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1941 - 챕터 1950

1986 챕터

제1941화

하경범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온몸엔 상처가 가득했다.전부 다 예전부터 생긴 상처들로 보아 이건 분명 이시언에게 당한 고문 흔적이었다.하지만 하경범이 죽은 채 발견된 건, 진서준에게도 꽤나 충격이었다.“설마 이놈들이 하경범을 하씨 가문에 보내려던 중이었나?”진서준은 나름대로 추측했다.“그렇다면 이시언도 이미 잡혔겠네.”이 일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을 떠올리자 진서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아무래도 안씨 가문에 직접 가야겠어.”...같은 시각, 하씨 가문 저택에 시체가 한 구 들여왔다.하씨 가문 식구들이 시체를 보는 순간, 전부 표정이 확 바뀌었다.“경범아!”한 귀부인이 시체를 보더니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거기 누구 없어? 얼른 미경을 병원에 데려가.”중년 남자가 급히 소리치자 곧이어 여자 경호원 두 명이 달려와 쓰러진 여자를 들고 나갔다.“경범아, 내 아들 경범아!”아들의 끔찍한 죽음을 확인한 중년 남자는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이 중년 남자는 바로 하경범의 아버지 하인학이었다.하경범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지금, 아들을 끔찍하게 아끼던 하인학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누가 한 짓이야? 어떤 개자식이 우리 아들을 이렇게 만든 거야? 그놈 가족을 전부 몰살할 거야.”하인학은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문 앞에 이 시체를 가져다 놓은 놈은 대체 누구야?”하인학은 저택 대문을 지키던 경호원을 노려봤다.“가주님, 저희도 그게 누군지 모릅니다. 아까 CCTV를 돌려봤는데 온몸을 검은 트렌치코트로 감싼 인물이 시체만 놓고 갔습니다.”경호원 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너희는 왜 그렇게 무능해? 할 줄 아는 게 뭐야?”하인학은 욕설을 퍼부으며 분노를 터뜨렸다.“아버지, 여기 메모리 카드가 하나 있어요.”눈썰미 좋은 하경준이 메모리 카드를 주워들었다.“설마 여기 형이 죽는 장면이 찍힌 건 아니겠죠?”이 말에 하씨 가문 사람들 얼굴이 확 굳어졌다.요즘 미친 놈들이 사람 죽이는 범죄 영
더 보기

제1942화

“그럼 이 영상은 뭐야?”하인학은 테이블을 쾅 치며 고함쳤다.“누군가 일부러 우리 안씨 가문을 모함하려는 수작입니다.”안진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했다.“웃기지 마.”하인학은 안진천의 해명을 믿을 수 없어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모함할 데가 그렇게 없어서 하필 안씨 가문을 고른다고?”“하인학 씨, 일단 진정하시죠.”안진아가 나서서 중재하려 했다.“우리 안씨 가문이랑 하씨 가문은 별다른 갈등도 없었잖아요? 굳이 우리가 하인학 씨 아들을 죽일 이유가 있겠습니까?”안씨 가문은 가족 전원이 르벨에 이주한 뒤로 하씨 가문과는 거의 접점이 없었다.그러니 당연히 하경범을 죽일 만한 이유도 동기도 없었다.“너희가 무슨 이유로 우리 아들을 죽였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하인학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물론 하인학 역시 속으로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눈앞의 영상이 너무 확실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하인학 씨, 아드님이 언제부터 실종된 겁니까?”안진천이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며칠 전부터 안 보였어. 그땐 별생각 없었어. 또 어딘가에서 사업 얘기하는 줄 알았지.”하인학은 냉정하게 대답했다.하씨 가문의 사업 중 3분의 1은 하경범이 맡아 처리하고 있었기에 반 달쯤 연락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번에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렇다면 아드님은 이미 며칠 전에 피살됐을 가능성이 높군요.”안진천이 진지하게 말했다.“하인학 씨, 일단 영상 속 인물부터 제대로 확인하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이미 사람을 시켜서 찾고 있어.”하인학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전화가 울렸다.전화를 받자마자 하인학의 표정은 급속도로 어두워졌고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망할 놈들, 너희 안씨 가문한테 속을 뻔했잖아!”“하인학 씨,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모두가 놀라며 하인학을 바라봤다.“이시언이 직접 자기 입으로 인정했어. 너희 안씨 가문에서 시켰다고 말이야..”“그럴 리가
더 보기

제1943화

하인학이 떠나자마자 안씨 가문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큰일 났어, 우리 안씨 가문이 진짜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게 됐잖아.”“대체 누가 하경범을 죽이고 그 죄를 우리 안씨 가문한테 뒤집어씌운 거야?”“진짜 어이가 없네. 그 자식 내가 잡기만 해봐. 아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분노의 말들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원래 용왕 하나 때문에 다들 공포와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었는데 이젠 하씨 가문까지 전면전을 선포했다.이게 바로 내우외환이라는 거였다.“그만 징징대고 일단 아버지께 알려드리자.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쭤봐야지.”안진천이 모두의 불만과 짜증을 잘랐다.“내가 다녀올게.”안진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곧 안국성이 응접실에 도착했다.오는 길에 안진아가 이미 상황을 설명해 둔 상태였다.안국성은 위풍당당하게 응정실의 주석에 앉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방 안의 모두를 살펴봤다.“상황은 다 들었어. 하씨 가문이 전쟁을 원한다면 우리 안씨 가문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야. 다만...”안국성의 말투가 확 바뀌었다.“이번 살인 누명을 우리 안씨 가문은 절대 안 뒤집어써. 우릴 모함한 세력을 반드시 찾아내야 해. 물론 하씨 가문이 움직이기 전에 진범을 밝혀낼 수 있다면 더 좋고.”“할아버지, 진범이 누군지 진서준이 알아요.”안세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래? 진서준 씨도 와 있었어?”안국성은 그제야 진서준을 인식했다.“어르신.”진서준이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진서준이 나타나자 안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안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며칠 전에 안가인이 집을 나간 책임을 진서준에게 떠넘겼다.“네가 무슨 낯짝으로 또 안씨 가문에 기어들어 온 거야?”안진각이 책상을 내리치며 으름장을 놓았다.“오늘은 진범에 대해 설명하러 온 거야.”진서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서? 진범이 누구야?”안진아가 따지듯 물었다.“그 용왕이야.”이 말이 떨어지자 다들 술렁이기 시작했다.“네 말을 왜 믿어야 하지? 그리고 증거라도 있어? 증거가
더 보기

제1944화

“너 나이 들수록 왜 이렇게 점점 더 미련해지는 거야?”안국성이 아들을 나무랐다.“진서준 씨는 여러 번 우리 안씨 가문을 구해주셨어. 그런 분을 상대로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해?”“아버지, 그래도...”안진아는 여전히 억울해하며 억지로 반박하려 했다.“그만해, 난 영원히 진서준 씨를 믿을 거야.”안국성이 싸늘하게 안진아의 말을 자르고 곧바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진서준 씨, 가인이 증거를 내놓게 할 수 있겠습니까?”“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제가 안가인한테 하경범의 은신처를 물어봤을 때도 안가인 체내에 있는 독충을 빼내 주는 걸 조건으로 거래했거든요. 지금 와서 또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면 순순히 응할 가능성이 낮습니다.”“쳇, 뭔가 대단한 방법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고작 네 주장밖에 없네.”안진아가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근데 제가 진짜 하경범 시체 하나는 확보해 놓았어요.”진서준이 말을 이었다.“제 생각엔 하씨 가문 쪽에 간 시체는 가짜일 확률이 높습니다. 제가 이 진짜 시체를 직접 들고 하씨 가문에 가서 한번 진상을 파헤쳐 보죠.”용왕은 워낙 치밀하게 움직이는 놈이라 아마 처음부터 가짜 시체를 준비해 둔 것일지도 모른다.진짜 시체 없이도 대충 꾸며서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진서준이 진짜 시체를 가로챈 상황이라 용왕은 결국 가짜 시체를 하씨 가문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용왕은 하경범을 납치한 게 진서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진서준이 진짜 시체를 내놓지 못할 거라고 단정했다.“나도 같이 갈게.”안세린이 앞으로 나섰다.“좋아요, 그럼 진서준 씨와 세린이 함께 하씨 가문에 다녀오도록 하세요.”안국성이 이내 결단을 내렸다.“하씨 가문과의 전쟁은 우리 안씨 가문이 두려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혼란을 틈타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놈들이 나오는 건 절대 막아야 합니다. 그게 제가 가장 원치 않는 일입니다.”“알겠습니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안
더 보기

제1945화

시체 하나를 더 보고 나자 하경준은 말문이 턱 막혔다.순간 머릿속이 정지돼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잊어버린 듯했다.“이게 네 형이야. 관에 들어간 건 가짜야.”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뭘 근거로 관 속에 있는 시체가 가짜라고 하는 거야?”하경준이 정신을 차리곤 매섭게 진서준을 노려봤다.예전에 경매장에서 진서준과 얽힌 일이 있었던 하경준이기에 당연히 쉽게 믿을 리 없었다.“못 믿겠으면 같이 가서 그 가짜 시체를 확인해 보자고.”진서준의 말투는 여전히 태연했다.한없이 자신만만한 진서준을 보며 하경준은 잠시 망설였다.“너 날 속이기만 해봐. 넌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가지 못해.”상황이 상황인지라 함부로 진서준을 쫓아낼 수도 없었기에 결국 진서준은 차를 몰고 하씨 가문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아버지, 좀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하경준은 하인학 곁으로 달려가며 일러바쳤다.“무슨 일이야?”하인학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눈에는 깊은 슬픔이 가득했다.가장 아끼던 아들이 죽었으니 당연히 마음이 찢어질 터였다.“관 속에 있는 시체가 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하경준이 조심스레 말했다.“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 네 형 얼굴도 못 알아보겠다는 거야?”하인학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아니요, 당연히 구분할 수 있어요. 근데 그 진서준이란 놈이 우리 형 시체를 한 구 더 들고 왔어요.”하경준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하 가주님, 이쪽이 진짜 당신 아드님입니다.”진서준이 트렁크를 가리키며 말했다.그 말을 듣자 하인학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가갔다.그리고 트렁크 속의 얼굴을 보자 하인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하인학의 얼굴이 어둡게 일그러졌다.하경범의 시체가 두 구 있었다.하씨 가문이 도대체 누구에게 이 정도로 놀아난 거지?“무도 세계에는 인피면구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 얼굴을 본뜬 가면인데 아무리 봐도 진짜처럼 보이죠.”진서준은 시체를 가리키며 설명했다.“관 속에 있는 건 가짜고 트렁크 속의 이 하
더 보기

제1946화

그 눈빛은 진서준이 자기 아들을 죽였을 수도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진서준이 진범이 아닌 이상 관 안의 시체가 가짜라고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하 가주님 아들은 다른 놈들에게 납치돼 살해당했습니다. 그자는 스스로 용왕이라 칭했고 며칠 전에 안씨 가문의 연회장에서 난동도 부렸죠.”진서준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안씨 가문을 박살 내기 위해 이번엔 하씨 가문을 노린 겁니다. 하 가주님이 아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하경범을 제거한 거죠.”“아버지, 이 녀석 말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우리 형을 죽인 것도 이 자식일 수 있어요. 용왕 타령은 그냥 책임 돌리려는 거일지도 모릅니다.”하경준이 옆에서 불을 지폈다.진서준이 하경범의 시체를 찾아주긴 했지만 이 일 때문에 하경준과의 앙금이 사라질 리 없었다.“우리 아들 말이 맞아.”하인학의 표정은 한겨울의 얼음과도 같았다.“이번 일도 네가 꾸민 게 맞는지 아닌지 그걸 누가 알겠어?”“믿든 말든 상관없습니다.”진서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말문 막혔어?”하경준이 진서준을 비웃으며 말했다.“처음 만날 때부터 수상하다 싶었어. 이 판을 다 짜놓은 게 너일 수도 있어. 실은 네가 이득 보려는 거 아니냐고?”순간, 하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이 싸늘해졌고 분노로 이글거리는 시선들이 진서준을 향했다.“경준이 말이 맞아. 이놈이 범인일 가능성이 충분하지.”“일단 묶어. 고문해서 진실을 털어놓게 만들어야지.”“맞아, 고문을 버티면 그때 이놈 말을 믿어도 늦지 않지.”모두의 말에 진서준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말을 아끼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잠자코 당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다들 조용히 해.”하인학이 갑자기 호통치자 다들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네가 시체를 가져온 건 우리 하씨 가문과 안씨 가문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걸 원치 않아서지?”“그게 전부는 아닙니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가문 사이에 충돌이 없으면 안씨 가문의 전력이 유지되고 그래야만 그 용왕도 함부로
더 보기

제1947화

돌아오는 길에 안세린은 얼굴이 어두컴컴한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하씨 가문 쪽에서 자기 혼인 얘기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권세 있는 집안 중에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기타 가문과의 혼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현재 안씨 가문의 상황을 보면 하씨 가문과 손잡는 게 최선의 선택인 건 맞다.하지만 안세린은 하경준이 정말 싫었다.정확히 말하면 혐오에 가까운 수준이었다.그러니 두 집안의 혼인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네 할아버지가 분명 반대하실 거야. 하인학의 말 따위 신경 쓰지 마.”진서준이 조용히 위로했다.“할아버지는 안 반대하셔도 다른 사람들은 그럴 것 같지 않아.”안세린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았다.“예전에 너도 봤잖아. 우리 집안 사람들은 전부 하씨 가문을 적으로 돌리기 싫어하는 눈치였어. 이제 하인학이 전쟁 말고 혼인이라는 해법을 제시했으니 손해 없이 문제 해결된다면야 다들 두 손 들고 찬성하겠지.”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겉으론 하나로 뭉쳐있는 듯 보여도 안씨 가문는 사실 내부가 허술한 모래성과도 같았다.모두의 이익에 직접적인 해가 되지 않는 이상, 결코 하나로 뭉치지 않는 법이었다.안씨 가문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진서준과 안세린에게 달려들었다.“하씨 가문 쪽은 뭐래? 전쟁 멈추기로 한 거야?”“우리가 시신까지 직접 돌려줬는데 설마 또 깽판 치겠어?”“세린아, 말 좀 해봐. 하씨 가문 반응이 어땠어?”안진아가 안세린을 재촉했다.“하씨 가문 쪽에서 두 가지 선택지를 줬어요.”안세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천천히 말해 봐.”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안진천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씨 가문에서 제안한 건 제가 하경준에게 시집가는 거였어요. 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주일 후 전쟁을 일으킨다네요.”“네가 시집간다고?”모두가 그 말에 입을 떡 벌렸다.하인학이 이런 제안을 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제안은 그렇게 터
더 보기

제1948화

“서현아, 너까지 왜 끼어들어?”안진각이 인상을 찌푸리며 나무랐다.“세린이 싫다니까 우린 두 번째 길을 택하는 수밖에 없어.”안국성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결정을 내렸다.그 말에 모두가 멍해졌다.안국성이 고민할 생각도 없이 이렇게 빠르게 결단을 내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아버지,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하씨 가문은 그렇게 만만한 가문이 아닙니다. 우리 안씨 가문은 이미 백 년 전 그 안씨 가문이 아니잖아요.”안진아의 얼굴에 우려가 가득했다.“맞아요 아버지, 하씨 가문이랑 혼인 맺으면 우리한테 이득밖에 없어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안진각이 이익과 손해를 따져가며 설명했다.“하씨 가문이 그 용왕이란 녀석이랑 손잡고 우릴 공격하면 안씨 가문은 진짜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예로부터 혼인은 약자가 딸을 내주는 거였다. 우리가 정말 그 하씨 가문보다 약하다고 생각해?”안국성의 목소리가 냉랭해졌다.“하씨 가문이 진짜 우리랑 끝장을 보겠다 하면 난 천기 위대를 투입하는 것도 마다치 않겠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천기 위대는 안씨 가문의 최강 전투력이었고 안씨 가문의 숨겨진 비장의 카드이기도 했다.오씨 가문의 매화 내위와 동급인 천기 위대는 백 년 전 용맥의 일족을 위해 움직였던 호위대였다.그 전투력은 현대 무기로 무장한 군대에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정도였다.“아버지, 천기 위대는 함부로 동원하면 안 됩니다. 용왕이 천기 위대를 두려워해서 우리 안씨 가문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거잖아요.”안진아가 급히 안국성을 만류했다.“천기 위대를 쓸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하씨 가문이 결정하는 거야.”안국성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우리 안씨 가문이 지금은 좀 기운 빠진 건 인정해. 하지만 예전엔 아홉 후손 가문 중 하나였어.”“호랑이가 아무리 몰락해도 개한테 물려선 안 되지 않겠어? 둘째야, 하씨 가문에 가서 전해. 두 가문이 혼인으로 연합하는 건 동의한다고 말이야. 다
더 보기

제1949화

용의 친위대는 용맥 일족과 가장 가까운 호위 부대였다.인원은 300명을 넘지 않지만 실력만큼은 최강이었다.이 300명은 아홉 후손 가문이 함께 인재를 선발해 제공한 것이고 하나같이 재능이 넘치는 무도 천재였다.용맥의 일족이 이들을 인계받은 뒤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됐고 최대 십 년 안에 전원 대종사로 성장했다.그리고 이후, 용맥의 일족을 위해 생명을 바치며 호위하게 된 것이다.지금 눈앞에 있는 이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은 바로 과거 안씨 가문이 용맥의 일족에 바친 용의 친위대였다.용족의 대혼란이 터졌던 그날, 수많은 친위대 인원이 전쟁 중에 목숨을 잃어 겨우 서른 명도 남지 않았다.그리고 이 사람들 중, 병사하거나 자연사하면서 이제는 이 마지막 열여섯 명만 남게 됐다.이 열여섯 명이야말로 안씨 가문을 지켜줄 마지막 히든카드였다.하씨 가문이 진짜 칼을 들고 들어온다면 안국성은 이들을 풀어 하씨 가문을 피로 물들일 것이다.그 순간, 하씨 가문은 수뇌부가 무너지고 안씨 가문은 단숨에 승기를 잡게 된다.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국안부가 분명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지만 않을 거고 어디선가 숨어 있는 용왕 역시 이 천기 위대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터였다.“가주님!”열여섯 명이 안국성을 보자마자 발걸음을 재촉해 다가왔다.이들은 모두 안씨 가문의 후손이었는데 방계도 있고 직계도 있었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안국성보다도 나이가 많았다.“여러분, 제가 이분을 소개할게요. 이분은 바로 용맥 일족의 용자님입니다.”안국성이 손을 내밀어 진지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소개했다.“뭐라고요? 저분이 용자님이라고요?”“용자님이 아직 살아있었나요?”“그날 전쟁에서 용맥의 일족은 전멸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순간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진서준 씨는 틀림없는 용자님입니다. 용자님 등에 새겨진 용족의 일맥 문신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안국성이 조심스레 말했다.“진서준 씨, 이분들께 보여주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직
더 보기

제1950화

사람들은 격분해 목소리를 높였다.예전에 용맥의 일족 내부에서 반란만 없었더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용맥 일족의 손에 있었을 것이다.“그 배신자가 누군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곧 정체를 드러낼 겁니다.”안국성은 모두를 진정시키려 했다.“지금부터 진서준 씨가 여러분이 충성할 대상입니다. 당연히 우리 안씨 가문 역시 진서준 씨에게 충성할 겁니다.”이 말에 진서준은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안 어르신, 그건 너무 과한 말씀입니다. 저는 단지 아버지를 찾는 데 여러분이 도움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용자님, 저희는 태어난 순간부터 용맥의 일족을 위해 존재해 온 사람입니다. 용자님이 차기 용주님이니 우리가 충성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노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대장님 말이 맞습니다.”다른 사람들도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용자님, 너무 사양하지 마십시오. 용맥을 다시 일으킬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안국성 역시 거들었다.“좋습니다.”더는 거절할 수 없던 진서준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굳이 용자님이라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편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우리가 어떻게 감히 용자님 이름을 직접 부를 수 있겠습니까. 그런 무례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렇다면 도련님이라 부르면 어떻겠습니까?”노인이 제안했다.도련님이란 호칭은 용자보다 덜 요란하면서도 존중이 담긴 표현이었다.“그러죠.”진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진서준이 노인의 이름을 물었다.“도련님께 아룁니다. 제 이름은 안준기라 합니다.”노인은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안준기 어르신은 과거 친위대의 대장을 맡으셨던 분이시죠.”안국성이 한마디 덧붙였다.“앞으로도 대장 자리는 안 어르신께 맡기겠습니다. 다들 안 어르신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십시오.”“명 받들겠습니다, 도련님.”안준기를 포함한 전원이 몸을 숙이며 복종했다.“여러분은 잠시 휴
더 보기
이전
1
...
193194195196197
...
199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