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이가 곁에 없었다면… 나는 분명히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안여옥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정언아, 네가 언젠가 혼인을 하게 되거든 널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단다. 그래야 그 사람이 너와 인생의 바람과 비, 서릿발 같은 고비도 함께 건너갈 수 있어.”사정언이 말했다.“저는 사랑을 믿어요. 제 아버지와 어머니도 서로 사랑하셨어요.”그녀의 집엔 항상 따듯함과 사랑이 가득했기에 그녀는 사랑, 혈연, 그리고 우정을 믿었다.안여옥이 다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정말 많이 아꼈단다.”사정언은 이야기의 뒷부분이 궁금해 다급히 물었다.“그럼...… 아이는 무사히 태어난 거예요? 그 시절을 어떻게 버텨내신 거예요?”그 시절의 안여옥은 매일 침을 맞고 약을 먹었으며 보양탕을 마셨다. 그러고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이 도는 듯 토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일어설 힘조차 없어서 심지어는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버거웠다.태아는 그녀의 양분을 빨아들이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는 아무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있는 것이었다.나중에는 토하는 게 견디기 어려워져 아예 안태약도 끊어버렸다. 노부인은 차라리 아이가 자연히 흘러내리게 두었다가 정 안 되면 낙태약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 편이 그녀의 몸에도 덜 부담이 될 것이란 판단이었다.이 결정은 물론 모두 단신의의 판단 아래 이루어졌다.그리하여 그녀는 안태약을 끊고 매일 보양탕과 미음만 조금씩 먹었다. 작은 숟갈로 떠먹는 죽조차 자주 토해내긴 했지만, 토한 뒤에도 다시 먹기 위해 노력했다.본래는 약을 끊으면 아이가 자연스레 없어질 줄 알았다. 실제로 약을 끊은 이튿날 다시 피가 새기도 했었는데, 약을 끊은 지 닷새째 되던 날, 피가 멎었다.아직 형체도 갖추지 못한 작은 생명이 세상에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그렇게 강하게 보여주었다.태아의 강인함, 그리고 남편과 시어머니의 지지와 사랑은 그녀에게 큰 힘이 되었다.그녀는 조금씩 덜 토하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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