요.”“국가기관을 상대로 협상하려는 거에요?당신이?”조시욱이 비웃었다.구승훈은 연기를 뿜으며 무표정으로 대꾸했다.“자격 없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끝까지 해볼 자신은 있거든요!”그렇게 말하고는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서 그는 무거운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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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밖으로 나온 구승훈은 잠시 머리를 들어 위를 바라본 뒤,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조시욱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결국 이마를 찌푸리며 중얼거렸다.“뭘 알고 싶은 거죠?”구승훈이 차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 조시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구승훈은 머리를 돌려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살인자 뒤를 봐주는 게 임명우 맞아요? 당신들이 조사하는 것이 정양철과 관련된 일이에요? 임명우와 정양철은 또 무슨 관계죠? 그들이 노리는 게 심씨 가문이에요 아니면 더 큰 음모라도?”조시욱은 잠시 눈빛을 가라앉히고 구승훈을 바라봤다.감정 문제라면 조시욱은 서툴렀지만, 협상이라면 얘기는 달랐다.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구승훈씨, 저는 분명히 살인자를 넘기길 원해요. 우리 손에 있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하지만 살인자의 가치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세요. 그렇게 대단했다면 우리가 진작 먼저 찾아갔겠죠.”구승훈은 담배를 털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더는 얘기할 필요도 없겠네요.”그는 담담하게 말하고는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운전대 위로 얹은 손끝이 힘없이 떨렸다. 처음엔 조시욱이 여초연을 더 신경 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초연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오직 살인자 얘기만 꺼냈다. 혹시 구승훈이 뭔가 착각한 걸까? 살인자와 여초연은 별개고, 여초연과 정양철은 무슨 사이인가?머릿속에서는 복잡하게 얽힌 실마리가 풀릴 듯 말 듯 엉켜 있었다.구승훈은 원래 서산1호로 향하려던 차를 갑자기 돌려 요양병원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반면 조시욱은 멀어지는 차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곧 그는 전화를 걸었다.“구승훈을 추적해. 여초연의 행방을 찾아와.”전화를 끊은 그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 강하리에게 문자를 보냈다.‘내일 출근할 때 데리러 갈게. 연정이 옷도 가져다주고...’하지만 강하리는 바로 거절했다.‘옷은 아무 때나 가져다줘도 돼요. 일부러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답장이 없길래 강하리는 그가 포기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튿날 아침 강하리가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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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옆으로 비켜서서 뒤따라온 사람들을 들여보냈다.그리고 쇼핑백 하나를 열어 슬리퍼 한 컬레를 꺼냈다.“이건 구 사장님께서 고르신 커플 슬리퍼입니다. 사모님께서 거절하셔도 괜찮다네요. 버리셔도 된다고...다만 버리시면 또 사서 보낼 거라고 하셨습니다.”그 뒤로 세면도구 세트였다.“이건 구 사장님 세면도구입니다. 비상용으로 하나 두겠다고 하셨습니다. 역시 거절하셔도 되고, 버리셔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다음에 오실 때 또 가져오신다네요.”이어서 구승훈의 옷들과 생활용품이 줄줄이 나왔다.모든 걸 정리한 후 또 다른 대형 쇼핑백들이 들어왔다.“이건 사모님을 위한 옷들입니다. 구 사장님께서 직접 사모님 취향에 맞춰 고르셨고요, 옷뿐 아니라 액세사리랑 피부관리 제품까지 준비하셨습니다.”“그리고 나머지는 간식이랑 장난감입니다. 구 사장님 말씀으로는 본인 딸은 본인이 책임질 거라고, 다른 남자가 나서서 챙길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여자는 정중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조시욱 쪽을 힐끗 봤다.조시욱은 문가에 조용히 서 있었다.그는 손에 들고 온 소박한 쇼핑백을 내려다보고는 웃음을 잃었다.반면 강하리는 거실을 가득 메운 이상한 물건들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미쳤구나! 또.’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여성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져온 대로 다 가져가요. 여긴 중고품 판매징이 아니거든요. 이딴 건 필요 없어요.”앞장섰던 여자는 여전히 반듯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저희는 전달만 담당합니다. 구 사장님 말씀으로는, 필요 없으면 사모님께서 직접 버리셔도 괜찮다고 했습니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물러나갔다.강하리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손연지가 팔을 걷어붙이고 당장이라도 구승훈의 슬리퍼와 세면도구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려 했지만, 하리와 연정이 옷은 챙겨야 했다. 하지만 슬리퍼에 손을 대려던 찰나 노민우가 다급히 끌어당겼다.“뭐야, 왜 이래?”손연지가 노려보자 노민우는 어색하게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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