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도 보잘것없고, 외모조차 자신에게 미치지 못하는 손연지 따위가 감히 자신과 남자를 두고 다툰다는 게, 여명주에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마치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헛된 꿈처럼 말이다.그래서 여명주는 노민우가 손연지를 만나는 걸 모른 척했다.어차피 잠깐의 불장난이었을 테니까.여명주는 손연지가 버려지고 결국 모두의 웃음거리가 될 날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리고 그때가 되면 여명주는 손연지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결국 웃음거리가 된 사람은 여명주였다. 여명희의 약혼식 날, 노민우는 여씨 가문으로 찾아와 파혼을 선언했다.여씨 가문은 B시에서 최상위 집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이름 있는 가문이었다.약혼식 때까지만 해도 여씨 가문 사람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노민우가 파혼을 선언한 뒤에는 다들 표정이 굳어버렸다.노민우는 단순히 약혼을 파기하겠다고 한 게 아니었다.그는 B시의 모든 명망 있는 사람들 앞에서, 모두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그 말을 뱉어버렸다.그날 노민우는 익숙하게 손님들을 응대했다.여씨 가문의 예비 사위로서 그가 받는 관심은 당연히 뜨거웠다.사회자가 장난스럽게 마이크를 노민우에게 건네며 여명주와 키스해달라고 분위기를 띄웠을 때 노민우는 담담하게 모든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 한 마디를 내뱉었다.“죄송합니다. 제 아내가 질투할 거라서요. 키스는 없던 거로 하죠.”그 순간,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아내? 질투?모든 시선이 순식간에 여명주를 향했다.그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듯, 숨죽이며 그녀를 바라봤다.여명주는 자신이 그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지금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하지만 분명 아주 보기 흉한 얼굴이었을 것이다.여명주는 급히 노민우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노민우는 단숨에 여명주의 손을 뿌리쳤다.그리고 처음 보는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여명주 씨도 알잖아요. 오늘 내가 여기 왜 왔는지. 당신이 손연지를 몰아세워서 집에서 내쫓고, 연지의 어머니는 너희 때문에 화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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