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Bab 1361 - Bab 1370

1737 Bab

제1361화

“하지만 이번 회의 참석자는 전부 중요한 분들이세요. 다들 며칠씩이나 준비한 거라서...”봉현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내일로 미루라고 했잖아. 못 알아들어? 대표는 나야.”안시현은 더 이상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봉현수는 거실을 몇 바퀴 돌아다니다가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곳엔 지예솔이 도우미들에게 식재료를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준비한 식재료를 보니 그녀는 고향 음식을 한 상 차리려는 듯했다.그 모습을 본 그는 괜스레 화가 치밀고 질투심이 피어올랐다.이제 그녀는 그 흔한 만두 하나도 자신에게 손수 빚어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연석이 온다고 이렇게 직접 온갖 음식을 준비한다고 하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그는 일부러 어두운 얼굴을 한 채 문가에 오랫동안 서 있었지만 지예솔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아이가 잠에서 깨어났고 그는 아이를 보러 가는 수밖에 없었다.아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그는 문득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바로 사람을 시켜 커플룩 세트를 주문하도록 했다.아이의 옷을 먼저 갈아입힌 뒤 그 아이를 품에 안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는 일부러 아이가 지예솔한테 장난을 치도록 유도하며 아이가 직접 고른 옷이라고 커플룩으로 준비했다는 말을 전했다. 금방 6개월을 넘긴 아기가 직접 옷을 고른다는 게 말이 될 리가 없었다. 지예솔은 아이의 장난에 정신이 팔려 도무지 요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결국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주방은 잠시 평온을 되찾았다.지예솔이 옷을 갈아입는 걸 본 봉현수는 재빨리 자신의 옷도 갈아입었다.드레스룸으로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성껏 매무새를 정리하기까지 했다.머리는 깔끔하게 고정했고 바지엔 주름 하나 없도록 세팅했다. 셔츠 소매의 단추는 전부 지예솔이 예전에 디자인한 것이었다. 거기엔 두 사람의 이름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거울 속 자신의 완벽한 모습을 바라본 그는 은근한 자부심을 느꼈다.잘생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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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봉현수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누구네 솔이라고요?”그의 옷차림을 본 지예솔은 그가 무슨 심산인지 바로 눈치챘다. 또 이렇게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연석 오빠는 나의 귀한 손님이에요. 여기 앉아 차를 얌전히 마시든지, 그게 싫으면 회사에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여기서 괜히 말썽 피우지 마시고요.”봉현수는 치미는 화를 티 내지 못하고 꾹 참고는 중얼거렸다.“그럼 여기 손님이랑 같이 있지 뭐.”그는 손님이라는 말을 유독 세게 씹어 말하며 정연석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지예솔은 정연석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주방으로 가 식사 준비를 하도록 도우미들에게 지시했다.그녀가 자리를 뜨자 두 남자는 그제야 억지로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가장 먼저 말을 꺼낸 건 봉현수였다.“저기요, M 국엔 왜 아직도 안 가고 계속 질질 끄는 거예요? 다시 압박해 드려요?”정연석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역시 그쪽이었군요. 잘 지내던 와중에 갑자기 해외로 보내더라고요, 그래서 의아했죠.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군요!”봉현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뻔뻔한 게 뭐 어때서요? 그래야 아내와 아이를 쟁취하죠. 그쪽은 결국 나한테 진 거예요. 시간을 백 번 되돌린다 해도 결과는 똑같아.”정연석은 화가 나 이를 악물며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너 같은 놈은 정말 인간 말종이야. 언젠가는 예솔이가 네 본모습을 알게 될 거고 널 떠나게 될 거다!”봉현수는 코웃음을 쳤다.“너야말로 고상한 척하지 마. 결국엔 쟁취하지 못해서 남의 아내랑 아이한테 눈독 들이고 있잖아, 위선자 주제에 구역질 나게!”정연석은 온몸을 떨며 분노했지만 곁에 있는 아이를 보곤 더 이상 말다툼을 이어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운산 요리는 저도 할 줄 알거든요. 주방 가서 좀 도와줄게요.”그는 말을 끝내고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봉현수는 두 사람만의 시간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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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3화

아이의 선물이 대부분이었기에 지예솔은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보았다.그 안에는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금으로 만든 팔찌, 좋은 의미가 담긴 은목걸이, 섬세하게 제작된 금 장신구들이 여러 개 들어 있었고 아이의 첫돌 선물도 미리 준비해 넣어뒀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 앞으로 온 선물 상자를 열었을 때 그녀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지예솔은 문득 손을 멈추고 멍하니 상자를 들여다보았다.그 안에 든 것은 최상급 품질을 자랑하는 옥 주얼리 풀세트였다. 그 초록빛은 완벽에 가까웠다.최근 지예솔은 온다연의 두 아이에게 줄 선물로 이 품종의 옥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다녀도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해 줄곧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이렇게까지 질 좋은 옥은 어디서도 만나지 못했다.그런데 정연석은 이 귀한 옥으로 만든 주얼리를 풀세트로 선물했다.게다가 디테일을 살펴보았을 때, 이 주얼리는 새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전문가인 지예솔의 눈으로 봤을 때 이건 아마도 오래전 황실에서 흘러나온 물건일 가능성이 높았다.값을 매기기조차 어려울 만큼 귀중한 물건이었다.그녀는 얼굴을 굳히며 얼른 상자를 덮으려 했고 마침 그때 봉현수가 그 안의 팔찌를 집어 들었다.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지다 험악한 안색으로 변했다.‘정연석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정씨 집안에서 며느리에게 대대로 물려주던 가보를 지예솔한테 줘? 저놈, 속셈이 너무 뻔한 거 아니야?’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던 그는 이내 억지로 감정을 누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물건은 좋은데, 너무 비싸네. 이런 건 선뜻 받기 어렵지.”지예솔도 이렇게 비싼 선물은 받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이걸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즉시 정연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연석 오빠, 이건 너무 비싼 선물이에요. 아이의 선물은 고맙게 받을게요. 근데 저한테 보내주신 건 정말 받을 수 없어요. 지금 바로 사람을 시켜서 돌려보낼게요.”정연석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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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어느덧 연말이 다가왔다.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설날 개봉 영화들이 흥행 열풍을 일으키곤 한다. 어떤 작품은 예매 수익만 해도 수백억 단위에 달할 정도였다.그중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는 주연아가 주연을 맡은 「패스파인더」였다.하지만 돈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더 높은 흥행 수익을 위해 주연아 팀은 다시금 예전의 현수연아 커플을 소환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하룻밤 사이, 봉현수와 주연아의 커플 포스터가 온 거리와 골목을 뒤덮었고 그와 함께 팬들도 빠르게 늘어났다.두 사람 모두 압도적인 외모를 지녔다는 점, 둘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라는 설정이 이 삭막한 시대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오로지 경제 뉴스 분야에만 얼굴을 비췄던 봉현수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자신이 국민 커플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인터넷에 자신과 주연아의 커플 포스터가 넘쳐나는 걸 발견한 그는 분노에 휩싸였다. 동시에 불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이걸 본 지예솔이 또다시 그를 보는 체도 안 할까 봐 걱정이 밀려왔다.지난 한 해 동안 그는 모든 관심과 에너지를 지예솔과 그녀의 아이에게 쏟아부었다. 주연아라는 골칫덩이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그런데 그가 직접 나서서 처리하기도 전에 주연아는 또다시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봉현수는 차가운 눈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훑으며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물었다.“안시현, 이런 뉴스는 왜 뜨자마자 눌러놓지 않았지?”안시현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작게 중얼거렸다.“전에도 그냥 흘려보내던 소식이라 이번에도 그 정도일 줄 알았습니다. 주연아 씨가 이렇게 선을 넘을 줄은 몰랐습니다...”퍽!봉현수는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안시현에게 던졌다.“나랑 몇 년을 일했는데 이런 일 하나도 제대로 못 처리해? 일 그만둬!”안시현은 입도 뻥긋 못 한 채 황급히 바닥에 흩어진 서류를 주워 담았다.봉현수는 당장이라도 그를 걷어차고 싶었다.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당장 헤드라인에서 다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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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5화

이런 미친 여자와 한 공간에 있을 땐 반드시 영상으로 찍어놔야 한다. 지예솔이 무슨 오해라도 하는 날엔 겨우 되돌려 놓은 평온한 나날들을 또다시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주연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가 창백해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현수 오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왜 갑자기 그런 말을... 전 당신의 약혼녀잖아요!”봉현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그런 몰골로 약혼녀 행세를 하겠다고? 너 같은 게 감히?”“어릴 적부터 못생긴 건 여전했어. 코를 높이고 눈을 키웠다고 해서 내가 널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내 약혼녀라고 내가 언제 인정한 적이 있었나? 상상력이 네 얼굴만큼이나 기괴해서 이해가 안 가네!”지금까지 그에게서 좋은 말을 들은 적이 없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모욕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터뜨렸다.“어떻게 그런 잔인한 말을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약혼했다고 봉씨 가문에서 말했잖아요!”봉현수는 진저리를 치며 짙은 짜증을 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를 걷어차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싸늘하게 말했다.“이게 마지막 경고야. 또 나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떠들어대면 다시는 이곳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 거야. 나 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그리고 봉씨 가문이 한 말은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너랑 엮인다는 건 정말 재수 없고 역겨운 일이야!”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상처 입은 표정을 돌아보지도 않고 휴대폰을 꺼냈다.“한이준, 네 신작 영화 말이야. 무슨 「패스파인더」? 여주인공 바꿔. 합성하든 대역을 쓰든, 어쨌든 바꿔. 그 얼굴만 보면 구역질 나니까.”“안 바꾼다고? 좋아,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손해가 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테니까.”“누굴 여주로 쓰든 상관없어. 주연아만 아니면 돼. 그리고 너희 소속사 연예인이 나랑 커플 마케팅을 하려고 하던데 지금부터 법적 대응 들어간다. 연예계에서 쫓겨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 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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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6화

그렇게 생각하자 눈물은 금세 멈췄다. 그녀는 봉현수를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현수 오빠, 저 다 알아요. 봉씨 가문에서 지예솔이랑 결혼하는 거 절대 허락 안 해줄 거예요. 그리고 오빠가 지예솔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 건 다 괜찮아요.”“오빠가 저랑 함께 있어만 준다면 눈감아줄 수 있어요. 명절이나 기념일, 아니면 한 달에 한 번 돌아와 주면 돼요!”“아이를 내 이름 밑으로 호적에 올려도 괜찮아요. 제가 책임지고 그 아이 키울게요. 봉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우면 사생아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될 거예요...”“닥쳐!”봉현수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내쫓고 싶었다.“너 제정신이야? 또 망상증 도졌냐? 내가 오늘 너 많이 봐줬지? 예솔이랑 내 아들을 네가 키운다고? 네가 뭔데?”정신 나간 여자 때문에 진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는 문 쪽에 서 있는 비서를 가리켰다.“너, 아까 이 여자한테 맞았지?”비서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봉현수는 싸늘하게 말했다.“열 배로 되갚아 줘.”비서는 얼떨떨해 있었다.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대표님...”봉현수는 차갑게 말했다.“내 말 안 들려? 열 배로 되갚아 주라니까. 못 하겠으면 내일부터 회사 나오지 마.”“지금 당장 해.”주연아는 본모습을 드러냈다.“현수 오빠, 저한테 이러면 안 되죠!”봉현수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누가 좀 와서 얘 입 좀 막아. 계속 오빠, 오빠 하니까 짜증 나 죽겠네!”보안요원이 곧장 들어와 주연아의 입을 틀어막았다.봉현수는 비서를 노려보았다.“얘 뺨 때려. 못 하겠으면 지금 당장 꺼져.”비서는 난감한 얼굴로 다가가 손바닥을 들었다.짝!짝!짝!경쾌한 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봉현수는 기분이 꽤 좋아진 듯한 얼굴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집에 도착했을 때 봉현수는 지예솔과 아이가 사라진 걸 발견했다.그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도우미에게 물었다.“솔이는?”“아까 온다연 씨가 차를 보내 사모님이랑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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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7화

온다연은 집안의 주인답게 부엌에서 도우미들을 지휘하며 긴 식탁 위에 차려낼 음식을 정리하고 있었다.지예솔은 임혜린, 임정아와 함께 작은 원탁에 앉아 있었고 그들은 지예솔이 직접 디자인한 주얼리들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감탄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때 봉현수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 앞에 서더니 꽃다발을 내밀며 아첨하듯이 말했다.“솔아, 네가 좋아하는 거야.”지예솔은 반쯤 핀 흰 목련을 힐끔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옆에 살며시 내려놓았다.그녀가 꽃을 받아들인 걸 본 봉현수는 마음이 한껏 들떴고 잠깐 아들과 놀아준 뒤 바로 한이준을 찾아가 따지기 시작했다.“어이,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아까 분명히 전화했잖아? 왜 그때 오늘 가족 모임이라는 말을 안 한 거야? 나 혼자 바보 됐잖아.”한이준은 그를 흘끗 쳐다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괜히 주연아 손본다고 설치는 바람에 내 업무량이 세 배로 늘어났거든. 그런 놈한테 내가 왜 일정을 알려줘야 해?”“꺼져, 귀찮게 굴지 말고.”잠시 후, 양념 갈비와 양념 소고기가 맛있게 구워져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나왔다.유강후가 직접 만든 특제 양념 덕분에 매혹적인 향을 자랑하고 있었다.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한이준도 계속 통화를 하다가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추에 고기를 싸더니 흐뭇한 얼굴로 임혜린에게 건넸다.“여보, 여보가 좋아하는 고기!”임혜린은 단정하게 잘린 단발머리에 깨끗한 인상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시큰둥했다.“그건 제가 예전에 좋아했던 거예요. 지금은 안 좋아해요.”한이준은 민망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작게 중얼거렸다.“사람들 다 있는데, 좀 봐줘, 응?”그러자 임혜린은 냉소를 지으며 쏘아붙였다.“왜요? 또 체면 안 세워준다고 섬에 가둬두기라도 하려고요?”한이준의 얼굴은 금세 굳어버렸다. 그는 얼른 고기를 치우고 이번엔 공들여 만든 고급 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 왔다.“이건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여기 디저트는 셰프가 직접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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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8화

그의 커다란 몸이 덮쳐와 숨조차 쉴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임혜린은 반사적으로 다리를 들어 그의 허벅지를 걷어찼다.“놓으라고요!”한이준은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손을 뒤로 꺾어 제압해 버렸다.“몇 달 만에 봤는데 여전하네, 여전히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군.”임혜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지금 안 놓으면 진짜 걷어차서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 거예요!”한이준은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풀어주었다.“여전히 드세기만 하고 매력은 전혀 없네.”“됐고, 잠옷이나 가져와. 나 씻을 거니까.”임혜린은 눈을 부라리며 쏘아붙였다.“손이 없어요, 발이 없어요?”한이준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의 턱을 건드렸다. 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말투도 여전하네. 너 이런 거, 너희 엄마도 알아?”“너희 엄마가 나 시중들라고 너 부른 거 아냐? 왜, 하기 싫어? 그럼 지금 당장 가서 말하지 뭐, 자기 엄마 부탁도 안 듣는다고...”그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이모님!”“한이준 씨!”“닥쳐!”임혜린은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잠옷 어딨어요? 가서 가져올게요.”한이준은 진작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늘 놓던 데. 챙겨서 욕실로 가져와.”임혜린은 이를 악물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그 안은 예전과 다름없이 한이준의 옷들로 가득 차 있었다.한씨 가문은 아시아의 연예계 산업의 절반을 손에 쥐고 있는 거대 가문으로, 명품 브랜드들은 한씨 가문의 막내아들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쏟아부었다. 그에게 보내오는 건 죄다 한정판으로 나오는 최상급 제품들뿐이었다.한이준의 드레스룸은 언제나 유행의 최전선을 걷고 있었다.그는 안목도 까다롭고 취향도 고급스러웠다. 그의 눈에 든 옷은 곧 유행 아이템이 되곤 했다.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에 걸려 있는 옷들은 전부 희귀 아이템이었다.임혜린은 속으로 이런 요란한 짓은 정말 질색이라는 생각을 하며 혀를 찼다. 예전처럼 잠옷이 있던 자리를 향해 가던 중,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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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9화

임혜린은 그런 말에 이젠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어머니의 남아선호 사상은 뿌리 깊었고 자라면서 이런 말은 수백 번도 넘게 들었다.오랫동안 써온 낡은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바해서 번 돈, 이제부터 단 한 푼도 동생한테 안 줄 거야. 엄마가 동생을 더 아끼고 사랑해도 나는 불만 없어. 근데 나도 돈이 필요해.”“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알바해서 번 돈 다 동생한테 쓰느라 나 자신한텐 한 푼도 못 썼어. 이제 곧 졸업하고 취직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없다고. 엄마는 정말 너무해.”어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몸을 돌려 임혜린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너 지금 나를 원망하는 거니? 그래, 네 동생 좀 더 챙긴 건 사실이야. 걔 태어난 지 며칠 안 돼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잖니. 어릴 때부터 몸도 약했고 그러니까 더 마음이 쓰였을 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를 소홀히 한 건 아니잖니...”임혜린은 더 듣고 싶지 않았다.“엄마, 나 갈게. 하던 거 마저 해.”어머니는 뒤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는 성격이 너무 강해서 탈이야. 조금이라도 손해 보면 못 참고... 앞으로 세상살이 얼마나 고될지 정말...”임혜린이 거실에 나오면서 한이준이 막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하얀 셔츠에 검정 슬랙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깔끔하고 단정했다. 마치 성에서 걸어 나온 왕자님 같았다.반면, 자기 자신은 여러 차례 빨아서 색이 바랜 옷을 입고 있었다. 임혜린은 순간 몸을 돌려 뒷문으로 나가려는 척했다.한이준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뭐야, 옷 하나 갖다주라니까 기분 상했냐? 못 버티고 나가겠다는 거야?”임혜린은 차갑게 대답했다.“원래 엄마 보러 잠깐 온 거였지, 여기에 머무를 생각은 없었어요.”한이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급하게 나가는 거 보니 허도현 만나러 가나 봐?”임혜린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고개를 돌려 해사하게 웃었다.“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그쪽은 곽혜영 만나러 가도 되고 나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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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0화

임혜린이 대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빨간 페라리가 그녀 곁에 멈춰 섰다.하지만 그녀는 한이준이 그렇게 친절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차창을 내리며 서늘한 웃음을 지었다. 그 고요하고도 날카로운 얼굴에는 조소가 어려 있었다.“허도현이 그렇게 매력 있나? 전 남친이랑 말 한마디조차 나누기 싫을 정도로?”혜린은 차갑게 웃었다.“그쪽이 내 전 남친이란 건 잘 아는 모양이네요. 전 남친이라면 죽은 사람처럼 사라져 주는 게 예의 아닌가요? 자꾸 나타나서 말 걸고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세요. 그렇게 구차한 모습, 진짜 찌질해요. 오늘 곽혜영 생일이잖아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또 무슨 짓 할지 모르니 얼른 가세요.”한이준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너 따위가 뭐라고 감히 해영이 이름을 입에 올려? 걘 너랑 달라. 돈만 보면 환장하는 그런 인간도 아니고 남의 침대에 함부로 기어들어 갈 만큼 천박하지도 않아.”임혜린은 분노로 손을 떨었다.“그래요, 나 천박해요. 돈이면 다인 여자예요. 그쪽 같은 놈 꼴도 보기 싫어요. 또 내 눈앞에 나타나면 곽혜영한테 전화해서 그쪽이 나랑 다시 잘해보려 한다고 할 거예요.”한이준의 얼굴이 굳어졌다.“그러기만 해봐.”임혜린은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꺼져요!”빨간 페라리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사라졌다. 임혜린은 점점 멀어져 가는 페라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탈력감으로 벽에 기대섰다.어쩌다 이 지경까지 와버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분명 어릴 땐 사이가 좋았다. 함께 숙제하고, 같이 등하교하고, 병약했던 그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으면 언제나 그녀가 앞장서서 막아줬었다.언제부터 틀어진 걸까? 그 납치 사건 이후부터였을까? 아니면 그가 곽혜영이 버린 생일 케이크를 건넸던 그날부터였을까?그때 그녀도 도망치지 못했다. 중간에 누군가에게 붙잡혀 결국 하루 동안 감금당했고 그와 함께 구조된 거였는데 그는 믿지 않았다.그녀가 돈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단정 지었다.두 번이나 해명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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