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예솔은 그 순간이 꿈인 줄 알았다. 눈을 반쯤 뜬 채로 나지막이 봉현수를 부르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봉현수는 손끝이 떨릴 정도로 기쁜 감정을 느꼈다.하룻밤으론 도무지 모자랐다.다음 날, 점심이 되자 지예솔은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눈을 뜨고 나니 어젯밤의 모든 일이 현실이었음을 깨달았다.그녀는 잠시 멍해졌다.그녀는 정말로 꿈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마음 놓고 조금만 더 방심해도 괜찮겠지 싶어서 그에게 열렬히 매달렸다.부끄러운 말들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말들을 다 쏟아내고 말았다.그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애초에 봉현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틈엔가 또다시 그의 유혹에 빠져버린 것이다.부끄러움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다. 그녀는 이불을 발로 몇 번 세차게 걷어찼고 이내 머리까지 뒤집어썼다.그때 봉현수가 우유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이불이 살짝 움직이는 걸 보고 그녀가 깨어났다는 걸 알아챘다.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을 꾹 누른 채, 우유를 협탁에 내려놓고 부드럽게 말했다.“점심 차려뒀어.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먹고 다시 자.”“솔아, 나 어제...”“화를 내도, 욕을 해도 좋아. 내가 참지 못한 거니까. 하지만 오늘은 섣달그믐날이야. 쫓아내지만 말아줘. 네 옆에서, 우리 아이와 함께 새해를 맞고 싶어.”지예솔은 벌컥 이불을 걷어내고는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당신만 잘못한 건 아니에요. 난 그게 꿈인 줄 알았으니까요. 약, 약을 먹어야겠어요.”봉현수는 잠시 멍해졌다.“무슨 약?”지예솔은 시선을 떨구었다.“무슨 약이긴요? 어젯밤, 아무런 조치도 안 했잖아요. 우리 아이 아직 너무 어린데 지금은 임신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야 모르겠지만 최소한 아이가 좀 더 자란 뒤에 생각하고 싶어요.”봉현수의 눈동자에 실망의 기색이 짙게 드리웠다. 목소리마저 한층 가라앉았다.“앞으론 약 먹지 마. 내가 먹을게. 계산해 봤는데 어제는 안전해. 걱정할 필요 없어.”지예솔은 단호히 말했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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