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2071 - Bab 2080

2312 Bab

제2071화

박민호가 전에 박민정을 찾아가 돈을 달라고 했던 것도 사실은 위험을 무릅쓰고 행한 일이었다.솔직한 그의 말에 최민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럼... 저랑 같이 설을 보내는 건 어때요?”‘설을 혼자 보내는 건 너무 외로울 거야.’그 말에 박민호의 눈이 빛났다.“좋아요. 그런데 아저씨랑 아주머니는 괜찮을까요?”“설 즈음에 일주일 정도 민박 빌려서 부모님 모시고 나가서 보낼 생각이에요.”최민아는 미리 인터넷으로 민박을 알아봤다.도시 외곽에 있는 민박집은 생활하기도 좋고 경치도 예뻤다.“그때 부모님께 제가 계속 거기서 자취했다고 하면 돼요.”최민아는 부모님이 자신이 지금처럼 낡은 원룸에 사는 걸 알게 되는 게 싫었다.박민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민박은 알아봤어요? 제가 한번 찾아볼까요?”박민호는 자신도 이제 돈을 좀 모았으니 굳이 최민아가 돈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벌써 다 찾아놓고 계약금도 냈어요. 민호 씨는 그냥 우리랑 같이 있으면 돼요.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요.”최민아는 이미 설맞이 준비를 조금씩하고 있었다.그녀는 돈 일부를 빼놓고 설에 먹을 음식과 부모님께 드릴 새 옷도 준비할 생각이었다.박민호는 그 말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알겠어요. 아저씨, 아주머니한테 미리 말씀드려요.”그는 혹시라도 최민아 부모님이 자신과 함께 설을 보내는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그런 박민호의 걱정을 눈치챈 최민아가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걱정하지 마요.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들이에요. 안 그래도 요즘 계속 저한테 남자친구 좀 사귀라고 잔소리하는 중이에요.”‘남자 친구?’박민호는 순간 다시 긴장했다.“그래서요?”최민아는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답했다.“그래서 말인데요... 남자 친구인 척해주면 안 돼요?”박민호는 안도했다가 이내 또다시 긴장했다.“그치만... 전 그런 거 해본 적 없는데...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바로 알아차리면 어쩌죠?”“내 말만 잘 따라오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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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2화

유남준 역시 딸을 갖고 싶었다.‘딸을 낳는다면 분명 민정이처럼 예쁠 거야.’옆에 앉아 있던 박민정은 예상치 못하게 남편과 두 아들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그녀는 몸을 떨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돼. 더 이상 낳기 싫어.”출산은 너무 고통스러웠다.게다가 이미 아이가 넷이나 있었으니 딸을 갖고 싶긴 해도 도박하고 싶진 않았다.박윤우의 눈에는 실망감이 스쳤고 그는 조용히 눈길을 거뒀다.유남준은 박민정의 뜻을 존중하며 박윤우에게 말했다.“윤우야, 아기 낳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아이를 키우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이란다. 엄마랑 아빠는 너랑 형, 그리고 동생들만으로도 충분해. 엄마가 원하면 낳는 거고 원하지 않으면 절대 강요하면 안 돼.”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도 알아요.”그는 이내 박민정의 팔을 와락 끌어안았다.“엄마, 나중에 만약 여동생 낳고 싶어지면 꼭 말해줘. 내가 정말 잘 돌봐줄게!”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그래, 알았어.”이윽고 네 사람은 백화점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화려한 네 가족의 외모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쌍둥이인가? 진짜 귀엽다.”“엄마, 아빠도 너무 잘생기고 이쁘네.”주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너무 부럽다.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뉴스에서 봤던 것 같은데? 저 남자... 유남준 아니야?”유남준이라는 말에 박민정은 주위 시선이 한층 더 집중되는 걸 느꼈다.그녀는 서둘러 마스크를 꺼내 유남준에게 건넸다.“이거 써요.”그러고는 본인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두 아이에게도 마스크를 착용시켰다.유남준과 아이들은 박민정의 말에 따라 얌전히 마스크를 착용했다.박윤우는 장난스럽게 브이자를 그리며 말했다.“엄마, 나 마스크 쓰니까 더 멋있지 않아?”박민정은 박윤우의 크고 맑은 눈을 보며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윤우도 예찬이도 너무 멋있어.”박예찬은 엄마의 칭찬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시선을 돌렸다.네 식구, 특히 쌍둥이 아이까지 함께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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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3화

몇 분 뒤, 박민정과 유남준은 가면을 쓴 두 아이를 안고 가게를 나섰다.박윤우는 억울한 듯 물었다.“형, 근데 나는 왜 가면을 써야 해?”“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그냥 써. 인터넷에 네 팬이 얼마나 많은데 그 팬들이 다 몰려와서 사인해달라고 하면 어쩔 건데?”박예찬은 그 장면을 상상하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듯 몸을 떨었다.그런데 박윤우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그럼 좋지 않아? 완전 기분 좋을 것 같은데.”두 사람은 형제지만 생각하는 것이 서로 너무 달랐다.“질문 그만하고 쓰고 있어.”박윤우는 한숨을 쉬면서 계속 투덜거렸다.“형, 가면 쓰는 건 좋은데 왜 형은 손오공이고 나는 저팔계야?”“손오공이 첫째고 저팔계가 둘째잖아. 내가 형이니까 손오공이고 넌 동생이니까 저팔계. 이해했어?”“아...”박윤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박민정과 유남준은 조용히 두 아이의 대화를 들으며 웃음을 참았다.아이들이 가면을 쓰자 주위의 시선은 확실히 줄어들었다.하지만 유남준의 눈매와 완벽한 몸매는 여전히 여성들의 시선을 끌었다.박민정은 그런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박예찬은 그런 시선을 느끼고는 박민정에게 말했다.“엄마, 나 피곤해.”“응? 그럼 엄마가 안아줄게.”박예찬은 원래 착하고 어른스러워서 쉽게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박민정은 그가 전날 잠을 잘 자지 못한 게 아닐까 싶어 걱정했지만 박예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빠, 아빠가 안아줘.”유남준은 말없이 그를 번쩍 안아 올렸다.그 모습에 박윤우는 의아했다.‘나도 안 피곤한데 형은 왜 피곤해하는 거지?’박윤우는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고 조용히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유남준이 박예찬을 안아 올리자 주위 여성들의 시선이 급격히 줄었다.아이와 함께 있는 유부남이라는 정보는 확실히 이성의 관심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네 사람은 쇼핑몰 5층의 어린이 매장으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박민정은 아이들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박예찬과 박윤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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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4화

박민정이 막 박윤우를 따라가겠다고 하려던 순간 유남준이 먼저 말했다.“이제 애도 아닌데 혼자 갔다 와.”박윤우는 짧게 대답한 뒤 의자에서 일어나 혼자 화장실로 향했다.불안했던 박민정이 유남준에게 말했다.“당신이 좀 따라가 봐요. 혹시 나쁜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떡해요?”유남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여기 보안 철저해. 게다가 뒤에 경호원이 따라가고 있잖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경호원이 따라간다는 말에 박민정은 안심했다.그녀는 그제야 어두운 유남준이 안색을 눈치채고 물었다.“당신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요?”“아니야.”유남준은 무표정하게 답했다.하지만 박예찬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아빠, 안색이 말도 아니니까 거짓말하지 마.”유남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박민정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회사에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아니야, 진짜 괜찮아. 그냥 고민 중이었어.”“무슨 고민이요?”“이번 설날에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지.”그는 늘 돌려서 말하는 스타일이었고 박민정은 그 뜻을 알아채지 못했다.“당신 옷은 다 비슷하잖아요. 뭐 입든 다 똑같죠.”‘똑같다니...’유남준의 기분은 더더욱 나빠졌다.박예찬은 유남준의 서운한 마음을 눈치챘다.“엄마, 아빠. 나도 화장실 가고 싶어.”“그래, 다녀와.”박민정이 다정하게 말하자 박예찬도 식당을 나섰다.두 아이가 나가고 룸 안에는 박민정과 유남준만 남았다.유남준은 젓가락을 들어 박민정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좀 더 먹어. 영양 보충 좀 해.”“나 요즘 살쪘단 말이에요.”박민정은 먹으면서도 투정을 부렸다.그는 속으로 EQ 보충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애들 옷만 사주고 남편 옷은 안중에도 없네.’...한편, 박예찬은 밖으로 나간 뒤 생각했다.‘엄마가 아빠한테 깜짝선물 하나 해줬으면 좋겠는데...’그는 경호원을 따돌리고 혼자 6층 남성복 매장으로 향했다.어린아이가 어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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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5화

박예찬은 귀찮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유지훈은 자신을 무시하는 박예찬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손을 뻗으며 말했다.“그 가면 나 줘!”박예찬은 유지훈을 향해 눈을 흘기고 고개를 홱 돌려 등을 돌리고 앉았다.‘이 녀석, 일부러 이러는 거잖아?’“너 감히 나를 무시해?”그는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고 손을 들어 박예찬의 얼굴 쪽으로 내밀며 가면을 벗기려 했다.박예찬도 더 이상 참지 않고 그를 한 손으로 밀쳐냈다.유지훈은 휘청거리며 몇 걸음 물러나더니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너... 네가 감히 날 밀쳐?”그는 울먹이며 밖에서 옷을 고르고 있던 최현아를 향해 외쳤다.“엄마! 엄마! 여기 얘가 나 괴롭혀요!”유지훈의 외침에 최현아는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내팽개치고 황급히 휴게실로 달려왔다.그곳에는 유지훈이 엉덩방아를 찧은 채 앉아 울고 있었다.그녀는 급히 다가가 아이를 끌어안으며 물었다.“아들, 왜 그래? 누가 널 괴롭혔어?”유지훈은 손가락으로 박예찬을 가리켰다.“저 애가 나 밀었어요.”그 말에 최현아는 손오공 가면을 쓴 박예찬을 노려봤다.그 눈빛엔 분노가 가득했다.“저기요!”그녀의 외침에 매장 직원 몇 명이 급히 달려왔다.모두 최현아에게 붙어 서비스를 제공하던 직원들이었다.최현아는 단골로 직원들은 그녀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했다.최현아는 주먹을 꽉 쥐고 직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당신들은 도대체 장사를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런 정체불명의 애를 여기 들여보내서 우리 애를 다치게 하다니!”‘정체불명의 애?’박예찬의 눈빛이 서서히 싸늘하게 변해갔다.직원들도 순간 당황했다.‘누가 아이를 이곳에 들인 거지?’박예찬의 옷차림을 보아하니 평범한 아이는 아닌 듯해 그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꼬마야, 부모님은 어디 계셔?”박예찬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직원이 당황해하며 다시 물었지만 박예찬은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던 다른 직원이 나지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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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6화

최현아는 마치 자신이 판사라도 되는 양 당당했고 매장 직원들은 하나같이 그녀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그게...”‘아무리 그래도 아이가 쓰고 있는 가면을 강제로 벗겨 다른 떼쓰는 아이에게 주는 건...’직원들이 주저하자 최현아는 답답하다는 듯 직접 나서며 걸음을 옮겼다.“너희가 못 하겠으면 내가 직접 하지.”평소의 우아한 귀부인 같은 기품은 온데간데없고 부모 없이 혼자 있는 어린아이의 가면을 직접 빼앗으려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시장통의 양아치와 다를 바 없었다.가면 아래 박예찬의 작은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이미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최현아가 진짜로 자기의 가면을 뺏으려 한다면 그대로 손이라도 물어뜯을 생각이었다.그때, 조금 전에 가게에서 옷을 챙기러 들어갔던 판매원이 옷들을 한 아름 안고 다시 나타났다.“고객님, 이 옷들은 어떠신가요?”갑자기 나타난 그녀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상황 파악이 안 된 판매원은 당황스럽게 주위를 둘러봤다.“다들 왜 여기 계세요?”다른 판매원이 급히 다가가 그녀의 팔을 툭 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영 씨, 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기 상황 안 보여?”“무슨 일 있어요?”안소영은 옷을 가득 안은 채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고 다른 판매원들은 서로 견제하느라 더 이상 그녀에게 친절히 설명할 생각도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야.”안소영은 점점 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박예찬에게 다가갔다. 심지어 자신의 앞에 떡하니 서 있는 최현아마저 아예 보지 않고 지나쳤다.“고객님, 이 중에서 집안 어른들께 선물할 만한 게 있는지 한번 봐주세요.”자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지나가는 안소영의 행동에 최현아는 순간 당황했다. 입사한 지 한두 달밖에 안 된 안소영이 그녀를 알아볼 리 없었다.순식간에 기분이 상한 최현아가 싸늘하게 말했다.“너 눈이 멀었어?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거야?”안소영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차분히 말했다.“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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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7화

최현아의 손이 막 박예찬에게 닿으려던 순간, 갑자기 누군가 그 앞을 막아섰다.“손님, 어떻게 어린아이를 이렇게 괴롭히세요?”안소영이 차갑게 말했다.최현아는 갑자기 나타나 자기 앞을 막고 선 여자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훈계야?”말을 마친 그녀는 막 다가온 매장 매니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매니저, 직원 교육을 이렇게 시키나요?”매니저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사모님, 무슨 일이 신지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나요?”최현아가 안소영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여자예요. 당장 해고하세요.”매니저는 안소영을 바라봤다.“안소영 씨,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사과드려. 이분은 우리 매장의 중요한 고객님이셔.”매니저는 안소영이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늘 가장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직원임을 알기에 해고하긴 마음이 아팠다.안소영은 물러서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매니저님, 이분께서 먼저 이 아이를 괴롭히셨습니다. 다른 분 아이의 가면을 강제로 빼앗으려 하셨어요. 만약 이 일이 우리 매장에서 일어난다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매장을 어떻게 생각하겠어요?”뒤에 서 있던 박예찬은 정의로운 점원의 모습에 마음속으로 존경심과 감사한 마음이 싹텄다.‘세상엔 아직 좋은 사람이 많구나...’매니저는 융통성이 부족한 안소영을 못마땅하게 흘겨보며 꾸짖었다.“그 입 다물어!”바로 그때, 박예찬이 안소영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당당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켜드릴게요.”또박또박한 아이의 말에 안소영은 자신 허리만큼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아이를 돌아봤다. 비록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아이의 품격과 단호함이 느껴져 안소영은 모성애가 솟구쳤고 이 아이를 더욱 지켜주고 싶었다.최현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안소영이라고 했지? 지금 당장 저 애의 가면을 벗기면 용서해 줄게. 해고도 없던 일로 해 주지.”안소영이 결연하게 고개를 저었다.“죄송하지만 아이를 괴롭히는 일은 못 합니다. 차라리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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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8화

경호원은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은 듯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급히 유남준에게 보고했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도련님이 보이지 않습니다.”“뭐라고?”유남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지만 특유의 냉정함으로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당장 백화점 모든 구역 CCTV 확인하고 출입구부터 전부 막아.”“알겠습니다!”경호원이 서둘러 명령대로 움직였다.전화를 끊은 유남준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박민정이 급히 물었다.“예찬이한테 무슨 일 있대요?”“별일 아냐. 아직 화장실이래. 아마 변비가 좀 있나 봐.”유남준은 박민정이 걱정할까 봐 서둘러 거짓말을 했다.“어린애가 변비라니, 집에 가는 길에 병원에 들러봐요.”옆에 앉아 있던 박윤우가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형이 변비였나? 난 처음 듣는데? 형은 건강 관리 엄청 잘하는데.”박윤우는 형인 박예찬의 생활 패턴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먹고 자고 화장실에 가는 모든 일이 정확한 시간에 이루어졌기에 이렇게 늦어질 리가 없었다.유남준이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형이 그런 사소한 걸 너한테 말하겠냐?”박윤우는 무언가를 납득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잠시 후, 경호원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고 유남준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됐어?”“도련님을 찾았습니다. 지금 6층 남성복 매장 안에 들어간 뒤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알았어.”유남준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민정아, 너랑 윤우는 여기서 잠깐 기다려. 나도 화장실 좀 다녀올게. 가서 예찬이 변비 상태도 좀 봐야겠어.”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알았어요. 얼른 갔다 와요.”유남준은 빠르게 매장을 빠져나와 곧장 6층으로 향했다.한편, 6층 남성복 매장 안에서는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몇몇 직원들이 안소영과 박예찬을 양쪽에서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점장님! 이건 범죄예요! 당장 놔요!”안소영이 격하게 몸부림쳤지만 직원들의 손아귀는 단단히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점장은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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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9화

유남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박예찬을 향해 걸어갔다.한편, 유지훈은 이미 박예찬의 얼굴에서 가면을 벗겨내고 있었다. 그러나 가면 뒤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의 손이 부르르 떨렸고 가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그의 눈앞에 자신을 전에 두들겨 팼던 박예찬의 얼굴이 드러나자 유지훈은 순간 창백하게 질린 채 말을 더듬었다.“예찬아, 네가 왜...”박예찬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 글자씩 힘주어 말했다.“당장 내 가면 주워.”유지훈은 감히 거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황급히 바닥에 떨어진 가면을 주워들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최현아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당돌했던 꼬마가 바로 박예찬이었다니!‘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전혀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했는데!’‘가만, 지훈이는 왜 저 애 말에 저렇게까지 순종적인 거야?’아들이 마치 박예찬의 졸개처럼 가면을 주워 드는 모습을 보며 최현아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남편이 한심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기 아들마저 이러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예찬아, 너였구나. 왜 미리 얘기 안 했어? 난 또 어떤 나쁜 꼬마인 줄 알고 깜짝 놀랐잖니.”최현아는 서둘러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속으로 아들의 비굴한 모습을 경멸하면서도 유남준 앞에서 감히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다.박예찬은 최현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지훈을 향해 말했다.“너 이 가면 마음에 드나 봐?”유지훈은 예전에 맞았던 기억이 떠올라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야.”“내가 산 가면이 싫다는 거야?”박예찬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유지훈은 더욱 겁에 질려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아, 아니야. 좋아해.”“맘에 들면 네가 써.”“어?”갑작스러운 상황에 매장 안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박예찬의 팔을 잡고 있던 직원도 황급히 손을 놓았다.박예찬은 천천히 유지훈 앞으로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가면을 다시 빼앗으며 말했다.“이건 내가 썼던 거니까 새 걸로 사줄게. 그걸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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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0화

유지훈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그제야 유남준의 얼굴에서 싸늘한 기운이 사라졌다.사실 유지훈도 제대로 된 교육만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말썽을 피우진 않았을 것이다. 예전에 유명훈이 곁에서 직접 키울 때만 해도 그저 응석받이 정도였으나 최현아가 맡아서 키우면서부터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철부지로 자라 점점 더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최현아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고 유남준이 정말로 아들에게 해코지할까 봐 걱정되어 서둘러 다가가 유지훈을 품에 안았다.“애가 아직 어려요. 너무 놀라게 하지 마세요.”지금의 그녀에게서는 조금 전의 오만한 기세를 찾아볼 수 없었다.한편, 가게 점장은 뒤늦게 유남준의 정체를 알아보고 온몸이 굳어버렸다.‘유 대표님의 아드님이었다니...’최현아를 잘못 건드리면 기껏해야 가게가 망하는 정도겠지만 유남준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아예 진주시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을 것이다.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유 대표님, 이건 정말 오해입니다...”점장이 이렇게 겁먹은 모습을 보이자 조금 전 박예찬을 붙잡았던 직원들도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우린 그저 점장님 말대로 했을 뿐인데 별일 없겠지?’가게에 들어오던 순간부터 유남준은 이미 박예찬과 한 직원이 몇몇 동료들에게 붙잡혀 있는 장면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었다.그는 점장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당신들한테 내 아들의 몸에 함부로 손댈 권리를 줬지?”점장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필사적으로 최현아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최현아는 고개를 돌리고 외면할 뿐이었다.‘저 여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난 분명히 저 여자가 시킨 대로 했는데...’“유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점장은 결국 혼자 모든 책임을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차마 유남준에게 최현아가 시켜서 했다고 밝힐 순 없었다. 두 사람은 친척 관계였으니 설령 말했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유남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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