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Bab 691 - Bab 700

1078 Bab

제691화

올라오는 길에 서준은 도와주려 했지만 오히려 거절당했다.“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서준은 민지가 견지하는 것을 보고 그제야 포기했다. 게다가 그 자신도 이미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도와줄 수가 없었다.다만 7층에 오르자, 민지가 땀을 뻘뻘 흘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누가 보면 지금 여름인 줄 알겠어.’민지에 비해, 서준은 너무 침착했다. 안색은 평소와 같았으며, 숨조차 헐떡이지 않았다. 다만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뛰고 있을 뿐이었다.정은은 와서 문을 열었고, 이미 두 사람을 위해 슬리퍼를 준비했다.다친 발은 비록 이미 부기가 가라앉았고, 정상이라면 이미 걸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의사는 당분간 너무 힘을 쓰지 말고 될수록 적게 걸으라고 건의했다.그래서 문이 열리자, 서준과 민지는 정은이 한 발로 펄쩍펄쩍 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제자리에 선 후에야 다친 그 발을 내려놓았는데, 감히 힘을 주지도 못했다.“아이고! 정은 언니! 천천히 좀 뛰어요!”민지는 얼른 와서 정은을 부축했다.서준도 다른 쪽에 걸어가서 정은을 부축했다.정은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두 사람을 보며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나는 그저 부주의로 발목을 삐었을 뿐, 불구가 된 게 아니야...”“퉤퉤퉤!” 민지는 바로 퉤 했다.“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 빨리 퉤퉤 해요!”두 사람은 정은을 부축하며 소파에 앉혔다.정은이 일어나서 두 사람에게 물을 가져다주려는 것을 보고, 민지는 다급해서 죽을 지경이었다.“발이 이렇게 됐는데 왜 자꾸 움직이는 거예요? 저희도 멀쩡한 사람이잖아요. 물을 마시고 싶으면 저희 혼자 가서 가져오면 되잖아요?”서준은 말을 잘 할 줄 모르지만, 이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민지가 한마디 하면 그는 바로 찬성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마치 병아리가 쌀을 쪼아먹는 것 같았다.“정은 언니, 발은 왜 아직도 다 안 나은 거예요? 이미 퇴원했잖아요. 의사 선생님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고요.”“사실 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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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옆에서 지켜보던 정은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됐어, 오늘은 그냥 내가 요리할게. 너희 둘은 나 좀 도와줘!”결론이 나자, 두 사람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서준과 민지는 정은이 연구할 때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도 이렇게 엄격할 줄이야.고기와 채소는 따로 씻어야 하며, 보기엔 싱싱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상한 채소를 어떻게 분별하는지, 고기를 써는 각도, 가로로 썰지 세로로 썰지 등을 모두 신경 썼다.민지와 서준은 집에서 모두 열 손가락에 물을 묻힌 적이 없지만, 정은이 부려먹어도 아무런 원망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무엇을 보아도 그저 신기함을 느꼈다.요리가 다 차려질 때, 시간은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민지는 허리를 짚으며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정말 대단해. 내가 이 많은 요리를 준비했다니?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야 하는 거 아니야?”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식탁을 대고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가장 먼저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바로 하정남이었다.그리고 집안 친척들도 모두 소문을 듣고 와서 좋아요를 누르며 댓글을 달았다.민지는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서준은 득의양양한 민지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이틀 후, 정은은 완쾌되었고, 마침내 실컷 뛰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그녀는 합등 씨앗을 학교로 가져와 담당 교수님에게 바쳤다.그리고 성공적으로 20점을 따냈다.정은네 팀도 유일하게 희귀식물을 찾은 팀이었다.다른 팀은 아예 찾지 않았거나 잘못 찾았다.정은은 재석이 준 그 열매를 잘 소장했다.이 일이 끝나면서 정은의 생활은 다시 예전으로 회복되었고, 매일 학교, 실험실, 집만 드나들었다.유일하게 불편한 것은 실험실에 가는 것이었다. 교외에 지어졌기에, 비록 지하철이 통했지만 하루 한 시간 넘게 왕복해야 했다.지하철 막차는 또 일찍 끊겼고, 저녁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어떨 때는 근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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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특히 상대방은 낡은 아파트에서 사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정말 예쁜 여자아이였던 것이다.‘딱 봐도 뻔하지. 미모 때문에 어느 재벌의 마음을 얻었는데, 이 여자를 손에 넣으려고 재벌이 먼저 차를 선물한 거야.’‘아니면 관계를 이미 확정했는데, 차는 그저 보상인 셈이지. 돈이 있으니 참 좋군. 이렇게 쉽게 마세라티를 살 수 있다니.’‘아쉽게도 난 남자로 태어났어. 그렇지 않으면 나도 부자한테 매달려서 돈을 받았을 텐데. 요즘 세상은 누워서 돈을 벌 수 있으니 무슨 노력이 더 필요하겠어?’“아가씨도 총명한 분이실 거예요. 이럴 때 밀당을 너무 심하게 하시면 앞으로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안 그렇습니까?”‘재벌이 차를 선물하는 것은 네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잖아. 여자는 남자에게 보여주려고 좀 쑥스러운 척해도 되지만, 너무 그러다가 오히려 매력을 잃을지도 모른다고!’정은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금치 못했다. 장태성과 다투기조차 귀찮은 그녀는 이미 차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좀 비켜주세요. 문 닫아야 해서요.”장태성은 정은이 정색하게 거절하는 것을 보며 재빨리 말했다.“이 차는 강도겸 강 대표님께서 선물하신 겁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상장회사 대표님, 비즈니스계의 엘리트, 이런 분께서 아가씨가 마음에 드셨다니, 이거 다 아가씨의 복입니다. 그러니 이 선물을 얼른 받으셔야...”그러나 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갑자기 욕설이 들려왔다.“누가 또 차를 골목 어귀에 세운 거야?! 마세라티를 샀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경찰에 확 신고해버린다?!”정은은 팔짱을 끼고 은근히 웃었다.“여기는 그 차가 마세라티든 롤스로이스든 막론하고, 길을 막으면 욕을 먹어야 하거든요.”장태성은 멍해졌다.“정, 정말 받지 않으실 거예요?!”‘그건 마세라티잖아! 한정판 마세라티!’“네.”이어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문이 닫혔다.장태성은 의혹을 안고 떠났다. “이 세상에 정말 마세라티를 원하지 않는 여자가 있다니?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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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도겸은 경혜의 감정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그 죽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그는 기분이 좋지 않아 일을 다 처리한 다음 컴퓨터를 껐다.이때, 도겸은 탁자 옆에 죽 한 그릇이 놓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쌀을 아주 잘 삶아 한 그릇 가득 담았는데, 안에는 각종 약재가 들어 있었다.‘서연희보다 잘 만들었군.’도겸은 확실히 배가 좀 고팠다. 죽을 들어올렸을 때 아직 따뜻한 것을 발견하고, 그는 간단하게 좀 먹으려 했다.그러나 죽을 입에 넣은 순간, 그는 멈칫했다.‘이 맛은...’도겸은 고개를 숙이더니 표정이 갑자기 복잡해졌다.‘똑같아. 정은이가 예전에 만들었던 죽과 맛이 똑같잖아.’도겸은 저도 모르게 멍을 때리더니 심지어 정은이 아직 곁에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경혜는 아직 가지 않았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는데, 불빛에 조용하고 우아하며, 담담하고 평온한 느낌을 내뿜고 있었다.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경혜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평온했던 두 눈은 도겸을 본 순간 감정이 일렁였고, 은근히 놀라움을 드러냈지만 얼른 애써 숨겼다.“일 다 끝냈어요?” 경혜는 책을 한쪽에 놓고 일어나서 웃으며 물었다.도겸은 가볍게 응답한 다음 무심코 한마디 물었다.“그 죽, 네가 끓인 거야?”“맞아요. 내가 끓였어요. 왜요? 입맛에 안 맞는 거예요?”“수고했어. 처음으로 만든 거야?”“예전에 집에서 죽을 끓여본 적이 있지만, 간단한 흰죽이나 야채죽을 끓였어요. 오늘처럼 이렇게 많은 식재료를 넣어서 끓이는 건 처음이에요. 좀 번거롭지만 그 약재들은 위에 좋으니 꾸준히 마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도겸은 눈빛이 싸늘해졌다.“누구한테서 배웠어?”“저기요.” 경혜는 웃으며 책장을 가리켰다.“이 위에 많은 식단이 있잖아요. 마침 위에 좋은 죽을 어떻게 끓이는지에 관한 책이 있길래 따라서 만든 거예요. 맛은 어때요? 다 먹었어요?”도겸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경혜는 눈치 있게 작별을 고했다.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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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부탁은 무슨. 좋아하는 차 종류 있어?”정은은 특별한 요구가 없었다.“그냥 쉽게 운전할 수 있으면 돼요.”“그럼 승용차가 좋을 거야. 승차감과 조종성 모두 SUV보다 좋거든. 다만 공간이 많이 좁을 거야. 가족 여행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단지 편리하게 출퇴근을 하고 싶다면, 승용차는 확실히 좋은 선택이야.”“좋아요.” 정은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브랜드는?” 남자가 다시 물었다. “선호하는 브랜드 있어?”“아니요.” 정은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난 G국의 차를 좋아해요.”재석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그럼 예산은?”“얼마든 상관없어요.”두 사람은 먼저 근처에 있는 폭스바겐 매장에 들어섰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점원이 웃으며 맞이했다.“두 분은 어떤 차를 보고 싶으세요? 제가 두 분께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재석이 말했다.“기름을 절약하고 운전하기 쉬운 승용차요. 추천 좀 해주실래요?”“그럼 이건 어떠신가요...”점원은 그들을 데리고 한 부스로 갔다.“이건 올해 새로 나온 신형 티구안 L인데, 공간이 클 뿐만 아니라 외관도 패기가 넘칩니다...”재석은 눈썹을 찡그렸다.정은도 영문을 몰랐다.승용차를 원하다고 했지만, 점원은 오히려 SUV를 보여줬다.뒤에 또 몇 대를 추천했는데, 예외 없이 모두 SUV였다.재석은 입을 열어 주의를 주었다.“저기, 저희는 승용차를 원하는데.”“SUV가 승용차보다 더 멋있지 않습니까? 신분과 지위가 있는 남자들은 모두 SUV를 선택하잖습니까. 이 전조등, 이 엔진 좀 보세요...”재석은 그의 말을 끊었다.“제가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여사님이 운전하는 거예요.”“아이고, 그래도 한 가정에서 대부분 남자가 운전을 하지 않습니까? 여자한테 사준다고 해놓고 결국 운전하는 건 다 우리 남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남자가 좋아하는...”재석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돌려 정은을 보았다.“다른 매장으로 갈까?”“네! 나도 벌써 가고 싶었어요.”이 점원은 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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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정은이 차를 고를 때, 재석은 말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줄곧 그녀의 곁에 있어줬고, 만약 정은이 어떤 문제를 홀시했다면, 재석은 또 적시에 입을 열어 일깨워주었다.‘일반 친구가 이 정도까지 도울 수 있다고?’게다가 문에 들어서면서부터 남자의 눈빛은 줄곧 정은에게 떨어졌다. 눈에 비친 집중과 애정은 도저히 가짜 같지가 않았다.‘내가 전에 만났던 신혼부부들과 똑같잖아? 신혼이 아니더라도 커플인 게 틀림없어!’그래서 점원이 그런 질문을 했던 것이다.정은은 이런 오해를 직면한 게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재석의 표정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손을 흔들었다.“그런 거 아니에요.”점원은 얼른 사과했다.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고, 정은을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점원은 영문을 몰랐다.‘이래도 커플이 아니라고?’...길 건너편에서, 이미윤은 쇼핑하러 나왔는데 갑자기 차를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 매장에 들렀다.매장에서 나올 때 뜻밖에도 아는 사람을 보았다니.그녀는 모자를 들더니 눈을 깜빡이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역시, 서원이 아들 재석이잖아!’재석의 옆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는데, 이미윤은 그 여자의 옆모습이 아주 낯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대체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눈알을 굴리며 이미윤은 핸드폰을 꺼내 두 사람의 뒷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곧바로 강서원에게 보냈다.[서원아, 이거 재석 맞지?][얘 여자친구 사귀었어?]...미용실에서, 강서원은 이 문자를 보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마스크팩이 몸에 떨어져도 상관하지 않았다.그녀는 즉시 이미윤에게 구체적인 위치를 물었다.상대방은 빠르게 주소를 보냈다.“강 부인, 지금 무슨 일 생겼어요?” 같이 온 몇 명의 귀부인은 강서원 때문에 놀라 잇달아 입을 열어 물었다.“괜찮아요.”강서원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작은 문제가 좀 생겨서요.”만약 그녀가 이 말을 할 때 이를 갈지 않았다면, 귀부인들은 바로 믿었을 것이다.강서원은 담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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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이때 이미윤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핸드폰을 들고 그 몇 장의 사진을 클릭했다.‘방금 재석이와 함께 있던 그 여자애... 얼마 전에 백화점에서 우리 현빈이와 함께 쇼핑하며 신발을 고르던 그 여자애와 많이 닮은 것 같은데?!’이미윤은 고개를 젓더니 이런 생각이 터무니없다고 느꼈다.‘내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지. 여태껏 다른 여자를 가지고 놀았으니 어떻게 여자에게 당할 수 있겠어? 말도 안돼... 절대 아닐 거야... 그냥 내가 잘못 본 거야.’...차를 뽑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길 건너편 주차장에 세워야 했다.정은은 차를 샀기 때문에 재석은 그녀에게 주차장에 자리 하나 예약하라고 제안했다.주자장 책임자를 찾아 가격을 협상하고, 또 계약을 체결하니 시간은 이미 한 시간 뒤였다.재석은 정은을 데려다 주고서야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뜨거운 물을 끓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그는 주전자를 내려놓고 문을 열었는데, 그 사람이 뜻밖에도 강서원인 것을 보고 눈썹을 치켜세웠다.“어머니께서 여긴 어쩐 일이시죠?”“왜? 난 오면 안 되는 거야? 너 집에 다른 사람 숨겼어? 아니면 무슨 비밀이라도 있어? 내가 알면 안 되는 거야?”강서원은 말하면서 재석을 밀치더니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뭐라도 발견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집에 정말 재석 혼자밖에 없을 줄이야.재석은 이런 강서원을 보며 바로 깨달았다.“어머니, 오늘 도대체 뭐 하러 오셨어요?” 그는 말투가 갑자기 무거워지더니 왠지 모를 압박감을 주었다.강서원은 몸이 굳어졌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에헴! 요 며칠 많이 추워졌잖아. 난 네가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걱정이 돼서 찾아온 거야.”말하면서 강서원은 거실 한가운데로 걸어가더니 내색하지 않고 집안을 훑어보기 시작했다.거실은 깨끗했고 여자가 남긴 흔적이 조금도 없었다.식탁 위의 컵도 모두 하나밖에 없었는데, 립스틱 자국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욕실 안의 수건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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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강서원은 정은도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와 재석이 뜻밖에도 이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어쩐지 집에 여자가 다녀온 흔적이 없더라니... 이렇게 가까운 이상, 언제 어디서나 동거할 수 있잖아. 심지어 문을 열고 이 여자의 집에 와서 데이트를 할 수 있고. 그러니 또 무슨 단서가 있겠어?’여기까지 생각하자, 강서원은 정은을 살펴보았다.위에서 아래로, 머리부터 발까지.강서원이 마음의 준비가 좀 있었다면, 정은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재석 집에서 나온 이 여사는 바로 전에 그녀의 다례 수업을 듣고, 심지어 복도에서 우연히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던 귀부인이었다.‘선배님과 무슨 사이이시지?’바로 이때, 재석이 방에서 쫓아나왔다.“어머니, 가방 깜박하셨어요.”‘어! 어머니?!’정은은 의혹을 느꼈다.세 사람 모두 침묵했고, 분위기는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정은은 강서원의 시선이 까다롭고 경계에 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서원도 눈앞의 이 여자애가 자신을 그리 존경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이 때문에 강서원은 마음속으로 약간의 불만을 느꼈지만, 표정에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재석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는 강서원과 정은이 이미 아는 사이란 것을 몰랐지만, 이렇게 만난 이상, 주동적으로 두 사람을 소개하기 시작했다.“어머니, 이쪽은 제 이웃이자 친구인 소정은이에요.”“정은아, 이분은 내 어머니셔.”강서원은 아들의 말을 듣고 담담하게 정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은 더욱 까다로워졌다.정은은 차분하게 웃으며. 태연자약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그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강서원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내 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상, 미래의 시어머니인 나한테 아부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인사 한 마디만 하면 다냐고? 예쁜 말 좀 하면 안 돼? 다정한 행동은? 그래, 이것들 다 그렇다 쳐도, 나한테 웃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러나 정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인사할 때 입가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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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재석은 그게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도 문을 닫으려 했기 때문이다.“아니... 이게 뭐하는 짓이야?” 강서원은 문고리를 덥석 잡았다.재석은 영문을 몰랐다.“지금 집에 돌아가시려는 거 아니었어요?”“나 아직 안 갔는데 왜 문을 닫아?!”강서원은 아주 큰 목소리로 말했는데, 재석에게 질문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은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지 몰랐다.재석은 어리둥절했다.“이미 밖으로 나오셨잖아요? 문을 닫지 않으면 집안이 싸늘해질 거예요.”강서원은 말문이 막혔다.“돌아가는 길에 기사님에게 좀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세요. 최근에 눈이 와서 길이 많이 미끄러우니까요.”말을 마치고 가방을 그녀에게 건네준 다음, 재석은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갔다.강서원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두 사람 어쩜 이리도 버릇이 없는 거야! 내 아들은 더 심하잖아! 아이고, 내가 괜히 이 아이를 낳았어!’...정은은 발이 다 나았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받으려 했다.가방을 정리하고 문을 나서자마자 재석을 만났다.“어디 가?”“재검사 좀 받으려고요.”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길을 건넜고, 정은은 주차장에 가서 차를 운전했다.방금 뽑은 차라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거리를 나올 때 하마터면 옆에 있는 차와 긁힐 뻔했다.다행히 재석이 제때에 일깨워주었다.어제 차를 사고 돌아올 때, 정은은 잠시 운전한 다음, 재석이 운전했다. 주차장에 들어와 차를 세우는 것도 재석이 도와주었다.정은은 운전석에 앉아 어색하게 코를 만졌다.“난 운전면허를 딴 후 별로 운전해 본 적이 없어서요.”재석은 서둘러 자신의 차를 잠그며 돌아서 조수석 문을 열었다.정은은 영문을 몰랐다.“너 지금 운전에 그리 숙련되지 않으니, 혼자 운전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내가 너와 함께 병원에 가 줄게. 네 코치해줄 겸 말이야.”정은은 정말 마음이 움직였다.혼자서 운전하는 것은 확실히 마음이 든든하지 않았고, 만약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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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근골을 다쳤으니 적어도 3개월 이상 휴양하셔야 돼요. 비록 뼈를 다치지 않았지만, 발목을 삐었잖아요.”“지금은 이미 부기가 가라앉았지만, 안의 근육이며 근막은 여전히 영향을 좀 받았을 거예요. 아주 긴 회복 과정이 필요하니까 오직 시간에 맡길 수밖에 없어요.”재석은 생각에 잠겼다.“한의학에 의지하는 건요?”“그럴 시간이 있으시면 당연히 좋죠. 그러나 그것도 보조 작용일 뿐이고, 제일 좋기는 휴양을 하셔야 돼요.”병원을 나서자, 재석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랑 어디 좀 가자.”“네?”20분 후, 차가 길가에 세워졌다.재석은 정은을 데리고 길을 건너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이리저리 빙빙 돌다가 결국 고풍스러운 한의원 앞에 멈춰 섰다.“한의원이요?” 정은은 고개를 들어 무슨 나무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간판을 보았다. 까맣지만 아주 밝은 간판이 높이 걸려 있었다.재석은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섰다.“노 선생님?”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노 선생님, 계세요?”“그래...”커튼을 젖히자, 안방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왔다. 수염이 길고,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으며 앞치마까지 매고 있었다. 티비에서 나오는 한의사와 똑같았다.“이 자식, 왜 이제야 날 보러 온 거야? 들어오자마자 호들갑을 떨다니. 뒤뜰에서 약을 찧고 있었는데도 네 목소리가 들렸어! 어? 오늘은 혼자 온 게 아니네? 여자아이까지 데리고 왔다니?!”어르신은 눈에서 빛을 발했다.재석은 재빨리 두 사람을 소개했다.정은은 그제야 어르신의 성이 노 씨이고, 연세가 이미 90세이며, 제일병원에서 영광스럽게 퇴직한 후, 심심해서 이 작은 골목에 한의원을 차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 와서 병을 보려면 돈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어르신은 일주일에 3일만 진료를 하는데, 매일 오전밖에 나오지 않았다.지금 이미 오후 2시였고, 진료를 중단했기 때문에 이렇게 조용했던 것이다.오전에 오면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였다.“젊은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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