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 가문의 저택은 최신 유행하는 서양식 저택이 아니라,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고택이었다.앞마당과 뒷마당이 서로 연결된 구조였고, 담장은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으며, 일부 벽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벗겨져 있었다. 앞마당에는 청석이 깔려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설수록 아늑한 기운이 감돌았고, 짙은 암홍색의 기둥들은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냈다. 하늘을 향해 뻗은 처마는 마치 세상을 굽어보는 듯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청석길 양옆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고, 그곳에는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J시 도심, 그것도 옛 궁궐 바로 옆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니. 이 집의 주인은 분명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서준이 두 사람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직접 마당으로 나와 맞이했다.“빨리 들어와요, 안이 따뜻하니까. 소개할게요, 이 두 분은 제 부모님인데...”서준 아버지 임정식은 회색 양복을 입고 있어 기질이 온화하고 우아하며, 미간 사이로 세월이 묻어난 진중함과 대범함을 드러냈다.서준 어머니 장려화는 베이지색 니트로 된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옅은 카키색 숄을 매치했다. 희고 윤기가 흐르고 있는 얼굴은 구체적인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젊었다. 긴 머리는 비녀 하나로 말아올리니, 그야말로 친화력이 넘쳐났다.정은의 머릿속에는 대범하고 정숙하며 우아하다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만약 이 두 사람이 가져다준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면, 서준 할아버지를 본 순간, 정은과 민지는 철저히 충격에 휩싸였다.민지는 멍하니 서준의 말대로 어른들에게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앉자마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정은의 소매를 잡아당겼는데, 이미 어불성설이었다.“정은 언니, 저... 아, 아니... 방금 봤어요? 할아버지의 그 얼굴 말이에요. 저는 제가 뉴스 방송 현장에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할 뻔했잖아요!”정은은 민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그녀를 위로했다.“침착해. 오기 전에 이미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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