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병원에 다시 가겠다고 약속한 끝에야 최민아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부모님의 손을 꼭 붙잡고 한시도 놓지 않았다.“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요. 두 분의 병은 오랜 피로 누적이 원인이라고요. 치료만 잘 받으시면 곧 건강하게 고향으로 돌아가실 수 있어요.”최민아는 울먹이며 말했다.“이제 반년 정도만 더 치료받으면 우리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잖아요. 그러니 제발 이제는 몰래 떠나지 마세요.”“알았다, 알았어.”안순자가 딸을 가볍게 안아주며 달랬다.“착한 우리 딸,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최상철도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이번엔 엄마, 아빠가 잘못했어. 네게 사과할게.”그제야 최민아는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지었다.“다음부터는 절대 이러시면 안 돼요.”“그래, 알았어.”운전석 옆에 앉아 있던 박민호는 그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그에게도 박민정과 부모님이 함께했던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어느 순간 조금씩 멀어지더니 끝내 사라져 버렸다.부모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조차, 그는 크게 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다정한 가족을 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불쑥 밀려들었다.박민호는 애써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속으로 외쳐보았지만 창밖에 조용히 내리는 눈만이 아무 대답 없이 흩날릴 뿐이었다.그는 갑자기 자신을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는 곁을 지켰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는 고집을 부리며 찾아뵙지 않았다. 그 일을 지금에서야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그리고 문득, 누나 박민정도 자신에게 정말 잘해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자신도 그런 누나를 좋아했었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모든 것이 틀어지고 말았다.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박민호는 지난 기억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최민아가 병원비를 결제하러 간 사이, 부부는 조용히 박민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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