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771 - Chapter 780

1062 Chapters

제771화

진욱이 말했다.“우리 정은이한테 마음이 움직인 거 맞잖아! 이토록 신경을 쓰고 있다니! 이번에 드디어 제대로 걸렸구만.”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다.“의문이 있는 이상, 가장 좋기는 직접 정은이에게 물어보는 거야. 남자는 말이야, 좀 솔직하고 대범하게 움직여, 너도 그랬잖아, 정은이는 빙빙 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재석은 생각에 잠긴 듯 했다.“망설이지 마라! 그러다 정은이 남에게 빼앗길지도 몰라! 그리고 너도 똑똑히 묻지 않으면 일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고.”“누가 그래?”“허, 이렇게 간단한 데이터까지 틀렸는데, 정말 일할 마음이 있는 거야?” 진욱은 스크린을 가리켰다.“발뺌하긴!”재석은 훑어보더니 은근히 민망했다.진욱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힘내, 조 교수!”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자신의 실험대로 갔다.“언제 눈치챘어?” 재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진욱은 멈칫하더니 웃으며 몸을 돌렸다.“정은이를 바라보는 그 눈빛만 봐도 알지. 매번 정은이를 대할 때, 태도가 엄청 다르잖아. 심지어 말투조차 더 부드럽고. 이것마저 알아챌 수 없다면, 난 정말 눈이 먼 거 아니야?”재석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그... 그렇게 티가 났어?”“그렇지 않으면?”“무슨 얘기를 하시고 있는 거예요? 제가 들어봐도 될까요?” 이수아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재석은 갑자기 표정을 거두며 진욱에게 경고의 눈빛을 주었다.진욱은 몸을 돌려 수아를 향했고, 뒷짐을 하고 있는 손은 재석을 향해 ‘OK’라는 손짓을 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절대 비밀로 해줄게!’수아는 웃으며 물었다.“왜 그래요, 전 교수님? 무슨 기밀이라도 있는 거예요?”진욱에게 한 말이지만, 그녀의 눈빛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재석에게 떨어졌다.진욱은 바로 알아차렸다.“수아야, 너도 기밀이라고 했잖아, 확실히 네가 들으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고 뒷짐을 지고 떠났다.재석은 말할 것도 없고, 진욱은 수아의 마음까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전 교수님, 좋은
Read more

제772화

현빈은 계속 곁에 있었다.재미있는 것도 사실이고, 즐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밤이 깊어지자 결국 피로가 몰려왔다.집에 도착한 정은은 바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나야.”재석의 목소리였다.정은은 급히 젖은 머리를 감싸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선배님?!”재석을 보자, 정은은 조금 놀랐다.재석은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녀를 찾아온 적이 거의 없었다.그는 본래 한밤중에 여성의 집을 찾는 것은 실례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그런데...‘오늘은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문이 열리자, 잠옷 차림에 아직 머리를 다 말리지 못한 정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재석은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미안해. 쉬고 있었을 텐데 내가 괜히 방해했군.”“선배님...” 정은은 재석을 불러 세우며 웃었다. “아니에요, 들어와요.”재석은 짧은 침묵 끝에 결국 안으로 들어섰고,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하지만...재석이 늘 신던 슬리퍼 옆에 낯선 새 슬리퍼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정은에게 묻지 않아도 재석은 알 수 있었다.‘심현빈의 것이겠지.’“선배님, 먼저 앉아요. 나 머리 좀 말리고 올게요. 10분이면 돼요.”“그래. 감기 걸리기 전에 얼른 말려.”정은은 원래 욕실에서 머리를 말리려 했지만, 방금 샤워를 한 터라 벽에 물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다.평소에는 거실에서 말리곤 했지만, 오늘은 그냥 침실에서 말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녀가 헤어드라이어의 플러그를 뽑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거실에서 말려. 난 밖에 나가서 화분들 좀 볼게.”재석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베란다 쪽으로 걸어갔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은은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운 감정이 조용히 피어올랐다.마치 보듬어지고, 배려를 받고, 언제나 자신이 우선시되는 듯한 느낌.이런 감각을 느껴본 건, 어릴 적 아버지
Read more

제773화

재석은 가볍게 기침을 하며 다소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아직 저녁을 못 먹었거든.”정은은 그의 귀가 붉어진 것을 보고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괜히 웃었다가 재석이 더 난처해질까 봐.“국수 괜찮아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번거롭게 해서 미안.”“그럼 잠시 앉아 있어요. 금방 끓여 올게요.”정은은 국수를 삶고, 달걀 하나를 노릇하게 부쳤다. 거기에 채소를 조금 넣고, 소진헌이 직접 만든 소고기 장조림을 얇게 썰어 듬뿍 올렸다. 마지막으로 송송 썬 파와 고수를 솔솔 뿌리자, 푸짐한 국수 한 그릇이 완성됐다.국수를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정은이 말했다.“선비님, 다 됐어요. 어서 먹어요.”재석은 자리에 앉자마자 젓가락을 들고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배가 정말 고팠고, 이 국수도 정말 맛있었다.정은은 턱을 괴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한 남자가 국수를 먹는 모습이 이렇게 우아하고 멋질 줄이야.’재석은 빠르게 먹으면서도 결코 거칠지 않았고, 마치 아주 중요한 일이라도 하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면발을 집어 올렸다. 국물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조차도 신중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진귀한 미식을 음미하는 줄 알겠어.’“왜 그렇게 쳐다봐?”무심코 고개를 든 재석은 정은의 시선을 마주쳤고, 국수를 삼키며 물었다.“선배님 표정만 봐도 내가 만든 국수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 수 있어서요. 맛있다면,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재석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다행히 티가 나지 않아 오직 그 자신만이 알 뿐이었다.“민망하네.”“민망하긴요. 이건 칭찬이에요.”‘셰프’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을 보면 기쁠 수밖에 없었다.재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맛있어.”정은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었다.“마음에 들면 됐어요. 요즘 많이 바빠요?”“아니, 전과 비슷해. 특별히 바쁜 건 아니야...”재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하게 털어놨다.“사실, 요리를 하고 싶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해서 그래
Read more

제774화

재석은 눈을 드리우며 빈 맥주 캔을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마치 그 위에 꽃이라도 피어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오늘 이씨 가문 두 어르신들과 즐겁게 놀았어?”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할머니가 점심에 맛있는 음식을 한 상 차려주셨고, 오후에는 디저트랑 간식도 잔뜩 해주셨어요.”“밥 먹고는 두 분이랑 낚시도 가고, 과수원에서 과일까지 땄고요. 원래는 저녁에 그림 전시회까지 보러 가려고 했는데...”재석은 덤덤하게 물었다.“심 대표님도 같이 있었어?”“네.” 정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재석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어느새 테이블 밑에 있는 손을 꽉 쥐었다.한참 후, 그는 약간 쉬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그래서... 넌 심 대표님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정은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예전에는 별로 좋은 인상을 못 받았는데, 지금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요.”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두 노인을 챙기는 세심함과 배려가 딸인 이미숙보다도 더 나았던 것이다.그 말을 들은 재석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묵직한 통증이 심장을 강타하며 숨이 턱 막혔다.그가 붉어진 눈으로 ‘이제 그 남자를 받아들이기로 한 거야?’라고 물으려던 찰나, 정은이 덧붙였다.“그리고 꽤 좋은 오빠기도 하고요.”“오, 오빠?”재석은 순간 얼어붙었다.정은이 자연스럽게 말했다.“네, 심 대표님은 내 사촌 오빠예요! 어? 내가 선배한테 말 안 했었나?”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아, 그러고 보니 요즘 대회 준비로 바빠서 이 좋은 소식을 아직 못 전했네요...”그녀는 이미숙이 이씨 가문의 잃어버린 딸이란 것을 간단히 설명했다.“그래서 결국 내 사촌 오빠가 됐어요.”재석은 필사적으로 이 사실을 소화하려 했지만, 여전히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그 사람이 네 사촌 오빠라고?”“맞아요.” 정은이 피식 웃었다.“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재석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문제가 있는 건 정은이 아니라,
Read more

제775화

재석은 시계를 힐끗 바라보다가, 뒤늦게야 이 시간이 정말 적절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귀까지 새빨개졌지만,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밤은 안 되니까... 그럼 내일 밤은 어때?”“좋아요.” 정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실험실에 가야 하지 않아?”“맞아요.”“몇 시에 나가는데?”“8시쯤에요. 왜요, 선배님?”“같이 가자. 아침 사 줄게. 학교 앞에 호떡이랑 두유 파는 집 있잖아. 네가 맛있다고 했던 거.”“정말요? 고마워요, 선배님!” 정은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럼... 늦었으니까 난 이제 갈게.”“네.”정은은 재석을 문앞까지 배웅했다.재석은 정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잘 자.”“선배님도요.”문이 닫히자, 정은은 왠지 모르게 재석이 문을 닫는 동작마저도 들뜬 것 같다고 느꼈다.재석을 보낸 정은은 침대에 누웠고, 어느새 깊은 잠에 빠졌다.반면, 옆집의 재석은 정반대였다.집으로 돌아온 후 이상하게 들뜬 기분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사촌 오빠? 정말 사촌 오빠라니?’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재석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 억누를 수가 없었다.새벽 1시가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눈이 말똥말똥했다. 결국 눕는 걸 포기하고 재석은 책상에 앉았다.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논문을 계속 보았다.새벽 3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잠들었지만, 6시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눈을 떴다.7시 30분, 재석은 아침을 사러 나갔다.8시 정각에 그는 정은의 집 문을 두드렸다.“선배님, 좋은 아침이에요.”“응. 뜨거울 때 먹어.” 재석은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을 건넸다.“고마워요!” 정은은 반갑게 받았다. “선배님도 지금 나가는 길이에요?”재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같이 갈까요?”“그래.”...9시, 진욱은 학교에 도착해 실험복으로 갈아입으며 어제 재석의 행동을 떠올렸다.‘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조언을 좀 해 줘야 하나?’실험실에 들어서자마자, 진욱은 예상대로 실험대 앞에 서서 연구에만 몰두하는 재석을 보았다.
Read more

제776화

민지는 멍해졌다.“이럴 수가?”서준도 몇 번이고 명단을 훑었지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조급해하지 말고 1, 2, 3등 수상자 명단을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알겠어.”10분 후.민지는 더욱 혼란스러워하며 말했다.“명단을 다섯 번이나 확인했는데, 우리의 이름이 없어.”즉, 최우수상은커녕 그들은 1, 2, 3등상 중 그 어떤 것도 받지 못했다.서준은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미간은 더욱 깊이 찌푸려졌다.그때, 민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말도 안 돼!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서준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분석했다.“경쟁에서는 운이 중요하기도 해. 누구도 자신이 반드시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하지만...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최우수상을 못 받더라도, 최소한 장려상을 하나쯤 받을 법한데. 어떻게 명단에 아예 이름조차 없을 수 있지?’“정은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요?”두 사람은 동시에 정은을 바라보았다.민지가 명단을 클릭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확실히 이상해.”민지는 손바닥을 쳤다.“봐! 정은 언니까지 이렇게 말하잖아!”“그렇다고 해도... 이미 명단이 발표됐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주최 측을 찾아가서 ‘이 결과 인정 못 하겠어요'라고 따질 순 없잖아?”그녀는 그냥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모든 팀이 자기들이 상을 못 탔다고 항의하기 시작하면, 대회가 아수라장이 될 게 뻔했다.정은이 말했다.“일단 학교 측을 찾아가서 확인해 볼게. 가능하면 우리가 제출했던 연구 보고서를 돌려받아서 체크를 해봐야겠어. 데이터 오류나 연구 방향 같은 원칙적인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해.”대회 규정에 따르면, 특정한 문제가 있을 경우 자동으로 0점 처리될 수도 있었다.만약 0점이라면, 당연히 수상할 리가 없었다....방학 기간이었지만, 학교 행정 사무실에는 당직자가 남아 있었다.정은의 말을 들은 담당자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맞아
Read more

제777화

교수님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컴퓨터 화면부터 확인했다.‘분명 최소화해서 숨겨 놨는데, 어떻게...’동료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다.“아니, 괜히 그 아이를 건드려서 뭐 하려고 그래? 논리력, 사고력, 말솜씨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그런데 저 여학생, 말투가 참 매섭네. 대체 정체가 뭐야? 너 아는 사람이야?”“생명과학대학에서 소정은 학생을 모르면 간첩이지. 혼자서 두 명의 동창을 데리고 스마트 실험실을 설립했고, 그것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잖아. Science 학술지에 논문도 냈고, 네이처 잡지에도 논문을 실었어. 우리 학과 내년 연구 실적의 절반은 다 그 학생한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런데도 몰라?”“아...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렇게 생긴 줄은 몰랐어...”‘이거 참!’“그래도 뭐 별거 아니잖아? 그렇게 대단한 논문을 썼다면서 정작 대학생 대회 같은 소규모 대회에서조차 상 하나 못 탔다니? 본인이 직접 그러던데?”동료는 그녀를 흘긋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왜 우리 사무실을 찾았겠어?”“그야... 보고서를 돌려받으려는 거겠지?”“맞아. 그런데 왜 돌려받으려는지 생각해 봤어? 보고서가 조작됐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는 거야.”“하, 웃기네. 누가 그럴 시간이나 있대? 자기들이 못 해서 떨어진 걸 괜히 트집 잡는 거지!”“그럴 수도 있지만, 더 큰 가능성이 하나 있어.”“뭔데?”“보고서가 제출 과정에서 변조됐을 가능성. 제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조사를 하려는 거야.”“쳇, 누가 심심해서 그 보고서에 손을 대겠어? 정말 웃겨.”“그래, 누가 그랬겠어. 하지만 만약 제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게 밝혀지면, 학교 사무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거야. 보고서를 거친 사람들 모두 조사 대상이 되겠지. 내가 너라면 지금 웃음이 나오지 않을 거야.”보고서를 거친 사람들 중, 마침 이 사무실에 있는 그 교수님이 있었다.그러니 그녀는 계속 웃을 여유가 있을
Read more

제778화

“여전히 똑같아, 아무도 받지 않아.”“좋아! 책임을 미루는 학교 측, 죽은 척하는 주최 측. 이 안에 문제가 없다고? 절대 믿을 수 없어!”정은은 생각에 잠기다가 문득 떠올랐다.“이런 전국적인 대회에서는 심사위원이 보통 해당 분야의 대학교수들로 구성돼. 내가 알기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했을 텐데. 우리 학교 교수님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자.”민지는 곧바로 노트북을 켜고 빠르게 검색한 뒤 외쳤다.“찾았다!”하지만 정은이 직접 확인한 결과, 심사위원 명단 어디에서도 서비대학교 교수님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서준이 설명했다.“서비대랑 연성대는 매년 강력한 경쟁 학교로 꼽혀, 수상자 절반이 이 두 학교에서 나오니까요. 그래서 공정성을 위해 주최 측은 원칙적으로 두 학교 교수님들을 심사위원으로 위탁하지 않았던 거예요.”즉, 문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민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다른 학교 교수님들은 아예 아는 분이 없잖아. 어떻게 연락하지?”설령 연락한다고 해도 그들이 응답해 줄지는 미지수였다.정은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우리는 몰라도, 교수님들끼리는 알고 지낼 수도 있어.”“그게 무슨 뜻이에요, 정은 언니?”“오 교수님께 여쭤보면, 명단에 있는 교수님 중 아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하지만 오미선은 지금 해외 학술 세미나 참석 중이었다. 시차 때문에 전화 통화가 어려웠기에, 정은은 메일을 보내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그날 밤, 오미선이 답장을 보냈다.그녀는 정은의 결정을 지지하며 반드시 연구 보고서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또한, 앞으로 24시간 동안 핸드폰을 켜두겠으니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가 바로,명단에 오미선이 아는 교수가 있었던 것이다.다만 안면이 있는 정도였고, 개인 연락처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 교수는 재석과 친분이 있었다.그래서 그날 밤, 함께 러닝을 하던 중 정은이 재석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대략 이런 상황이에요. 지금 주최 측과 연
Read more

제779화

정은은 의혹을 느꼈다.“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 직접 만나보면 알게 될 거야.”10분 후, 커다란 그림자가 두 사람의 맞은편에 나타났다.“안녕, 재석아.”정은은 상대를 바라보았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막상 마주하니 예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이건... 믿을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눈앞의 노은, 아니, 그의 옷차림만 보면 도저히 ‘노인'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GAP 맨투맨에 Levi’s 청바지, 그리고 Moncler 패딩까지 걸치고 있었다.거기에 챙이 푹 눌린 캡모자로 희끗희끗한 머리를 가린 데다가, 깊게 팬 주름을 가린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었다.‘이건... 나이를 어떻게 짐작하라는 거야?’그러니 재석이 장학경을 마음이 젊고, 젊은이들 못지 않게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었다. ‘이건 그냥 트랜드를 넘어섰잖아!’“장 교수님, 또 뵙네요.”재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그와 악수를 나눈 뒤, 옆에 앉아 있는 정은을 바라보았다.정은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섰다.“소개할게요. 제 친구 소정은입니다. 그리고 이분이 바로 장학경 교수님이셔.”“안녕하세요, 장 교수님.”“안녕, 아가씨! 자, 어서 앉아.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난 엄숙한 사람이 아니니까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커피 마시고 이야기하면 돼. 굳이 나를 선배 대하듯 깍듯이 모실 필요 없어. 난 그런 거 안 좋아하거든.”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은은 장학경이 M시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키가 그렇게 큰 데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사실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얼마 전, 두 명의 친구와 함께 팀을 꾸려 대학생 대회에 참가했었어요. 그런데 어제 발표 결과에서 저희 팀은 수상을 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이제라도 저희의 과제 보고서를 받고 싶은데, 학교 측과 대회 주최 측 모두 별다른 답을 주지 않더라고요.”“교수님은 심사위원 경험이 많으시잖아요. 대회 참가자가 사후에 자신의 과제 보고서를 받
Read more

제780화

“이번 대회를 말하자면, 요즘 학생들이 예전과 달라진 건지, 아니면 전체적인 교육 환경이 변해버린 건지 모르겠어.”“제출된 과제 중 50%는 허황된 내용이고, 나머지 40%는 앞뒤가 안 맞아 말도 안 되더군. 겨우 10%도 안 되는 과제만이 그나마 볼 만했지.”장학경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씁쓸하게 말했다.“정말 세대가 갈수록 퇴보하는 걸까? 전의 세 번의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학생들은 하나같이 Science나 네이처 잡지에 논문을 발표한 유력한 인재들이었는데, 지금은... 하아.”더 이상의 말은 없었고, 그저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올해는 그래도 뜻밖에 괜찮은 과제가 하나 있긴 했어. 바로 너희 학교의 학생들이 낸 과제였는데, 제목이... , 조장 이름은 아마도... 서지예라고 한 것 같은데?”“그 과제는 최우수상을 받았지. 연구 주제 선정부터 실험 방식, 그리고 최종 완성도까지 기대 이상이었어. 심사위원들도 만장일치로 학술지 Science에 투고해도 무난히 통과할 수준이라고 평가했을 정도였으니까!”“심사 끝난 후, 몇몇 교수님들이 서지예 학생에 대해 알아보더군. 들리는 말로는 대학원 입학하자마자 이미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고 하던데, 너희 생명과학대학에서도 꽤 유명한 천재 소녀라더라. 저 나이에 대단하긴 하지...”정은은 장학경이 무슨 말을 하는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그가 지예와 이라는 것을 언급한 순간부터, 정은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왜냐하면 그 과제는 분명 그들 팀의 연구 과제였으니까.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지예의 것으로 바뀌어 버린 것일까?머릿속은 세게 얻어맞은 듯 멍해졌지만, 짧은 충격이 지나가자마자, 정은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진일은 금방 밖에서 돌아왔다. 피곤에 찌든 허리와 어깨는 뻐근했고, 이마 한가운데엔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과로와 지나친 집중으로 인한 피로감이었다.올해 겨울방학, 송지혜
Read more
PREV
1
...
7677787980
...
10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