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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951 - Chapter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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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1화

박민정에게 모든 사실을 들켜도 김말숙은 여전히 턱을 한껏 치켜들고 뻔뻔하게 말했다.“그게 왜? 처남이 매형 돈 좀 쓸 수도 있지,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박민정은 여전히 억지 부리는 노인네와 더 이상 쓸데없는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이미 신고했으니까 나머지는 이따 경찰한테 말하세요.”“뭐, 뭐라고?”김말숙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박민정은 핸드폰을 흔들며 다시 한번 경고했다.“나이가 많은 걸 고려해서 감옥까지는 잡혀가지 않을 것 같은데 당신 아들 사업에는 아마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어머니라는 사람이 협박한 건 사실이니까요.”아들 얘기가 나오자 김말숙은 그제야 꼬리를 내렸다.“그래, 언제까지 네가 잘난체하는지 두고 보겠어!”경찰한테 잡혀가기 싫었던 김말숙은 바닥에 냉큼 일어나더니 도망치듯 유씨 가문에서 빠져나왔다.그녀가 떠나가는 모습을 본 박민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김씨 가문은 아주 평범한 집안이었고 김말숙도 매우 평범한 농촌 여자로 자라왔다.그러다가 나중에 박형식이 한수민과 결혼하게 되면서 그녀의 오빠들에게 작은 회사라도 차릴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줬다.그런데도 김씨 가문에서는 계속 박씨 가문의 재산만 탐냈다. 또한 김씨 가문에는 능력있는 인재가 없어서 하는 사업마다 말아먹기 일쑤였는데 그럴 때마다 박씨 가문을 찾아가면 또 어쩔 수 없이 수습해 줘야 했었다.어찌 보면 이게 박씨 가문이 점점 망하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박씨 가문이 망하면서 김씨 가문도 은행 대출로 간신히 회사를 지탱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김말숙이 오늘 찾아왔던 원인도 두 아들의 돈이 전부 바닥났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김씨 가문은 밑굽 빠진 독이라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이미 구제해 주기 힘들어 보였고 또 도와줄 의무도 없었다.박민정이 집에서 나오다가 마침 유남준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는 박민정을 발견하자마자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걱정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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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2화

박민정은 그를 데리고 같이 차에 올라탔다.유남준은 현재 박민정이 회사 때문에 너무 바쁜 나머지 자신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그렇게 두 사람이 지엔 그룹에 도착해보니 오늘 회사 내부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모든 직원들이 그녀를 피해 다니기 바빠했고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이는 유남준도 느꼈는데 박민정이 빠르게 진서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지금 외근 중이라 잠깐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하여 박민정은 밖에 비서를 불러와 자초지종을 물었다.“회사에 무슨 일 있나요? ”비서는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답했다.“회사 임원분들이 최근 정 대표님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사회를 열어 향후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려고 한답니다.”회사에 이사회가 열리는데 대표한테는 한 마디도 알리지 않았다.“다들 지금 어디에 있어요?”예전에 정수미도 자신이 병에 걸려 회사를 관리하기 힘들어지면 회사의 일부 고위층 직원들이 분명 박민정에게 손을 쓸 것 같다면서 걱정했었다.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이미 몰래 움직이고 있었다.아니지, 이미 박민정까지 다 알게 되었으니 ‘몰래’가 아닐 수도 있겠다.“3층 회의실입니다.”“네.”박민정은 다시 유남준에게 말했다.“아래층에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요.”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3층 회의실.한 무리의 늙은이들이 박민정은 안중에도 없는지 자기들끼리 회사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다가 정수미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정 대표님의 건강이 날로 악화하는 걸 보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맞아요. 저번에 병문안 갔었는데 엄청 말라서 이제는 뼈만 남았더라고요. 말할 힘조차 없어 보였어요.”“아무리 대표님이 없다고 해도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회사를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마지막은 나이도 많아 보이고, 여기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말했다.그는 서주에서 왔고 오늘 이 회의도 그가 모집했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실의 문이 열리면서 박민정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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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3화

“네, 저도 압니다.”말을 마친 뒤 다시 현장에 있는 고위층 직원들을 한번 훑어봤는데 지사 쪽에서 총 일곱 명 정도가 온 걸 보면 거의 절반이 왔다고 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수그리고 누구도 그녀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그러면 계속 회의 진행할까요?”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있던 이때, 정권우가 기침하며 정적을 깼다.회의가 다시 시작되면서 이번에는 진짜로 회사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듯했으나 역시나 얼마 안 가서 빠르게 종료되었다.정권우는 마치 회사 대표처럼 직원들을 한 명씩 친절하게 배웅해 줬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박민정은 왠지 모르게 걱정만 앞섰다.그리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유남준이 어느새 그녀의 자리에 앉아 서류를 절반도 넘게 봐주고 있었다.이때, 진서연이 그녀의 손을 이끌며 말했다.“보스.”“왜?”“유 대표님은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보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유 대표님은 여기서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서는 서류에서 보이는 모든 문제점을 하나하나 다 체크해 두고 있어요.”박민정도 유남준의 업무 능력에 대해 매번 놀라고 있었다.그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닌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들어갈게.”“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유 대표님께서 처리해 주시면 저희야 편하죠.”진서연은 남편이란 응당 아내의 힘든 일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그 말에 박민정은 어이없다는 듯이 답했다.“바보야, 이 세상에 영원한 게 어디 있어? 마침 오늘 왔으니까 나도 한 수 배워야지.”진서연은 순간 자신은 너무 과도하게 남한테 의지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그렇게 박민정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뒤 유남준에게 다가갔다.“남준 씨, 서연이가 말하길 문서에서 문제점을 많이 찾아냈다고요? 어떻게 발견했는지 저도 좀 가르쳐줘요.”박민정은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또 이렇게 큰 회사를 관리한 경험도 없었다.그러나 유남준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유엔케이 그룹의 후계자로 자라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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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4화

박민정도 아는 도리지만 믿음을 준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였다.그녀가 축 처져 있는 모습에 유남준도 가슴이 아파 다시 그녀를 위로해 줬다.“급할 게 뭐 있어? 네 뒤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그리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우리 함께 잘 이겨내 보자.”그러나 박민정이 단칼에 거절했다.“아니요. 모든 걸 다 남준 씨한테 의지할 수는 없어요. 저 스스로 해낼 거예요.”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제가 열심히 노력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이런 사소한 일도 혼자 처리 못 했다가 나중에 정수미가 죽은 뒤에는 더 힘들어질 게 뻔한데 그럴 때마다 유남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냥 어떻게 하면 저 늙은이들을 상대할 수 있는지나 가르쳐 줄래요?”박민정이 한껏 기대에 찬 눈빛으로 유남준을 빤히 바라보자 그의 솔직한 귀는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당연하지, 그러면 날 스승으로 모셔.” “네.”박민정이 흔쾌히 허락했다.“지금 선생님이라고 한 번 불러 봐.”박민정은 살짝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뗐다.“유 선생님.”새로운 호칭에 유남준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나랑 IM 그룹에 가자. 오전에는 여기 업무하다가 오후에는 우리 회사에서 내 비서로 일 배우는 거지.”“좋아요.”앞으로 유남준한테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단 생각에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진 박민정은 그제야 밥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식사가 끝나자마자 박민정은 서둘러 유남준더러 가르쳐 달라고 재촉했다.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유남준은 집사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유남준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지는 모습을 보고 박민정이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집에서 온 전화인데 지금 아빠랑 엄마가 이혼하러 법원에 가신대.”박민정은 그제야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걸 깨달았다.“같이 가요.”박민정이 몸을 일으키며 말하자 유남준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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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5화

박민정은 순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리고 진심으로 그걸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되어 물어보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이혼에 동의한다고 하면 왠지 유지욱에게 미안하고, 하지 말라고 말리면 고영란에게 죄짓는 느낌이 들었다.난감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던 이때, 고영란이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아, 나랑 네 아버님이 이혼한다고 해도 네 두 아들은 계속 내가 돌봐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가족인 건 변함이 없어.”그녀의 말에 박민정은 더욱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다행히 유남준이 빠르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아빠, 엄마, 이 일은 저희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지 저희는 존중할 겁니다.”유지욱은 다급한 마음에 계속 유남준에게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애써 못 본 척했다.하여 어쩔 수 없이 다시 유남우에게 물어봤다.“남우야, 네 생각은 어때?”유남우는 요즘 정신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계획대로 유남준을 쓰러뜨리지도 못했고 오히려 아군에게 배신당해 매일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여태껏 수많은 우여곡절도 다 이겨내면서 살아왔는데 저는 될수록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고영란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엄마, 만약 아빠랑 이혼했다는 사실이 인터넷에 퍼지기라도 하면 우리 가문에는 안 좋은 영향만 끼칠 겁니다.”고영란은 순간 멍해졌다.줄곧 자기 아들만은 자기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유남우는 이혼하지 말라고 말렸다.“남우야,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옆에서 지켜본 네가 제일 잘 알잖아.”그러나 유남우는 차가운 얼굴로 답했다.“엄마, 이혼하면 무조건 지금보다 행복할 거라는 보장이 있어요?”“우리 가문이 보통 가문도 아니고, 엄마한테 현모양처인 모습을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만약 아빠랑 이혼하면 다시 고씨 가문으로 돌아가려고요? 그러면 그쪽 삼촌이랑 친척분들이 다시 받아줄 것 같아요?”고영란을 생각해 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녀가 이혼하는 걸 기를 쓰고 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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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6화

유남우는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별장 입구에 홀로 서 있는 그의 눈빛엔 깊은 우울감이 깃들어 있었다.쌩쌩 몰아치는 찬바람 속에서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그때, 별장 도우미가 급히 뛰어나오며 그를 향해 외쳤다.“도련님,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유남우는 고개를 저으며 짧게 답했다.“아니요. 나갈 거예요.”“그럼, 옷이라도 챙겨드릴까요?”“괜찮아요.”그는 거듭된 제안을 조용히 거절하고 곧장 차에 올라탔다.별장 도우미의 눈에 비친 유남우는 언제나 예의 바르고 겸손한 사람으로 부잣집 도련님 특유의 오만함이나 거리감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차에 올라탄 그의 얼굴에는, 그동안 꾹 눌러 참고 있던 분노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모른 채, 무작정 차를 몰았다.오늘에서야 그는 뼈저리게 깨달았다.자신에겐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이제 그는 철저히 외톨이가 된 것이었다.고요한 차 안은 적막과 고독으로 가득했다.그는 그렇게 밤거리를 달려 도착한 어느 장소 앞에서 차를 멈췄다.그곳은 바로, 홍주영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었다.유남우는 차 안에서 고개를 젖혀 한참 동안 그 건물을 올려다보았다.그의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고 있었다.홍주영이 퇴사한 지도 한참이 지났다. 그 후로 그는 눈에 띄게 예민해졌고, 한 번 무너지면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격해지곤 했다.이런 감정은 오직 단 한 번, 해외에서 치료를 받던 중 박민정이 형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느껴본 적이 있었다.그는 그런 감정을 두 번 다시는 느끼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가슴 한가운데 커다란 돌덩이가 눌러앉은 듯,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밤이면 좀처럼 잠들지 못했고, 낮이면 정신이 흐려져 아무 일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바로 그때였다.우연인지, 운명인지. 차창 너머로 홍주영과 하민재가 함께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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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7화

이지원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무언가 더 말하려던 찰나, 등 뒤에서 간호사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누가 전화 만지라고 했어?”이지원은 급히 전화를 끊고는, 마치 아무 번호나 막 눌러본 척 어색하게 연기했다.“당장 꺼져! 나, 남준 오빠한테 전화할 거야! 남준 오빠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히 나 구하러 올 거야! 그때 되면 너희 다 끝장이야!”간호사는 씩씩대며 다가왔다.“이게 미쳤나, 감히 전화를 해? 손목을 확 잘라버릴까 보다!”이지원은 움찔하며 목을 잔뜩 움츠렸다.“아, 안 돼요, 안 돼... 다시는 안 그럴게요...”“다시는 안 그럴 거면, 얼른 돌아가!”간호사가 쏘아붙였다.하지만 이지원은 차마 다시 방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돌아가면 정신병동 룸메이트에게 또 한바탕 두들겨 맞을 게 뻔했으니까.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간호사가 바로 진정제를 주사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결국 이지원은 터벅터벅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방에 들어서며, 이지원은 간절히 기도했다.‘제발... 제발 룸메이트가 자고 있기를... 절대 깨어나지 않기를...’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룸메이트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이지원은 그제야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서는 이지원의 울음 섞인 비명 소리와 함께 룸메이트의 욕설이 터져 나왔다.“잘도 도망 다니네! 다리를 부러뜨려야 정신을 차릴 거야! 어디서 감히 도망쳐?”“다시는 안 그럴게요... 안 그럴게요...”이지원은 울먹이며 애원했다.정신병동에서는 이런 울음소리나 고함소리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그러니 아무도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한편, 간호사는 이지원의 전화 기록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진짜로 외부로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던 것이었다. 심지어 통화 기록까지 남아 있었다.병원장에게서 특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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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8화

정권우가 이렇게 고분고분한 모습으로 서 있는 걸 보자, 박민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저렇게 순한 양처럼 행동하다니, 대체 엄마가 무슨 수로 저렇게 길들인 거지?’“가봐.”정수미가 다시 한 번 말했다.그제야 정권우는 조심스럽게 몇 걸음 물러섰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박민정을 향해 말했다.“삼촌은 정말 악의 없었어. 네 엄마 잘 돌보거라.”그 말을 끝으로, 정권우는 뒤로 물러나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살뜰하게 병실 문까지 닫아주고 갔다.정권우가 사라지자마자 박민정은 서둘러 정수미 앞에 다가왔다.“엄마,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박민정이 다급히 묻자, 정수미는 괜히 심통 난 듯 인상을 찌푸렸다.“회사가 그렇게 난리가 났는데, 너 왜 나한테 말을 안 했어?”박민정은 그 말에 고개를 떨궜다.“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했어요...”그녀는 무엇보다 정수미의 몸 상태가 걱정됐다. 혹여 마음이 상해 병이 악화될까 두려웠다.정수미는 그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단호히 말했다.“엄마가 너를 탓하는 게 아니야. 다만, 네가 좀 더 엄마한테 기대줬으면 좋겠어서 그래.”“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하루가 다르게 힘이 달리는 걸 느껴.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데, 네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난 네가 뭘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러면서 박민정의 손을 꼭 잡았다.“권우는 네가 어리고, 내가 아픈 걸 아니까 감히 날뛰는 거야. 걔를 두려워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어. 쟤 혼자선 별일 못 일으켜.”박민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정수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왜냐면, 내가 걔 약점을 쥐고 있거든.”정수미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앞으로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바로 엄마한테 알려. 엄마 그렇게 쉽게 쓰러지지 않아.”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서야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다. 엄마 정수미가 겪어온 세월을 생각하면, 그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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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9화

박민호는 할머니의 말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차분하게 물었다.“할머니, 지금 돈 좀 있으세요? 저 지금 급하게 필요해서요. 있으면 조금만 보내주세요.”김말숙은 외손자가 전화를 걸어온 걸 보고 혹시나 빚을 갚으려는 건가 싶어 잠시 기대했다.하지만 돌아온 말은 또다시 돈 달라는 소리였다.“우리 민호, 할머니가 가진 돈은 다 줬잖니. 이제 어디서 또 구하니...”전화기 너머 김말숙의 표정은 고단함으로 가득했다.아들에게 진 빚 구멍도 아직 막지 못했는데, 손자까지 그러니 더는 버틸 여력이 없었다.“많이 필요 없어요. 몇백만 원이면 돼요.”박민호는 다급하게 말했다.“정말 손에 쥔 게 하나도 없어...”김말숙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자 박민호는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할머니, 진짜 저 죽는 꼴 보실 거예요?!”그 말에 김말숙은 놀라 급히 되물었다.“왜 그래, 민호야? 어디 아프니? 무슨 일 있어?”“그런 건 묻지 마시고, 그냥 돈만 좀 주세요.”박민호는 예민하게 반응했다.“정말 지금은 한 푼도 없어, 민호야...”김말숙은 외손자가 안타까워 어떻게든 주고 싶었지만, 이미 아들에게 노후자금까지 털렸고, 지금 그녀는 아들에게 진 빚 구멍을 어떻게든 메우려고 애쓰는 중이었다.“그럼 그냥 저 죽고 나서 장례나 치러 주세요!”박민호는 그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그는 절박함 그 자체였다.마음은 타들어가고,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가고 있었다.처음에는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리 해도 연결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그나마 전화를 받아준 유일한 사람이 바로 김말숙이었다.그런데 김말숙조차 지금은 돈이 없다고 한다.‘망했다...’그는 절망에 빠진 채 누굴 더 붙잡아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누군가 방문을 거세게 두드렸다.쿵쿵쿵!박민호는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며 말했다.“내일 드린다니까요. 보증금에서 먼저 깎으라고 했잖아요.”그러나 문을 연 순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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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0화

박민정은 박민호가 고통받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그런 박민호의 모습이 조금도 안쓰럽지 않았고,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다. 이 모든 건 박민호가 자초한 일이었으니까.보통 사람이라면 박민호처럼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누구나 안정되고 여유롭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박민호는 예외였다. 그는 끊임없이 사고를 치고, 지나치게 이기적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가족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엔 관심조차 없었다.그때, 정민기가 조용히 물었다.“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아니요. 아직 부족해요. 좀 더 겪어봐야 해요. 맨손으로 일어선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똑똑히 알아야 하니까요.”박민정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눈빛에는 차가운 결의가 담겨 있었다.“알겠습니다.”정민기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박민호는 결국 호텔에서도 쫓겨났다.휴대폰이며 지갑이며,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당장 한 끼 밥조차 사 먹을 돈도 없었다.그렇게 그는 갈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이 낯선 도시를 방황했다....이틀 뒤.“아... 진짜 아프네...”박민호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나왔다.지금은 12월, 날씨는 점점 더 차가워졌지만 박민호는 제대로 된 두꺼운 옷 한 벌 없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꼬르륵...배에서는 계속해서 굶주린 소리가 났다.그는 어느 음식점 앞을 서성이며 안을 들여다봤다. 배는 고팠지만, 주머니엔 단 한 푼도 없었다.가게 앞에서 계속 맴도는 박민호를 보고, 직원 한 명이 문을 열고 나왔다.그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박민호를 쳐다보며 말했다.“저리 가요. 여기 말고 딴 데 가서 있어요. 장사 방해 말고.”그 말에 박민호는 순식간에 발끈했다.“너, 내가 누군지 알아?”“몰라요, 알 필요도 없고요. 거지꼴을 하고선 어디서 큰소리야. 설마 돈 많은 양반이라도 되세요?”“우리 누나는 지엔 그룹 대표야. 억만장자라고! 매형은...”다급하게 말하는 박민호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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