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건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고, 턱은 굳게 다물렸다.“내가 널 실망시켰구나.” 시연은 부정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하면, 그랬죠.” 순간, 유건의 가슴이 내려앉았다.“그럼 지금은? 나도 아직 부족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더 노력할 거고...”“아니요.”“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나한테 잘해주는 것도, 다 알아요.” ‘그럼 뭐가 문제야?’유건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시연의 손을 잡고 절박하게 말했다.“이렇게 된 거, 그냥 내 옆에 있어 줘. 평생 네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면서 살게. 제발, 응?” “유건 씨.”시연은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고, 가볍게 손을 떼어냈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당신은 예전의 고유건이 아니에요. 지금의 당신은 정말 나아졌어요. 하지만, 나도 더 이상 예전의 지시연이 아니에요. 지금의 나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졌어요.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한때는 간절히 바라던 것이었다. 지금은 그 모습이 확실하고, 어쩌면 세월이 흐르며 더 빛날지라도... 시연은 더 이상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말에, 유건은 숨이 멎은 듯 굳어버렸다.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유건 씨.”시연은 그의 눈동자에 서린 슬픔을 읽어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리슬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만!”굳어 있던 유건이 이 한마디에 폭발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야?” “하...”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집안도 당신이랑 잘 어울리고, 예쁘고... 무엇보다 당신을 좋아하잖아요.”“왜, 중매라도 서고 싶어서?” 유건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런데 어쩌지? 난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데.”순간, 그는 시연의 허리를 감싸 품 안에 가뒀다.“중매하려면 남자 측 취향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시연은 눈썹을 찌푸린 채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만나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알아요? 당신, 예전엔 나도 안 좋아했잖아요.” 두 사람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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