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진의 평생에 누구에게 가장 미안하냐 묻는다면, 그 답은 의심할 필요 없이 양시연이었다.양석진의 보배 딸 양시연.양석진과 양지원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가장 불쌍한 사람은 아이였다.그래서 과거에 좀 더 신중할걸, 양지원이랑 좀 더 많이 대화해 볼 걸, 미리 양시연의 존재를 알아차릴걸, 하는 후회를 멈출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아봤더라도 양시연이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 텐데.하지만 양시연은 너무 착하고 순했다.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단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었고, 양지원과 양석진에게 늘 감동과 따뜻함을 안겨줬다.양석진은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창가의 작은 머리가 보였다.양시연은 모르겠지만 양석진이 피곤을 무릅쓰고 집으로 돌아오는 건 양지원뿐만이 아니라, 창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양시연이 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마음이 척척 맞는 부녀는 말 몇 마디에 사이가 퍽 가까워졌다.눈앞에 보이는 여러 웨딩드레스에 양석진이 물었다.“어느 드레스로 했어?”양시연이 손으로 가리켰다.양석진의 시선이 그 드레스로 한참 머물렀다.“사실 여기 있는 드레스를 모두 샀어요!”양석진이 의아해하자 양시연이 바로 말을 이었다.“이제 엄마랑 아빠랑 결혼할 때 여기에서 골라서 입으시면 돼요.”양석진이 조금 얼어붙었다.“엄마랑 결혼하실 건가요?”양시연의 질문에 문 앞까지 걸어가던 양석진이 자리에 멈춰서서 몸을 돌렸다.“어느 날 엄마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이면 연락을 해줘. 그럼 빨리 돌아와 설득해 볼게. 그러면 성공할지도 모르잖아.”양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양손을 등 뒤로 배배 꼬며 말했다.“좋아요! 제가 꼭 연락드릴게요.”양석진도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렇게 말했다.“너만 믿는다.”“당연하죠. 저만 믿으세요.”양시연은 과거 회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어느새 12시가 지나고 있었다.결혼식은 2시로 예정되어 있었고 드디어 조금씩 긴장한 마음이 들었다.여러 스태프가 양시연을 둘러싸고 메이크업과 웨딩드레스를 체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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