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 Chapter 1231 -الفصل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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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1화

시연과 태권은 출근 시간이 있어 오래 머물지 못했다.병실을 나서기 전, 태권은 조용히 손을 뻗어 동생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오빠 퇴근하고 다시 올게.”“응, 알았어.”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웃음을 지었다.지하는 두 사람 뒤를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가는 척했지만, 곧 발길을 돌렸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와 방문을 닫았다.그는 의자를 끌지도 않았다. 그대로 침대 옆에 앉아 진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진아, 나 지금... 많이 화났어.”진아는 잠시 얼떨떨했다. 지하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뭘 또 마음에 두고 있나 보네.’겉으로는 모르는 척,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왜?”“왜냐고?”지하는 되묻듯 중얼거리며, 잡은 손가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 모습만 보면 마치 연인의 대화 같았다.“네 오빠 앞에서, 나를 남자친구라고 못 해? 내가 그냥 부 대표님이야? 응?”남자의 얼굴에는 분노도, 웃음도 없었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왔구나.’진아는 속으로 짐작했던 순간이 드디어 찾아왔음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크게 당황하지도 않았다.“조금 더 기다리자고, 당신이 그랬잖아? 오빠한테 말했다고 쳐. 내가 아픈 게 당신 때문이라고 말할 거야? 그러다 괜히 당신이 미움받으면 어떡해. 내 말이 틀렸어?” “그래? 하...”지하는 낮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차갑게 깔려 있었다.“진아, 내가 뭐든 네 말 다 들어주겠다고 했지. 근데 단 하나... 널 놓아주는 건 안 된다고 했던 거, 벌써 잊었어?”진아는 온몸이 굳었다.“나... 지금 여기 있잖아.”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내뱉었다.순간, 지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조금 전까지의 부드러움은 흔적도 없었다.그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약 상자를 꺼내더니, 침대 위로 툭 던졌다.“이게 뭔지. 설명해.”진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약 상자가 구겨져 있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어젯밤 욕실 쓰레기통에 버린 걸, 이 남자가... 주워온 거였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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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지하는 손을 들어 진아의 턱을 가볍게 집어 들었다.“나랑 결혼하는 게 그렇게 억울해? 집안 배경이며 배운 거며, 내가 뭐가 부족한데? 내가 너한테 잘 못 해주던가?” 남자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웃음이 번졌다.“자랑 같지만, 진아, 네가 이생에 나보다 더 나은 남자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불가능해.”‘쳇...’진아는 속으로 혀를 찼다.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겉으로는 미소를 띠며 태연하게 말했다.“물론 부 대표님은 좋으시겠죠. 하지만 제가 모자라서, 그런 복은 차마 누릴 수가 없네요. 그러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제게서 물러나 주세요. G시에서 줄 서서 당신과 결혼하려는 여자들, 널렸을 테니까요.” “그렇겠지.”지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진아의 볼을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분노를 억누르는 목소리였지만, 그 말속엔 단호함이 깔려 있었다.“하지만 이게 문제야. 내가 원하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라는 거. 그러니까 네가 참아줘야 해.”“부지하!”진아가 소리쳤다.“난, 너 하나야!”지하는 더 낮게, 더 강하게 반복했다.진아는 몸을 떨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친 소리 그만해! 난 절대 안 해! 난 또 차에서 뛰어내릴 거고, 약도 먹을 거야... 다음에도 다른 수단을 쓰겠어!”두 사람은 숨을 멈춘 듯 서로를 쏘아보았다.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지하는 이를 악물고 냉소 섞인 미소를 지었다.“참나, 그 ‘수단’이라는 게 통할 줄 알아?”“뭐 어쩌겠다는 거야?”진아는 목을 곧게 세웠다. 눈빛에는 두려움 대신 불굴의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지하는 문득 다른 카드를 꺼낸 듯 목소리를 낮췄다.“네 오빠, 임태권. 그 사람은 사업하면서 여기저기 아는 사람이 많을 테지. 네가 혹시라도 또 무리수를 두면... 네 오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감당할 수 있겠어?” “뭐...?”그 한마디에 진아의 얼굴이 굳었다. 핏빛이 빠지고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몸은 더욱 떨렸다.“당신, 당신... 우리 오빠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지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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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화

병원에서 이틀을 보낸 끝에, 진아는 퇴원했다.그동안 지하는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진아 곁을 지켰다. 낮에는 진아가 링거 치료를 받는 동안 재명과 함께 업무를 처리했고, 밤에는 간병인을 두지 않고 직접 곁에서 지냈다.지하의 체력은 원래 좋은 편이었지만, 병원이라는 곳은 밤낮이 뒤바뀌고 의사나 간호사가 수시로 들락거려 쉬는 시간이 자꾸 잘려 나갔다.불과 이틀이었지만, 결국 지하도 피로가 묻어났다.집으로 돌아와 마크힐스에 도착했을 때, 지하는 진아를 침대에 눕히고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됐다.”그는 진아의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역시 집이 제일 편해. 뭐든 하기 좋고, 너도 푹 쉴 수 있고.”진아는 지하를 바라보며, 씩 웃지도 않은 웃음을 흘렸다.“당신은 좀 쉴 수 있겠지.”지하는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도 맞네.”“왜?”진아는 옆눈으로 지하를 흘기며 말했다.“고작 이틀인데, 지겨워졌어?”‘지겨워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야 더는 날 돌보지 않고, 놓아주겠지.’지하는 난감한 듯 고개를 저었다.“내가 언제 지겹다고 했어? 내가 그런 것 같아 보여? 난 전혀 안 지겨워. 오히려 네 곁에 있는 게 좋아. 널 돌보는 게 좋단 말이야.”그 말에 진아는 힘이 빠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말투도 매섭게 바뀌었다.“부 대표님, 의외네요. M 기질이 있으셨나 봐.”“뭐라고?”지하는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용어엔 익숙하지 않았다.“그게 무슨 뜻이야?”‘됐어, 말해봤자 소용없네.’진아는 대충 얼버무렸다.“칭찬한 거야. 당신은 돌보는 데 선수시잖아.”“그래?”지하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몸을 기울여 진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네가 만족한다니 다행이네.”그러곤 말을 이었다.“잠깐 회사에 다녀와야 해. 점심은 같이 못 먹을 것 같아. 대신 저녁엔 최대한 일찍 들어올게.”진아가 연달아 병원에 있었던 터라, 회사는 이미 일이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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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이제는 진아의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알았어요!”진아는 성가신 듯 소리치고는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켰다.“내려오실래요, 아니면 제가 가져다드릴까요?”“옷 갈아입고 바로 내려갈게요.”“예, 임 선생님.”어쩔 수 없이 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에 숄을 둘러 걸치고 간단히 세수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후.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지하는 바로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오늘 저녁에 잡혀 있던 술자리도 전부 취소했다.짐을 정리한 지하는 전화를 걸었다.“뭐 하고 있어?”[내가 뭘 하겠어... 그냥 누워 있지.]진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늘어져 있었다.“심심해?”지하가 웃음을 흘렸다.“나 이제 끝났어. 바로 갈게.”지하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30분이면 도착할 거야. 기다려.”[응.]그때, 사무실 문이 두드려졌다.“대표님, 오설아 씨 오셨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아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지하와 설아의 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설아가 본사에 드나드는 걸 막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애초에 지하가 지시해 둔 일이었다. 설아가 오면 보고 절차 필요 없이 바로 들여보내라고.지하는 핸드폰을 서둘러 끊으며 말했다.“집에 가서 얘기하자.”“지하.”“설아.”지하는 눈에 띄지 않게 미간을 좁혔다.“이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설아는 지하의 준비된 모습에 잠시 머뭇거렸다.“혹시 나가려고 했어? 중요한 약속 있지? 그럼... 다음에 올까?”“아냐.”지하는 손을 내저으며 소파를 가리켰다.“중요한 약속 아니야. 앉아. 말해 봐.”“응.”설아는 지하 말대로 앉았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무슨 일이야?”지하는 설아의 주저하는 눈빛을 보고 웃으며 다독였다.“나한테는 뭐든 말해도 돼. 괜히 예의 차리지 마.”“예의가 아니라...”설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눈가가 벌써 붉어졌다.지하는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무슨 일인데? 설마... 윤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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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화

사건이 설아의 사생활과 직결되는 일이라, 지하는 재명에게 지시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어 일일이 정리했다. 그러느라 집에 도착한 건 두 시간쯤 지난 뒤였다.현관문을 연 건 하순자였다.“대표님, 돌아오셨어요? 밖에서 저녁 드셨어요?”지하는 인사 대신 곧장 물었다.“임 선생님은요?”“임 선생님은 이미 식사하셨어요.”하순자의 목소리엔 걱정이 얹혀 있었다. 시간은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을 넘긴 지 오래였다.지하는 잠깐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밥 차려드릴까요?”“이따가요.”지하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임 선생님 얼굴 보고 올게요.”“네, 알겠습니다.”안방 불은 켜져 있었지만 진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욕실 문이 닫혀 있어 지하는 문 앞으로 다가갔다.“진아, 안에 있어?”문을 살짝 밀어보려 했더니 안에서 잠겨 있었다.“샤워 중이야?” 지하는 두어 번 더 불렀지만, 안쪽에서는 답이 없었다.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가지러 돌아서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진아가 나타났다. 머리엔 타월 대신 드라이 캡을 두르고, 몸에는 목욕 가운을 걸친 상태였다. 지하를 보자 진아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앗! 왜 이렇게 살금살금 와? 소리 좀 내지 그랬어.”‘내가 왜 소리 내냐...’지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진아의 귀에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를 뽑아 들었다.“두 번이나 불렀는데 대답을 안 해서.”“아, 그래?”진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씻고 있었어. 영상 좀 보고 있었고.”그녀는 화장대 앞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아 스킨케어를 시작했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진아.”지하가 그녀 뒤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미안해, 늦어서.”거울에 비친 진아의 얼굴이 그를 한 번 훑고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왜 사과해? 설명은 됐어. 난 당신의...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뭐라는 거야, 또 그 말.’지하는 목소리를 높이려다 말고 애써 감정을 눌렀다. 침대 곁에 서서 진아의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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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그래서 진아는 지하 비서의 말을 들었다. 오설아 씨가 왔다고...‘오설아 씨, 오설아...’“칫...”진아는 거울을 향해 비웃듯이 웃었다.부지하와 오설아, 끊어지지도 않고 이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헤어지지도 못하고 붙어 있지도 못한 채, 결국 아무 상관도 없는 진아만 괴롭힐 뿐이었다. 지하가 다시 올라왔을 때, 진아는 이미 누워 있었다.지하가 샤워를 마치고 누웠을 때, 진아는 벌써 잠들어 있었다.“자기야.”지하가 다가와 진아를 품에 안았다.진아는 사실 깊이 잠든 게 아니었다. 지하의 움직임에 금방 깨어날 수 있었지만,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그와 대화하고 싶지도 않았다.“자?”지하가 손을 들어 진아의 머리칼을 쓸어내렸다.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속삭였다.“자, 잘 자.”...이틀간 요양하고 나니, 진아의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그때 지하가 다시 말을 꺼냈다.“이번 주말에, 네 집에 가자.”진아는 과일 볼을 들고 망고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있었다.‘말하고 싶지 않아.’‘알겠다고 말하는 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고...’‘거절한다고 해서 부지하가 물러날 리도 없어.’ 그래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락한 거야?”진아가 대답하지 않자, 지하는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였다.지하는 진아의 손을 잡아 입술에 대고 키스하며 말했다.“다 준비했어. 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집에 말만 해두면 돼.”‘마음이 죽어가는 것 같아. 이 운명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그렇게 또 이틀이 흘렀다.주말이 다가왔는데도 진아는 여전히 가족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내가 인정하지도 않는 약혼자를 가족에게 어떻게 말해?’‘하지만 내일이면 벌써 주말인데...’...진아는 강울대에서 나와 마크힐스로 돌아왔다.하순자가 문을 열어주었는데, 거실에서 희미하게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진아는 놀랐다.‘부지하가 벌써 돌아왔나? 게다가 손님까지?’하순자는 진아의 표정을 읽고는 웃으며 설명했다.“대표님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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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그뿐만이 아니었다.진아는 자리에 앉아 긴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겼다. 풀어놓는 건 불편했는지, 테이블 밑에서 머리끈 하나를 꺼내 머리를 대충 묶어 뒤로 넘겼다.너무도 자연스러운 동작, 분명 처음이 아닌 듯했다.그 모습을 본 설아는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가, 무심코 물었다.“여기... 같이 사는 거예요?”“네?”진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그 말에 설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임진아랑 지하가... 동거한다고? 믿을 수가 없어.’그동안 지하는 늘 혼자였다. 곁에 훌륭한 여자들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지하는 늘 무심했다.그런데, 겨우 몇 달 만에 사귀기 시작한 진아와는 벌써 함께 살고 있다니.설아는 진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기와 닮은 듯 닮지 않은 얼굴.‘도대체... 이건 뭐지?’복잡한 마음이 설아의 가슴을 억눌렀다.잠시 후, 지하가 계단을 내려왔다. 손에는 서류봉투가 들려 있었다.마침 순자가 부엌에서 물컵을 들고 거실로 들어오던 참이었다.지하는 그 물컵을 힐끗 보더니 손을 내밀었다.“임 선생님 물이에요?”“네.”“제가 가져갈게요.”지하는 자연스럽게 받아서 들었다.“제가 직접 주면 되니까요.”“아, 네.”지하는 한 손에 물컵을, 다른 손엔 서류봉투를 든 채 다가와 테이블 위에 봉투를 내려놓았다.그러고는 물컵 뚜껑을 열어 진아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순자 이모님이 참 세심하시지? 네가 물 잘 안 마시는 걸 알고 계셔. 오늘도 한 모금도 안 마셨지? 조금이라도 마셔.”“아...”진아는 컵을 받아서 들고 싶었지만, 지하는 허락하지 않았다.“그냥 이렇게 마셔.”결국 진아는 지하의 손에 맞춰, 조금씩 물을 삼켰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설아의 마음은 뒤섞여 어지러웠다.지하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설아에게 이번이 처음이었다.게다가 지하가 다른 여자에게 이렇게 다정한 모습이라니.지하가 얼마나 세심한 사람인지 설아는 잘 알고 있었다.누군가를 챙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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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오설아 씨 물건이라고요?”진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근데 이건 지하 씨가 위에서 가져온 거잖아요.”“어... 네.”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제가 지하한테 부탁한 거예요. 분명 제 물건이에요.”“그래요?”“진아!”지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표정이 굳어졌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단단했다.“그거 당장 설아한테 줘. 장난치는 거 아니야!”‘이렇게까지 화낼 줄은 몰랐네.’기억을 더듬어도, 지하가 진아에게 이렇게 매섭게 대하는 건 본 적이 없었다.진아는 속으로 조용히 냉소를 흘렸다.‘봐라. 진짜 사랑과 대타의 차이란 이런 거지.’‘진짜 사랑이 바로 옆에 서 있으니, 난 아무것도 아니네.’하지만 진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대담해졌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려 도발적인 웃음을 띠고 서류봉투를 꼭 쥐며 말했다.“안 줄 거예요. 이제 어쩔 건데요?”그러더니 봉투 입구를 벌렸다. 손을 깊숙이 넣어 무언가를 찾으려는 순간...“안 돼요!”“진아!”지하와 설아가 동시에 소리쳤다. 지하는 재빨리 손을 들어 진아의 손목을 꺾어 잡았다.“아...”손목뼈가 딱 소리를 내자, 진아가 찡그리며 손을 뗐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다른 팔로 봉투를 굳게 껴안아 가슴에 집어넣었다.“흥!”진아는 비꼬는 듯 웃음을 흘렸다.“설아 씨, 여기엔 뭐가 들었죠? 보면 안 되는... 부끄러운 증거 같은 거예요?”지하의 눈빛이 한순간 날카로워졌다. 동공이 흔들리는 듯했다.“진아, 무슨 소리야?”“내가 틀린 말을 했나?”진아는 눈꼬리를 슬쩍 내려 설아를 힐끗 보았다.“부지하, 당신이 한 짓을 책임질 자신은 없지? 오설아 씨한테 무슨 마음을 품은 건지, 내 입으로 일일이 설명해야겠어?” “그만해!”지하는 굳은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평소엔 네가 장난치는 것도 얼마든지 참아줬어. 하지만 내가 널 챙기고 소중히 여긴다고 해서, 상황도 분간 못 하고 지나치게 굴면 안 되는 거라고!” ‘당신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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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설아가 떠나자마자, 지하의 안색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진아가 나갔다. ‘단 한마디에... 진짜로 나가버렸어!’‘쳇...’지하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고개를 떨궜다.점차 차분해지자, 이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지하는 인정했다. 조금 전, 자신이 충동적이었다는 걸. 물론 진아가 잘못한 것도 맞았다. 남의 물건을 붙잡고 놓지 않은 건 분명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진아는 원래 분별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 의도적으로, 철저히 계산해서, 일부러 자신을 자극한 걸 터였다.‘결국 내가 함정에 걸린 거지.’지하는 속으로 씁쓸히 웃었다.지금 이 순간, 진아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하는 핸드폰을 들어 진아의 번호를 눌렀다.신호음은 갔지만, 진아는 받지 않았다. 화가 풀리지 않은 거겠지 싶어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엔 아예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지하는 직감했다.‘차단당했어. 어쩌지?’그는 곧바로 카톡을 열어 메시지를 보냈다.[어디야? 데리러 갈게.]전송 버튼을 눌렀다.하지만 메시지 옆 숫자 ‘1’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카톡까지 차단당한 거다.“하.”지하는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우리 임 박사, 성깔 한번 대단하네.’‘고작 한 번, 좀 세게 말한 것뿐인데... 내가 그동안 잘해준 건 전부 잊은 거야?’게다가 내일은 진아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한 날이었다. 지금 이런 상황으로,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진아, 어디로 간 거야...’지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곧장 밖으로 나섰다.“대표님.”현관 옆에 서 있던 순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임 선생님, 나가실 때... 신발 안 갈아 신으셨어요.”그 말에 지하는 고개를 숙였다. 현관 바닥엔 진아의 평범한 플랫 슈즈 한 켤레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지하는 얼굴을 굳히며 낮게 중얼거렸다.“알았어요.”집을 나서며, 그는 시연에게 전화를 걸까 생각했다. 하지만 곧 포기했다.진아와 시연은 절친. 혹여 진아가 시연네에 있다 해도, 그녀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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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얘기?”진아는 코웃음을 쳤다.“우리 사이에 무슨 얘기할 게 남았나? 잊었어? 나보고 나가라고 한 게 누구였지?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을, 이제 와서 번복하겠다는 거야?”지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아가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 싶어. 할 말은 다 했으니까, 앞으로는 각자 갈 길 가. 더는 연락하지 마.”[진아!]지하는 다급히 그녀의 말을 끊었다.[아까 너한테 화낸 건 잘못했어. 하지만 상황을 봐. 솔직히, 먼저 잘못한 건 너 아니야?]“그래, 맞아.”진아는 놀랄 만큼 담담하게 인정했다.“내가 잘못했지. 근데 그게 뭐 어때서? 내가 천벌 받을 짓을 했다고 한들, 당신이 직접 ‘나가라’고 한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진아...]지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원래 겨우 붙잡고 있던 관계였는데, 이번엔 확실히 약점을 잡힌 꼴이었다.[네가 화난 건 이해해. 하지만...]“부지하.”진아는 그의 말을 잘랐다. 목소리는 오히려 차분했다.“솔직히 말해줄게. 난... 화 안 났어. 오히려 기뻐. 왜 기쁜지는, 내가 말 안 해도 알겠지?”[진아!]지하는 다급해졌다.[그건 그냥 순간적인 말실수였어! 누구든 감정이 치밀면, 말이 앞설 때가 있잖아!]“그건 당신 사정이지.”진아는 단호했다. 그에게 어떤 이해도 베풀 생각이 없었다.‘이해란 건 서로 사랑하는 연인에게나 필요한 거지.’‘난 그저 대체품일 뿐, 이 인간한테 감동할 일은 없을 거야.’“내가 아는 건 단 하나야. 당신이 직접 말했잖아? ‘나가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라고.”진아는 피식 웃으며 마무리했다.“부 대표님이 원하던 대로잖아.”뚝!통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주택단지 밖.“진아!”지하는 낮게 소리쳤다. 단 0.1초 멍하니 있다가, 다시 전화를 걸려 했지만 이번엔 불가능했다.진아가 아예 전원을 꺼버린 것이다.‘인제 어쩌지...’그는 여전히 진아 부모님 댁 대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가려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하지만 억지로 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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