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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211 - Chapter 1220

1221 Chapters

제1211화

구승재는 가볍게 웃고 옆에서 구급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화상연고를 찾아왔다.천아름은 구승재의 옆에 앉은 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아까 아래층에서 구정우를 만났어. 그 사람이 왜 B시에 온 거야?”구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연고를 발라주었다.하얀 피부 위로 붉은 화상 자국이 보이니 가슴이 약간 아팠다.구승재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조심스레 약을 발라주었다.“말 좀 해봐.”천아름이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구승재는 천아름을 바라보더니 자기 입을 가리키고 손을 저었다.입을 다문다는 뜻이었다.천아름은 그런 구승재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너 정말 뒤끝 심하네.”구승재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아름을 쳐다보더니 천아름의 머리를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뇌를 챙겼냐고 묻는 것이었다.천아름은 어이가 없어서 웃으면서 구승재의 얼굴을 꼬집었다.구승재도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하지만 탕비실에서 나와 갈라진 후 두 사람의 표정은 원래대로 차가워졌다.구승재는 어쩔 수 없었다.천아름은 그런 구승재를 데리고 유치한 사랑놀이나 할 수 없었다.천아름은 구승재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으니까 말이다.한숨을 내쉰 천아름이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천아름은 강하리와 함께 밸런타인데이 기획 상품에 관해 얘기하려고 온 것이었다.강하리는 디자인팀의 새로운 디자이너들과 맞춤 제작에 관해 토론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천아름에게 질문했을 때야 천아름이 집중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천아름은 정신을 차리고 간단하게 본인의 생각을 얘기했다. 하지만 강하리는 천아름이 또 정신을 팔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회의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강하리는 사람들에게 이제 나가도 좋다고 눈짓했다.사람들이 떠난 후 강하리는 천아름과 얘기해 보려고 마른기침을 했다.하지만 강하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테이블 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확인해 보니 구승개자 보낸 문자였다.[형수님, 아름 누나가 감기도 금방 나았으면서 바이크를 타고 온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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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천아름도 머리로는 잘 알았다. 하지만 어떤 인연은 피하려야 피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가끔은 상대가 진심이라는 걸 알아도 상대와의 미래를 그릴 수 없었다.강하리가 주해찬을 보는 것처럼, 천아름 또한 구승재를 보고 있었다.사실 천아름은 구승재와의 미래를 그릴 수 없었던 것이 아니다.다만 천아름은 항상 구승재를 어린 시절의 남동생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그저 외로울 때 장난치는 것처럼 말이다.그래서 구승재를 덮친다고 한 것도 그저 장난에 불과했다.말로라도 장난을 치고 싶었으니까 말이다.다른 생각은 더 없었다.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천아름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물러서야 지금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 관계조차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천아름은 구승재가 얼마나 심신이 깨끗한 사람인지 알기에 구승재에게는 자신과 같은 여자가 아닌 단순하고 순진한 여자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아직 조명현 때문에 감정이 복잡한 것도 있지만, 조명현을 완전히 잊는다고 해도 정말 구승재를 사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그러니 처음부터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천아름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들었다.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이 가슴 앞에 늘어져 나른해 보였다.붉은 입술은 마치 강하리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말이 쉽지. 그럼 너는 왜 아직도 구승훈을 끊어내지 않는 거야? 두 사람이 정말 서로를 놓쳤다면 지금처럼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야. 심씨 가문 사람으로서, B시에서 못할 게 뭐가 있어? 지금처럼 힘든 길을 가지 않아도 되잖아.”강하리는 천아름의 반박에 약간 기분이 상했다.조명현과 구승훈을 비교하는 건가?구승훈은 아무리 쓰레기라고 하지만 조명현처럼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 쓰레기까지는 아니었다.“나랑 승훈 씨가 언니랑 조명현이랑 같아? 우리는 적어도 서로 밖에 없어. 그런데 조명현은 아니잖아.”천아름은 웃으면서 얘기했다.“구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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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하지만 그날 밤, 구승재의 손길에 천상을 맛본 천아름은 구승재가 더 이상 귀여운 강아지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위험한 늑대 같았다.천아름은 갑자기 몸에 힘이 빠졌다.강하리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바삐 돌아 챘다.연말이라서 JM쪽의 일이 아주 많았다.하지만 안예서가 많은 일을 조리 정연하게 정리해 주었기에 강하리는 안예서가 처리하지 못하는 일들만 처리하면 되었다.지금처럼 말이다.강하리와 천아름의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안예서가 자료를 들고 노크했다.“강 부장님, 하우 그룹의 하 대표님께서 만나서 얘기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저희 회사 측 사업 담당 매니저가 몇 번이나 갔는데 꺾지 못해서... 대표님이 한번 만나보실 건가요?”안예서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하우 그룹의 자료를 강하리 앞에 가져다주었다.안예서가 자료를 주지 않아도 강하리는 하우 그룹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하우 그룹은 B시에서 꽤 큰 회사에 속했다. JM에서 하우 그룹과의 협업을 원하는 이유는 하우 그룹의 발전 방향이 국제 시장 개발 쪽이기 때문이다.그래서 JM은 오래된 기업보다 하우 그룹을 더욱 원했다.강하리는 하우 그룹의 자료를 보다가 하경민의 이름을 쳐다보았다.하경민은 바로 안예서가 얘기한 하 대표님이었다. 3년 전부터 하우 그룹의 일을 도맡아 한 그는 국제 시장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강하리는 자료를 몇 번이나 확인한 후 안예서를 쳐다보았다.“비서실에 얘기해서 스케줄 확인해 보고 시간을 정해서 예약해 줘.”안예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부장님, 몸 상태는 어떠세요? 미팅을 잡아도 되는 정도일까요?”미팅은 결국 식사로 이어질 것이다.마치 술이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강하리는 웃으면서 얘기했다.“어쩔 수 없잖아. 네가 나문빈을 불러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안예서는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아마 반년 전이었을 것이다.강하리가 나문빈의 실수로 임명우의 계약서에 서명해 나문빈을 남미로 보내버린 후, 나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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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강하리는 머리가 댕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너무 놀란 강하리는 바로 휠체어에서 일어섰다.노민우는 이미 울면서 목이 메어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천아름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슨 일이야?”강하리는 고개를 저으면서 전화를 끊고 밖으로 걸어가려고 했다.천아름이 그런 강하리를 확 끌어당겼다.“너 미쳤어? 다리 못 쓰게 내버려둘 거야? 구승훈이 죽을병에 걸리기라도 했대? 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야?”강하리는 붉어진 눈으로 천아름의 손을 꼭 잡았다.“연지한테... 연지한테 문제가 생겼대.”그 말을 들은 천아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일단 휠체어에 타. 내가 같이 가줄게.”천아름은 강하리를 데리고 휠체어로 갔다. 그리고 강하리를 밀고 밖으로 나갔다. 강하리는 휠체어에 앉아 전화를 걸었다.병원 쪽에 언질을 해둔 뒤 두 사람은 얼른 아래층에 도착했다.천아름은 어떻게 강하리를 오토바이에 태울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났다.바로 천아름과 저녁 약속을 잡은 그 인턴이었다.“아름 선배님, 왜 저를 안 부르신 거예요?”천아름이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천아름은 그 인턴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차 한 대가 갑자기 세 사람 앞에 끼어들었다.차에서 내린 구승재가 강하리를 부축하여 차에 태웠다.“형은 일이 있어서 올 수 없으니까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강하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강하리의 머릿속은 온통 손연지로 가득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노민우가 그렇게 다급해하는 걸까.천아름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넌 하리를 데리고 먼저 들어가. 난 마침...”“누나도 차에 타.”구승재가 천아름의 말을 끊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그렇게 말하면서 구승재는 천아름을 차에 밀어 넣었다.천아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인턴을 쳐다보았다.인턴은 천아름을 쳐다보면서 물었다.“아름 선배님, 그럼 저녁 약속은...”천아름이 구승재 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천아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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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손연지는 털털한 성격이었다. 바에서 그렇게 욕을 먹어도 손연지는 슬퍼하지 않고 그저 약간 기분 상해했을 뿐이다.하지만 여명주가 병원까지 찾아와 환자와 의료진들 앞에서 행패를 부리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화를 낸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지 않은가.여명주는 웬만해서 조용히 일을 덮는 사람이 아니다.하지만 여명주는 이번 일을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를 낼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동료 의료진과 환자들의 이상한 시선 속에서, 손연지는 그저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노민우가 손연지를 도와 해명해 주려고 했지만 해명할수록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 같았다.그래서 손연지는 저도 모르게 노민우에게 화를 내면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면 나타나지도 말라고 했다.게다가 결혼이라니.손연지는 결혼한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더욱 악랄한 비난과 수단이 손연지를 향할 것이다.그래서 손연지는 병원에서 화를 내지 않으려고 꾹 참았다.노민우는 손연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손연지가 퇴근한 다음 손연지의 뒤를 따랐다.손연지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을 때, 손연지가 멈춰서서 노민우에게 물었다.“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난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노민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결혼하자니까. 네가 싫다고 했잖아.”손연지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겨우 화를 억눌렀다. 여기서 화를 낸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손연지는 그냥 그대로 집으로 들어갔다.노민우는 그런 손연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욕정이 일었다.노민우는 눈을 반짝이면서 얘기했다.“화내지 마. 내가 가서 네가 좋아하는 만두 사 올게, 어때?”손연지는 대답하지 않았다.노민우가 이어서 얘기했다.“저 식당의 만두가 그렇게 맛있대. 조금만 기다려, 곧 올라갈게.”말을 마친 노민우는 아파트 건너에 있는 식당에서 만두를 포장했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 앞에서 노민우는 갑자기 멈춰 섰다.참을성 없이 달아오르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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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노민우는 자신이 어떻게 손연지를 안고 병원으로 다시 달려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정신을 차렸을 때, 손연지는 이미 의사들의 손에 넘겨져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었다.쿵.응급실 문이 무겁게 닫히는 소리에 노민우는 멍하니 자기 손을 바라봤다. 손바닥에 묻은 붉은 피가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결국 노민우는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옷은 이미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오가는 사람이 수군거리면서 이상한 시선을 보내왔지만 노민우는 그것을 신경 쓸 새가 없었다.그저 넋을 잃은 채 떨리는 자기 손을 바라봤다. 그 미끄덩한 감촉이 아직도 손바닥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손연지의 피가 계속해서 그의 손 위로 흘러내렸다. 처음엔 따뜻했지만,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노민우는 갑자기 자기 뺨을 세게 내리쳤다.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나는... 왜... 왜 그냥 손연지랑 같이 집으로 가지 않았을까?’여명주가 손연지를 죽이고 싶어 할 정도로 미워한다는 것을 알면서, 손연지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깟 만두랑 콘돔을 사러 갔었다니.손연지가 다쳤을 때 노민우는 뭘 하고 있었던가.옷이 찢겼을 때, 손연지는 무슨 짓을 당하고 있었던 걸까.노민우는 고개를 숙여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파도처럼 몰려오는 후회가 노민우를 미쳐버릴 것처럼 조여왔다.하지만 노민우는 곧 정신을 차렸다.이건... 틀림없이 여명주의 짓이다.노민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붉게 충혈된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옆에서 한 여자가 딸의 병간호를 하며 과일을 깎고 있었다.노민우는 그 여자에게 성큼 다가갔다.“아... 아저씨...”여자아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아이 엄마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보고 숨이 턱 막혔다.핏자국으로 얼룩진 옷, 그리고 아직도 피가 흘러내리는 손.남자의 손가락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잠깐... 빌려도 될까요?”피로 얼룩져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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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출신도 보잘것없고, 외모조차 자신에게 미치지 못하는 손연지 따위가 감히 자신과 남자를 두고 다툰다는 게, 여명주에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마치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헛된 꿈처럼 말이다.그래서 여명주는 노민우가 손연지를 만나는 걸 모른 척했다.어차피 잠깐의 불장난이었을 테니까.여명주는 손연지가 버려지고 결국 모두의 웃음거리가 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리고 그때가 되면 여명주는 손연지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결국 웃음거리가 된 사람은 여명주였다. 여명희의 약혼식 날, 노민우는 여씨 가문으로 찾아와 파혼을 선언했다.여씨 가문은 B시에서 최상위 집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이름 있는 가문이었다.약혼식 때까지만 해도 여씨 가문 사람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노민우가 파혼을 선언한 뒤에는 다들 표정이 굳어버렸다.노민우는 단순히 약혼을 파기하겠다고 한 게 아니었다.그는 B시의 모든 명망 있는 사람들 앞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그 말을 뱉어버렸다.그날 노민우는 익숙하게 손님들을 응대했다.여씨 가문의 예비 사위로서 그가 받는 관심은 당연히 뜨거웠다.사회자가 장난스럽게 마이크를 노민우에게 건네며 여명주와 키스해달라고 분위기를 띄웠을 때 노민우는 담담하게 모든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한 마디를 내뱉었다.“죄송합니다. 제 아내가 질투할 거라서요. 키스는 없던 거로 하죠.”그 순간,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아내? 질투?모든 시선이 순식간에 여명주를 향했다.그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듯, 숨죽이며 그녀를 바라봤다.여명주는 자신이 그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지금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하지만 분명 아주 보기 흉한 얼굴이었을 것이다.여명주는 급히 노민우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노민우는 단숨에 여명주의 손을 뿌리쳤다.그리고 처음 보는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여명주 씨도 알잖아요. 오늘 내가 여기 왜 왔는지. 당신이 손연지를 몰아세워서 집에서 내쫓고, 연지의 어머니는 너희 때문에 화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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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민우 오빠!”여명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여명주는 노민우가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내뱉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건 여명주, 여씨 가문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동이니까 말이다.하지만 노민우는 그저 담담하게 여명주 곁에 서 있는 중년 여인을 바라볼 뿐이었다.그 여인은 관리를 잘해 마치 30대처럼 젊어 보였는데 옷차림까지 세련되어 더욱 젊어 보였다. 어쩌면 여명주와 자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말이다.그러나 노민우는 그 여자가 여명주의 자매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 여자는 여명주의 어머니 즉 노민우 어머니의 오랜 친구였다.또 여명주더러 손연지의 병원에 직접 찾아가 소란을 일으키라고 지시했던 장본인이었다.결국 손연지가 병원을 떠나야 했던 것도, 손연지의 부모님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도 모두 이 여자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노민우는 비웃듯 가볍게 미간을 올렸다.“시간은 이미 충분히 드렸어요, 제 생각은 이미 잘 알고 계시겠죠. 그래도 멈추지 않겠다면 저도 물러날 생각 없습니다.”“민우 오빠!”여명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겨우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 우리 여씨 가문을 이렇게까지 망신을 줘요? 그리고 어떻게 내 어머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요?”여명주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당장이라도 손연지에게 달려가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모든 게 손연지 때문이었다.그 여자가 아니었다면, 노민우도 이렇게까지 변하지 않았을 텐데.“엄마! 엄마가 민우 오빠 좀 말려 봐!”여명주는 다급하게 어머니의 소매를 잡고 흔들었다.하지만 여명주의 어머니는 묵묵히 노민우만 쳐다보고 있었다.약혼식은 이미 끝장이었다.사람들은 거의 다 자리를 떠났고 어느새 이곳에는 노민우와 여씨 가문 사람들만이 남았다.여명주는 얼른 이 상황을 잠재우고 싶었다.노민우가 파혼 얘기를 없었던 것으로 한다면, 여명주는 노민우가 방심한 틈을 타 사람을 찾아 손연지를 겁탈하고 얼굴을 망가뜨려 놓을 것이다.그렇다면 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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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겨우 목숨을 건진 여명주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하지만 바로 그 순간 노민우의 손에 들린 과도가 그대로 진시연의 복부를 찔러버렸다. 그 순간 노민우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오직 여명주를 죽이겠다는 생각뿐이었다.그리고 손연지가 당한 일을 몇 배로 갚아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중요하지 않았다. 노민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손연지를 위해 복수하는 것이었다.누군가가 여명주를 보호해 주려고 한다면 그 사람도 해치우면 된다.노민우는 여명주가 모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응급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하지만 노민우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러다 누군가가 노민우의 손목을 강하게 꺾었다. 손에 쥐고 있던 과도가 바닥에 떨어지자 노민우도 그대로 굳어버렸다.노민우는 손목을 잡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노민우의 형은 노민우를 제압할 때 항상 이런 동작으로 노민우를 제압했다.“형.”노민우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코끝에 맺혔다가 툭 떨어졌다.“형, 이거 놔. 이거 놔. 죽일 거야. 죽일 거라고.”노민준은 노민우의 멱살을 잡고 바로 주먹을 날렸다.원래부터 탈진 상태였던 노민우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차가운 바닥 위로 노민우의 몸이 쿵 떨어졌다.하지만 노민우는 고통 따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다시 과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노민준은 그런 노민우를 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진정해. 손연지 상황을 지켜봐. 그렇지 않으면 손연지가 깨어나도 넌 감옥에 들어가서 손연지 털끝도 볼 수 없을 테니까.”말을 마친 노민준은 노민우를 발로 찼다.“일단 가서 씻어. 가문에 먹칠하지 말고.”말을 마친 노민준은 비서가 건네준 흰 가운을 입고 강하리 앞으로 걸어갔다.“이 새끼 잘 지켜봐 줘요. 더 소란 피우지 않게요.”강하리도 좌불안석이었지만 애써 진정하려고 했다.“네, 연지 쪽은...”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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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방금 저 두 사람, 널 죽이고 싶어서 안달일걸?”천아름이 옆에서 중얼거렸지만 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하리는 보기에는 아주 침착해 보였다.하지만 그건 다 겉모습일 뿐이다.강하리는 본인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손연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처절히 알게 되었다.그리고 손연지가 구승훈을 싫어하는 이유까지도 말이다.만약 아까 진시연과 여명주가 없었다면 강하리는 정말 노민우의 뺨을 후려쳤을지도 모른다.강하리는 시선을 들어 풀이 죽은 노민우를 쳐다보았다.노민우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하지만 강하리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얼굴에는 피가 덕지덕지 말라붙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노민우는 일부러 강하리의 시선을 피했다. 마른침을 삼킨 노민우는 무언가 얘기하려는 듯했지만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노민우는 자연스레 시선을 돌렸다.“괜찮을 겁니다.”수술실 옆의 휴게실에서, 노민우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얘기했다.본인을 향한 위로인지, 아니면 강하리를 향한 위로인지도 몰랐다.다른 사람들은 다 휴게실에서 나갔고 오직 강하리와 노민우만 남았다.노민우는 강하리를 쳐다보지도 못했다.강하리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힘겹게 노민우 앞까지 걸어갔다.“만약 정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요? 같이 죽어줄 거예요?”강하리가 노민우를 향해 이렇게 강하게 얘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말을 마친 강하리는 입술을 꽉 씹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강하리는 노민우를 훑어보았다.흰 셔츠는 이미 검붉은색이 되었다. 그건 다 손연지의 피로 물든 것이었다.강하리는 손을 들어 노민우의 뺨을 갈겨버렸다.너무 힘을 주어서 손바닥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였다.하지만 강하리는 결국 그의 뺨을 때릴 수가 없었다.손바닥이 노민우의 얼굴에 닿기 직전, 강하리는 멈춰 섰다.노민우는 다가올 고통을 알고 눈을 질끈 감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자 눈을 떴다.“하리 씨, 제가 잘못했어요. 얼른 나를 때려요.”강하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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