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 사무실을 나올 때, 구승훈은 결국 그 합의서를 가지고 갔다.“미안해.” 구승훈이 말했다. “나도 단지 너에게서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었을 뿐이야.”그는 다소 울적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하리야, 내가 정말 원망스럽겠지만 한 가지는 네가 틀렸어.”남자는 눈꺼풀을 내리깔고 눈 속의 짙은 슬픔을 가렸다.“난 한 번도 네가 반드시 내 곁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 적 없어. 그리고 항상 알고 있었어. 너의 선택지는 나 하나뿐이 아니라는 걸. 심지어 네가 날 떠나면 어쩌면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해. 하지만 난 이 손 놓을 수가 없어.”“하리야, 처음부터 놓지 못한 사람은 나였고 체면 없는 사람도 나였어.”“걱정 마, 앞으로는 절대로 널 다그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구승훈은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가다가 막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다시 걸음을 멈췄다.“조시욱에게 더는 널 이용할 필요 없다고 전해줘. 난 포기하지 않을 거고, 이 일은 너와 관계있을 뿐만 아니라 나와도 관계있어. 하지만 걱정 마, 연정이가 아빠를 잃을 일은 없을 테니까.”“그리고, 임명우는 요즘 되도록 만나지 마. 난 정양철이든 여초연이든, 이 남자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 어쩌면 이 남자가 어느 정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그리고 심씨 가문 셋째 일도, 너무 조급해하지 마. 이미 몇 가지 단서를 찾았으니 확실해지면 전화할게.”곧 사무실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히고 구승훈의 모습은 그녀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강하리는 말없이 시선을 거두었지만 마음속은 온갖 감정으로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겨우 심호흡을 하고 감정을 추슬렀다.바로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고 강하리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저편에서 에비뉴 주얼리 전담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대표님, 이쪽에 좀 문제가 생겨서요, 혹시 한번 와주실 수 있을까요?”강하리는 입술을 깨물고 맞은편 건물을 바라보다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