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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죽기 전엔 못 놔줘: Kabanata 2111 - Kabanata 2120

2126 Kabanata

제2111화

박민정은 동생의 부탁을 듣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동생이 말한 ‘친구’라는 게 누구인지 그녀는 이미 짐작이 갔다. 지금의 박민호는 예전처럼 화려한 생활을 누리던 때와는 달리 곁을 지키던 이들마저 모두 떠난 처지였다. 그가 이제 와서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최민아밖에 없었다.박민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알았어. 그 친구 부모님의 정보부터 보내 줘. 내가 사람을 붙여서 찾아볼게.”“정말? 고마워, 누나. 역시 누나밖에 없어.”박민호는 이전에는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누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과거 그녀가 대신 빚을 갚아 줬을 때도 이렇게까지 감사해했던 적은 없었다.박민정 역시 정말 동생이 변하긴 변했나 싶었다.“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르니까 너무 일찍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응, 그래도 고마워.”박민호는 곧바로 최민아한테서 그녀 부모님의 신상 정보를 받아 누나에게 보냈다.자료를 확인한 박민정은 예상대로였다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 친구라는 건 최민아였다.“너한테 하나 물어봐도 돼?”“응, 물어봐, 누나.”“너 어떻게 친구를 위해서 나한테 부탁할 생각을 다 했어?”과거의 그였다면 오직 자신만을 위해 누나를 찾았을 뿐, 남을 위해 도움을 요청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박민호는 어색하게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그게... 그 사람이 내 생명의 은인이야. 그러니까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해.”생명의 은인이라니. 박민정은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동생한테 아무리 많은 도움을 주었어도 그는 그것을 늘 당연하게만 여겼었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다니 믿기 어려웠다.“알았어. 일단 내 연락 기다려 봐.”“응, 부탁할게.”전화를 끊은 박민정은 곧장 밖으로 달려 나가 최민아에게 소식을 전했다.“민아 씨,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누나가 직접 나서서 사람을 찾겠다고 했으니까 분명히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그 말에 최민아의 눈빛에 다시금 간절한 희망이 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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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2화

박민정은 경호원에게 여관 주소를 보내달라고 한 뒤, 곧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자정을 훌쩍 넘긴 늦은 시각이었지만 박민호와 최민아는 여전히 밖을 헤매고 있었다.박민호는 전화를 받자마자 안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누나, 정말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박민정은 동생의 감사 인사에 별다른 반응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어서 가서 어르신들 모시고 돌아가. 그리고 그 친구한테도 잘해줘.”“알았어.”박민호는 연신 대답했지만 추위에 떨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곧장 최민아에게 소식을 전했다.“가요. 두 분 계신 곳을 찾았어요.”추위에 질린 최민아의 얼굴은 창백하게 얼어 있었고 말문을 열려고 해도 입술이 얼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재빨리 택시를 잡은 뒤 두 사람은 서둘러 차에 올랐다. 따뜻한 차 안에서 최민아의 몸이 조금씩 녹아들자 그녀는 다급히 물었다.“지금 어디에 계시대요? 무사하신 거죠?”“작은 여관에서 쉬고 계신대요. 별일은 없으시대요.”그 말에 최민아는 그제야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민호 씨, 누나 분께 대신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아니에요, 나중에 제가 직접 찾아뵙고 감사 인사드릴게요.”그녀는 말로만 감사를 전하는 건 부족하다고 느꼈다.“그래요. 두 분 병원에 잘 모시고 나면 내가 누나 주소 알려줄게요. 그때 직접 인사드리죠.”박민호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실종됐던 사람들을 찾은 기쁨에 두 사람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그들이 최상철 부부가 머물고 있는 여관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덧 날이 밝아 있었다.최민아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자 곧 안에서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엄마!”최민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질 듯이 북받쳐 올랐다. 안순자 역시 딸을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민아야, 네가 어떻게 여길 찾아왔어?”“엄마, 아빠,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셨어요?”최민아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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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3화

부모님이 병원에 다시 가겠다고 약속한 끝에야 최민아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부모님의 손을 꼭 붙잡고 한시도 놓지 않았다.“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요. 두 분의 병은 오랜 피로 누적이 원인이라고요. 치료만 잘 받으시면 곧 건강하게 고향으로 돌아가실 수 있어요.”최민아는 울먹이며 말했다.“이제 반년 정도만 더 치료받으면 우리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잖아요. 그러니 제발 이제는 몰래 떠나지 마세요.”“알았다, 알았어.”안순자가 딸을 가볍게 안아주며 달랬다.“착한 우리 딸,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최상철도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이번엔 엄마, 아빠가 잘못했어. 네게 사과할게.”그제야 최민아는 눈물을 닦으며 웃음을 지었다.“다음부터는 절대 이러시면 안 돼요.”“그래, 알았어.”운전석 옆에 앉아 있던 박민호는 그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그에게도 박민정과 부모님이 함께했던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어느 순간 조금씩 멀어지더니 끝내 사라져 버렸다.부모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조차, 그는 크게 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다정한 가족을 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불쑥 밀려들었다.박민호는 애써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속으로 외쳐보았지만 창밖에 조용히 내리는 눈만이 아무 대답 없이 흩날릴 뿐이었다.그는 갑자기 자신을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는 곁을 지켰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는 고집을 부리며 찾아뵙지 않았다. 그 일을 지금에서야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그리고 문득, 누나 박민정도 자신에게 정말 잘해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자신도 그런 누나를 좋아했었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모든 것이 틀어지고 말았다.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박민호는 지난 기억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최민아가 병원비를 결제하러 간 사이, 부부는 조용히 박민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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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4화

최민아는 원래 닷새만 휴가를 낸 상태였지만 부모님을 찾느라 휴가를 더 연장할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이제 모두 써버렸다.매니저와 간단히 통화를 마친 후, 그녀는 미안한 얼굴로 부모님에게 다가갔다.“엄마, 아빠, 병원에서 잘 요양하고 계세요. 전 이제 회사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래,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네.”최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민호와 함께 병원을 나섰다.병원 밖으로 나오자 최민아가 그에게 물었다.“아까 우리 부모님과 무슨 얘기 했어요?”박민호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두 분께서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걱정하시더라고요. 민아 씨와 민아 씨 가족 때문에 내가 힘들어할까 봐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내가 그런 거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아...”최민아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우리 부모님은 정말 너무 걱정이 많으세요. 사실 난 결혼할 생각조차 없는데...”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말에 박민호의 마음이 왠지 쿵 내려앉았다.“왜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결혼하면 좋지 않아요?”최민아는 걸음을 멈추고 먼 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대답했다.“결혼 자체는 좋죠. 그런데 나는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서요.”“무슨 소리예요? 민아 씨처럼 알뜰하고 요리도 잘하고 집안일도 척척 하는 사람은 완벽한 현모양처인데요.”그는 이내 서둘러 덧붙였다.“내가 말한 현모양처는 진심으로 칭찬한 거예요. 절대 민아 씨가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박민호는 회사에서 동료들이 최민아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던 일들을 떠올렸다.게다가 요즘 세상에 병든 부모를 책임지고 끝까지 돌보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최민아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민호 씨가 모르는 게 많아요.”그 말을 마친 후, 최민아는 발걸음을 재촉해 앞서 나갔고 박민호는 서둘러 따라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내가 뭘 모른다는 거죠? 민아 씨만 괜찮다면 나랑 결혼해요.”박민호는 말하고서 자신도 놀랐다. 최민아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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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5화

최민아는 하얗고 깨끗한 박민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 깊숙한 감정을 억누른 채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 나 정말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박민호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내가 말한 것처럼 혼인신고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민아 씨도 부모님께 보여주기 위한 거 아닌가요?”최민아는 오랫동안 말없이 망설이다가 마침내 어렵게 물었다.“민호 씨는 나 좋아해요?”박민호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고 최민아는 신중히 말을 이었다.“만약 민호 씨가 나를 좋아하는 거고 나랑 같이 있고 싶은 거라면 솔직히 말해주세요. 그런데 친구라서 도와주는 거라면 역시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함께 지낸 며칠 동안 최민아는 박민호가 참 괜찮다고 느꼈다. 적어도 그는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주었다.한참이나 지나서야 박민호는 다짐한 듯 솔직히 고백했다.“네. 민아 씨를 좋아해요. 솔직히 나도 왜 민아 씨가 좋아졌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민아 씨를 보면 잘해주고 싶은 마음밖에 안 들어요. 살면서 누구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고 싶은 건 처음이에요.”박민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최민아는 그의 진심 어린 고백에 오래도록 침묵하다가 조용히 대답했다.“그럼 우리 사귀죠.”“진짜요?”박민호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났다.“민호 씨가 우리 집이 싫지만 않다면요. 그리고 민호 씨 말대로 혼인신고 없이 결혼식만 올리도록 해요. 만약 나중에 누구라도 후회하면 언제든 자유롭게 헤어질 수 있게요.”사실 그녀 역시 박민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사랑을 시작해 보고 싶었다.“좋아요!”박민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최민아를 단숨에 끌어안았다.갑작스러운 포옹에 최민아는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안겨본 게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희미했다.하지만 이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지 자신도 알 수 없었기에 여전히 불안해졌다.예전에 그녀의 첫사랑 역시 아름답게 시작했지만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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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6화

박민정은 먼 창밖을 바라보며 동생에게 물었다.“만약 나 같은 누나가 없었다면, 혹은 내가 너 대신 빚을 갚아줄 능력이 없었다면 넌 어떻게 했을 거야?”박민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누나,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왜 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와줘. 내가 정말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그 말 이후, 침묵이 전화기 너머에서 길어졌다. 박민호가 안 되는구나 싶을 때, 박민정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네가 마지막이라고 말한 게 벌써 몇 번째인지... 이제는 너를 믿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누나, 이번엔 정말 달라! 믿어줘!”박민호는 다급하게 말했다. 박민정은 잠시 생각한 뒤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각서 하나 써놓자.”박민정은 각서를 적어두어도 동생이 정말로 지킬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각서? 우리 사이에 그런 게 필요해?”“싫으면 말고.”박민정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박민호는 서둘러 대답했다.“아냐, 쓸게! 써!”박민정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너한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하나는 네가 나한테 차용증을 써서 천천히 돈을 갚는 거고, 다른 하나는 내가 너 대신 다 갚아주는 대신 우리 앞으로 남남으로 지내는 거야. 난 이제 너한테 빚진 게 없는 거지.”애초에 그녀가 빚진 것은 박민호의 아버지였지 박민호가 아니었다.박민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연히 첫 번째지. 누나랑 절대로 연 끊을 수 없어. 지금 내게 남은 가족은 누나밖에 없단 말이야.”동생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 박민정은 평온하게 덧붙였다.“첫 번째를 선택한다면 조건이 하나 더 있어.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다시는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마.”박민호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렇게 할게.”“그럼 조금 있다가 문서 보낼게. 문제없으면 사인해서 보내.”박민정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동생이 이번만큼은 약속을 지켜 진짜 어른이 되어 주기를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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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7화

시간이 흘러 박민정이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민호는 최민아를 데리고 집을 찾아왔다.박민정은 눈앞에 수수한 차림으로 잔뜩 긴장한 채 서 있는 소녀를 보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부드럽게 말했다.“어서 와요. 여기 편하게 앉아요.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요.”박민정의 다정한 목소리에 최민아는 살짝 놀랐다. 사실 최민아는 박민정을 뉴스에서 보던, 중년의 부유한 사업가 정도로 막연히 상상했었다. 그러나 눈앞의 그녀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젊고 아름다웠으며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친절함이 온화하게 배어 나오는 사람이었다.“감, 감사합니다...”최민아의 목소리는 긴장한 탓에 살짝 떨렸다.그 모습을 본 박민호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의자 쪽으로 안내했다.“긴장하지 말아요. 우리 누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최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온 선물을 박민정에게 조심스럽게 건넸다. 백만 원을 훌쩍 넘는 고급 화장품 세트였다.“언니께 뭘 드려야 좋을지 몰라서요. 작은 성의니까 받아주세요. 저희 부모님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최민아도 자신의 선물이 박민정에게는 별것 아닐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둘러 덧붙였다.“그리고 이 안에 제가 직접 뜬 목도리도 하나 넣었어요. 날씨가 추워서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고마워요.”거절하면 최민아가 상처받을 것을 알기에 박민정은 선뜻 선물을 받았다.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다정한 말투로 덧붙였다.“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비싼 화장품까지는 사지 않아도 돼요. 민아 씨가 직접 떠준 목도리만으로도 충분해요. 목도리 정말 마음에 들어요.”박민정은 최민아의 형편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값비싼 선물을 받으니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박민정의 배려 깊은 말에 최민아는 마음의 위안을 얻은 동시에 그녀는 내심 궁금해졌다. 박민호와 눈앞에 있는 여자는 정말 많이 달랐다.박민호가 웃으며 덧붙였다.“봐요, 내가 말했죠? 우리 누나는 절대 그런 속물적인 사람이 아니라니까요.”최민아는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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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8화

최민아가 박민호의 손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민호 씨, 우리 그냥 간단히 두어 테이블만 준비하면 돼요.”말을 마친 그녀가 박민정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언니, 민호 씨 말 듣지 마세요. 저희 결혼식 같은 건 하지 않고 간단히 식사 정도만 하려고요. 민호 씨 말하길 언니가 지금 자기의 유일한 가족이라면서 꼭 언니가 와서 축하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최민아는 자존심이 강한 여자였다. 누구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았고 특히 더 이상 박민정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 박민정이 저택을 결혼식 장소로 내주는 걸 꺼리는 눈치였기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그러나 박민호는 여전히 마음이 내키지 않은 듯 뭐라고 더 말하려 했으나 최민아의 매서운 눈초리에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박민정도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간단히 몇 마디를 더 나누고는 그들을 떠나보냈다.둘이 떠나자마자 진서연이 서류를 들고 나타났다.“보스, 동생분이 그 최민아라는 여자분을 꽤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박민정이 웃음을 터뜨렸다.“진 비서도 봤구나?”서류를 가져오며 우연히 그 모습을 본 진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최민아 씨가 눈빛 한 번만 줘도 동생분 아무 말을 못 하던데요.”“그러게 말이야. 민호를 이렇게 꽉 잡을 수 있는 사람을 다 보게 될 줄이야.”한때 박민호는 어머니를 따라 윤씨 가문에 들어갔을 때, 윤석후나 윤소현에게 형식적으로만 공손할 뿐 실제론 반항적이고 제멋대로인 본성을 숨기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이제 한 여자 앞에서 꼼짝없이 순종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박민정은 동생이 앞으로도 이 마음이 변치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녀가 보기에도 최민아는 참 괜찮은 여자였고 분명 동생을 바른길로 이끌 수 있을 것이었다.“그러게요. 두 사람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변치 않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맞아, 나도 그러길 바라.”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서연에게 물었다.“아, 참. 민기 씨랑은 요즘 어떻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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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9화

방 안에는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다.박민호는 최민아가 화를 낼까 봐 급히 말을 꺼냈다.“민아 씨, 과거의 일은 다 지난 일이잖아요. 지금 나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절대 민아 씨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고 예전처럼 그런 망나니 같은 짓도 절대 다시 하지 않을 거예요.”최민아는 그의 말을 듣고 무심코 대답했다.“내가 민호 씨랑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민호 씨 과거는 신경 안 써요.”하지만 이내 그녀의 눈빛이 단단해졌다.“내가 화난 건 민호 씨 아까 한 행동 때문이에요.”“내가 뭐 잘못했는데요?”박민호는 이해하지 못한 듯 물었다.“어떻게 누나한테 집을 양보해 달라고 부탁할 수가 있어요? 그곳은 민호 씨 누나와 형부가 사는 집이잖아요.”“겨우 그 일 때문이에요?”박민호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누나는 내 가족이에요. 이런 작은 부탁 정도야 뭐 어때요?”그의 무심한 태도에 최민아는 더욱 화가 났다.“이런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요. 앞으로 우리는 무조건 우리 힘으로 살아가야 해요. 모든 걸 누나한테 기대지 말고요.”박민호는 그 말에 공감되지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앞으로는 민아 씨 말을 따를게요.”“네.”그 문제는 그렇게 넘어갔지만 최민아는 다시 다른 걱정거리를 떠올렸다.“참, 민호 씨 외할머니랑 다른 친척들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어떡하죠?”“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외할머니는 내 말을 제일 잘 들으시거든요. 내가 민아 씨를 좋아한다고 하면 분명히 싫어하지 않으실 거예요.”박민호는 노인들을 대하는 데 꽤 능숙했다.그리고 다음 날, 둘은 바로 김말숙을 만나러 갔다.김말숙은 처음에는 박민호가 자기 아들의 돈을 가지고 도망갔던 일 때문에 약간 화가 나 있었지만 손자가 선물을 잔뜩 들고 찾아오자 금세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집에 있던 한서진은 두 사람을 위아래로 흘끗 훑어본 후 그들이 가져온 선물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이거 다 합쳐도 십만 원도 채 안 되겠는데?”김말숙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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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0화

증손자 얘기가 나오자마자 노부인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의 무뚝뚝함을 싹 지우고 연신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래! 아들은 많을수록 좋은 거야. 아들을 많이 낳아야 집안의 미래가 밝은 거거든. 너희 두 외삼촌을 좀 봐라. 전부 딸만 잔뜩 낳더니 결국은 딸들이 시집에서 쫓겨나 우리 집으로 돌아왔지 뭐니. 참, 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러다 노부인은 화제를 돌려 다시 박민호에게 물었다.“그나저나, 지금 이 아이와 사귀고 있으면 유주아는 어떻게 된 거냐?”노부인은 아직도 그 부잣집 외동딸을 잊지 못했다.사실 박민호 역시 유주아와 결혼하면 앞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았다. 유주아는 물론이고 그녀의 부모조차도 자신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그 아가씨는 성격이 너무 까다로워서 도저히 못 맞춰줘요. 우리 민아가 훨씬 낫죠.”그러자 노부인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부잣집 애들은 원래 다루기 어려워. 차라리 말 잘 듣고 순순히 애나 낳아줄 평범한 여자가 좋지.”그러고는 아쉬운 듯 말을 이었다.“그런데 좀 아쉽긴 하다. 너 유주아네 부모가 얼마나 통 크게 돈을 쓰는지 모르지?”노부인은 그가 떠난 후, 자신이 직접 유주아의 집에 가서 돈을 뜯어낸 일을 자랑스럽게 털어놓았다.“정말로 돈을 받아내셨어요?”박민호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당연하지. 내가 가서 난리를 쳤는데 감히 안 줄 수 있겠냐?”노부인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박민호 역시 딱히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노부인의 능력에 감탄할 뿐이었다.“외할머니는 정말 대단하세요.”둘은 열띤 대화를 나누다가, 최민아가 방에서 나오자 곧바로 말을 멈췄다. 자신들이 한 행동이 외부인에게 떳떳하게 드러낼 만한 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했다.최민아와 박민호는 본래 가진 돈이 많지 않은 데다 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진주시에서 간단히 두 테이블 정도만 차려놓고 결혼식을 올린 뒤 부모님께 결혼했다고 알리기로 했다.박민호는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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