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자면, 빚을 진 사람은 박민정이 아니라 박민호였다.다만, 그는 좋은 아버지를 뒀다. 박민호의 양아버지는 예전 박민정에게 유난히 잘해줬고, 그 덕분에 박민정은 세상에 남겨진 그 사람의 유일한 아들을 차마 해할 수 없었다.“앞으로는 그 애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에요.”박민정은 담담하게 말했다.…눈이 녹고, 시간은 어느새 훌쩍 흘러 조하랑의 출산일이 다가왔다.튼실한 사내아이였다.그 소식을 들은 김훈은 감격한 나머지, 병실에서 기절할 뻔했다. 하필 병원 안에서 그 상황이 벌어진 덕분에, 의료진의 총력으로 가까스로 김훈은 회복될 수 있었다.그제야 김인우는 비로소 깨달았다.‘할아버지는 병을 가장한 게 아니라, 정말 예전 같지 않구나.’“할아버지, 푹 쉬셔야 해요.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김인우는 병상 앞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김훈은 손을 휘저으며 말렸다.“난 괜찮다니까. 넌 이제 아빠가 됐잖아. 하랑이 곁에 있어야지. 애 엄마랑 아이만 병실에 남겨두고 네가 여기 있으면 쓰냐.”“하랑 씨가 괜찮다고 했어요. 민정이랑 친구들이 곁에 있어 준다고요. 걱정 마세요.”오늘의 김인우는 유난히 침착하고 성숙했다. 예전의 철없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김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 멍청한 놈아. 하랑이가 지금 너한테 애를 낳아줬는데, 남편인 네가 곁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하랑 씨가 먼저, 할아버지 곁에 있으라고 했어요.”김인우의 설명에, 김훈도 더는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았다.“그럼, 여기 조금만 더 있다가 얼른 가. 예찬이가 여기 있으니까 난 걱정 말고.”옆에서 조용히 있던 박예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저씨, 얼른 가세요. 전 증조할아버지랑 있을게요.”김인우는 또박또박 말하는 예찬이를 보며 안심했다. 아직 어린 얼굴이었지만 믿음직스러웠다.“그럼 다녀올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그가 병실을 나서려는 순간, 김훈이 그를 불러 세웠다.“참, 아이 이름은 정했냐?”김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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