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희는 얼굴을 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곧 묵인의 의미였고, 양우림은 다희의 서툰 반응이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숙여 가볍게 입을 맞췄다.“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대신... 일단은 나랑 같이 가자.”양우림은 한 손으로 다희를 번쩍 안아 들었고 품에 안은 채 밖으로 걸어 나가며 전화를 걸었다.이곳 캠퍼스엔 모두 서양인들이라, 양우림처럼 키 크고 체격 좋은 동양 남자는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더구나 양우림이 몸에 걸쳐진 제복은 곧 그의 신분을 드러냈고, 품에 안긴 작고 여린 동양 여인과 함께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다희는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진 탓에 고개를 들지 못했고 그대로 양우림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캠퍼스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도 그 자세를 유지하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려줘...”양우림은 낮게 웃으며 대꾸했다.“겨우 이 정도로 부끄러워하는 거야? 앞으로 전 세계에 내 아내가 강아름이다, 공개할 건데 그땐 어떻게 할 거야? 지금처럼 사람들 피해서 숨어 살 거야?”다희의 얼굴은 더 붉게 달아올랐다.“누, 누가... 오빠 아내래...”다희는 늘 당당하고 씩씩한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여러모로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동안 마음속 깊이 숨겨온 사람이 갑자기 자신을 좋아한다고, 약혼하자고, 결혼하자고 말하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겠는가?게다가 둘의 관계는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고 다희는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부모님이 교제를 동의해 줄지, 주변에서 축복해 줄지, 정말 두 사람에게 미래가 있을지, 그 무엇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만약 부모님이 반대한다면, 다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오늘을 기점으로 그전까지 양우림은 오빠였는데, 갑자기 바뀐 관계에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던 스킨십이 전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양우림의 체온, 양우림의 체향에 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함께 몰려왔다.겨우 열아홉 살, 사랑에 대해 백지나 다름없는 다희는 이런 상황을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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