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781 - Chapter 790

1070 Chapters

제781화

재운은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사실 그는 자신이 지예 그들과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줄곧 알고 있었다.그들도 재운을 배척하는 것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는데, 아주 티를 냈다.재운은 어설프게나마 그들과 어울리려 애를 썼고, 결국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이런 환경에서 뭉칠 수 있다면, 혼자 남는 일은 없었다.이익을 쫓고 손해를 피하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었다.재운도 예외는 아니었다.하지만 재운은 곧 깨달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은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볼 뿐,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호의를 베푼 적이 없다는 것을.그제야 재운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세상에는 아무리 애써도 호감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이 있고, 결코 녹아들 수 없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그래서 그는 더는 애쓰지 않기로 했다.그냥 혼자 유유히 지내기로.경진대회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누구의 팀에 끼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과제를 할지, 누구와 함께할지 먼저 고민했다.어차피 지예가 자신을 초대할 리 없으니, 재운은 처음부터 단념하고 있었다.기대하지 않으면, 배척도 고립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런데 뜻밖이었다.지예가 먼저 찾아와 손을 내밀 줄이야.재운은 당황해서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지예는 그가 얼떨결에 기뻐하는 줄 착각하더니, 코웃음을 치고는 돌아섰다.재운은 이틀을 고민했다.결국 용기를 내어 거절하기로 했다.하지만 거절하기도 전에, 자신의 이름이 이미 팀 명단에 올라가 있었다.“뭐야, 그 표정은? 널 받아준 건 네 능력을 인정해서야. 싫다고 거절하지 마.”진호도 거들었다.“그러니까! 원래 넌 안 끼워주려고 했는데, 같은 반이라고 봐줘서 넣어준 거야. 감사히 생각하라고!”거절할 기회조차 없이, 재운은 지예의 팀원이 되어버렸다.하지만 그는 곧 마음을 다잡았다.어차피 이렇게 된 일이라면, 제대로 하는 게 맞다고. 그래서 재운은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논문 자료를 모아 오라는 말에 이틀 밤을 꼬박 새웠고, 간신히 자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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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재운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아니요... 못 받았어요...”진일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당황하지 말고 기숙사에서 기다려. 내가 직접 확인하고 올게.”말을 마치고는 곧장 기숙사를 나와 송지혜의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안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진일은 멈칫했다.송지혜가 말했다.“이번에 꽤 잘했어. 첫 도전인데도 최우수상을 받아왔잖아.”이 성과는 학과에 명예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에게도 긍지를 안겨주었다.몇 달간 쌓였던 울분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이런 상황에서 송지혜는 만족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지예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사실, 이 모든 게 다 소정은 덕분이에요. 이모, 그 애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Science나 네이처 학술지 같은 곳에 논문을 쉽게 낼 수 있고, 이런 대학생 경진대회에서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연구 과제를 내놓다니...”그녀의 말투에는 질투가 묻어 있었다.지예는 비록 정은의 연구 결과를 가로채긴 했지만, 상대의 실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송지혜는 차를 홀짝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그 정도가 대단한 거야? 흥, 소정은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너도 할 수 있어. 그 애는 운이 좋아서 앞서 나간 것뿐이야. 언젠가 너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지예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소정은을 따라잡는다고? 허, 그런 생각은 꿈에서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한때 ‘천재 소녀'라는 타이틀을 등에 업고 살았던 지예는 자신이 정말 천재라고 착각했었다.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그녀는 뼈저리게 깨달았다.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고, 자신은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었다.예전의 거만함과 자만은 결국 우물 속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어리석음에 불과했다.소정은은 정말 강했고, 지예는 한없이 부족했다.하지만 어쨌든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어떤 방법을 썼든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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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이모?” 지예는 의아해했다.“네가 일을 시켰으면서 마지막에 이름을 지워버리면, 재운이가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아?”“그렇든 말든 왜 제가 신경 써야 하는 거죠?” 지예는 턱을 치켜들었다.“겁낼 필요야 없지. 시골에서 온 가난뱅이가 뭘 할 수 있겠어? 하지만 생각해 봤어? 만약 재운이가 마음속으로 불만을 품고 있다가, 다른 사람들은 다 상을 받았는데 자신만 아무것도 못 얻게 되면? 그러다 네가 저지른 일을 눈치채고, 다 같이 망하자는 식으로 폭로해 버리면 어쩌려고?”“그럴 리 없어요... 그 바보가 뭘 알겠어요? 팔려 가도 돈 세며 좋아할 놈인데. 걔가 그렇게까지 똑똑할 것 같아요?”송지혜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 “재운 뒤에 진일이 있다는 걸 잊지 마.”지예는 코웃음을 쳤다. “그 사람 언급하지도 마세요. 생각하면 화가 나니까요. 이모, 그거 아세요? 지금 그 사람 버젓이 교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던데요?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니느라 학생답지도 않다니까요!”“지난주에 논문 두 편 빨리 내라고 했더니, 듣자마자 전화를 그냥 끊어버린 거 있죠! 점점 더 건방을 떠는 거 같아요. 교수님인 이모를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고요.”송지혜의 표정이 싸늘해졌다.지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채질했다. “게다가, 걔 소정은 팀들과 꽤 친한 사이 같던데요?”“누가 그래?”“그건 굳이 남한테 들을 것도 없죠. 눈으로 보면 다 아는 걸요! 보통 사이였으면, 아니, 아예 아무 사이도 아니었으면, 소정은이 실험실 완공 기념으로 따로 초청장을 보냈겠어요?”“뭐라고? 진일이 초청장을 받았다고?”“어머, 이모, 모르셨어요?” 지예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속삭였다. “이거 이미 학교에 다 퍼졌어요. 다들 진일 선배가 대단하다니, 얼굴값 한다니, 아무튼 난리도 아니에요!”“이 자식이!”지예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아까 재운이 이름을 지웠다고 했지? 걔는 지금 조용하니?”“네. 찍소리도 못 하고 있어요. 지금쯤 어딘가에서 몰래 울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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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게시글은 무려 10페이지에 달했고,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고발자는 다름 아닌 송지혜의 제자인 진일이었다. 그는 송지혜가 논문을 조작하고, 사적으로 대학원생을 선발하며, 뇌물을 받고 외부 기업과 결탁한 것은 물론, 조카인 지예를 위해 대필 논문까지 작성하게 했다고 폭로했다.게시글 말미에는 PDF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이를 열어보면 총 30여 페이지가 넘는 송지혜의 비리와 부정행위가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구체적인 증거 자료까지 포함된 이 문서는 단순한 의혹을 넘어선 확실한 폭로였다.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학생들을 착취하고 각종 선물을 요구한 정황.][제자들에게 정신적 압박을 가하며 강압적으로 일을 시킨 사례.]가장 충격적인 것은, 송지혜가 진일의 연구 성과를 가로채고, 이를 지예의 성과로 둔갑시킨 것이었다.이 모든 내용은 명확한 증거와 함께 공개되었고, 서비대학교의 사이트는 순식간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세상에, 30 페이지가 넘다니. 정말 충격이야. 이게 전부 사실이라면 정말 끔찍한데?][요약해 줄 사람 없나? 너무 길어서 다 읽긴 힘든데.][이건 명백한 교수님의 권력 남용이애. 제자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걸 보면, 얼마나 참다가 폭로한 것이겠어.][헉, 고등학생 때부터 이런 짓을 해왔다고? 그럼 특혜며 대학원 진학까지 다 부정입학 아니야?][천재 소녀? 웃기지 마. 부정행위로 쌓아 올린 가짜 성공이겠지!][그런데 교수님의 제자가 직접 폭로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보통은 익명으로라도 조심스럽게 올리는데, 실명으로 터뜨린 걸 보면 진짜 궁지까지 몰렸던 모양이야. 만약 이게 사실이 아니면, 이 학생도 정말 악인이 다름없어!][읽다가 소름 돋았어. 매일같이 교수한테 갈굼당하는 나로선 너무 공감돼서 눈물 날 지경이야... 난 이런 용기가 없지만, 그래도 남진일을 응원하겠어!][와, 진일 선배 정말 너무 비참한대?][진짜 최악이다. 연구 성과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조카 대신 논문을 써주게 했다고? 이 정도면 범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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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험난한 선택이요?”민지는 이해하지 못했다.“고발은 어렵지 않을 텐데. 증거만 충분하면 여론을 이용해 직접 송지혜 교수님을 무너뜨릴 수 있잖아요. 이게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는 것보다 훨씬 빠를 텐데.”여론이 커지면 학교도 모른 척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효율만 따지면 고발이 가장 빠른 방법이지. 하지만 그 게시물을 다시 한번 자세히 봐봐.”“봤어. 몇 번이나 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진일 선배는 실명으로 고발했어.”“그래서?”민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서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민지는 지금 순진무구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학생이 교수님을 고발하면 두 가지 결과뿐이야. 첫째, 성공해서 교수님이 처벌을 받는다. 둘째, 실패해서 교수님은 여전히 멀쩡하다. 하지만 어떤 결과든 학생의 입장에 있어 이후의 상황은 지옥과 다름없어.”민지는 눈살을 찡그리며 물었다.“실패하면 교수님한테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해. 그런데 왜 성공해도 마찬가지란 거야?”서준은 조용히 되물었다.“그런 성공했다고 치자. 그다음은?”“당연히 그 교수님이 해임되거나, 감옥에 가겠지!”“맞아. 그럼 교수님이 해임되면, 그 학생은?”서준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특히 진일 선배처럼 마지막 1년을 앞둔 사람이라면? 곧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지도교수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민지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했다.교수가 해임되면 진일은 제때 졸업할 수 없게 된다.설령 학교 측에서 지도교수를 바꿀 기회를 준다고 해도, 몇 년 동안 연구한 분야가 바뀌면 주제 자체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그렇게 되면 지난 3년 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다.졸업을 하지 못 한 대학원생이 학부생과 뭐가 다를까?아니, 어쩌면 학부생보다도 더 못할 수도 있었다.동기들 중 학부생들은 나이도 더 어리고, 앞으로 기회도 많았다.한참 동안 침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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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안 되는 건 아닌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해.”정은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그러다 두 사람은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뭐야...”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왜 둘 다 날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거야?”“정은 언니, 좋은 방법 좀 생각해 봐요. 우리 같이 진일 선배 도와줘요. 이건 선배의 힘을 빌려 송 교수를 처치하는 거잖아요. 기왕이면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후배들이 피해 보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동안 우리도 당한 게 많으니까, 이번엔 송 교수가 죗값을 치를 차례예요.”정은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민지야, 진일 선배한테 전화 걸어. 그리고...”...정말 정은과 서준의 예상대로였다.글이 처음 올라왔을 땐 반응이 뜨거웠다.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조회수도 10만을 돌파했다.하지만 학교 측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송지혜 또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점차 흥미를 잃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그와 함께 게시물의 열기도 식어갔다.이렇게 되면 며칠 안으로 이번 논란은 조용히 사그라들 것이고, 결국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풉.”송지혜는 사태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마치 자신이 고발당한 게 아닌 듯, 오히려 비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지예는 달랐다.진일이 글을 올린 순간부터 그녀는 멘탈이 무너질 지경이었다.사흘 내내 울기만 했다.눈물로 흠뻑 젖은 뺨이 마르기도 전에 다시 눈물이 흘렀고, 그 와중에도 휴대폰을 붙잡고 미친 듯이 사이트를 확인했다.댓글 속 끝없는 비난과 조롱을 보며 결국 또 울음을 터뜨리다 기절해버렸다.그 모습을 본 송지혜가 혀를 차며 소리쳤다.“쯧, 한심한 것! 내가 죽기라도 했어? 벌써부터 상이라도 지내는 거야? 날 저주하는 거냐, 아니면 내 속 뒤집히게 하려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송지혜는 성큼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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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짝짝짝-송지혜가 박수를 쳤다.“그런데 넌 잊었니? 내가 네 지도교수야. 내가 무너지면, 네가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아?”“사제 간의 정을 봐서 기회를 줄게. 이번 일은 네가 꾸민 자작극이었다고 인정한 뒤 나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 그러면 난 이 일을 없던 걸로 해줄 수도 있어. 넌 정상적으로 졸업할 수 있고.”진일이 씁쓸하게 입꼬리를 구부렸다.“이미 결심했기에 후회 같은 건 없어요.”충혈된 눈, 지친 얼굴.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났다.“그리고 한가지 여쭤보고 싶어요. 교수님은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하세요. 제가 신고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으세요?”송지혜가 코웃음을 쳤다.“그래서? 그게 뭐 중요한데? 좋아, 네가 끝까지 버틴다면 나도 사제 간의 정을 고려하지 않겠어.”진일은 우습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사제 간의 정?’그녀에게 있어, 진일은 언제나 부르면 오고, 필요 없으면 버리면 되는 존재였다. 애초에 사람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물론 진일은 침묵할 수도 있었다. 단지 6개월만 버티면 되니까. 졸업장을 들고 이곳을 떠나면, 송지혜라는 이름도 다시는 들을 일 없을 것이다.‘하지만 내가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은 어떡하지?’재운 같은 피해자는 또다시 생길 것이고,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그는 졸업하면 자유를 누릴 수 있었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그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그 아이들은 결국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는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진일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이건 단순히 그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진일은 이제야 깨달았다.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누군가는 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전에 진일은 정은의 용기에 탄복한 적이 있는데, 지금, 그는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결국 불쾌하게 헤어졌다.떠나기 전에 송지혜는 매섭게 경고했다.“나도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 넌 얼른 내가 말한 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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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이 순간부터 공부의 의미가 이미 변했어.]누군가 이런 댓글을 달았다.[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어.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어. 그 친구들은 오랜 시간 노력했고, 먼 길을 걸어 마침내 최고의 학부에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아무도 내게 그곳에 깊고 어두운 심연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어.][나는 일반 대학 출신이라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할 수가 없군.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남기고 싶어.][이번만큼은 꼭 이겨라.][나는 실패자일지 몰라도, 그 아이는 아니야. 그 아이는 내가 어릴 때부터 동경해온, 노력으로 빛나는 사람이니까.][난 진일이 무너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남진일, 네 앞날이 밝고 찬란한 길이 되길 바랄게. 너의 인생이 눈부시게 펼쳐지길.][시든 꽃잎을 모아 엉성한 시집을 만들지 말고, 세상을 뒤흔드는 책 속의 가장 뜻깊은 한 장을 써 내려가야 해!]...정오 12시, 진일의 두 번째 게시글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이번엔 10분짜리 녹음 파일이었다.진일은 재운의 일을 해결하러 교수 사무실을 찾았으나, 문 앞에서 뜻밖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송지혜와 서지예.이모와 조카의 대화를.진일은 그 녹음을 그대로, 한 치의 편집도 없이 올렸다.자동 생성된 자막이 전부였다.오후 1시.[서비대 학생, 자신의 지도교수를 고발하다.]이 태그가 순식간에 주요 SNS을 독차지하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수많은 네티즌이 서비대학교 공식 사이트로 몰려가 고발 방법을 찾았고, 결국 서버가 붕괴되었다.학교 공식 계정 역시 ‘폭격’을 당했다.댓글 창은 온통 진일을 위한 댓글로 뒤덮였다....한편, 휴가 중이던 교내 주요 부서의 책임자는 긴급 복귀하여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송지혜! 또 송지혜야!” 이제 사람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국내 최상위권 명문으로 손꼽히는 서비대학교, 오랜 역사와 자부심을 지닌 학교가 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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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서비대학교 본부 행정실에서.“이제 우리 학교 공식 입장을 발표한 지 두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 여론의 흐름은 어떻게 됐어?”비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왜 대답이 없지?!”그게...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행정실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대로였다.결국, 고발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졌으니,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이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반응은?”“별로 좋지 않습니다.”“그게 무슨 뜻이지?”“네티즌들은 전부 남진일 학생이 어떻게 될지, 예정대로 졸업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행정실 실장은 순간 얼어붙었다....한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망했어... 이제 끝장이야...”지예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핸드폰을 내던지고 침실로 뛰어들었다.“이모! 이모! 빨리 일어나세요, 큰일 났어요!”송지혜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조카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몸을 살짝 움직였을 뿐 눈조차 뜨지 않았다.“이모! 진짜 심각한 일이에요!”지예는 다급하게 송지혜를 흔들며 깨우려 했다.그러자 송지혜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반사적으로 지예의 손등을 탁 하고 내려쳤다.“아침부터 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거야! 좀 편하게 자게 놔둘 수 없어?!”지예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손등을 감싸 쥐었다. 맞은 곳이 따끈하게 아팠고, 가슴은 더욱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울먹이며 외쳤다.“이모, 큰일 났어요! 지금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니에요!”송지혜는 짜증 난 듯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내가 몇 번을 말해, 침착하라고! 침착 좀 해! 너 지금 거울로 네 꼴 좀 봐!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아니면 소파에 바짝 붙어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거나...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이모! 남진일이 또 신고했어요!”지예는 다급하게 발을 굴렀고,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 맺혔다.그러자 송지혜는 비웃듯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하! 학교 사이트가 자기의 것이라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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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지예의 시각에서, 상대방의 얼굴이 순식간에 핏기를 잃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방금 전까지 거만하게 굴며 태연하고 의기양양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공포와 혼란,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절망감으로 바뀌었다.“아, 아니... 말도 안 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지예는 비웃듯이 말했다.“여론은 원래 순식간에 변하는 법이죠. 이모가 어제 밖에서 돌아와서 곯아떨어지는 동안,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겠죠.”“남진일 이 빌어먹을 자식! 학교 사이트에서 난리 친 것도 모자라, 감히 이 일을 SNS에 올리다니?!”“왜 못 하겠어요?” 지예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이모는 졸업을 빌미로 협박까지 하셨잖아요. 이미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죽기 살기로 덤벼들겠죠. 가만히 앉아서 당할 바에야 어떻게든 발버둥 치는 게 낫지 않아요?”찰싹.손바닥이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끈거리는 느낌이 얼굴에 퍼졌다.“너, 대체 누구 편을 드는 거야?!” 송지혜가 격분하며 소리쳤다. “내가 무너지면, 넌 멀쩡할 것 같아?!”그러나 이번에 지예는 울지도, 반항하지도 않았다.그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맞은 볼이 붉게 부어오른 채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송지혜는 정말 손에 힘을 주었다.“왜... 왜 그렇게 날 쳐다봐?”그 눈빛이 섬뜩했는지, 송지혜가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뒷걸음질쳤다.지예의 목소리는 싸늘했다.“당연히 이모가 겁에 질려 허둥대는 모습,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 높은 곳에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거겠죠. 그리고, 스스로 초래한 파멸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걸 깨닫는 모습까지요.”“너...” 송지혜는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하지만 이번엔 지예가 먼저 움직였다.번개처럼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힘껏 밀쳐 벽으로 내던졌다.쿵.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이제 두 번 다시 저를 때리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지예가 이를 악물고 외쳤다.“나는 이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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