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711 - Chapter 720

1729 Chapters

제711화

“자, 내가 끼워줄게.”수민은 팔찌를 정은의 가녀린 손목에 끼워주었고, 이는 정은의 손을 더욱 하얗게 돋보이게 했다.“이럴 줄 알았어! 이 디자인과 컬러는 너와 아주 잘 어울려!”정은은 고개를 숙이며 팔찌를 바라보았고,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수민이 입을 열었다.“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응?” 정은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뭐가 더 있어?”수민은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고 웨이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레스토랑에서 베토벤의 ‘환희의 찬가’가 울려펴졌다.잔잔한 음악소리 속에서 재석은 케이크를 밀며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핑크색 크림 위에 예쁜 인형이 하나 서 있었다. 커다란 눈,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정은과 똑 닮았고, 주위는 핑크색 진주로 장식되었다.심플하면서도 예뻤다.“선배님?” 정은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재석은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며 담담하게 웃었다.음악이 점차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 레스토랑 안이 너무 따뜻해서, 남자의 미소가 너무 눈부시고, 눈빛이 너무 뜨거워서, 수많은 촛불이 흔들리는 가운데 정은은 일시에 멍해졌다.재석은 정은의 앞에 멈춰 서며 손에 든 파란 아이리스를 건넸다.“생일 축하해.”정은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고, 고마워요, 선배님. 꽃과 케이크 정말 너무 예뻐요...”파란 아이리스의 꽃말은 우아함과 생기, 꿈과 희망, 그리고 찬양과 애모였다.수민은 이 상황을 보고 웃으며 일깨워주었다.“정은아, 잘 봐봐, 정말 꽃과 케이크밖에 안 보여?”정은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이며 그 파란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정은은 멈칫했다.은색과 핑크색으로 된 작은 선물함이 꽃다발 속에 숨겨져 있었다.수민의 주시와 재석의 기대를 감지한 정은은 그 선물함을 열었는데, 예쁜 목걸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이건...?”수민이 대답했다.“우리 오빠가 준비한 생일 선물이야.”목걸이 외곽은 둥근 호형으로, 마치 행성 궤도와 같았다. 그리고 그 ‘궤도’에는 9개의 다이아몬드가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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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두 사람의 학술 토론이 마침내 끝나자, 수민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다음에 또 이런 얘기할 거면 나 부르지 마, 정말 지루해...”수민은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웨이터에게 음식을 올리라고 했다.그리고 모두 정은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밥을 다 먹은 뒤, 수민은 정은과 쇼핑을 하려 했는데, 레스토랑을 나서자마자 회사의 전화를 받았다.“알았어, 알았다고! 하루조차 기다릴 수 없는 거야 뭐야?!”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수민은 전화를 끊고 급히 회사로 달려갔다.떠나기 전에 재석에게 당부했다.“오빠, 오늘 정은 생일이니까 뭐든 다 들어줘야 지!”“알았어.”“어디로 가고 싶어?” 수민을 보낸 후, 재석은 웃으며 정은을 바라보았다.“어디든 다 되는 거예요?” 정은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다.재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그럼 그 다이아몬드를 만든 곳으로 가봐도 돼요?”“정말 가고 싶어?”“네!”“좋아.”정은은 그곳이 실험실이나 조작실 같은 곳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재석이 자신을 공장으로 데리고 갈 줄은 몰랐다.“조 교수! 무슨 일로 또 온 거야?” 재석이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경비 아저씨가 열정적으로 인사를 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점심 드셨어요?”“그럼! 오늘 식당에서 족발을 삶았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맞다. 그 다이아 목걸리 여자친구가 어땠어?”콜록콜록-재석은 좀 어색해하며 자연스럽지 않게 몇 번 기침을 했다.정은은 옆에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경비 아저씨가 그제야 재석 곁에 한 여자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설마? 이 친구가 바로 네 다이아몬드를 받은 여...”“아저씨! 7호 작업장의 열쇠 좀 주시겠어요?” 재석은 소리를 높여 경비의 말을 끊었다.“그래!” 경비는 바로 열쇠를 찾으러 고개를 돌렸다.재석은 어색하게 정은을 바라보았다.“아저씨가 워낙 농담을 좋아하셔서...”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거 같았어요.”열쇠를 받고 재석은 정은을 데리고 7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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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정은은 그런 자신을 비웃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재석은 순간 숨이 멎을 듯했다. 왜인지 그녀의 그 미소가 왠지 모르게 가슴을 덜컥하게 만들었다.마치... 무언가 중요한 걸 놓쳐버린 것만 같았다.두 사람이 공장을 나섰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경비도 교대 시간이라, 유쾌하고 농담을 잘하던 아저씨는 퇴근했고, 대신 젊은 청년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성격이 조금 내성적인지, 청년은 말없이 열쇠를 받아 제자리에 두고는 조용히 문을 열어 두 사람을 배웅했다.밤이 완전히 찾아오기 전, 하늘가에는 어스름한 빛이 스며들었고, 길가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황혼 속 적막함을 한층 더 짙게 만들었다.정은과 재석은 나란히 걸으며, 둘 사이에는 자연스레 고요함이 내려앉았다.재석은 입을 떼려다 망설였다. 그녀의 감정이 흔들리는 걸 느꼈지만,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결국, 조심스럽게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그러던 중, 정은은 문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선배님이 정성껏 준비해 준 생일 선물, 정말 의미 있었어요. 덕분에 기뻤어요. 고마워요. 그럼, 나도 보답으로 저녁을 살 테니, 뭐 먹고 싶어요?”재석은 그녀가 눈을 드리우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순간 멍해졌다.정은이 다시 입을 열기 전까지, 그는 잠시 말을 잃었다.“결정했어요?”재석은 살짝 미소 지으며 답했다.“매운 요리 어때? 괜찮겠어?”“좋아요!” 정은은 망설임 없이 답하며 밝게 웃었다.매운 걸 먹고 나오자, 정은은 입김을 불며 목도리를 꼭 맸다.재석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목도리를 벗어 숄처럼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려 했다.그러나 정은은 한 발짝 물러서며 환하게 웃었다.“괜찮아요, 선배님. 안 추워요.”재석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가 곰곰이 생각하기도 전에 정은은 이미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고, 차가운 바람이 스산하게 불었다. 가로등 불빛마저 옅은 안개에 덮인 듯 흐릿하게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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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정은아, 우리 카페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어? 조 교수님, 정은아! 두 사람 여기서 뭐 해? 안 올라가고?”갑자기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것은 두 사람의 아래층에 사는 아주머니였다. 지금 그녀는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단지 입구로 들어오며 활짝 웃었다.“이 추운 날씨에 하마터면 꽁꽁 얼 뻔했네... 할인만 아니었으면 나도 이 늦은 시간에 나올 리가 없었을 텐데!”근처 대형 마트는 밤 9시 이후부터 할인 행사를 했다.살림에 알뜰한 아주머니는 종종 늦은 저녁 장을 보러 나가곤 했다.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재석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재석은 입가까지 올라왔던 말을 조용히 삼켰다.“같이 올라가자.” 아주머니가 따뜻하게 말했다.정은은 곧장 다가가 그녀의 장바구니를 받아 들었다.“제가 도와드릴게요.”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재석이 자연스럽게 정은의 손에서 장바구니를 넘겨받으며 앞장섰다.“내가 들게.”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행동은 다정하고 자연스러웠다.아주머니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조 교수님은 말이야, 정말 다정해! 너희 젊은이들은 그걸 뭐라고 했더라... 매너! 맞아, 매너!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정은아?”정은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이렇게 좋은 총각이면 진작에 여자친구가 있어야 하는데, 조 교수는 그저 연구와 학술밖에 모르잖아! 하루 종일 실험하고 논문 쓰느라 바쁘다니까!”“노벨상이라도 받으려는 건지 원. 그래, 남자가 일 열심히 하는 건 좋지! 그런데 연애도 좀 하고, 일도 하면 더 좋잖아?”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정은을 보며 말을 이었다.“정은아, 넌 몰라서 그래. 나랑 3층 왕 교수님이 조 교수한테 여자아이를 얼마나 많지 소개해 주려고 했는지 알아? 말로는 좋다고 해놓고, 막상 약속 잡으려고 하면 갑자기 사라지는 거야! 며칠씩 집에도 안 들어오고! 우리가 그걸 모를 줄 아나 봐?”앞에서 조용히 걸어가던 재석은 갑자기 움찔했다.“넌 이렇게 똑똑하고 착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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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현빈이 말했다.[일단 생각 좀 해볼게. 만나서 얘기하자.]“좋아요.”통화를 마치고 정은은 3분 안으로 패딩 코트를 걸치고 두꺼운 스노우부츠를 신은 뒤 가방을 들고 외출했다.소한이 지난 후, 그렇게 춥지 않은 것 같지만, 태양은 여전히 구름 뒤에 숨어 얼굴을 내밀려 하지 않았다.정은은 아래층에 도착하자마자 현빈이 골목 어귀에 서서 한정판 마이바흐 옆에 기대어 검은색 외투를 입고 자동차 열쇠를 들고 노는 것을 보았다.그녀를 본 순간 현빈은 갑자기 똑바로 섰다.정은은 웃으며 그를 향해 걸어갔다.아까까지만 해도 얼굴이 덤덤했던 남자가 순식간에 입꼬리를 들어올렸다.차에 오르자 현빈은 그녀에게 아침을 건네주었다.“두유와 만두, 뜨거울 때 먹어.”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심 대표님은 기사로 됐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아침까지 사온 거예요? 쯧쯧, 꿈도 꾸지 못한 대우를 받았네요.”현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왜? 넌 심지어 더 대담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정은은 말을 받지 않고 두유만 들고 몸을 녹였다. “왜 안 먹어?”“뜨거우니까요.”“에헴! 방금 수리점에서 전화가 왔는데, 네 차 앞부분이 심하게 손상된 것은 아니니, 다시 페인트를 칠한 후에는 이미 흔적을 볼 수 없대.”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20분 후에 두 사람은 수리점에 도착했다.정은은 사인을 하고 차를 운전했고, 현빈에게 밥을 사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생각 다 했어요? 뭐 먹을래요?”“이렇게 추운 날에는 샤브샤브 먹기 딱이지.”정은은 표정이 환해졌다.샤브샤브 가게는 현빈이 골랐는데, 정은은 도착해서야 그것이 아주 유명한 가게라는 발견했다.입구에 길게 줄이 늘어졌고, 모두 젊은이들이었다.정은은 침을 삼켰다.“우리 그냥 다른 집으로 갈까요?”‘언제까지 줄을 서야 하는 거야?’그러나 현빈은 그녀를 데리고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갔다.“뭘 바꿔? 따라와.”“아니... 이렇게 정정당당하게 새치기를 하는 거예요?”그러나 종업원은 현빈을 보자 제지하기는커녕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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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켁...” 정은은 놀라서 기침을 했다.밥을 잘 먹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을 언급하다니? 정은은 기분이 좀 이상했다.“우린 사귀는 사이가 아니지만, 심 대표님에게 있어 이번 식사는 확실히 공짜와 다름없죠. 왜냐하면...”정은은 웃으며 사장을 바라보았다.“제가 사는 거니까요.”사장은 멍하니 있다가 이어서 의미심장하게 현빈을 바라보았다.‘이 녀석도 당하는 날이 있군! 잘됐어!’다 먹고 정은은 주동적으로 계산하러 갔다.사장은 현빈을 잡아당겨 목소리를 낮추었다.“야, 너도 열심히 노력 좀 해. 얼른 그 친구의 마음을 얻어야지. 다음에 올 때 성공하지 못한다면, 나 정말 널 비웃을 거야!”현빈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그러고 싶지.” “이야, 이 세상에 드디어 너를 혼내 줄 여자가 나타났구나, 희한하다.”“야...”“그래! 이 친구가 도와줄게.”정은은 이미 계산대에 가서 결제를 하려 했다.결제한 후, 그녀는 뒤에 있는 현빈을 바라보았다.“갈까요?”“에이, 잠시만요!” 사장이 먼저 입을 열더니 웃으며 계산대로 갔다. 그리고 직원에게 물건을 건네달라고 손을 내밀었다.“네?” 직원은 어리둥절해졌다.“티켓.”“아!”사장은 받아서 현빈에게 주었다.“자, 내 여동생이 피아노 연주회 티켓 두 장을 구했는데, 음치인 내가 또 어떻게 그걸 들으러 가겠어? 자리에 앉으면 정말 쇠귀에 경 읽기가 되는 거잖아! 하하... 오늘 마침 만났으니 너한테 줄게!”현빈은 참지 못하고 눈썹을 치켜세웠다.“이건 정말 구하기 어려운 건데, 정말 나한테 줄 거야?”“그럼, 가져가!”“그래, 그럼 나도 고맙게 받을게.”두 사람은 사장의 배웅을 받고 샤브샤브 가게를 떠났다.현빈은 손에 든 티켓을 흔들며 정은에게 물었다.“맥심 피아노 연주회, 가고 싶어?”“맥심이요? 진짜예요?” 정은은 의아함을 참지 못했다.“연주회 티켓은 정말 구하기 어려운데.”“자, 직접 확인해 봐...”정은이 머리를 숙였는데 정말 맥심의 연주회였다.“내 친구가 호의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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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어떤 곡인지, 어떻게 변주를 했는지 현빈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현장의 어두운 조명은 가장 좋은 은폐가 되어, 현빈이 거리낌 없이 부드러움과 깊은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해주었다.그의 시선은 통제되지 않고 정은의 하얀 손에 떨어졌다. 몇 번이나 그 손을 꽉 쥐고 영원히 놓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잠시 후, 현빈은 스스로를 억제하며 이성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조금만 참아, 이 밤만 지나면... 더 이상 급해할 필요 없어, 정은이를 놀라게 해선 안 돼...’두 시간, 어떤 사람에게는 괴로움과 시련이겠지만, 정은에게는 엄청난 시청각 향연이었다.그렇기에 공연이 끝난 후에도 정은은 입맛을 다셨다.“방금 그 ‘크로아티아 랩소디’ 들었어요? 록 요소를 추가한 거 있죠! 예상치 못한 낭만과 생동감이 넘쳤고, 특히 중간의 변주는 더욱 놀라웠어요! 심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해요?”현빈은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응? 그래, 듣기에는 확실히 괜찮았지.”정은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남자의 이상한 반응을 놓쳤다.홀을 나서자, 가로등이 켜지고, 네온사인이 땅에 비추는 빛과 그림자가 쏟아져 내리며, 그때서야 정은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깨달았다. 날이 이미 어두워진 것이다.정은은 논문을 아직 끝내지 못했고, 내일 실험실에 가져갈 점심도 준비하지 않았기에 먼저 가려고 했다.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현빈이 갑자기 말했다.“나랑 어디 좀 가줄래?”“네?”“안 돼?” 남자의 검은 눈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반짝이며 놀라울 정도로 밝았다.정은은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결국 승낙했다.하지만...“9시 전에 집에 가야 돼요.”“좋아.” 현빈은 그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정은은 자신의 차에 올라 현빈의 차를 따라 근교로 향했다.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두 사람은 산 꼭대기에 도달했다.“정은아, 봐봐...”두 사람은 바람을 맞으며 차를 멈추자, 정은은 고개를 숙이고 패딩으로 자신을 꼭 싸맸다. 이때 현빈이 갑자기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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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맞아, 자연계에는 천연의 푸른 장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실현할 수 없는 희망이나 완성할 수 없는 소원을 의미하지.”현빈은 정은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손에 있는 이 꽃다발을 더 자세히 봐봐...”“...어? 천연이네요?! 염료로 물들인 게 아니에요?!” 정은은 놀라서 고개를 들어 현빈의 표정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남자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피어오르자, 정은은 자신이 알아맞혔다는 것을 알았다.정은은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이럴 수가?!”“에서 최근 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제1저자는 T대 의약대학 국제박사 안카나할리 남가바야.”“먼저 이중표현 입자를 구축한 다음, 이 입자는 파란색 합성에 참여하는 두 개의 세균 유전자를 포함할 수 있어. 그리고 이 입자는 농균으로 전환되고, 그 다음에...”여기까지 말하자 현빈은 잠시 멈추더니 마치 무언가에 걸린 것 같았다.필사적으로 회상해도 소용없었다.“풉...” 정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논문을 외우고 있는 거예요?”현빈은 보기 드물게 어색해졌다.“에헴! 미안, 이건 내 전공이 아니어서, 억지로 외워도 기억할 수가 없네...”정은은 그를 대신해 남은 부분을 보충했다.“그리고 농균이 흰 장미의 꽃잎에 주사되는 거 맞죠? 이변이 없는 한, 농균은 식물 호르몬인 아세틸라일락톤의 유도로 장미꽃잎 세포 게놈에 유전자를 전이 시켜 장미 세포가 짙은 남색의 효소를 합성하게 되는 거죠.”“맞아, 맞아! 바로 이 효소를 합성하는 거야! 너도 이 논문을 본 적이 있니?”“아니요. 심 대표님이 말한 것을 들은 뒤, 이 결론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죠.”“대단해.”현빈은 혀를 내둘렀다.“이 꽃은... 엄청 비싸겠죠?”“너한테 주는 거야, 아무리 비싸도 너보다 중요하지 않으니까.”“고마워요. 시간도 늦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어요.”“정은아.” 현빈은 갑자기 정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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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고개를 돌려 남자의 애틋한 두 눈을 마주하자, 정은은 가슴이 뛰기 시작하더니 바로 도망가고 싶었다.정은이 사고난 그날 저녁, 그녀를 집에 바래다준 다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재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현빈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는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나 정은을 위해 현빈은 6년을 기다렸고, 그녀가 도겸과 헤어지고 또 1년이 걸려서야 두 사람은 평범한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영원히 친구일 수는 없어.’그날 밤, 현빈은 문득 계속 기다리면 전철을 밟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게 더 나았다.현빈은 오늘 고백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다.그는 더 이상 묵묵히 기다리고 조용히 뒤에서 정은을 지키고 싶지 않았다. 현빈은 명분을 가지고 정은의 곁에 서서 당당하게 그녀를 품에 안고 제멋대로 키스하고 싶었다.현빈은 정은을 원했다.이 점은 더없이 명확했다.불꽃놀이가 다 타버리자, 모든 것이 고요해졌고, 공기 중에는 현란하게 막을 내린 후에 남은 화약 냄새가 있었다.현빈은 정은을 보며 눈빛은 그윽했다.“정은아, 나 너...”갑작스러운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면서 극도로 애틋한 분위기는 이렇게 끊어졌다.공기가 순식간에 응결되었다.현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화면에 ‘할머니'라는 세 글자가 번쩍이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봉수진은 정말 중요한 일이 없으면 먼저 그에게 전화를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지난번에 이렇게 늦게 현빈에게 전화를 한 이유도 자신의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 이미 땅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그때 봉수진은 언제든지 기절할 수 있었다.현빈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미안. 전화 좀 받을게.”정은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극도의 긴장이 갑자기 풀렸다.“네, 중요한 일 같은데, 얼른 전화 받아요.”‘전화를 좀 오래 받았으면 좋겠어... 방금 자신이 하지 못한 말과 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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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L시?’현빈은 멈칫했지만, 별다른 생각하지는 않았다.그는 정은을 바라보며 서둘러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저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요. 이 일 마치고 바로 전화드릴게요. 할머니와 함께 좀 진정하세요. 의사가 말했잖아요, 너무 흥분해선 안 된다고요.”[그래, 너도 얼른 일봐, 서두르지 말고. 어차피 사람은 이미 찾았으니까. 말하자면 너도 아는 사람이야.]“제가 아는 분이라고요?”[그래, 네 이모의 이름이 이미숙이잖아. 바로 그 『7일담』의 작가라고! 지난번에 서점에 있을 때, 우리 미숙이가 바로 위층에서 사인회를 열었어. 우리는 아래층에 있었고. 다 내 탓이야. 네 할머니가 올라가 보고 싶어 했는데, 내가 말렸지. 그렇게 놓쳤다니...][그리고 정은이도 말이야. 어쩐지 그 아이를 보자마자 친근감을 느꼈더라니, 알고 보니 우리의 손녀였어... 이것도 다 운명이었던 거야.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사람을 드디어 만나게 했어...][현빈아? 현빈아? 아직 듣고 있니?]이춘재는 계속 말을 했지만, 현빈은 그저 윙윙거리는 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머릿속도 이미 새하예졌다.이춘재가 뒤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오직 ‘네 이모가 바로 『7일담』의 작가’라는 말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정은이의 어머니가 내 실종된 지 오래된 이모라고?’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순식간에 멍해졌다.이때, 정은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요?” 전화는 이미 끊겼지만, 현빈은 굳은 채로 전화를 받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표정은 망연자실했고, 마치 길을 잃은 아이 같았다.“심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정은은 현빈이 무슨 전화를 받았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남자의 갑자기 어두워진 얼굴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졌다.현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당황스러움, 의혹, 씁쓸함... 여러 감정이 그의 눈빛에 뒤섞여 있었다.정은은 이런 현빈을 본 적이 없었다.“무슨 일이에요?” 정은은 다시 물으며 걱정에 잠긴 눈빛으로 현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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