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1921 - 챕터 1930

1986 챕터

제1921화

도지아는 겉보기엔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이렇게 저급하고 악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오영준, 진정해.”도지아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진정은 개뿔, 너 원래 오영수랑 놀려고 온 거 아니야?”오영준은 쌀쌀하게 웃으며 멈추려 하지 않았다.“오영수랑 놀 수 있으면서 나랑은 왜 안 되는데? 난 오영수보다 훨씬 잘났거든? 특히 그쪽 기술은 비교도 안 되지.”그 더러운 말을 듣자 도지아의 속이 다 뒤집혔다.“오영준, 당장 비켜. 아니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도지아가 싸늘하게 경고했다.진서준을 따라 무도 수련을 계속해온 도지아는 이제 예전의 연약하고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기에 오영준 같은 껍데기만 멀쩡한 쓰레기쯤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하지만 문제는 이 사람이 오씨 가문의 사람이란 거였다.오영준을 때리면 일이 커질 게 뻔했고 결국 진서준한테 불똥이 튈 수도 있었다.도지아는 진서준을 도우러 온 거지 민폐 끼치러 온 건 아니었다.“얼씨구? 이거 제법인데? 근데 난 너처럼 말 안 듣는 거친 야생마를 진짜 좋아해. 길들이는 맛이 있잖아?”오영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열하게 웃더니 점점 다가와 도지아를 벽으로 몰아붙였다.“진짜 안 비킬 거야?”도지아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입에 들어온 고기를 누가 그냥 놓아?”오영준이 코웃음을 쳤다.“오늘은 무조건 내 여자가 되는 거야. 아무도 날 못 말려.”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영준은 도지아의 옷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그러자 도지아는 바로 주먹을 날려 오영준의 가슴팍을 강하게 후려쳤다.평범한 남자였으면 이 빠르고 묵직한 일격에 기절했을 것이다.“흥, 시시하군.”오영준이 코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오영준도 무공을 조금 배운 적이 있었기에 도지아를 얕본 것이다.하지만 도지아의 실력이 오영준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걸 알 리 없었다.오영준은 손바닥으로 도지아의 공격을 받아냈지만 바로 다음 순간, 얼굴빛이 확 변했다.오영준은 손이 찌릿찌릿하고 팔뚝 전체가 화끈거리며 아팠으며 도지아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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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2화

“네가 날 꼬셔놓고선 거액의 돈까지 요구했잖아.”오영준이 전혀 사실과 다른 거짓말을 태연하게 쏟아냈다.“말도 안 돼. 내가 왜 너 같은 쓰레기를 꼬셔?”오영준이 시퍼런 대낮에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해대자 도지아는 분노에 휩싸였다.“거참 말이 많네. 우리 오영준 도련님을 이 정도로 때린 건 사실이잖아? 당장 죄를 인정하고 벌받아.”경호원 대장은 도지아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난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도지아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단호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저년 잡아.”오영준이 손을 휘젓자 곧바로 10명 넘는 경호원이 일제히 덤벼들었다.도지아는 일반인보다는 훨씬 강했지만 실전 경험이 풍부한 경호원들을 상대로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십여 초도 안 되는 사이에 도지아는 온몸에 주먹질을 당했다.도지아의 빈틈을 노린 경호원 대장이 정확히 도지아의 복부를 걷어찼다.순간 도지아는 피를 한가득 토해내며 배를 감싸고 쓰러졌다.“씨X, 아까 날 사정없이 때렸지? 다시 한번 때려봐, 어?”오영준은 비틀비틀 다가와 도지아를 마구 걷어차고 주먹질했다.금세 도지아의 온몸엔 시퍼런 멍과 붉은 상처들이 번졌고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분이 풀리지 않은 오영준은 쇠몽둥이를 집어 들고 도지아의 팔다리를 사정없이 내려쳤다.“감히 날 때려? 네 사지를 박살 내주마.”오영준의 얼굴은 흉악하기 그지없었다.“으아악!”도지아의 비명이 장원에 울려 퍼졌다.몽둥이에 몇 대 맞자 도지아의 뼈들이 여기저기 부러져 나갔다.한참을 때리고 지친 오영준은 손을 휘저었다.“이 년 치워. 밖에 내던져.”...정오 무렵.진서준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이상하네,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데 도지아가 왜 아직도 안 돌아오지?”허사연도 이 상황이 무척 의심스러웠다.“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니야?”“내가 전화해 볼게.”진서준 역시 불안감을 느끼며 바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되었다.“도지아, 어디야?”“환자 보호자 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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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3화

진서준은 순수한 마음으로 도지아에게 약술을 배달하라고 시켰을 뿐인데 오영준이 감히 도지아를 강간하려 들었다.강간이 실패하자 부하들을 시켜 도지아에게 고문까지 했다니, 이건 짐승보다 못한 쓰레기였다.“진서준, 그 녀석 꼭 제대로 혼내줘. 당장 끌고 와서 지아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해.”허사연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잠깐만 기다려.”진서준은 단 한 마디만 남기고 병원을 나섰다.30분 후, 오씨 가문 저택 대문 앞.진서준은 얼굴에 살기가 가득한 채 천천히 다가갔다.“멈춰, 너 누구야? 여긴 오씨 가문 사저야. 아무나 들락거릴 데가 아니야.”문 앞의 경호원이 즉시 제지했다.“오영준을 당장 기어 나오라고 해.”진서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명령했다.“뭐라고? 방금 뭐라 했어? 우리 오영준 도련님더러 기어 나오라고 했어? 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경호원이 분노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한 번만 더 말한다. 전화해서 그 자식 기어 나오게 해.”진서준은 억지로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이놈이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소란을 피워? 얘들아, 이놈 잡아 오영준 도련님께 넘겨.”경호원 대장이 손을 휘젓자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진서준을 둘러쌌다.그 순간, 진서준이 땅을 박차며 체내의 기운을 폭발시켰다.쾅!산을 밀고 바다를 뒤엎을 듯한 기세가 일순간에 경호원들을 공중에 날려버렸다.“헐, 뭐야 저놈?”이 광경을 본 경호원 대장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이놈이 무공 좀 할 줄 아네? 근데 너 오늘 잘못 찾아왔어. 본관 정문 경호원 팀, 지금 지원을 요청한다. 여기서 누군가 소란을 피워.”대장이 무전기로 호출하자 곧바로 20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도착했다.“오영준을 안 부르겠다고? 그럼 내가 그놈 나올 때까지 너희를 죽도록 때려주마.”진서준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이윽고 진서준은 긴말하지 않고 바로 주먹을 날렸다.펑!눈 깜짝할 사이, 진서준에게 달려든 경호원들은 전부 나가떨어졌다.결국 남은 건 대장 하나뿐이었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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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4화

2팀 대장은 다시 진서준을 찬찬히 살폈다.“너 설마 그 여자 남편이야? 뭐 어쩌겠다는 건데? 복수라도 할 거야? 여긴 오씨 가문이야. 너 같은 어설픈 놈이 설치기엔 체급이 다르다고, 알겠어?”“너도 죽도록 패고 오영준도 가만 안 둘 거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서준은 주먹으로 대장의 배를 강하게 후려쳤다.펑!폭탄 터지듯 굉장한 소리가 울렸다.2팀 대장은 순간 총알처럼 뒤로 튕겨 나가더니 철문에 세차게 부딪혔다.순간 철문에 사람 반쯤 크기의 움푹 파인 자국이 생겼고 대장은 뼈가 모조리 부서진 채 피범벅이 되어 그대로 사망했다.“감히 사람을 죽여?”대장이 주먹 한 방에 죽자 다른 경호원들이 전부 얼어붙었다.아무리 진서준이 강하다고 해도 진짜로 오씨 가문 사람을 죽일 줄은 미처 몰랐다.“너 건방지긴 짝이 없구나. 미쳤어?”“우리 대장을 감히 죽여? 넌 오늘 여기서 절대 못 나가.”짧은 정적 후, 경호원들이 전부 칼을 뽑아 들고 진서준을 에워쌌다.하지만 진서준의 눈엔 감정이라곤 없었고 차가운 시선으로 남은 경호원들을 훑기 시작했다.“너희 중에 그 여자 때린 놈 있어?”그 눈빛에 겁먹은 몇 명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젠장, 뭘 무서워해. 저놈은 어차피 혼자잖아.”곧이어 정신을 차린 경호원들이 정신을 가다듬고 호통쳤다.여기는 오씨 가문이고 상대는 혼자이기에 절대 질 수 없었다.“이봐, 그토록 죽고 싶어 하면 우리가 네 소원을 들어주지.”“대답 안 해? 그럼 묵인한 걸로 하겠어.”진서준이 먼저 움직였다.진서준은 발을 박차며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쾅!그러고는 발차기를 날려 그중 한 경호원의 가슴팍을 강타했다.그 경호원의 가슴이 꺼져버리며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진서준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한 명씩 죽어 나갔다.불과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2팀의 열댓 명 전원이 사망했다.그제야 느긋하게 멀쩡한 얼굴을 한 오영준이 나타났다.피바다가 된 현장을 본 오영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야? 너였어?”오영준은 진서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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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5화

대문 앞에서 벌어진 소란에 오씨 가문 사람들도 전부 놀라 튀어나왔다.곧 많은 사람들이 대문 앞에 모여들었고 시체가 널브러진 처참한 광경을 본 순간 전원이 멍해졌다가 곧 분노가 치솟았다.“누가 이런 미친 짓을 벌였어? 감히 우리 오씨 가문 대문 앞에서 소란을 피워?”“우리 오씨 가문 사람을 죽여?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네.”“당장 정예 병력 다 불러. 오늘 범인이 누구든 간에 여기서 반드시 죽여야 해.”이때 오주화가 자기 아들 오영준을 발견하고 급히 다가왔다.“영준아, 이게 다 무슨 일이야?”“아버지, 저놈이에요. 저 진서준이라는 놈이 우리 집에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오영준은 뻔뻔하게 먼저 고자질했다.“뭐라고? 사람 죽인 게 저놈이라고?”오주화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더니 정말 진서준이 현장에 있는 걸 확인했다.그때 오영수도 현장에 도착했다.“진서준 씨,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오영수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물었다.누가 오씨 가문을 찾아서 소란을 피웠다길래 처음엔 그냥 어디서 굴러온 바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진서준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진서준 씨,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도대체 왜 우리 오씨 가문 사람들을 죽인 겁니까?”오주풍도 얼굴을 굳히며 진서준과 따졌다.얼마 전만 해도 진서준은 오씨 가문 어르신을 살린 은인이었는데, 며칠 만에 어쩌다 칼부림까지 가게 된 건가?“형, 이유가 뭐든 사람을 죽였다는 건 변명할 수 없는 죄야.”오주화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이 자식은 반드시 목숨의 대가를 치러야 해.”그러는 사이, 오씨 가문의 정예 병력이 전부 대문에 집결해 진서준을 포위했다.안에서 바깥까지 수 겹의 인원이 모여들어 진서준이 도망칠 구멍 따윈 아예 없었다.진서준은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오영준을 가리켰다.“난 도지아에게 너희 어르신 치료용 약술을 전달하라고 했을 뿐이야. 그런데 이놈은 도지아의 미모에 눈이 멀어 추잡한 짓을 하려 했고 되레 도지아에게 얻어맞자 경호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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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6화

욕까지 들은 오주화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저놈 사지를 일단 분질러 놔. 살아서 생지옥을 맛보게 할 거야.”그 순간, 진서준이 번개같이 몸을 튕겼고 눈 깜짝할 새에 오영준을 향해 돌진했다.그 속도는 초음속을 훌쩍 넘어섰다.“우리 아들 놔.”진서준이 오영준을 붙잡자 오주화는 분노로 눈이 뒤집혔다.“이봐, 뭐 하려는 거야? 날 인질 삼아 오씨 가문에서 빠져나가겠다는 거야?”오영준은 진서준이 겁먹어서 자기를 인질로 쓰려는 거라고 착각했다.“잘 들어, 네가 오늘 운 좋게 빠져나간다 해도 앞으로 대한민국 전역엔 네가 숨을 곳 하나 없어. 어딜 가든 우리 오씨 가문이 널 하늘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죽여버릴 거야.”진서준의 표정이 싸늘해졌다.“누가 널 인질 삼는다고 했어? 넌 도지아 손목을 부러뜨렸어. 난 도지아 복수를 하러 온 거야.”그 말에 오영준의 얼굴이 굳어졌다.“뭐야, 설마 내 손목을 부러뜨리겠다는 거야?”“손목 하나 부러뜨리는 건 너무 싱겁지. 난 네 팔다리를 전부 박살 낼 거야.”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서준은 발을 들어 오영준의 정강이를 그대로 내리찍었다.콰지직!오영준의 정강이가 즉시 부러졌고 그는 괴성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이 미친놈이 당장 동작 멈추지 못해?”오주화의 눈에서 분노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아들이 진서준 손에 있어 함부로 나서지도 못했다.“진서준 씨, 제발 진정하세요.”오영수도 이 상황이 몹시 당황했다.진서준은 필경 오지웅을 살려준 은인이니 오늘 경호원을 처치한 건 어찌 보면 눈 감고 봐줄 수 있었지만 오영준까지 다치게 하는 건 좀 과하다고 생각한 것이다.“진서준 씨, 제발 오영준을 풀어주고 대화로 풀어봅시다.”오주풍과 다른 사람들도 급히 진서준을 말렸다.“대화로 통할 사람도 있지만 주먹으로 말해야 통하는 놈도 있어.”진서준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었다.“이딴 놈은 무조건 육체적 고통을 느끼게 해야 해.”말을 마친 진서준은 다시 다른 한쪽 다리를 걷어찼다.이번엔 오영준의 정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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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7화

진서준은 결국 자리를 떴다.잔뜩 엉망이 된 현장을 바라보며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진서준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누구도 상상 못 했다.내공 무인이건 종사급 고수건 누구 하나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백 년 전, 오씨 가문이 아홉 후손 가문에서 독립한 이후로 이런 강적을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솔직히 말해서 진서준 혼자서 오씨 가문의 모든 고수를 상대로 싸운 셈이었다.무도 세계에서 오랫동안 이름을 떨쳐온 오씨 가문이 이번엔 체면이 완전히 바닥을 친 셈이었다.“이... 이 괴물 같은 놈은 도대체 뭐야?”오주화는 어느새 등까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이렇게 많은 고수가 있는데 젊은 청년 하나를 어쩌지도 못하다니, 꿈에서도 이런 꼴은 못 봤을 거였다.진서준에게 오씨 가문의 공격은 그냥 솜 주먹에 불과했고 정예들은 한 방도 못 버티고 다 나가떨어졌다.“넷째 삼촌, 이번엔 큰 사고를 친 겁니다.”오영수는 식은땀을 닦으며 속으로 경악했다.진서준은 깊이 잠든 호랑이였다.건드리지 않으면 조용히 있지만 한번 화나면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었다.잠든 호랑이를 건드린 게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지금 오씨 가문 사람들이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그 자식은 혼자잖아. 우리 오씨 가문 전체가 설마 그 자식 단 한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거야?”오주화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불만을 토로했다.“잊지 마, 우리 오씨 가문의 비장의 카드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어.”이 말에 오영수 일행의 표정이 굳어졌다.“넷째 삼촌, 매화 내위는 오씨 가문의 최종 병기입니다. 가문이 멸문당할 위기가 아닌 이상 절대 동원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할아버지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오영수는 급히 오주화를 만류했다.“내 아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내가 참고 넘어가라고?”오주화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저 녀석을 꼭 죽여야 내 직성이 풀릴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오주화는 바로 의사당 입구로 달려가 북을 쳤다.쿵! 쿵! 쿵!무거운 북소리가 세 번 울리자 오씨 가문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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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8화

“아버지, 바로 저입니다. 제가 매화 내위를 언급했습니다.”지목당하는 것보단 주동적으로 나서는 게 훨씬 나았다.“이유는 뭐지?”오지웅의 말투는 밋밋했다.“어떤 미친놈이 제 아들을 중상 입혔고 가문의 정예 백여 명도 처참하게 당했습니다. 그놈은 심지어 내일 해 지기 전까지 아들이 가서 사과 안 하면 살아서 생지옥을 경험하게 한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오주화는 긴장감을 참으며 억지로 이유를 설명했다.“저런 놈을 그냥 두면 언젠가 우리 오씨 가문에 큰 화가 될 겁니다.”“그래, 다 들었어.”오지웅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질문을 던졌다.“그러니까 네 말은 네 못난 아들 하나 때문에 우리 오씨 가문 전체를 희생하겠다는 거야?”“네?”오주화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아버지, 오영준은 아버지 친손주잖아요. 지금 얼굴도 알아볼 수 없게 맞았다고요.”오주화는 거의 울먹이며 하소연했다.“아버지가 예전엔 우리 영준이를 그렇게 예뻐하셨잖아요. 지금 저런 꼴이 되었는데 그냥 외면하실 겁니까?”“실력이 딸리면 죽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오지웅은 냉랭하게 오주화의 말을 끊었다.“복수하고 싶으면 네가 직접 싸워. 매화 내위는 절대 안 돼. 매화 내위는 우리 용의 호위대를 상징하는 최후의 카드야.”아홉 후손 가문은 저마다 특유의 최종 카드를 갖추고 있었다.용맥의 일족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그 최종 병기를 동원할 때 용맥 일족의 허락이 필요했다.용맥 일족의 허락 없이는 가주가 허락해도 임의로 움직일 수 없었다.“아버지, 용맥의 일족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요. 이젠 시대도 변했는데 우리가 아직도 용맥의 일족에 충성할 이유도 없잖아요.”오주화는 끝까지 아버지를 설득하려 했다.“누가 용맥의 일족이 사라졌다고 했어?”오지웅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안씨 가문의 연회에서 누군가 본인이 용맥의 일족이라고 밝히며 용왕의 부하라 자칭했어. 그 사람은 우리 아홉 후손 가문을 다시 모으려 해.”“네? 그런 일이 있었어요?”모두가 그 폭탄 발언에 경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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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9화

오지웅이 멀리 사라진 뒤에야 사람들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노인의 기운은 말 그대로 시체 더미를 딛고 올라온 진짜 강자의 기운이었다.그 압박감은 너무 강력해 웬만한 사람은 절대 버틸 수 없었다.“넷째야, 아버지가 분명히 말씀했잖아. 그냥 오영준을 데리고 가서 사과해. 안 그러면 아버지 성격상 진짜 너희 부자를 밖으로 던져버릴 수도 있어.”오주풍이 먼저 나서서 타일렀다.“그래, 우리도 오영준을 아끼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 녀석이 우리 오씨 가문 고수들을 전부 쓸어버린 걸 보면 절대 만만한 상대는 아니야.”둘째 오주림도 나서며 한마디 덧붙였다.“진짜 현명한 사람은 언제든 복수할 수 있어. 지금은 일단 오영준을 데리고 가서 사과하고 복수하는 건 이제 천천히 생각해 보자.”셋째 오주산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 있었다.오주화는 이를 악물고 한참을 고민했다.“알았어. 그럼 내가 영준이를 데리고 가서 사과하겠어. 하지만 이 빚은 평생 잊지 않을 거야. 진서준 그놈, 언젠가 내 손에 잡히기만 해봐. 절대 편히 못 죽을 줄 알아.”이미 오지웅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오씨 가문은 오주화에게 어떤 지원도 해주지 않을 것이다.오주화 혼자 힘으로 진서준에게 복수하겠다는 건 말 그대로 허황한 망상에 불과했다.현실적으로 지금 오주화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제대로 된 사과였다.자존심은 바닥을 쳤지만 적어도 오영준의 목숨은 지킬 수 있었다....한편, 진서준은 병원으로 돌아와 직접 도지아를 치료했다.하룻밤 푹 쉬고 난 도지아는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였다.진서준은 도지아 곁을 지키며 황예은과 허사연에게는 먼저 돌아가 쉬라고 했다.아침이 되어 도지아가 눈을 뜨자 진서준이 아침을 들고 들어왔다.“일어났어? 뭐 좀 먹자.”“고마워.”도지아가 미소를 지었다.“고맙긴, 내가 미안하지.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진서준의 눈에는 진심 어린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진서준,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가겠다고 한 나 자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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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0화

비록 50년산이면 그렇게 희귀한 건 아니지만 일반 가정에선 쉽게 구경도 못 할 보물이었다.“지아야, 이건 진짜 너 주려고 산 거야. 네가 안 받으면 그냥 버릴 수밖에 없어.”엄승현이 한발 물러서는 척하며 말했다.도지아가 낭비를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걸 엄승현은 잘 알고 있었다.역시나 이 말이 떨어지자 도지아의 이마에 주름이 살짝 잡히며 난감한 표정이 떠올랐다.“알겠어, 그럼 일단 이 인삼을 받을게. 하지만 다음부턴 절대 이렇게 비싼 거 사지 마.”도지아가 가벼운 말투로 귀띔했다.“알았어. 다음부턴 안 그럴게.”엄승현은 웃으며 대답했다.대화를 나누던 중, 엄승현은 옆에 조용히 서 있는 진서준을 발견했다.진서준을 본 순간, 엄승현은 며칠 전 체육관 링 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엄승현은 무의식적으로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괜히 또 주먹이 날아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지아야, 근데 네 몸은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거야? 누가 그런 짓을 했어?” 엄승현이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누군지만 말해. 내가 꼭 정의를 구현해 줄게.”엄승현이 가슴을 탕탕 치며 당당하게 말했다.“맞아 지아야, 엄승현 오빠가 있는데 누가 감히 널 건드리겠어?”“여긴 르벨이잖아, 엄승현 오빠의 눈치를 안 볼 사람은 없어.”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서 한마디씩 거들었다.하지만 다들 입만 열면 전부 엄승현 얘기였다.“그만해. 지아가 맞은 건 내가 알아서 처리했어.”진서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 지역 사람도 아닌 사람이 뭐 어떻게 처리해?”“엄승현 오빠는 우리 르벨에서 꽤 알아주는 인물이야. 인맥이나 배경은 네가 감히 비빌 수준이 아니야.”“그래, 너 싸움 잘하는 건 인정해.”엄승현이 인생 선배인 척 나섰다.“근데 이 세상은 주먹으로만 해결되지 않거든? 지금 세상은 인맥이나 출신을 따지는 시대에 들어섰어. 네가 그걸 알기나 해?”“내가 너희한테 나서지 말라는 건 너희를 위해서야. 도지아를 이 지경으로 만든 범인이 너희가 감당 못 할 사람이거든.”진서준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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