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름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붉은 입술에 가벼운 미소를 띄웠고, 눈꼬리에 스친 표정은 매력적인 얼굴에 한층 더 치명적인 분위기를 더했다.“왜요? 조명현 씨, 또 뭘 부탁하시려구요? 아니면 이번에도 아내분 보석 맞추는 거예요?먼저 말해두는데요...지금은 개인 오더 안 받아요.”조명현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여전히...하나도 안 변했구나.”천아름은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며 웃었다.“그럼. 난 나니까. 왜 변해야 하죠?”말투는 사근사근했고, 아까 그가 ‘아내를 위해’라며 장난처럼 던진 말에도 질투 같은 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태연했다.혹여 느꼈다 한들, 그건 분명 ‘착각’일 것이다.그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조명현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그래서 내가 약혼했다는 말도, 신경 안 쓰는 거야?”“그건 너 사정이지, 나랑 무슨 상관?”천아름은 휴대폰을 내려다봤고, 마침 구승재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더 할 말 없으면, 난 이만.”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명현의 폰도 울렸다.그가 화면을 보는 사이, 천아름은 벌써 자리를 떴다.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조명현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전화를 받았다.표정이 단숨에 바뀌는 걸 보면, 전화기 너머에 있는 여자는 분명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겠지.도시는 이제 막 밤이 시작되는 시각.열 시 반, 술과 음악에 취해 어깨를 부대끼는 청춘들.하지만 바의 한 구석, 천아름 앞에는 이미 비워진 잔만 일곱, 여덟 개가 놓여 있었다.희미하게 흐려진 눈동자, 손끝에 살짝 집은 가느다란 담배. 옆으로는 수많은 남자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한편, 여초천의 수술이 끝나자 구승재는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왔다.천아름이 앉은 테이블 앞에 도착한 그는, 그녀 앞에 늘어선 빈 술잔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얼마나 마셨어요?”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음악 때문인지 아니면 일부러 무시한 건지 천아름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그저 멍한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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