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 Chapter 1371 - Chapter 1380

All Chapters of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Chapter 1371 - Chapter 1380

1381 Chapters

제1371화

임혜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네, 제가 그 사람 딸이에요!”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어머니께서 심장병이 발작했습니다. 동시에 신부전도 진단됐어요. 우선 1억 원 정도를 준비하세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초기 비용이고 이후의 치료비는 예산이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1억이라니, 임혜린은 숨이 턱 막혔다.“선생님, 지금 그만한 돈은 없어요. 우선 치료부터 시작해 주세요. 금방 어떻게든 마련해 볼게요.”“안 됩니다. 이런 사람들 병원에서 하루에도 몇 명씩이나 봅니다. 우리는 병원이지 자선단체가 아니에요. 돈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다른 병원으로 가보세요. 작은 병원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다만, 지금 어머니 상태는 아마 우리 병원이 아니면 수술이 불가능할 겁니다.”...통화를 마친 임혜린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단숨에 병원으로 달려갔다.어머니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알고 보니 오후에 자신이 정말 떠난 줄 알고 놀란 마음에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다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졌다고 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위중한 상태였고 즉시 수술이 필요했다.하지만 임혜린이 아무리 애원해도 병원 측은 단호히 수술을 거부했다.자정 전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어머니를 데리고 병원을 나가라면서 여기서 죽게 둘 수는 없다는 차가운 말뿐이었다.자정까지 1억 원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고향 집을 판다 해도 단 몇 시간 안에 거래를 성사할 수는 없을 터였다.허도현도 지금 자신 하나 추스르기 힘든 상황이었다.그때 문득, 한이준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번호를 눌렀다.신호는 한참을 울렸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여자였다.“임혜린? 이준 오빠가 그쪽 전화 받고 싶지 않대요.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똑같잖아요?”임혜린은 손을 떨며 애원했다.“혜영 씨, 제발 그 사람 좀 만나게 해줘요. 우리 엄마가 많이 아파요. 지금 그 사람밖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요.”“그
Read more

제1372화

곽혜영은 임혜린이 너무나도 싫었다. 어머니가 아픈 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라고 하필이면 자기 생일파티에 찾아와 분위기를 망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두 사람이 마주치지 않도록 온갖 수를 다 썼다. 그런데도 임혜린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안 돼. 절대 안 돼. 한이준이 임혜린 어머니의 상황을 알아서는 안 돼!’그녀는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준 오빠, 나 머리가 좀 어지러워요. 취한 것 같아요. 뒤쪽에서 잠깐 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요?”한이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부축했고 고개를 돌려 임혜린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꺼져. 도와줄 생각 없어.”그 순간, 그는 임혜린 다리에 묻은 진흙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멀리서 눈길을 헤치고 온 것이 분명했다.그는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어와. 기어 오면 도와줄지 생각해 보지.”임혜린은 조용히 눈을 감더니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놀란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끌며 한이준을 향해 다가갔다.한이준은 그녀가 허도현을 위해 이 모든 걸 할 줄은 몰랐다. 가슴이 마치 칼에 찔린 듯 쓰라렸다. 그녀가 눈앞까지 오기도 전에 그는 차디찬 목소리로 외쳤다.“꺼져! 도와줄 생각 없어!”“아, 그리고 얘를 도와주는 사람은 나랑 등을 돌리겠다는 뜻으로 간주하고 경원시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 거다!”말을 마친 그는 임혜린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곽혜영의 손을 잡은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한이준이 떠나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었다. 그들이 들고 있던 술잔, 케이크, 음식들이 줄줄이 임혜린에게 쏟아졌다.임혜린은 등을 돌린 한이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흐느꼈다.“한이준... 우리 엄마가 죽어가... 제발 부탁이야...”하지만 주변은 웃음소리와 욕설뿐, 그녀의 목소리는 한이준에게 닿지 못했다.휴게실 안에서 곽혜영은 화가 치민 한이준의 푸르스름한 얼굴을 보며
Read more

제1373화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 가득 향긋한 요리들이 차려졌다.아이들은 따로 작은 테이블에 모여 앉았고 몇몇 도우미들이 곁에서 전담으로 돌보았다.어른들 식탁에는 레드와인이 올라왔다.유강후가 와인 창고에서 꺼낸 귀한 와인이었고 병을 따자마자 오크통 특유의 깊고 풍부한 향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봉현수는 향을 들이마시며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이걸 꺼낼 마음이 생긴 거야? 100만 달러짜리 와인이라며, 유 대표. 오늘 통 크네.”유강후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네 입에 들어가라고 꺼낸 줄 알아? 우리 다연이가 친구 대접 제대로 하겠다고 해서 꺼낸 거지. 넌 그냥 너희 예솔이 덕 좀 본 거야. 겨우 한 모금 얻어 마시는 거지.”봉현수는 지예솔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웃었다.“와이프 덕 보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 어떤 사람들은 덕 보고 싶어도 못 봐. 우리 예솔이, 얼마 전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도 받았잖아. 앞으로 더 잘될 거고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은 없어.”지예솔은 담담히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세요. 다연이가 훨씬 대단해요. 얼마 전 동남아 대형 원양 해운 그룹 하나를 인수했다니까요. 경쟁사 주가도 엉망으로 만들어놨다던데, 지금 동남아 쪽 애들 다연이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파할걸요.”임정아도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다연이는 이제 완전 부자예요. 자산 규모로 따지면 이 테이블에서 제일 많을걸요. 이젠 다연이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해요.”“사모님, 제 영화 좀 투자해 주세요!”누군가 장난스레 외쳤다.온다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조금 전에 술을 마셔서인지 뺨에 붉은 기운이 살짝 돌았다. 그 덕분에 얼굴이 한층 더 화사해 보였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유강후에게 바짝 다가가며 말했다.“아니에요, 이런 거 다 우림이을 위해 하는 거예요. 언젠간 동남아로 돌아가게 될 텐데 다시 돌아갔을 때 아무한테도 밀리지 않게 해야죠.”온다연은 얇은 니트 하나만 입은 채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고 창문이 살짝 열려서인지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유강후는 그녀의 손
Read more

제1374화

그는 차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분은 전우를 지키려다 희생됐습니다. 나라에서는 이미 2등 공로 훈장을 수여했고 순직한 영웅으로 추서되셨습니다. 형수님, 앞으로 무슨 일이든 저희에게 말씀만 주세요. 절대 외면하지 않겠습니다.”장화연은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유강후와 온다연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그녀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이렇게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사실 마음의 준비는 오래전에 했어요. 유골이라도 받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는 그걸로 충분해요.”남자는 봉투 하나를 꺼내 정중히 두 손으로 내밀었다.“이건 그분이 형수님께 남긴 편지입니다. 받아 주십시오.”장화연은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받았다.일행이 모두 돌아간 뒤 그녀는 부축을 받아 방으로 들어왔다.장화연은 눈물만 흘리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편지를 펼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유강후가 대신 편지를 펼쳐 읽었다.조용히 글을 다 읽은 그는 낮게 말했다.“유중석 씨가 그러는데 형님분께서는 오래전에 전사했고 부모님도 병환으로 움직일 수 없어 형님분의 아들을 자기 호적으로 옮겼다고 해. 장 집사가 원한다면 그 아이를 장 집사 명의로 입양해도 된다고 하네. 나중에 장 집사의 노후를 함께할 사람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하셔.”장화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도련님,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유강후가 다정하게 말했다.“부탁이라니, 난 장 집사 손에서 자란 사람이야. 당연히 더 가까운 호칭으로 불러야 하는데 장 집사가 원하지 않았잖아. 나랑 다연이, 그리고 장 집사는 가족이에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편하게 해.”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중석 씨랑 저, 혼인신고서 하나 만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도 혼인신고서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여기 사람이 아니라 그런데 그이랑 이곳에서 부부가 되고 싶어요.”유강후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네. 나한테 맡겨.”그녀는 낮게
Read more

제1375화

지예솔은 그 순간이 꿈인 줄 알았다. 눈을 반쯤 뜬 채로 나지막이 봉현수를 부르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봉현수는 손끝이 떨릴 정도로 기쁜 감정을 느꼈다.하룻밤으론 도무지 모자랐다.다음 날, 점심이 되자 지예솔은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눈을 뜨고 나니 어젯밤의 모든 일이 현실이었음을 깨달았다.그녀는 잠시 멍해졌다.그녀는 정말로 꿈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마음 놓고 조금만 더 방심해도 괜찮겠지 싶어서 그에게 열렬히 매달렸다.부끄러운 말들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말들을 다 쏟아내고 말았다.그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애초에 봉현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틈엔가 또다시 그의 유혹에 빠져버린 것이다.부끄러움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다. 그녀는 이불을 발로 몇 번 세차게 걷어찼고 이내 머리까지 뒤집어썼다.그때 봉현수가 우유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이불이 살짝 움직이는 걸 보고 그녀가 깨어났다는 걸 알아챘다.그녀를 안고 싶은 충동을 꾹 누른 채, 우유를 협탁에 내려놓고 부드럽게 말했다.“점심 차려뒀어.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먹고 다시 자.”“솔아, 나 어제...”“화를 내도, 욕을 해도 좋아. 내가 참지 못한 거니까. 하지만 오늘은 섣달그믐날이야. 쫓아내지만 말아줘. 네 옆에서, 우리 아이와 함께 새해를 맞고 싶어.”지예솔은 벌컥 이불을 걷어내고는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당신만 잘못한 건 아니에요. 난 그게 꿈인 줄 알았으니까요. 약, 약을 먹어야겠어요.”봉현수는 잠시 멍해졌다.“무슨 약?”지예솔은 시선을 떨구었다.“무슨 약이긴요? 어젯밤, 아무런 조치도 안 했잖아요. 우리 아이 아직 너무 어린데 지금은 임신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야 모르겠지만 최소한 아이가 좀 더 자란 뒤에 생각하고 싶어요.”봉현수의 눈동자에 실망의 기색이 짙게 드리웠다. 목소리마저 한층 가라앉았다.“앞으론 약 먹지 마. 내가 먹을게. 계산해 봤는데 어제는 안전해. 걱정할 필요 없어.”지예솔은 단호히 말했다.“그래
Read more

제1376화

식탁 위에 놓여있는 지예솔이 만든 요리를 본 봉현수는 자리에 앉아 몇 입 맛보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아내가 만든 요리가 제일 맛있어.”지예솔은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봉씨 가문에서 그 고가의 음식을 마다하고 여기에 와서 제가 만든 이런 간단한 요리를 맛있다고 하다니, 도련님은 입맛이 참 독특하네요.”“아내가 있는 곳이 바로 내 집인 거 몰라?”봉현수는 지예솔의 목에 자신이 남긴 붉은 자국을 보고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약은 먹었어?”지예솔은 대답도 하지 않고 머리를 돌려 온다연과의 영상통화를 이어갔다.이때 하인이 봉현수를 불렀다.“도련님, 어르신께서 전화를 받으시라는데요.”봉현수가 전화기 쪽으로 걸어가자 하인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사실 통화는 이미 끝났고 도련님한테 할 말 있어서 부른 거예요. 제가 어르신의 말대로 사모님이 사 오신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놨어요. 그리고 도련님은 빠른 시일 내에 사모님을 잘 달래여 마음 풀어주는 것에만 신경 쓰시고 나머지 일은 어르신이 알아서 처리해 주시겠다고 하셨어요.”하인은 손에 든 작은 병을 봉현수에게 건네며 이어 말했다.“어르신께서 주신 건데 이걸 우유에 타서 드시면 좋다고 하셨어요. 부작용도 없고 부부의 감정을 더한층 원활화시킬 수 있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돼요.”봉현수는 작은 병을 받아 쥐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르신께 앞으로 이런 일을 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솔이가 알게 되면 더욱 화낼 거예요.”“유 대표님은 아이가 셋이나 되는데 도련님은 고작 한 명뿐이니까 힘내셔야죠. 봉씨가문에 자손이 적으니 책임은 전적으로 도련님에게 있다고 어르신이 말씀하셨어요.”이때 지예솔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자 봉현수는 통화하는 척하며 손에 쥐고 있던 병을 재빨리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지예솔은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두 사람이 분명 자신과 관련되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봉현수는 작은 병을 다시 하인에게 건네주며 낮은
Read more

제1377화

지예솔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공평하기를 원한다면 우리 다 각자 서로를 상대하지 말고 봉현수 씨도 저를 그만 놔주면 되잖아요.”봉현수는 팔을 꽉 조이며 조금씩 그녀를 품에 껴안았다.“그건 안돼, 어림없는 소리는 하지도 마!”이때 12시의 종이 울리더니 밖에는 불꽃 축제가 시작되었다.봉현수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솔아, 밖에 불꽃 좀 봐봐, 예쁘지.”하늘에는 가지각색의 불꽃들로 가득 채워졌고 지예솔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그 유혹에 빠져들었다.첫 불꽃 축제가 끝나고 지예솔이 막 들어가려는데 봉현수가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솔아, 조금만 더 있어 봐.”이때 두 번째 불꽃 축제가 연이어 시작되더니 하늘에 거대한 연기 덩어리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그 연기가 흩어지면서 두 개의 손 모양으로 된 불꽃이 보이더니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은 손으로 딱 봐도 남자와 여자의 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남자의 손에는 하나의 반지가 쥐어져 있었고 천천히 여자의 손에 접근하더니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또다시 거대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흩어지면서 하늘은 온통 새빨간 장미의 불꽃으로 변했고 마치 꿈결처럼 화려했다.지예솔은 눈앞의 아름다운 풍경에 놀라 눈을 크게 뜨며 혼자 중얼거렸다.“이건 누가 프러포즈하는 불꽃인 거 같은데, 너무 예쁘네.”봉현수는 준비한 반지를 꺼내더니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솔아, 내가 너한테 프러포즈하려고 준비한 거야. 나랑 결혼해 줄래?”지예솔은 그제야 프러포즈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알았고 그의 손에 쥐여 있는 반지를 보더니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이건 그때 당시 우리가 함께 디자인했던 결혼반지야. 사실 만든 지 이미 오래 되였어. 솔아, 우린 평생 헤어지지 않을 거야.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린 영원히 함께 할 거야.”지예솔은 그 반지를 보더니 애매모호한 눈빛으로 천천히 손을 내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끼워줘 봐요.”봉현수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물었다.
Read more

제1378화

봉현수는 그 자리에 오랫동안 멈춰 서있었다.지예솔의 말은 마치 집게처럼 그의 마음속 가시를 전부 골라내줬다.그는 감히 그녀에게서 해명까진 바라지 못했고 정연석과 함께 있은 일은 생각조차도 하기 싫었으며 죽을 때까지 이 가시를 품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가시를 지예솔이 이렇게 직접 뽑아줄 줄 몰랐다.봉현수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을 가리고는 한참 동안을 울었다.잠시 후 그는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걸어 들어갔다.지예솔은 한창 만두를 끓이고 있었고 옆에 양념 그릇 두 개를 준비해 한 그릇에는 고수를 넣었고 다른 한 그릇엔 넣지 않았다.봉현수는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나 이젠 고수 먹어도 돼. 전에 먹어 봤는데 괜찮았어.”지예솔은 담담하게 말했다.“이거 놔요.”그녀는 단지 과거를 내려놓고 싶었을 뿐 아직까진 지금처럼 친밀하게 지낼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봉현수는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지예솔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제가 그냥 미워하길 원한다면 계속 그렇게 안고 있어요.”봉현수는 갑자기 몸이 굳어진 채 슬프고 어두운 눈빛을 보이며 천천히 지예솔을 놓아주었다.그는 사람의 마음이 한 순간에 변할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지예솔은 오직 아들을 위해서 그의 청혼을 받아준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이날을 기다릴 수 없었을 것이다.봉현수는 곧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다 끓여 그릇에 담아둔 만두를 식탁에 올려놓았다.식탁에 앉은 봉현수는 만두 두 그릇을 가까이 놓더니 지예솔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그러고는 인스타그램에 평생토록 사랑하는 사람이랑이라는 글을 덧붙여 올렸다.곧 그 사진에는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가득했고 많은 사람이 그의 청혼 성공을 축하해주며 밑에 댓글도 올라오고 있었다.[방금 프러포즈하는 불꽃을 피운 게 너야?][역시 대표님은 낭만적이시네요.][아주 대단해, 축하해.]그 댓글들을 보고 봉현수는 득의양양해하며 모처럼 일일이 답변을 했다.하지만 그 안에서도 누군가가 시큰둥하게 반응하
Read more

제1379화

지예솔은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왜 싫어하겠어요? 이건 전부 나중에 제 아들을 장가보낼 밑천이에요.”그러고는 허리를 굽혀 아들을 안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장난을 쳤다.봉시우는 붉은색 고려 복장을 입고 있었고 이목구비와 표정이 봉현수와 똑 닮아 유난히 생기발랄하고 잘생겼고 키도 보통 육 개월 남짓한 아이보다도 훨씬 더 컸다.이제 막 잠에서 깬 봉시우는 지예솔을 보자마자 흥분하여 손발을 마구 흔들며 계속하여 그녀에게 뽀뽀했다.지예솔은 이 귀염둥이에 대한 사랑이 넘쳤고 그를 꼭 껴안고 잠깐 사이에 몇 번이나 뽀뽀하고는 눈이 휘어질 정도로 웃었다.봉현수는 섭섭한 마음에 다가가서 아이를 안고 싶었지만 아이는 오늘 밤 지예솔한테만 안겨있고 봉현수가 다가가면 발로 내차곤 했다.아이의 발에 몇 번이나 차인 그는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그렇게 한밤중까지 소란을 피우고서야 그들은 방으로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한편, 거의 12시가 되었을 때 유강후의 전통 한옥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들어 불꽃놀이를 보며 기뻐했다.보기 드문 청혼 불꽃놀이에 온다연은 계속 감탄을 자아냈다.온다연이 너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이 불꽃을 개인용으로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그녀를 꼭 껴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마음에 들어? 네가 마음에 든다 그러면 오직 너만을 위한 불꽃놀이를 만들어줄게.”온다연은 그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 저는 강후 씨만 있으면 충분해요. 이건 지예솔 씨와 봉현수 씨의 행복의 증표이니까. 우리까지 끼어들어 빼앗을 필요는 없어요.”“나도 우리 다연이만 있으면 충분해.”두 사람은 서로 기대어 달콤하고 행복한 순간을 즐겼다.하지만 이 행복은 잠시나마 지속되다가 거실에서 들려오는 쟁쟁한 소리에 확 깨져버렸다.알고 보니 다희가 문 앞에 놓여있는 청화 도자기를 노리고 올라가려다가 바로 몇억 원이 되는 절판된 그 물건을 깨뜨리고 말았다.온다연은 화가 나서 들어가자마자 자를 들고 아이의 손바닥을 몇 대 후
Read more

제1380화

그믐날 밤, 경원시의 거리는 여전히 시끌벅적했다.밖은 엄청 추웠지만 불꽃 축제가 너무 아름다운 탓에 많은 사람이 구경하러 나와 있었다.두 부녀는 전통 한옥에서 나온 지 몇 분 되지 않았지만 강아름은 걷지 않으려고 떼를 쓰며 유강후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겼다.유강후는 할 수 없이 아이를 안아줬다.두 사람은 급하게 나온 탓에 겉에 코트만 걸친 채 슬리퍼만 신고 나왔고 핸드폰도 챙기지 못했다.유강후와 강아름이 마트 입구에 이르러서야 비서가 신발을 들고 뒤따라 나왔다.유강후는 아이를 걸상에 앉히고 바로 신발을 갈아 신겼다.강아름은 신발을 갈아 신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어묵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다희는 저기 있는 어묵 먹고 싶어요.”유강후는 길거리 음식을 힐끗 쳐다보다가 온다연의 화난 얼굴을 떠올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안돼, 엄마가 지금 한창 화를 내고 있는데 네가 이런 길거리 음식까지 마구 먹으면 더 화내실 거야. 그럼 우리 오늘 밤에 집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말아야 해.”강아름은 조그마한 입을 삐죽 내밀고는 하얗고 부드러운 작은 손을 올리며 말했다.“엄마가 이미 때렸잖아요.”강아름의 생각으로는 이미 잘못해서 얻어맞았기 때문에 어차피 잘못한 일은 지나갔으니 어묵을 먹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유강후는 딸의 손에 있는 빨간 자국을 보고 마음 아파하며 불어주더니 정색을 하고 말했다.“다희도 이젠 좀 컸으니 오늘처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돼. 컴퓨터는 엄마에게 매우 중요한 물건이기 때문에 더는 주스를 들고 서재에 들어가면 안 되는 거야.”강아름은 알 듯 말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다희보다 더 중요한 거예요?”유강후는 정색해 하며 말했다.“만약 어른들이 다희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매일 버리면 다희는 기분이 좋을 것 같아?”강아름은 연속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안 돼요.”유강후는 강아름의 작은 얼굴을 꼬집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봐봐, 어른들이 다희의 장난감을 버리면 다희가 기분 나쁜 것처럼 엄마도 컴퓨터를
Read more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