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쬐었고, 빽빽한 나뭇가지와 잎사귀 아래에서 작은 종아리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매우 편안해 보였다. 그의 본명은 원래 사정이었는데 그가 말이 너무 많는 이유로 어머니가 이름을 사정언이라고 바꾸었던 것이다. 사정은 침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입이 있는데 말을 안 하면 먹기만 하라는 것이냐고 투정을 부렸다. “아이고, 공주님. 여기 계셨군요. 제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세요?” 보주는 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들었는데,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어서 내려오세요. 왕야님과 왕비님께서 공주님을 찾고 계세요.” “보주 고모.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무슨 일로 날 찾으시는 거예요?” 나무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는 여유가 가득했다. “왕비께서 매산에 가신다고 하시는데,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보주가 물었다. 사정은 그의 말을 듣고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왔는데, 두 마리의 하얀 너구리가 그의 양쪽 어깨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신이 나서 말했다. “정말? 그럼 빨리 가자.” 너구리 두 마리, 현작 한 마리, 백호 한 마리는 작년에 사정의 곁에 온 것인데, 그는 그들을 아주 소중히 여기며 잘 키웠다. 송석석과 사여묵은 작은 홀에서 딸이 깡충깡충 뛰어오는데 두 마리의 너구리는 어깨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사정이 달려가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불렀다. “얘네들이 매일 너한테 꼭 붙어 있어서 덥진 않느냐?” 송석석은 손수건을 꺼내 그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머리카락에 묻은 나뭇잎을 때어주었다. 두 마리의 너구리는 원래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송석석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눈을 떠 호박색 눈동자를 드러냈다. 그러고는 나른하게 퍼진 자세를 바르게 한 후, 사정의 어깨에서 뛰어내려 밖으로 나갔다. “하나도 안 덥습니다. 얼마나 편한데요!” 사정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웃으며 얼굴을 갖다 대고는 말했다. “보주 고모가 어머니께서 매산에 내려가신다고 했는데 우리는 언제 출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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