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은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들자마자 눈빛이 흔들렸다.“태권... 태권 오빠?”이른 아침, 임태권은 채숙희의 약을 타러 병원에 들른 참이었다.태권은 눈살을 좁히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진아랑 통화 중이야?”“어...”태권의 앞에 서니, 시연은 괜히 당황스러워졌다. “핸드폰 줘봐.”태권이 손을 내밀자, 시연은 망설이다가 결국 핸드폰을 건넸다. 통화는 아직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시연? 왜 대답 안 해? 무슨 일이야?]진아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또렷하게 흘러나왔다.태권의 눈매가 더 깊어졌다.“나야, 네 오빠. 지금 어디야?”결국, 시연은 태권과 함께 진아의 병실로 향했다.침대에 누운 동생을 본 순간, 태권의 얼굴에는 걱정과 화가 뒤섞였다.“참 대단하다, 우리 동생. 병원에 입원까지 해놓고, 집에는 아무 말도 안 하고?”“오빠...”진아는 고개를 숙였다. 변명할 말이 없었다.“내 잘못이야. 화내지 마.”“너...”태권은 동생을 노려보다가도, 곧 시선을 누그러뜨렸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걱정이 앞섰다.‘가족 걱정할까 봐 숨긴 거겠지...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다.’“집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건 알겠어. 하지만 입원은 얘기가 다르잖아. 어떻게 이런 큰일을 숨길 생각을 해?”“응, 알았어. 다시는 안 그럴게.”진아는 미소를 띠며 오빠의 손을 꼭 잡았다.“앞으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빠한테만은 절대 안 숨길 거야.”...지하가 병실 문을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손을 맞잡은 남매의 모습이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장면이 어찌나 친밀해 보이던지.‘칫...’지하는 순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진아와 태권이 친남매라는 걸 잘 알면서도, 속이 영 개운치 않았다.그는 묵묵히 다가와 들고 온 보따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침대 곁으로 섰다.한참 운전하며 마음을 다잡은 탓일까, 얼굴엔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은 채, 늘 그렇듯 온화한 목소리를 냈다.“진아.”태권은 고개를 들어 지하를 보자마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