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커다란 몸이 덮쳐와 숨조차 쉴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임혜린은 반사적으로 다리를 들어 그의 허벅지를 걷어찼다.“놓으라고요!”한이준은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손을 뒤로 꺾어 제압해 버렸다.“몇 달 만에 봤는데 여전하네, 여전히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군.”임혜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지금 안 놓으면 진짜 걷어차서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 거예요!”한이준은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풀어주었다.“여전히 드세기만 하고 매력은 전혀 없네.”“됐고, 잠옷이나 가져와. 나 씻을 거니까.”임혜린은 눈을 부라리며 쏘아붙였다.“손이 없어요, 발이 없어요?”한이준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의 턱을 건드렸다. 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말투도 여전하네. 너 이런 거, 너희 엄마도 알아?”“너희 엄마가 나 시중들라고 너 부른 거 아냐? 왜, 하기 싫어? 그럼 지금 당장 가서 말하지 뭐, 자기 엄마 부탁도 안 듣는다고...”그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이모님!”“한이준 씨!”“닥쳐!”임혜린은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잠옷 어딨어요? 가서 가져올게요.”한이준은 진작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늘 놓던 데. 챙겨서 욕실로 가져와.”임혜린은 이를 악물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그 안은 예전과 다름없이 한이준의 옷들로 가득 차 있었다.한씨 가문은 아시아의 연예계 산업의 절반을 손에 쥐고 있는 거대 가문으로, 명품 브랜드들은 한씨 가문의 막내아들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쏟아부었다. 그에게 보내오는 건 죄다 한정판으로 나오는 최상급 제품들뿐이었다.한이준의 드레스룸은 언제나 유행의 최전선을 걷고 있었다.그는 안목도 까다롭고 취향도 고급스러웠다. 그의 눈에 든 옷은 곧 유행 아이템이 되곤 했다.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에 걸려 있는 옷들은 전부 희귀 아이템이었다.임혜린은 속으로 이런 요란한 짓은 정말 질색이라는 생각을 하며 혀를 찼다. 예전처럼 잠옷이 있던 자리를 향해 가던 중,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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