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희는 너무 순진해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나를 만났으니 망정이지,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연소희는 잡아 먹혔을지도 모른다.“앞으로 다른 남자 앞에서 이러면 절대 안 돼. 알았지?”“저한테 다른 남자가 어디 있어요? 전 오빠뿐이에요.”연소희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 말이 아니라. 내 말은... 다른 이성 앞에서 궁금하다고 보려고 하면 안 돼.”“아, 알았어요...”연소희는 귀찮은 듯 내 말을 잘랐다.‘뭐야? 아무리 봐도 내 말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 것 같은데?’‘안되겠어. 연 화백님깨 말씀드려 남자 친구를 만들어주라고 해야겠어.’‘이러다가 언젠가 일 나.’날이 어둑해지자, 나는 얼른 연소희를 집에 바래다주었다.하지만 연소희는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떼를 섰다.“바보. 부모와 자식 간에 원한이 어디 있어?”“흥. 난 그런 아빠 둔 적 없어요.”“아빠는 버렸다 쳐도 할아버지까지 버릴 거야?”할아버지를 떠올리니 연소희는 아쉬움이 앞섰다.“우리 집에서 나한테 잘해주는 건 할아버지뿐인데. 할아버지는 지금 어떨지 모르겠네.’연소희는 그래도 할아버지가 걱정되긴 한 모양이었는지 결국 순순히 집으로 갔다.연상철은 여전히 다정하고 인자한 모습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런 독한 면모를 보였을 거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화백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연상철은 나를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려가더니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인가?”나는 완곡한 방식으로 연소희가 남녀의 일을 궁금해한다는 걸 말했다.“화백님, 제가 볼 때 소희도 이제 어린 애가 아닌데, 남자 친구 사귀는 게 어떤 것 같아요?”연상철은 워낙 현명한 분이라, 단번에 내 말을 이해하고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지. 알았네. 내가 남자 친구 소개해주도록 하지.”“네. 그럼 이제 별 일 없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나는 연소희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갔다.방에 들어섰지만, 윤지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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