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었다. 창밖에는 여전히 바람과 비가 몰아치고 있었다. 햇살은 구름 뒤에 숨어 비치지 않았다.사람들이 하나둘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창가로 다가가 비가 그쳤는지 살피기 위해 밖을 내다보았다.그러나 결과는 모두 같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한숨이 터져 나왔다.“이 비가 도대체 언제까지 내리려나...”“쉿! 목소리 좀 낮추시오!”전해산이 저쪽을 가리켰다.정은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었다.주광빈은 얼른 입을 막고 거의 숨으로만 속삭였다.“이 아이 참 대단해. 뭐든 앞장서서 나서고, 힘든 일도 기꺼이 다 맡고... 늘 침착하게 지휘하는 걸 보니, 그만 정은의 나이를 잊게 되지.”‘그래, 아직 학생인데. 나이도 거의 자식뻘인데...’주광빈은 곧장 다른 이들에게도 손짓해 조용히 하라고 했다.모두가 눈빛을 주고받으며 발소리조차 죽여 움직였다.구석에 앉아 있던 이조화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서서히 눈을 내리깔았다. 무슨 생각에 잠긴 건지 알 수 없었다.잠시 후, 정은이 눈을 떴다. 모두 일어나 있는 걸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늦잠을 잤네요!”전해산이 손을 내저었다.“괜찮네, 괜찮아. 오늘은 어차피 일도 없으니, 좀 더 자도 돼.”주광빈도 거들었다.“맞아, 어제 무척 힘들었잖아. 푹 쉬어야지.”정은은 더 미안해져서 얼른 일어나 씻으러 갔다.잠시 뒤, 정은이 나오자 아침상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만춘미가 손짓했다.“정은아, 와서 내가 오늘 끓인 야채죽 좀 맛봐. 어제보다 나아졌는지 알려줘.”“네, 교수님.”만춘미는 40년 넘게 부엌일과 담을 쌓고 살던 고학력 여성답게, 처음엔 모든 게 힘들기만 했다.칼질도 어렵고, 볶는 것도 어렵고, 설거지는 더 어려웠다.하지만 자꾸 하다 보니, 조금씩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정은이 만춘미의 죽을 맛보고 말했다.“맛있습니다, 만 교수님.”“어머! 그럼 됐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정은은 비옷을 걸치고 장화를 신었다. 완전무장을 마친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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