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1461 - Bab 1470

2300 Bab

제1461화

유남우의 온화한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그래? 정말 우연이네.”그는 여태껏 박민정을 잘 감춰왔지만 예상치 못한 우연으로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이게 유남준에게 행운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어쨌든 형의 겉모습에 속아선 안 돼. 그리고 회사에서 누군가 너를 노리고 있다면 진작에 나에게 말했어야지.”유남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박민정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뭐든 오빠한테 의지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제힘으로 해내고 싶어요.”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유남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전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제발 그대로 둘 수 없어요? 회사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주영리가 감히 자신을 함부로 대하다니, 그녀는 반드시 주영리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부탁이에요.” 박민정은 손을 뻗어 유남우의 팔을 붙잡았다.“제발, 도와줘요. 네?”박민정의 간절한 애원이었지만 유남우는 난감한 얼굴로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안 돼. 난 네가 걱정돼서 안심할 수가 없어.”박민정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졌다.“하지만 저는 이 일이 정말 필요해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왜 꼭 떠나야 하는 거예요? 그냥 오빠 형 문제잖아요. 그걸 가지고 저를 강요할 순 없잖아요?”유남우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그만하자. 알겠어. 회사 문제는 정리할 시간을 줄게. 하지만 그 뒤엔 같이 떠날 거야.”박민정의 눈빛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지난 1년간 그녀는 모든 걸 유남우에게 맞춰왔다.그를 사랑했으니까.하지만 겨우 이 작은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다니.박민정이 말을 잃고 침묵하자 유남우는 그녀가 화가 난 것을 눈치채고 달래듯 말했다.“화내지 마. 다른 곳으로 가도 네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게.”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이 원래는 그를 무시하려 했지만 기침 소리에 마음이 약해졌다.“왜 이렇게 심하게 기침해요? 혹시 병이 재발한 거 아니에요?”유남우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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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주영리는 우유를 마시며 비웃듯 고개를 끄덕였다.“참나, 그때 밥 먹을 때는 얼마나 고상한 척하던데. 뒤에서는 그렇게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네요.”옆에 있던 동료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그렇게 말하지 마요. 어쩌면 이제 최 사모님이 됐을지도 모르잖아요. 괜히 건드렸다가 큰일 난다고요.”주영리는 조롱하듯 덧붙였다.“흥, 그 여자가 사모님 자리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예쁜 여자는 넘쳐나는데 고작 그런 애가? 겁낼 거 없어요.”다른 여직원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맞아요. 겨우 그런 걸로 뭐가 무섭다고. 하!”주영리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어? 저거 봐, 한정판 벤틀리잖아! 혹시 회사에 또 대형 고객이 온 거야?”그 말을 듣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그 차로 향했다.그리고 곧이어 그 차에서 내리는 박민정을 보고는 다들 말을 잃었다.주영리는 한순간 멍해졌지만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봤죠? 저거 분명 최 사장님 차일 거예요.”곁에 있던 동료가 주영리를 치켜세우듯 말했다.“주 비서님, 진짜 대단하네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어요. 저 여자 진짜 못됐네요.”박민정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 사이에 있는 주영리를 발견했다.그녀는 손을 꽉 쥐며 숨을 고르려 애썼다.주영리는 원래 박민정이 자신에게 보복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 박민정이 고급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같은 부류라고 착각했다.뻔뻔하게도 주영리는 박민정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민정 씨, 어제 재미있었어요?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고맙다고요?”박민정의 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올라가더니 주영리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팍! 소리가 울리며 주변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주영리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아파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날 쳤어요? 내가 아니었으면 오늘 민정 씨가 그 고급 차 타고 출근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천한 주제에 겉으로만 고상한 척하려고?”주변 동료들이 이 장면을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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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3화

박민정은 물컵을 챙긴 뒤 보안실로 향해 CCTV 영상을 확인했다.그녀는 경비에게 적지 않은 돈을 건넸고 곧바로 어제 퇴근 후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영상 속에서 주영리가 자신의 물컵에 뭔가를 넣는 모습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좋아, 아주 좋아.’증거는 충분했다.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박민정은 일부러 화장실에 간 척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물컵 속 남은 물을 감식 의뢰하기 위해서였다.컵에 남아 있는 물에 약물이 들어 있는지 확실히 알아야 했으니까.병원을 다녀오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고 회사 내에서는 이를 두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생겼다.“보란 듯이 대놓고 결근이네. 뭐, 이제는 최 사장님 같은 백이 있으니까 다 무시하나 봐. 화장실 간다더니 한 시간은 넘게 있었을걸?”질투 어린 목소리가 사방에서 속삭였지만 박민정은 이런 말을 신경 쓸 리 없었다.한편, 주영리는 책상 한쪽에 앉아 있었지만 마냥 긴장을 풀지 못했다.직속 상사인 제임스가 아까 말하기를, 곧 최 사장님이 회사를 방문한다고 했고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을 직접 찾겠다고도 했다.주영리는 두려움에 휩싸였다.설마 최 사장이 박민정의 말을 듣고 그녀의 편을 들어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건 아닐까?그녀는 불안에 휩싸여 일조차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결국, 최 사장이 들어왔다.그러나 그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주 비서, 당장 이리 와!”최 사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주영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휴게실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불안한 마음에 손이 떨렸다.밖에서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모두 최 사장이 박민정을 위해 직접 나선 거라고 생각하며 조금 전까지 박민정을 험담하던 사람들도 입을 꾹 다물었다.박민정 역시 이 상황을 지켜보며 속으로 비웃었다.‘참 간사하네.’휴게실.최 사장은 들어오자마자 주영리에게 일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너, 네가 어제 나를 죽일 뻔한 거 알아?”주영리는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최 사장님, 무슨 말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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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4화

주영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멀지 않은 곳에서 최 사장이 거대한 트럭에 치여 십 미터나 튕겨 나간 것이다. 그의 상태를 보니 살아남는다고 해도 불구가 될 게 뻔했다.주영리는 두려움에 온몸이 떨렸다.밖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북적였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정신을 차린 주영리는 생각했다.‘최 사장이 이런 일을 당했으니 이제 협력이 취소될 일은 없겠지.’불안과 안도의 감정을 동시에 품고 그녀는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주 비서님, 무슨 일이에요?”동료들은 그녀를 둘러싸며 묻기 시작했는데 저마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주영리가 회사에서 쫓겨날 거라고 믿고 그녀의 자리와 권력을 탐내는 듯한 눈빛이었다.이 회사에 진정한 우정 따위는 없었다. 모두가 경쟁자일 뿐, 주영리가 쫓겨나면 비서 자리는 새로운 사람이 차지할 터였다.얼굴이 창백해진 주영리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아까 최 사장님이 나가다가... 트럭에 치였어요.”“뭐라고요?”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박민정 역시 믿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그렇게 사고를 당했다니.잠시 후, 아래층에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몇몇 직원들은 구경하려고 달려 나갔고 돌아온 이들은 안타까워하며 수군거렸다.“진짜 크게 당했어. 이미 손쓸 방법도 없대. 세상에, 이렇게 될 줄이야.”그 중 한 사람이 박민정을 향해 말했다.“박 비서, 그래도 마음은 좀 쓰이겠네.”박민정이 냉소적으로 대꾸했다.“마음 쓸 이유가 없어요. 최 사장님과 저,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요.”“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직원들은 이 말을 듣고 비웃기 시작했다.“참, 사람 너무 냉정하다. 오늘 아침까지 그 사람 차 타고 출근하더니 이제 와서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발뺌해?”“그래도 한때 서로 좋았을 텐데 이렇게 단칼에 끝내는 것도 참 매정하네.”그들의 말은 점점 더 독설로 변했다.하지만 박민정은 이들의 조롱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때 주영리가 박민정 앞으로 다가왔다.“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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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5화

“지금 이게 무슨 짓들이에요? 주 비서, 왜 먼저 손을 댄 겁니까?” 제임스가 단호한 목소리로 질책하자 주영리는 억울한 표정으로 먼저 변명했다.“사장님, 먼저 손을 댄 건 박민정이에요. 저는 단지 방어를 했을 뿐입니다.”제임스는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어서 손부터 놔요!”주영리는 마지못해 박민정을 풀어주면서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위협했다.“오늘은 운이 좋았네. 두고 봐, 회사에 계속 있는 한 내 손에서 벗어나진 못할 거야.”박민정은 주영리와 다른 여자가 잡아당겨 흐트러진 옷을 정리한 뒤, 자리에 앉았다.‘병원에서 감정 결과만 나오면 누가 회사를 떠날지 뻔히 알겠지.’방금 두 여자를 상대한 탓에 박민정의 손과 얼굴에는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상처를 처리하며 사장과 유남준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한편, 주영리는 키 크고 잘생긴 유남준을 보고 자연스레 다가갔다.“사장님, 이분은 누구신가요?”제임스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남준은 주영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박민정에게 걸어갔다.박민정의 얼굴과 손에 난 상처를 보자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그 여자 말고 또 누가 너한테 손댔어?”박민정은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빠져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다.박민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주영리가 다가왔다.“아, 유 대표님이시군요! 방금은 오해였어요. 근데 박민정 씨 그렇게 무고하지 않아요. 방금 제 뺨을 두 대나 때렸어요.”주영리는 유남준을 보자 심장이 쿵쿵 뛰었다.‘이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자라니. 좀 더 얘기 나눠봐야겠어.’그러나 유남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누구를 때리든 무슨 문제가 됩니까?”아내?주영리는 멍해졌다.박민정도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언제 이 사람 아내가 됐지? 난 남우 오빠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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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6화

“월급 정산하고 당장 꺼져요!” 제임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네...”그 직원은 이렇게 쉽게 직장을 잃을 줄은 몰랐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며 고개를 숙였다.주영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고 잠시 후 창백해진 얼굴로 다시 변명했다.“사장님, 정말로 박민정이 먼저 손을 댔습니다!”제임스는 더욱 분노하며 소리쳤다.“주 비서가 여기 버젓이 서 있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지금 당장 사모님께 사과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를 적으로 돌리는 셈입니다.”주영리는 눈가가 붉어졌지만 제임스를 적으로 돌릴 자신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박민정에게 사과하는 일이 너무 억울하고 치욕스러웠다.박민정도 유남준이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의 가벼운 한마디가 사장까지 움직이게 하다니,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주영리는 어쩔 수 없이 박민정을 향해 다가가 말했다.“죄송합니다, 유 사모님. 다 제 잘못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박민정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진동하는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병원에서 보내온 검사 결과가 떠 있었는데 물컵 안에서 약물의 잔여물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것이 사실로 밝혀지자 박민정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로 다 해결된다면 경찰은 왜 필요하겠어요?”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주영리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휴대폰을 들어 신고 전화를 걸었다.제임스는 조금 의아했다. 이런 싸움 문제는 경찰을 부르는 것보다 내부에서 해결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박민정이 그쪽을 향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이 놀라 입을 다물었다.“어제 밤 회사 동료가 제게 약을 탄 음료를 건네고 저를 어떤 남자의 방으로 보냈어요. 여기에 관련 CCTV 영상과 병원의 감정서가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웅성거리며 속닥이기 시작했다.“세상에... 어제 밤 민정 씨가 자발적으로 최 사장을 따라간 줄 알았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니?”“주 비서가 이런 짓까지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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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7화

또 부부라니?박민정의 눈에 의심이 가득했다.‘혹시 이 남자, 머리가 좀 이상한 거 아니야?’“저기요, 혹시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어떻게 당신의 아내일 수 있어요?”그녀의 말에 유남준은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엔 떠날 기색이 없었다.“우린 단순히 결혼한 사이가 아니야. 아이만 네 명이나 있잖아. 이 모든 걸 잊어버린 거야?”‘결혼에, 아이가 넷이라니!’박민정의 얼굴에 더욱 큰 충격이 스쳤다.“유남준 씨, 농담하지 마세요. 저한테 애가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유남준은 그녀의 이런 반응에 마음이 저려왔다.“유남우가 대체 너한테 뭘 한 거야? 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데?”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증거를 보여주겠다는 듯 전화를 걸었다.“지금 바로 윤우와 예찬이에게 전화해 볼게. 직접 보고 나서도 믿기 어려우면 그때 말해.”영상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화면 속 아이가 소리쳤다.“나쁜 아빠, 왜 전화했어요?”유남준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 건 처음이라 여덟 살의 박윤우는 놀라움과 의아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보이는 박민정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엄마! 엄마! 엄마, 진짜 엄마에요? 나 꿈꾸고 있는 거 아니죠? 정말 엄마 맞아요?”아이가 흥분해서 소리치자 박민정의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웠다.“네가... 내 아들이라고?”박윤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엄마, 무슨 말이에요? 전 당연히 엄마 아들이죠. 설마 절 잊은 건 아니죠? 아니면 장난치는 거예요?”박민정의 눈앞에 나타난 이 귀여운 소년은 그녀의 상상을 넘어섰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듯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분명 당신이 꾸민 일이죠, 그렇죠?”그러나 화면 속 박윤우는 계속 울먹였다.“엄마, 왜 그래요? 아픈 거예요? 나쁜 아빠, 엄마 얼른 데려와요. 저랑 형, 동생들도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유남준은 다급한 박윤우를 진정시키며 말했다.“알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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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8화

박민정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심각한 정신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해외 대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지?그녀는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는 기분이었다.“민정아, 무슨 생각해?”유남우가 차에 올라탄 그녀를 보고 조용히 묻자 박민정이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에요.”유남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박민정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며 물었다.“혹시 저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없어요?”이 말에 유남우의 목젖이 떨렸다.“민정아, 날 믿어줘. 내가 너를 해칠 리 없잖아.”박민정도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그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요즘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정말 기억이 흐릿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죠?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질 않아요. 그리고 정숙 아줌마에 대해서도...”유남우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기억이 안 나면 그냥 잊어버려. 굳이 떠올리려고 하지 마.”그는 다시 박민정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박민정은 이번에도 피했다.유남우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지난 1년 넘게 쌓아온 노력이 허물어질까 봐 두려웠다.‘여기서 모든 걸 망칠 순 없어.’“전에 네가 꽃밭을 보고 싶다고 했던 거 기억나? 그래서 내가 비행기 표를 준비했어. 게다가 꽃으로 가득한 저택도 한 채 샀는데 정말 아름다워.”그는 비행기 표를 꺼내 박민정에게 내밀었다.박민정이 표를 들여다보니 출발 시간은 오늘 새벽이었다.“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다고요?”유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여기 환경이 네 회복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의사도 그랬잖아. 치료를 조금만 더 받으면 기억이 돌아올 거라고. 그때는 더 이상 과거를 물어볼 필요도 없을 거야.”박민정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부여잡았다.“어쩌다가 교통사고로 기억이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자, 피곤할 텐데 이제 좀 쉬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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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9화

윤소현의 마음속에는 전에 없던 불안감이 차올랐다.“어떻게 이런 일이... 박민정이 아직 살아 있다니!”그녀는 천천히 몸을 웅크리며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박민정이 살아 있다면 자신의 남편을 빼앗아 갈 것이고 진주시에 돌아가면 정씨 가문 외동딸의 위치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온몸이 떨리던 윤소현은 머리가 복잡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한 사람을 떠올렸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이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지원은 과거 사건 때 교묘하게 불참 증거를 만들어냈던 장본인이다. 덕분에 박민정의 실종 사건은 모두 윤소현의 책임으로 돌아갔고 이지원은 다시 스크린 위로 화려하게 복귀해 일약 인기 스타가 되었다.이때 촬영장에 있던 이지원은 걸려 온 전화를 보고 처음엔 끊으려 했다. 하지만 잠시 고민한 끝에 받기로 결심했다. 윤소현이 무슨 일로 연락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오랜만이네요, 윤소현 씨. 1년 넘게 연락도 없더니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혹시 또 내가 박민정을 해쳤다고 말하려고?”그녀는 비꼬듯 말했다.윤소현은 그녀의 조롱에 신경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지원 씨, 박민정은 죽지 않았어요.”순간 이지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녀가 놀란 것은 박민정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윤소현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농담하는 거죠? 박민정은 이미 죽었다고 했잖아요. 설마 직접 봤어요?”이지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민정은 유남우가 데려갔고 지금껏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유남우가 윤소현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철저히 했을 텐데, 도대체 그녀가 어떻게 알게 된 걸까?윤소현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박민정은 지금 해외에 있어요. 그리고...”그러나 박민정이 유남우와 함께 있다는 말은 결국 내뱉지 못했다.이지원은 드디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아마 착각한 거겠죠.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요.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 없잖아요. 게다가 만약 박민정이 정말 해외에 있다면 왜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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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0화

“무슨 일이야?”유남우가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도련님, 큰일입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많은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했어요. 게다가 유석진이 다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려 하고 있습니다.” 홍주영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유남우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일단 상황을 최대한 안정시켜. 곧 돌아갈게.”“도련님, 저 혼자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요. 고 사모님도 이미 도착했는데 유석진이 회의에서 그분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습니다!” 홍주영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그녀는 유남우가 해외에서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방치하고 떠날 일이 있는지 의문이었다.유남우는 핸드폰을 쥔 채 눈앞의 박민정을 바라보며 한순간 갈등에 빠졌다.유남준은 그의 통화 내용을 알아채고는 비웃듯 말했다.“회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민정이를 책임지겠다는 거지?”말을 마친 유남준은 핸드폰을 꺼내 박민정의 눈앞에 내밀었다.“민정아, 이걸 봐. 이건 우리 결혼 증명서야.”박민정이 핸드폰 화면에 비친 결혼 증명서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진 속에서 자신은 하얀 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고 옆에는 유남준이 앉아 있었다.그리고 증명서에는 두 사람 선명히 적혀 있었다.유남우는 더 이상 전화를 이어가지 않고 홍주영과의 통화를 끊어버렸다.“민정아, 이런 증명서는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어. 전혀 믿을 가치가 없어.”그러자 유남준이 도전적으로 물었다.“그렇다면 민정이가 나와 함께 진주시로 돌아가는 걸 허락할 수 있겠어?”유남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민정이는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돌아가는 건 무리야.”“어디가 아픈 건데?” 유남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자 유남우는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민정이 몸 상태조차 모르는 주제에 남편이라니. 우습지 않아?”그는 유남준을 무시한 채 대놓고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가자, 민정아. 방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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