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투표가 시작됐다.그때, 하여순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조화 교수님께도 참여 기회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전해산이 잠시 멈추더니,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아이고, 제 기억력이 어쩌다 이렇게 됐습니까? 깜빡했네요. 하 교수님,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연구팀 투표는 누구든 기권할 수 있고, 무효표도 가능했다.하지만 ‘모든 구성원에게 투표용지를 전달해야 한다’라는 절차는 반드시 지켜져야 했다.그래야만 공식적으로 인정될 수 있었다.전해산이 깜빡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최근 들어 이조화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식사시간에나 겨우 모습을 드러낼 뿐, 대부분은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야외 조사에도 함께하지 않았다.하여순이 표를 들고 방으로 향했다.거실에 남은 사람들은 예정대로 투표를 이어갔다.예상과 달리, 하여순은 금세 돌아왔다.전해산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문제 있습니까?”“아닙니다.”하여순이 고개를 저었다.“이조화 교수님 표입니다. 이미 작성하셨습니다.”전해산은 잠깐 놀란 눈빛을 보였다. 속으로는 무효표를 각오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수월할 줄은 몰랐다.“그럼 직접 투표함에 넣으시죠.”그는 표를 건네받지 않고, 하여순이 곧장 넣도록 했다.잠시 후, 모든 투표가 마무리되었다.개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만춘미 교수 3표.정은 10표.그리고 1표 기권.순간, 거실 안은 조용했다.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은 듯 보였지만, 정은과 만춘미의 표 차이가 생각보다 큰 데에는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묻는 듯했다.‘교수님도 정은한테 넣은 거예요?’‘나만 대담하게 찍은 줄 알았는데, 다들 그렇게 생각했구나...’‘...’“흠!”전해산이 헛기침을 했다.“지금부터 정은 씨가 우리 팀의 책임자가 되겠습니다. 혹시 이 결과에 대해 이의 있으십니까? 있다면 지금 말씀해 주시죠. 재검표든 뭐든, 지금 하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그는 잠시 기다렸다.하지만 30초 남짓, 누구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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