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서준은 민지의 집에서 묵었다. 게스트룸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민지가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동안, 서준은 거실에서 전화를 두 통 걸었다. 민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가끔 들리는 서준의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응... 맡길게, 정리 좀 해줘.” “삼촌, 감사해요... 할아버지께 안부 전해주세요...”“...”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 무리의 친척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병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고성이 들렸다. 이미 한바탕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둘째야, 내가 이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 네 꼴이 그게 뭐냐? 이 상황에서 뭘 잘했다고 설치려 들어?” “민지가 그냥 감기라던데, 이게 감기냐? 중풍이지! 제 아버지 병세를 거짓말로 덮으려 들다니, 이게 말이나 돼?” ‘뭐? 내가 아빠 병을 숨겼다고?’ 민지는 분해서 이를 악물었다.딸 바보 하정남은 누가 자기 딸을 욕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켜 반박하려 들었다.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얼굴만 붉어지고 눈만 커졌지, 몸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제기랄... 움직이질 않아... 젠장...’ 하정남은 속으로 울부짖었다.옆에 있던 임수인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친척들의 기세에 대응하랴, 남편 상태를 보랴, 정신이 없었다. 혹시라도 하정남이 흥분해서 병이 악화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그만들 좀 하시죠! 우리 민지가 어떤 아이인지 부모인 우리가 모르겠어요? 당신들이 뭔데 입을 대요?!”“여보, 움직이지 마요, 화내지도 말고 그냥 누워 있어요. 내가 대신 말할게요. 걱정 마요.”임수인은 하정남을 달래고 나서,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그 무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아주버님, 오늘 서방님들까지 모시고 오신 건... 무슨 의도죠?”하지만 하정남의 형, 하정동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싸늘한 눈빛으로 병상에 누운 동생을 노려봤다.“남자들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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