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정은은 알람도 없이 자연스럽게 눈을 떴다. 몸이 먼저 하루를 시작하려는 듯 움직였다. 그녀는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머리를 정리했다.오늘 오전 수업은 조금 늦게 있어서, 평소와 달리 부엌부터 들렀다. 전날 밤부터 저온 조리기에 찬물로 불려둔 죽이 잘 끓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뚜껑을 여는 순간, 뜨겁게 올라오는 김이 정은의 얼굴을 감쌌다. 쌀과 잡곡이 어우러진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정은은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한 입 떠먹어봤다. ‘음... 달지도 않고, 너무 퍼지지도 않았어. 딱 좋아.’ 이어서 전원을 끄고, 불도 내렸다. 그리고 집에 밀가루가 조금 남아 있었기에, 이번엔 자기만의 전병을 해보기로 했다. 정은은 먼저 매콤한 양념장을 만들었다. 양파랑 마늘은 잘게 다지고, 된장에 고추장, 그리고 약간의 물을 넣어 자글자글 볶았다. 거기에 설탕 조금과 굴 소스, 그리고 향신료를 살짝 넣어 풍미를 더했다. 양념장은 따로 식힌 정은이 밀가루 봉지를 꺼냈다. 약 500그램을 큰 그릇에 덜고, 소금을 약간 넣어 섞은 후, 젓가락으로 가운데를 십자로 그어 가르듯 나누었다. 한쪽엔 찬물, 다른 쪽엔 끓는 물을 부어가며 각각 섞어줬다. ‘반죽이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는 비결. 할머니가 알려준 방식이지.’ 섞은 반죽은 5분 정도 숙성시킨 후, 손으로 부드럽게 치댔다.반죽은 금세 매끈하고 끈적이지 않게 변했다. 15분 정도 덮어두고 반죽을 숙성시키는 사이, 정은은 기름장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숙성된 반죽은 전기 팬 크기에 맞게 밀대로 펴고, 표면에 기름장을 바른 후, 피자처럼 8조각으로 칼집을 냈다. 바깥에서 안쪽으로 접어가며 둥글게 뭉친 후, 5분간 더 숙성. 그걸 다시 눌러 납작하게 만들었고, 한 번 더 밀대로 펴줬다. 이제 팬 위에 올릴 차례. 양면이 노릇하게 구워지면, 양념장을 바르고 대파를 송송, 참깨를 솔솔. 정은은 전병을 두 장 부쳐서 작게 잘랐다.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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