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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죽기 전엔 못 놔줘: Kabanata 2081 - Kabanata 2090

2126 Kabanata

제2081화

유남준은 아들이 가게 직원 안소영을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앞으로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없었으면 합니다.”유남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점장은 황급히 허리를 굽히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예, 절대 없을 겁니다.”점장은 겨우 긴장을 풀고 숨을 돌렸다. 누군가의 인생이 타인의 손에 좌우된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절감했다.점장은 감사한 마음으로 박예찬을 바라본 뒤 안소영을 향해 눈짓했다. 오늘 안소영이 나서서 박예찬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아마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안소영은 박예찬에게 다가가 작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남자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아니에요, 소영 누나. 오히려 제가 더 고마워요.”그러고는 작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안소영에게 건넸다.“방금 누나가 골라 온 옷들, 전부 다 주세요.”그 한마디에 매장 안의 직원들과 점장은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금 안소영이 가져온 옷들은 하나당 거의 이천만 원이 넘는 고급 제품들이었는데 어린아이가 이렇게 흔쾌히 모두 구매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안소영은 감히 바로 카드를 받을 수 없어 아이 옆에 서 있던 유남준을 바라보았다. 박예찬은 아직 어린아이였고 스스로 결정할 수 없으니 부모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유남준은 안소영의 눈빛을 읽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모두 다 포장해 주세요.”그는 아들이 갑자기 성인 옷들을 사겠다고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승낙했다.“네, 알겠습니다!”안소영은 기쁜 마음으로 곧바로 옷을 포장하러 달려갔고 다른 직원들은 모두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번 매출만으로 소영 씨가 받을 수수료는 아마 새 차 한 대 계약금 정도는 될걸?”직원들은 유남준이 있는 한 아무도 안소영의 매출을 빼앗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점장조차 그녀의 수수료를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안소영은 계산대로 향하는 길에 목소리를 살짝 낮춰 박예찬에게 말했다.“도련님,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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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2화

경호원이 남자 옷이 담긴 쇼핑백을 양손에 가득 든 채 박예찬과 유남준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유남준은 자기 허벅지 높이도 안 되는 작은 아이를 내려다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남성복 매장은 왜 간 거야?”아이는 그 말을 듣자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아, 하랑 이모가 지나가는 길에 인우 아저씨 옷을 몇 벌 사 달라고 해서요.”박예찬은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했다. 유남준과 조하랑은 친분이 없고 조하랑은 엄마의 절친이었기 때문에 둘이 따로 연락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유남준이 조하랑에게 연락해 진위를 확인할 가능성은 없었다.역시나 예상대로 유남준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네 하랑 이모는 정말 널 많이 의지하는구나.”말과 달리 유남준은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조하랑은 김인우의 옷까지 챙기는데 박민정은 자신에게 옷을 사 준 적이 없었다.박예찬은 그의 표정을 금세 읽고는 작은 손으로 살짝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아빠, 사실 지난번에 엄마가 옷을 하나 사 오라고 했는데 아마 아빠 옷이었을 거예요.”아까 박예찬의 거짓말을 쉽게 믿었던 이유는 조하랑의 성격이 원래 엉뚱해서 그녀라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박민정은 달랐다. 그녀가 아이에게 어른 옷을 부탁할 리는 절대 없었다.유남준은 의심 가득한 눈으로 아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너 혹시 뭔가 눈치챈 거 아니야?”“네?”아이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사회생활을 위한 거짓말 솜씨는 아직 부족한 것 같구나.”유남준의 말에 박예찬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혹시 많이 속상하세요?”“내가 왜 속상하지?”유남준이 되물었다.“엄마가 나랑 동생들 옷만 사 주고, 아빠 옷은 안 사 줘서 서운하신 거 아니에요?”유남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내 감정이 그렇게 잘 드러났던가?’“그걸 어떻게 알았어?”“아빠 얼굴에 다 쓰여 있어요.”아들의 말에 유남준의 표정이 굳었다.어린아이도 알아챌 정도의 감정을 박민정은 눈치채지 못했고 역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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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3화

“변비?”박예찬은 당황해서 얼굴이 벌게졌다.‘내가 언제부터 변비였지?’유남준이 가볍게 기침하며 눈짓을 보내자 박예찬은 바로 상황을 알아채고 결국 억울하게 변비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네. 아마 요즘 물을 너무 적게 마셔서 그런가 봐요.”옆에 있던 박민정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더니 얼른 팔을 뻗어 품에 꼭 안았다.“엄마랑 이따 병원에 가 보자. 이렇게 어린데 변비가 웬 말이니?”아이가 정말 변비라고 생각하니 박민정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건 아이를 낳고 키워 본 엄마만이 알 수 있는 마음이었다.한편, 갑자기 엄마에게 안긴 아이는 얼굴이 불타는 듯 빨개졌다. 그저 변비를 인정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엄마의 위로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 품에 안겨 본 기분이었다.“괜찮아요, 엄마. 물을 더 마시면 금방 좋아질 거예요.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박예찬은 늘 이렇게 착하고 의젓한 아이였다.하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안 돼, 약이라도 사야겠어. 변비면 관장약이 필요할지도 모르잖아?”박민정의 얼굴은 진지했지만 아이의 얼굴은 묘하게 일그러졌다.‘모두 그 망할 아빠 탓이야. 하필이면 변비라는 거짓말을 하다니.’“그렇긴 한데 정말로 약을 안 사도 돼요.”아이의 작은 얼굴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고 유남준은 그런 아들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하지만 박민정은 이미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에서 관장약과 변비에 좋다는 약들을 주문하고 있었다. 그들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물품이 배달되었고 박민정은 아들에게 약을 건넸다.“우리 아가, 부끄러워하지 마. 사용할 줄 모르면 엄마가 도와줄게.”‘도와준다고?’박예찬은 관장약을 보며 마음이 심란해져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엄마! 저 혼자 충분히 할 수 있어요.”“그렇지, 우리 예찬이는 뭐든지 잘하지.”박민정은 사랑스러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변비 때문에 고통받을 아이가 안쓰러워 속이 타들어 갔다.“얼른 화장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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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4화

정수미가 떠난 후, 두 노인은 겉으로 크게 슬픔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미묘한 표정과 행동 속에는 여전히 깊은 아픔이 묻어나왔다.박민정은 두 분이 너무 외로워질까 걱정되어 매일 자신과 아이들의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보내며 자주 소식을 전했다.그러면 두 어르신도 영상통화로 아이들과 박민정의 얼굴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삶은 서서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했다.“민정아, 이번엔 올 수 있겠니?”외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노인은 손녀가 유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으니 모든 결정이 그쪽을 우선으로 생각할 거라 여겼다.박민정은 곧바로 타자를 했다.[남준 씨랑도 얘기했어요. 설이 지나고 나면 바로 두 분 찾아뵐게요.]“아이고, 너무 좋구나. 그럼 조금 일찍 와라. 나랑 네 외할아버지가 맛있는 음식 잔뜩 해놓고 기다릴게.”외할머니의 목소리엔 기쁨과 설렘이 가득 묻어났다.박민정도 덩달아 행복해져 외할머니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한편, 두 아이는 옷을 수도 없이 갈아입은 탓에 지쳐 방으로 들어가 쉬고 있었고 거실에는 유남준과 박민정만이 남게 되었다.박민정도 소파에 기대 쉬려고 하자 유남준이 슬그머니 다가왔다.“민정아.”갑자기 가까이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박민정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왜요?”“오늘 우리, 이대로 하루가 끝나는 거야?”유남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박민정은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무슨 말이에요? 뭐가 이대로 끝나요?”남자의 눈빛에 실망이 짙게 깔렸다.“아니야, 아무것도.”그는 고개를 돌려 불만을 드러냈고 그제야 박민정은 유남준이 뭔가 서운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무슨 일 있어요? 누가 당신 화나게 했어요?”박민정이 그에게 다가가자 유남준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당겼다.“모르는 척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거칠면서도 매력적으로 귓가에 울렸고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자 박민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빠져나가려 했지만 유남준은 더욱 단단히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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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5화

유남준이 부드럽게 박민정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당신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응?”“애들이랑은 떨어지기 싫어하면서 왜 나랑은 쉽게 떨어지려고 해?”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덧붙였다.“우리 둘이 남은 반평생을 함께할 사람인데 네 마음속 순위는 내가 제일 끝에 있는 것 같아서 좀 서운한데.”그제서 박민정은 그가 자기 아이들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아이들이 당신보다 중요하죠. 난 걔네를 내 목숨 걸고 낳았으니까요.”그 말에 유남준의 눈빛이 순간 미묘하게 흔들렸다. 박민정은 그 틈을 타서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예상치 못한 박민정의 행동에 유남준은 급히 일어나 뒤따라갔고 방문이 닫히려는 찰나, 이미 그가 먼저 손을 뻗어 문을 막았다.“문 닫는 이유가 뭐야? 설마 나보고 소파에서 자라는 거야?”박민정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집에 방이 그렇게 많은데 아무 데나 자면 되잖아요.”힘으로는 그녀가 그를 당할 수 없었다. 유남준이 살짝 힘을 주자 문이 열렸고 박민정은 다시 그의 품 안에 갇혔다.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유남준은 방문을 잠가버렸다.불이 꺼지고 바깥에서는 찬바람 소리만 들렸지만 방 안은 어느새 뜨겁게 달아올랐다.다음 날 아침, 눈 부신 햇살이 커튼을 뚫고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박민정이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앞에서 자고 있는 유남준의 얼굴과 마주했다. 너무 가까워 미세한 솜털까지 보일 정도였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부드럽게 만졌고 손끝은 천천히 내려가 그의 입술에 닿았다.그 순간, 유남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을 천천히 떴다. 아직 덜 깬 듯 잠기운이 묻어난 목소리였다.“왜 이렇게 일찍 깼어?”그는 나른한 목소리로 물으며 박민정을 더 꽉 끌어안았다.“좀 풀어줘요, 숨 막힐 것 같아요.”그제야 유남준은 힘을 조금 풀고는 다시 눈을 감으며 나른하게 말했다.“조금만 더 자자.”“벌써 9시예요. 빨리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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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6화

“시간 있어?”방성원이 물었다.마침 한가했던 유남준이 무심히 답했다.“어, 시간 많아.”“그럼 술 한잔할래?”혼자 있기도 무료하던 참이라 유남준은 곧바로 차를 몰고 제우스 클럽으로 향했다. 방성원이 미리 잡아둔 룸에는 그가 홀로 앉아 있었고 앞 테이블 위에는 이미 각종 고급술이 즐비했다.“빨리 와서 앉아.”방성원이 유남준에게 손짓했다.유남준은 그를 향해 곧장 걸어가 자리에 앉고는 잔을 들어 술을 한잔 단숨에 들이켰다. 한숨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갑자기 왜 나보고 술 마시자고 했어?”방성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기분이 별로라서.”그리고 그는 되레 유남준에게 물었다.“너도 연말이라 엄청 바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한가하게 술 마셔도 돼?”유남준은 말없이 또 한 잔을 비웠다.“너랑 비슷한 이유지. 나도 기분이 별로라서.”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들에게 진심으로 질투를 느낀 건 아니었다. 그 정도로 이상한 성격은 아니니까. 다만, 분명 박민정과 화해도 했고 관계도 좋아졌지만 늘 뭔가가 부족한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형수님이 기분 상하게 했어?”방성원이 슬쩍 묻자 유남준은 씩 웃었다.“너 언제부터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졌냐?”대답 대신 반문한 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설인하 씨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방성원은 숨이 턱 막혔다. 유남준의 말이 맞았다. 이 세상에서 그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설인하뿐이었다.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이자 유남준은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벌써 결혼한 지도 오래됐고 아이까지 있는데 너무 고민하지 마.”“응.”방성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들었다.사실, 그가 오늘 이렇게 기분이 다운된 이유는 설인하 때문이었다. 연말이 다가오니 설인하가 친정 가족들을 떠올리며 싸움이 벌어졌고 몇 마디 언쟁 끝에 결국 설인하는 그를 집에서 내쫓았다.자기 집에서 자기 아내에게 쫓겨난다는 게 얼마나 서글픈지 그는 태어나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원래부터 말수가 적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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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7화

오후 늦게 식사를 마치고 여유롭게 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현관을 열자마자 진한 술 냄새에 코를 찡그렸다.“이게 무슨 냄새야?”거실로 들어가 보니, 소파에 유남준이 만취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는 불편한 듯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무언가를 웅얼거리고 있었다.박민정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다.“남준 씨.”그는 깊은 잠에 빠진 듯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박민정이 진한 술 냄새에 미간을 다시 찌푸리며 집안 도우미에게 해장국을 준비시키려고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유남준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민정아... 민정아...”간절하고 애틋한 목소리 탓에 그녀의 심장마저 녹아내릴 듯했다.“나 여기 있어요.”박민정은 조용히 속삭였다.“민정아...”그는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며 중얼거리다 갑자기 입을 열어 물었다.“너 나 사랑해?”박민정은 순간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어린 연인들이나 물어볼 법한 질문이었다. 결혼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나고 아이가 넷이나 생긴 지금, 사랑 같은 감정을 굳이 확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당연히 당신을 사랑하죠.”박민정이 살짝 건성으로 말했다.“일어나서 얼른 씻어요. 몸에서 이렇게 술 냄새가 심한데...”유남준의 얼굴이 다시금 괴롭게 일그러졌다.“넌 나 사랑하지 않아. 날 싫어해...”박민정은 당황스러움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술기운에 칭얼대는 이 남자가 정말로 그 유명한 IM 그룹의 대표라니 믿기지 않았다. 문득 그녀는 회사 직원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졌다.장난기가 발동한 박민정은 슬며시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고 다시 한번 물었다.“남준 씨, 방금 뭐라고 했어요?”“넌 날 사랑하지 않아. 날 싫어해...”만취 상태임에도 그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또렷했다. 박민정은 웃음을 참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알았어요. 나 당신 안 싫어해요.”“싫어하잖아...”유남준은 힘겹게 눈을 뜨려 애썼지만 눈꺼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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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8화

유남준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려고 별장 안을 한참 거닐다가 결국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준비했다.그런데 욕실에 들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자,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얼굴 위로 짙게 칠해진 파운데이션, 붉게 발라진 입술, 심지어 또렷하게 그려진 눈썹까지. 이건 단순한 화장이 아니라 누가 봐도 악의적인 장난이었다.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은 하나뿐이었다.“박윤우!”이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이라면 그 녀석밖에 없었다. 이전부터 박윤우에게 수도 없이 당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했다.화가 치민 그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고 이내 급하게 수도꼭지를 열고 얼굴을 씻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물을 끼얹고 비누로 씻어내도 끈질긴 화장품 자국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거울 속에 비친 그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결국 그는 대충 물기를 닦고 성큼성큼 박윤우의 방으로 걸어갔다.그 시각, 박윤우는 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한창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화면 너머로 수많은 팬과 대화를 나누던 그때, 갑자기 방송 화면 한쪽에 우람한 남자의 실루엣이 등장했다.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단단하고 탄탄한 몸매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채팅창이 즉각 난리가 났다.「저 남자 누구야?」「몸매 장난 아니네.」「설마 윤우 너희 아빠 아니지?」질문이 폭주하는 와중에, 유남준의 차갑고 묵직한 목소리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퍼져나갔다.“박윤우,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설명 좀 해볼래?”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울리자 몇몇 팬들이 또다시 열광했다.「와, 목소리 진짜 멋있다. 완전 훈남일 듯?」「혹시 네 형이야?」박윤우는 팬들의 질문에 답할 틈도 없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하지만 아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유남준은 노트북을 거칠게 닫아버렸다.“아빠, 뭐 하는 거야?”박윤우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유남준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물었다.“오늘 또 무슨 못된 짓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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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9화

“좀 괜찮아요?”박민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유남준이 천천히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괜찮긴 한데, 얼굴에 뭔가 잔뜩 묻어서 씻어도 잘 안 지워지는데... 이거 어떻게 된 건지 알아?”박민정이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몰라요. 당신 들어왔을 때부터 있었는데 혹시 밖에서 취해서 다른 사람들이 장난친 거 아닐까요?”유남준은 그녀의 뻔한 거짓말에 살짝 화가 났다.“당신 이리 와봐.”박민정이 천천히 다가가자 그는 그녀를 확 끌어당겨 품속으로 꽉 안았다.“민정아, 나 속상해.”그는 작게 중얼거렸다.“그냥 누가 얼굴에 낙서한 것뿐이잖아요. 다음부턴 밖에서 술에 취해 들어오지 않으면 이런 일도 없을 거예요.”박민정이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유남준이 얼굴을 살짝 숙이며 물었다.“내가 술 마시는 게 싫어?”“조금씩은 괜찮지만,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으니까 앞으로는 조금만 마셔요.”“그래, 알겠어. 당신 말 들을게.”그가 흔쾌히 대답하자 박민정은 마음에 찔려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했다.“사실은...”박민정이 입을 열자마자 유남준은 큰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내 얼굴이 마음에 들면 얼마든지 장난쳐도 좋아. 하지만 앞으로는 거짓말은 안 돼.”박민정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알고 있었어요?”“당연하지, 모를 거라 생각했어?”유남준은 그녀를 보며 낮게 속삭였다.박민정은 얼굴이 달아올라 고개를 숙이며 작게 말했다.“미안해요. 당신이 술에 취해 잠든 모습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어요.”“다음부턴 안 돼.”유남준의 목소리에 애정이 가득했다.박민정은 그의 품 안에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다음부터 절대 안 그럴게요.”유남준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감으며 다시 잠들었다.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던 그는 박민정을 꼭 안은 채 잠결에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너니까 이런 짓도 용서하는 거야. 너를 어떡하면 좋을까.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데...”그의 잠꼬대를 들으며 박민정은 복잡한 감정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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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0화

매니저는 처음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당연히 괜찮지. 지금 명절이니까 다들 고향에 돌아가려고 하잖아. 네가 돈도 좀 더 벌고 동료들 부담까지 덜어주겠다니 참 좋은 생각이야.”박민호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밤에 일을 더 열심히 하고 낮에는 최민아와 함께 그녀의 부모님을 찾아뵐 생각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그녀의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더 잘 챙기고 싶었다. 그날 두 사람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박민호의 손에는 과일과 건강 보조식품이 든 여러 개의 봉지가 들려 있었고 병원에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런 박민호를 보고 최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이 살 필요 없었는데... 우리 부모님 몸이 안 좋으셔서 못 드시는 과일도 있어요.”“그래도 예의는 갖춰야죠. 지금은 어쨌든 제가 가짜 남자 친구니까, 하려면 제대로 해야 민아 씨 부모님도 안심하실 거예요.”박민호의 진지한 말투에 최민아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얼마인지 알려줘요. 제가 돈 드릴게요.”최민아는 그에게 부담이 갈까 마음이 불편했다. 박민호가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따져요. 이건 그냥 친구로서 처음 뵙는 자리에 드리는 선물이에요.”그 말을 듣고 최민아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박민호도 차에서 내리며 최민아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너무 춥네요. 얼른 들어가죠.”박민호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그렇게 추워요?”두껍게 껴입은 그를 보면서 최민아는 조금 의아했지만 박민호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청 추워요.”사실 그는 추운 게 아니라 긴장해서 몸이 떨리고 있었고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들어가면 따뜻할 거예요.”하지만 병원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의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지금까지 여자 친구를 여러 명 사귀어 봤지만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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