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1611 - Chapter 1620

1663 Chapters

제1611화

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쬐었고, 빽빽한 나뭇가지와 잎사귀 아래에서 작은 종아리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매우 편안해 보였다. 그의 본명은 원래 사정이었는데 그가 말이 너무 많는 이유로 어머니가 이름을 사정언이라고 바꾸었던 것이다. 사정은 침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입이 있는데 말을 안 하면 먹기만 하라는 것이냐고 투정을 부렸다. “아이고, 공주님. 여기 계셨군요. 제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세요?” 보주는 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들었는데,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어서 내려오세요. 왕야님과 왕비님께서 공주님을 찾고 계세요.” “보주 고모.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무슨 일로 날 찾으시는 거예요?” 나무에서 들려오는 맑은 목소리는 여유가 가득했다. “왕비께서 매산에 가신다고 하시는데,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보주가 물었다. 사정은 그의 말을 듣고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왔는데, 두 마리의 하얀 너구리가 그의 양쪽 어깨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신이 나서 말했다. “정말? 그럼 빨리 가자.” 너구리 두 마리, 현작 한 마리, 백호 한 마리는 작년에 사정의 곁에 온 것인데, 그는 그들을 아주 소중히 여기며 잘 키웠다. 송석석과 사여묵은 작은 홀에서 딸이 깡충깡충 뛰어오는데 두 마리의 너구리는 어깨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사정이 달려가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불렀다. “얘네들이 매일 너한테 꼭 붙어 있어서 덥진 않느냐?” 송석석은 손수건을 꺼내 그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머리카락에 묻은 나뭇잎을 때어주었다. 두 마리의 너구리는 원래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송석석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눈을 떠 호박색 눈동자를 드러냈다. 그러고는 나른하게 퍼진 자세를 바르게 한 후, 사정의 어깨에서 뛰어내려 밖으로 나갔다. “하나도 안 덥습니다. 얼마나 편한데요!” 사정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웃으며 얼굴을 갖다 대고는 말했다. “보주 고모가 어머니께서 매산에 내려가신다고 했는데 우리는 언제 출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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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서리가 나뭇가지를 짓누르고 매화는 아름답게 피었다. 사정은 무공에 아주 높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여묵과 송석석의 좋은 점만 골라서 닮은 것 같았다. 사정은 매산의 많은 제자 중에서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무소위도 그 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사정이 자기와 아버지 중, 누가 더 강한 지 물었을 때 무소위는 애매모호하게 다 비슷하다며 각자 장점이 있다고 답했었다. 하지만 사정이 지금까지 배운 무공은 만종문의 무공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매산의 각 파에서 모든 무공을 배웠다. 사정이 매산에 금방 왔을 땐 피부가 하얗고 옥처럼 윤기가 나는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소도 달콤하고, 하는 말도 다정해서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없었기에, 각 파의 장문인들은 아낌없이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무술에 전념하고 내공과 심리법을 수련해서 더욱 차분하고 평온해졌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사정은 진성으로 돌아갔는데, 저택에서는 그녀를 위해 성대한 성년식을 올려주었다. 성년식을 성대하게 치렀으니 선물도 물 흐르듯 그녀의 방으로 보내졌다. 송석석은 붉은 채찍을 딸에게 선물하자 사정은 미칠 듯이 기뻐했다. 그는 어머니의 붉은 채찍을 오랫동안 노려왔었다. 하지만 예전엔 빌려달라고 해도 동의하지 않던 어머니가 그걸 선물로 줄 줄은 몰랐다. 사정은 어머니를 껴안고 얼굴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 “어머니, 이걸 저에게 주셨으니 다시 가져갈 수 없습니다.” 송석석은 퉁명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에게 줬으니 이젠 너의 것이다. 만자 고모께서 무슨 선물을 줬는지 뜯어보았느냐?” “아니요. 모두 마당에 두었어요. 어머니, 저와 함께 선물을 뜯으러 가시겠습니까? 보주 고모가 누가 준 것인지 기록해 두었어요.”송석석은 웃으며 흔쾌히 대답했다. “그래.” “순금 보석면은 내가 벌써 봤어요. 예쁘긴 한데, 저한테는 쓸모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머니도 이것과 비슷한 게 하나 있으시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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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송석석 부부는 지난 일을 떠올리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특히 송석석은 애초에 강제로 이 혼인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이렇게 행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세상일은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었다. 이때 돌개바람처럼 한 사람이 뛰어 들어왔는데, 누구인지 똑똑히 보기도 전에 사여묵의 품에 안겨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저에게 주신 선물 너무 좋습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 말에 사여묵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왜 또 이렇게 덤벙거리는 것이냐? 다 큰 아가씨가 좀 점잖게 굴어야지.”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여묵의 눈 밑에는 사랑이 넘쳐났다. 그는 딸의 비녀를 고정시켜 주며 말했다. “장식품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느냐? 네 어머니가 고른 것인데.” “좋아요, 다 좋아요.” 사정은 신이 나서 웃었다. 딸이 웃는 모습을 보고 있던 사여묵은 마음이 약간 멍해졌다. 사정은 자라면 자랄수록 송석석을 닮아갔는데, 이전에 매산에서 송석석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는 항상 이렇게 환한 미소를 지었었다. 시간이 지나자 송석석은 더 이상 그런 웃음을 본 적이 없었다. 기쁜 일이 있어도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지, 환하게 웃진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진 듯 가끔씩 기쁠 때 크게 웃기도 했는데, 어쩌면 시간이 그의 마음속에 먼지를 남겨 피투성이인 상처를 가린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렸다 하더라도, 그 상처는 평생 그와 함께 할 것이고 어떤 감정도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없을 것이었다. 부부든 친구든 딸이든 조카든 부모 형제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사여묵은 그런 생각을 하면 송석석이 너무 안쓰러웠다. “아버지, 왜 멍을 때리세요?” 사정이 물었다. 사여묵은 마음을 가다듬고 사정을 불러 앉히고 물었다. “방금 네 어머니와 네 혼사를 의논했는데, 네 뜻을 듣고 싶구나.” 사정은 깜짝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 “집에서 날 먹여 살릴 수 없게 된 거예요? 왜 이렇게 급하게 날 내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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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혜태비는 그런 자신감이 있었다. 게다가 요 몇 년 동안 지출은 별로 없지만 수입은 오히려 많아졌다. 궁에서 내리는 상은 물론이고, 여러 가문에서 보내온 선물까지. 게다가 후배들도 커서 스스로 자금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기에, 혜태비에게 효도 또한 아끼지 않았다. 특히 시만자는 혜태비에게 효도를 하는데 통이 아주 컸다. 혜태비는 하나뿐인 손녀에게 주는 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녀가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 있었는데, 백 년 후엔 자신의 모든 것이 손녀에게로 갈 것이라는 것이었다. 지금 모녀가 혜태비에게 도착했으니, 그녀는 또 사정이 매산에 무예를 배우러 간 일을 꺼낼 것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매산에 있는 건 아닌지 싶어서 그런다. 일 년에도 몇 번 돌아오지 못하지 않느냐? 게다가 나중에 강호를 떠돌겠다는데 여자 아이가 나가서 떠돌아다니면 어떡하니? 난 네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단다. 그놈은 말이 통하지 않고, 말을 해도 이하지 못하니 난 아무런 방법이 없다.” “할머니, 전 연약한 여자가 아니닙다. 제 주먹 좀 보세요.” 사정은 주먹을 불끈 쥐고 혜태비의 눈앞에서 흔들며 말했다. “전 한 주먹으로 멧돼지도 때려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혜태비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른 가문의 아가씨들의 손은 거문고를 타지 않으면 시를 쓰고, 그것도 아니면 가문의 장부를 정리하는데, 넌 멧돼지나 잡을 생각을 하다니. 우리 가문에 돼지고기를 사 먹을 돈이 없느냐?” “할머니.”사정은 혜태비에게 애교를 부리며 두 손으로는 목을 껴안고 말했다. “거문고를 타고 시를 쓰는 건 흔한 일이니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멧돼지를 주먹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걸요? 자랑스럽지 않으세요?” “응.”혜태비는 사정을 아끼지만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가 널 엄청 애지중지했는데 어떻게 강호에 떠돌아다니며 싸우는 것을 허락할 수 있겠느냐? 조금이라도 다쳐도 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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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그리고 성년식은 매산 만종문에서 한 번 더 거행되었고, 그게 바로 임양운이 진성에 와서 그녀의 성년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였다. 그는 매산에서 성년식을 치를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진성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만종문은 아마도 이렇게 즐거웠던 적은 오랜만인 것 같았다. 임양운은 붉은색의 긴 옷을 입고 마친 걸어 올린 폭죽처럼 장문인 정좌에 앉아 미소를 머금고 사제 무소위가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람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데다, 나이가 들어 점점 더 사교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가끔 시끌벅적한 것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처럼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손제자를 둘러싸 있는 것을 보면 마음속에 기쁨과 만족감이 절로 솟아올랐다. 다만, 또 다른 감정이 몰래 자라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은 제자 송석석이 안쓰러웠다. 열다섯 살 되던 해는 송석석 인생의 분수령이었고, 행복하고 근심 없던 소녀가 슬프고 침묵하는 큰 소녀로 변했다. 다행인 건 지금 송석석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소녀는 마음대로 즐겁게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가보지 못한 곳에 그녀가 대신 갈 수 있고, 어머니가 시도하지 못했던 생활방식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회에서 임양운은 술을 많이 마신 후 점차 마음을 열고 여러 문파의 장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자 더 이상 강호의 일에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제자들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산의 제자들은 마치 들판의 잡초처럼 한 세대 한 세대씩 자라면서 산 아래로 내려가 생계를 꾸렸고, 계속해서 새로운 제자들 또한 찾아왔다. 사부님들의 교양법도 나이와 경험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다. 송석석의 세대의 사람들은 이제 사정의 사백과 사숙뻘이 되었고, 매산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성년회에 참석하게 되었다.그들은 사정을 보며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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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그렇게 해서 두 젊은 아가씨는 말을 타고 성릉관으로 향했다. 사정과 쌍월은 사이가 아주 좋았는데 쌍월이 만종문에 도착했을 때 밥을 많이 먹기 부끄러워해서 사정이 그녀의 그릇에 음식을 가득 집어 주었다. 쌍월은 힘든 생활에 익숙해져서 요즘의 생활이 달콤한 꿈만 같다고 했다. 그럴 때면 사정은 웃으며 그녀에게 이건 평생 꿀 수 있는 꿈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목적지는 성릉관이었지만, 그들은 서두르지 않고 가는 길에 충분히 놀았다. 가는 곳마다 현지의 음식을 먹고 현지의 풍속과 인지상정을 알아갔으며, 결혼식도 몇 번이나 참석해서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성릉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눈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사정은 먼저 증조 외할아버지를 뵈러 갔다. 어르신은 비록 수염과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했지만 여전히 정정했다. 사정은 단정하게 절을 올렸다. 소 대장군은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으며 사정이 길에서 너무 꾸물거린다고 투덜거렸다. 일찍이 편지를 받아 사정이 온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한겨울이 되어서야 도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정이 길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소 대장군에게 들려주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 사람은 견문이 넓어야 한다. 증조 외할아버지가 몇 년 동안 성릉관에 갇혀 있어서 많은 곳에 가본 적이 없지만 이 성릉관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으니 유감은 없단다.” 그러자 사정이 말했다. “물론이지요. 성릉관은 증조 외할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지켜온 곳이니 할아버지의 집과 같겠지요.” “그렇지.”소 대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죽어도 이곳에서 죽고, 시신도 이곳에 묻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사정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너희들은 많은 곳을 보았으니, 이 성릉관도 제대로 구경해야 하지 않겠느냐?” “당연히 구경해야지요.” 사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성릉관의 모든 곳을 다 가볼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긴 증조 외할아버지께서 평생 지켜온 곳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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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다음 날, 사정은 쌍월을 데리고 성릉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놀았다. 남 씨는 원래 그들을 안내할 사람을 배치해주려고 했지만 사정은 싫다며 마음대로 돌아다니겠다고 했다. 성릉관은 변방의 마을이라 두 나라의 문화가 융합되어 신선한 것들이 많아 두 소녀는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경의 일부 간식은 성릉관에서도 먹을 수 있었는데, 사정은 순간 성릉관에서 소진 공방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따. 왜냐하면 공방은 여러 곳에 있었지만, 소진 공방은 진성에서 밖에 없는데 어떻게 성릉관에도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호기심에 돌아가서 남 씨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남 씨는 그녀에게 이곳의 소진 공방은 왕청여가 돈을 모아 설립한 것이며 진성의 소진 공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곳의 소진 공방은 단지 자수 공방일 뿐이며 자수 장인들이 공방으로 와서 수를 놓을 수도 있고 집에서 수를 놓아 소진 공방으로 가져와 팔 수도 있다고 했다. 성릉관에도 이혼한 여성들이 있었지만, 진성처럼 규칙이 많지 않아 대부분 친정에서 받아들였다. 그리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여자들은 공방으로 갈 수 있었는데, 공방에 사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사정은 당연히 왕청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왕청여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오랫동안 매산에 있어서 왕청여가 성릉관으로 왔는지도 몰랐다. 소문을 들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아서 금세 잊었다. “그럼 돈을 많이 벌었겠네요? 다른 사람들을 도와 물건을 팔았으니 분명 돈을 많이 벌었을 것입니다.” 사정이 말했다. “그렇지 않단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녀가 번 약소한 돈은 모두 공방의 임대료를 유지하는 데 쓰고, 대부분은 자수 장인들에게 줬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좋은 일을 한 거네요.”남 씨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게. 그녀에 대해 나도 들은 게 있는데,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깐.” 왕청여의 예전 일은 사정도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전북망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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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그들은 소주에서 현지 친구들을 여러 명 사귀었는데, 모두 거리를 누비는 상인들로, 광남동로 특유의 물건을 팔았다. 모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이었는데, 사정은 말로는 자기가 어른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그녀는 아주 귀엽고 작은 돌사자를 두 개 샀다. 광남동로 일대에는 사자춤을 푸는 풍습이 있었는데 설날이나 어느 집안에 기쁜 일이 있으면 사자춤을 요청할 수 있었다. 설날에는 특히 더 활기찼다. 소주에서 명절을 보낼 때, 민간에도 용춤과 사자춤 행사가 있었는데 사정과 쌍월 모두 빠져들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설을 보낸 후, 사정은 진성과 매산으로 편지를 보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광주부에 도착했을 땐 이미 2월이라 날씨가 춥지도 따뜻하지도 않아서 아주 적합했다. 사정은 먼저 광남동로의 환적사인 엄 대인을 찾아가 군주의 영패를 보여주었는데, 엄 대인은 즉시 그녀를 상빈으로 모시고 군주부의 건설 진행 상황을 알려주었다. 군주부는 광주의 중축선에 위치해 있어 관아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부지는 아주 넓었고 공인들과 장인들은 서둘러서 일을 하고 있었다. 엄 대인은 입주하려면 아직 반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사정은 광주에 방을 임대해서 살 계획이었는데 그녀는 엄 대인에게 관리들에겐 알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것이 싫었다. 엄 대인은 사정과 쌍월을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고 공남동도의 현재 상황을 그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광남동도의 주둔군은 한봉군이었는데, 원래 전전사 소속이었다. 몇 년 전 연왕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도적과 비적이 사방에서 나와 조정에서는 지방 주둔군과 현갑군을 보내 비적을 토벌했다. 그리고 현갑군에서 백 명을 이곳에 남겨두고 군사를 모집하여 한봉군을 설립한 것이었다. 원래는 사람이 적어 소주만 지켰지만, 지금은 광주부가 해외와 통상하여 많은 도적과 산적을 끌어들인 탓에, 주둔군이 소주에서 광주부로 이동을 한 것이었다. 원래 한봉군의 통제사는 현갑군 감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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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엄 대인은 광남군주가 어리고, 곁에 참모도 없고 소녀만 데리고 있으니 그녀에게 손을 대는 것은 매우 순조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완곡하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전선을 만든다는 상주문은 올린 지 오래인데 아직도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그들도 마음이 조급했다. 조정 또한 요 몇 년 동안 군대에 대해서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아서 이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그는 군주부는 금세 지어졌는데 고작 전선 몇 대를 만드는 것은 왜 우유부단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엄 대인은 마음속에 늘 불만이 있었지만 바꿀 수 없는 일을 강제로 바꾸는 건 좋지 않을 뿐 더러 미움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정에게 얘기를 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완곡하게 거절당하긴 했지만 그는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게다가 광남군주에게 미움을 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도와주지 않는 건 괜찮지만 만약 그녀의 미움을 사서, 섭정왕에게 나쁜 말이 들어가면 전선은 아예 희망이 없어질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정을 따뜻하게 대접하고, 그녀가 혼자 돌아다니며 구경하게 도와주었다. 다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이 되어 사람을 파견해서 몰래 보호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가 보낸 사람들은 금방 사정을 놓쳐버리고,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집을 잡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엄 대인은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군주가 만약 광주부에서 무슨 일이 생겨 섭정왕께서 추궁하기라도 한다면 그는 할 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속으로 원망했다. ‘곁에 호위 한 명 없이 계집애만 데리고 왔던데, 광주부에 익숙하지도 않고 말도 통하지 않는데 만약 누군가의 미움을 사거나 어떤 풍습과 규칙을 어긴다면 어떡하냐고? 아무도 그녀의 군주 신분을 모르는데 화를 당하기라도 하면 어쩌란 말인가? 정말 제멋대로군.” 그는 한요를 찾아가 이 일을 그에게 알리고, 군사를 이끌고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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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연말에는 화물이 주강으로 나가게 되어 부두도 점차 번영하게 되었다. 남해현에는 견직물이 많이 생산되었는데 모두 귀한 재료들이었다. 예전에는 배에 실을 때 미리 관청에 보고하면, 관청에서 도둑을 막기 위해 사람을 보내 근처에서 지켜보게 했지만, 지난 2년 동안은 도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일부 상인들의 집사는 일을 덜 하기 위해 꾀를 부렸다. 관청에서 사람을 보내려면 적어도 하루 이틀은 준비해야 했기에 짐을 싣는 것을 미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별 위험이 없다고 느끼고 바로 화물을 실으라고 명령했지만, 결국 항구를 떠나자마자 낡고 허름한 배를 대여섯 척 만났는데, 배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튀어나와 재빨리 상선에 갈고리가 밧줄을 던져 빠르게 올라갔다. 한 척의 어선 또한 빠르게 상선에 다가가, 배에는 선장을 제외하고 단 두 사람만 남아 있었는데 바로 사정과 쌍월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해진 옷과 거친 남자의 차림을 하고 부두에서 사나흘을 기다렸다. 그리고 엄 대인의 입에서 도적들이 소란을 피운다는 말을 들은 후 부두에 섞여 조사하기 시작했다. 방금 상선이 화물을 싣고 있을 때, 그녀는 누군가가 몰래 망을 보았고, 관병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들이 손을 쓸 것이라고 예측하고 어선을 빌려 따라가 보려고 했던 것이었다. 사정은 해적이 배에 오르는 것을 보고 즉시 쌍월을 데리고 경공을 펼치며 날아올랐다. 배에 탄 사람들이 방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벌써 싸움이 벌어진 뒤였다. 게다가 해적은 많았지만 상선에 용맹한 두 사람이 있어서 도적들을 모두 쓰러뜨렸다. 그 모습을 본 사정과 쌍월은 급히 가서 도와주었다. 비록 해적의 무공은 높지 않았지만, 석회를 뿌리고 몰래 화살을 쏘는 등 치사한 방법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일반 선원들에게는 소용이 있을지 몰라도 그 두 사람은 쉽게 피할 수 있었다.사정은 검은 옷을 입은 젊은 청년의 무공이 뛰어난 걸 보고 어릴 적부터 무술을 연마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렇게 그녀가 두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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