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한번 가 봐.”이영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영희 앞으로 다가갔다.“이모님, 그만 화 푸세요. 몸에 해로워요.”내가 설득하자 이영희는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이제는 나까지 단속해? 정수호, 내 말 못 들었어? 지은이한테서 멀어지라니까, 전혀 귀담아듣지 않은 것 같네.”“이모님, 이모님은 화를 너무 참아 병이 났어요.”내 말에 이영희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어디서 겁줘? 내 몸은 내가 잘 알아.”“겁주는 게 아니라 진짜예요! 저 한의사라 얼굴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어요.”“제 생각이 맞다면 이모님은 자주 화내죠? 그리고 화를 참기도 하죠?”“자주 화를 참으면 기혈이 막혀요. 그런 증상이 오래가면 다른 병도 올 수 있어요.”“특히 유방 쪽 질병이요. 예를 들면 유방 결절, 유방 종양, 신경쇠약, 호르몬 불균형...”이영희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눈빛도 분노에서 서서히 불안함으로 변했다.“됐어! 정수호, 일부러 나 겁주는 거야?”이영희는 나를 노려봤다.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이모님, 이런 건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데, 제가 왜 겁주겠어요? 믿지 못하겠으면 인터넷에 검색해 봐요.”이영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말을 이었다.“저도 사실 이런 말 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이모님은 지은 씨 이모이고 제 이모기도 하니까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이영희는 또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말했지? 난 자네를 인정하지 않아. 나를 이모라고 부를 필요도 없어.”“네. 말했어요. 저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제가 이모님을 인정하는 것과 모순되지는 않잖아요.”“흥. 지금 이런 방식으로 나를 흔들려는 건가? 그렇다면 꿈 깨! 난 남자를 안 믿으니까.”나는 왠지 이영희가 남자에 불만이 가득한 것 같았다.‘아무리 내가 싫어도, 윤 회장님도 있고 남편도 있을 텐데, 두 사람은 좋은 점이 하나도 없나?’그렇다면 이영희가 남자한테 상처를 너무 받아 모든 남자를 혐오한다고밖에 할 수 없다.다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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