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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9화

Author: 손이영
임혜린은 그런 말에 이젠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어머니의 남아선호 사상은 뿌리 깊었고 자라면서 이런 말은 수백 번도 넘게 들었다.

오랫동안 써온 낡은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바해서 번 돈, 이제부터 단 한 푼도 동생한테 안 줄 거야. 엄마가 동생을 더 아끼고 사랑해도 나는 불만 없어. 근데 나도 돈이 필요해.”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알바해서 번 돈 다 동생한테 쓰느라 나 자신한텐 한 푼도 못 썼어. 이제 곧 졸업하고 취직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없다고. 엄마는 정말 너무해.”

어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몸을 돌려 임혜린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 지금 나를 원망하는 거니? 그래, 네 동생 좀 더 챙긴 건 사실이야. 걔 태어난 지 며칠 안 돼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잖니. 어릴 때부터 몸도 약했고 그러니까 더 마음이 쓰였을 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를 소홀히 한 건 아니잖니...”

임혜린은 더 듣고 싶지 않았다.

“엄마, 나 갈게. 하던 거 마저 해.”

어머니는 뒤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는 성격이 너무 강해서 탈이야. 조금이라도 손해 보면 못 참고... 앞으로 세상살이 얼마나 고될지 정말...”

임혜린이 거실에 나오면서 한이준이 막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

하얀 셔츠에 검정 슬랙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깔끔하고 단정했다. 마치 성에서 걸어 나온 왕자님 같았다.

반면, 자기 자신은 여러 차례 빨아서 색이 바랜 옷을 입고 있었다. 임혜린은 순간 몸을 돌려 뒷문으로 나가려는 척했다.

한이준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뭐야, 옷 하나 갖다주라니까 기분 상했냐? 못 버티고 나가겠다는 거야?”

임혜린은 차갑게 대답했다.

“원래 엄마 보러 잠깐 온 거였지, 여기에 머무를 생각은 없었어요.”

한이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급하게 나가는 거 보니 허도현 만나러 가나 봐?”

임혜린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고개를 돌려 해사하게 웃었다.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그쪽은 곽혜영 만나러 가도 되고 나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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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혜린은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아까 그 쇼핑몰 근처에 있어요.”송지원이 말했다.“알겠어요. 쇼핑몰 입구에서 기다릴게요. 그냥 몇 마디면 되는 일이니까 굳이 다른 장소로 옮길 필요는 없어요. 전화로는 하기 좀 그래서 그래요. 도착하면 연락해요.”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혜린은 쇼핑몰 입구에 도착했다.송지원은 이미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다가오자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몇 마디면 돼요. 여기서 얘기해요.”송지원은 한이준의 친구들 중 가장 신중한 사람이었다. 서른 초반의 나이에 이미 한 지역을 휘어잡는 자리에 올랐고 탄탄한 집안 배경과 막강한 인맥을 갖춘 인물이었다.평소의 인상 때문이었을까, 그는 한이준이 어울리는 무리 중 유일하게 임혜린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혜린 씨, 그동안 한이준이 못되게 군 거, 저도 잘 알아요. 오늘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심했고요. 하지만 그 모든 게 전부 걔 잘못만은 아니에요.”“지금 걔를 감싸려고 이러는 게 아니에요. 누구 편을 들 생각도 없고요. 그저 그날의 진실을 혜린 씨한테 알려주려는 것뿐이에요.”그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뱉었다.“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이준은 오랫동안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었어요. 상태가 많이 호전됐는데 혜린 씨가 북미로 떠난 이후로 다시 악화됐고 지금은 상태가 예전보다 훨씬 더 심각해진 것 같아요.”임혜린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이준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만방자하고 무슨 일이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남 탓부터 하던 자존심 강한 사람인데 그런 그가 정신질환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그녀는 믿고 싶지 않았다.송지원이 말을 이었다.“믿기 어렵겠죠. 하지만 이건 사실이에요.”“그날, 걔가 혜린 씨랑 같이 납치됐을 때 혜린 씨보고 먼저 도망치라고 했던 거, 기억하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혜린 씨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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