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 Kabanata 1501 - Kabanata 1510

Lahat ng Kabanata ng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Kabanata 1501 - Kabanata 1510

1572 Kabanata

제1501화

하지만, 지하는 아직도 어딘가에 작은 희망을 붙잡고 있었다.아니, 어쩌면... 지하는 자신을 억지로 속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희박한 가능성이라도 붙들고 버티려는, 그 마지막 몸부림.“여보.”지하는 천천히 눈꺼풀을 내려뜨렸다.“말해줘. 우리 아기... 아직 당신 뱃속에 있는 거지?”진아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하지만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대신, 눈가가 금세 붉어지고 말았다.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떨구었다.“대답해.”지하는 두 걸음 다가오더니, 진아의 어깨를 양쪽에서 확 붙잡고 거의 절규하듯 외쳤다.“임진아! 나 봐! 나 좀 보라고! 말해! 아기는 멀쩡하다고! 아기는 우리 곁에 있다고! 아기 엄마가 버리지 않았다고!!!”진아는 무섭고 슬퍼서 목이 메인 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울긴 왜 울어?”지하의 눈도 금세 붉어졌다.그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듯, 가슴 한복판이 뻥 뚫린 것만 같았다.그 틈으로 겨울바람이 몰아쳐 들어오며 몸을 얼리고, 가슴을 움켜쥐는 듯 아려왔다.차라리 숨을 못 쉬는 편이 나을 만큼 너무 춥고, 너무 아팠다.“대답해. 당신은... 왜 울어...?”“으... 으흑...”진아는 흐느껴 울기만 했다.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고,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의 진아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몸도, 마음도.“부... 부 대표님.”한참 고민하던 시연은 결국 결심한 듯 앞으로 다가와, 진아의 팔을 잡아 지탱해 주었다.“이제 와서... 진아를 더 힘들게 하지 마세요.”그 말에는 분명 억눌러 담은 감정이 섞여 있었다.약간의 원망, 그리고 깊은 보호 본능.“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어요.”지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치 누군가 등이든 가슴이든 ‘꽉’ 붙들어 멈춰 세운 듯 완전히 굳어버렸다.‘되돌릴 수 없는...?’‘완전히 끝났다는 말...?’“하... 하하...”지하는 차갑게 웃으며 진아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Magbasa pa

제1502화

사실, 더 힘든 쪽은 진아였다.지하는 숨을 몰아쉬며 울음도 제대로 못 참는 진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임진아, 당신은... 왜 울어?”‘이게 말이 되나?’‘이 상황에서 울 이유는... 나보다 당신이 더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내 말 때문이야? 근데 그건 당신이 한 일이잖아. 난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고.”지하의 말이 이어질수록, 진아의 눈물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지하의 감정은 어느 순간 살짝 광기를 띠며 치올랐다.그는 진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확 감싸 쥐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게 했다.“말해. 왜 울어? 응?”진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여와 목구멍이 붙어버린 듯 전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왜 말이 없어?”지하의 눈빛은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냉기로 얼어갔다.“할 말이 없어서지? 그렇지? 맞지? 당신이 이렇게까지 날, 우리 아기를...”“아...!”진아는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며 눈을 질끈 감았다.얼굴이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졌다.“진아!”시연이 너무 놀라 급히 지하를 밀어냈다.“진아 지금 많이 안 좋아요. 제발 그만하세요!”“안 좋다고요?”지하는 비틀거리며 허탈하게 웃었다.“하... 안 좋다고?”‘나도 안 좋아! 나도 가슴이 찢어질 만큼 아파! 온몸이 조각나는 것처럼 아프다고!’“임진아, 내가 널 몰아붙이기라도 했니? 아니,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건... 바로 너잖아.” 지하는 진아를 바라보며 마치 폐 속 공기가 한순간에 다 빠져나간 듯 힘없이 중얼거렸다.“이게... 당신이 원한 거지?”‘우리 아기를 지우고, 나를 밀어내고, 나랑 완전히 끝내고...’‘그게 당신이 원하는 결말이었던 거지, 맞지?’‘대단하다... 진짜 냉정하네.’“좋아.”지하는 고개를 들고, 턱을 단단히 세우고 말했다.“당신이 이겼어. 당신 뜻대로 해줄게. 지금부터... 난 더 이상 당신을 붙잡지 않을 거야. 이혼, 난 동의해. 당신과 나는... 여기서 끝이야.”
Magbasa pa

제1503화

지하와 진아는 끝났다.지하가 직접 입으로 말한 결말이었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하가 고용한 그 요리사는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에 여전히 찾아왔다.이 때문에 시연은 요리사와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요리사는 ‘고용주와 돌봐야 할 사람이 무너졌다’라는 말을 듣자, 표정에서 바로 당혹감이 드러났다.“그럼... 저 계속 해야 하나요? 부 대표님 쪽에서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그게요.”시연은 이미 결정을 내려두고 있었다.이 요리사의 음식 솜씨는 분명 탁월했다.“괜찮으시면, 우리가 계속 선생님을 고용하고 싶어요. 부 대표님 쪽에서 받으시던 대우, 그대로 해드릴 수 있어요.”“그건...”요리사는 고개를 저었다.“현재는 부 대표님 쪽에서 제 월급을 계속 지급하고 계셔서 괜찮습니다. 혹시 이후에 변경되면 제가 먼저 알려드릴게요.”“알겠습니다.”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식단 이야기를 꺼냈다.진아는 조리가 필요했고, 곧 치료를 시작하면 일반 식사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시연의 설명을 들은 요리사는 하나하나 모두 꼼꼼히 적어 내려갔다.“알겠습니다. 조리식은 경험이 있습니다. 특별히 원하시는 게 있으면 미리 말씀만 주세요. 가능하면 하루 전이 좋습니다.”갑작스러운 주문으로는 구하기 힘든 재료들이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감사해요.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고요.”“아닙니다. 월급 받고 하는 일이죠.”...이틀 동안, 시연의 ‘감시’ 때문에 진아는 한 번도 아래층으로 내려올 수 없었다.모든 생활을 위층 방에서 해결해야 했다.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 시연은 아예 진아가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까지 엄격해야 해?”진아는 정말 의문이었다.“당연하지.”시연은 단단히 말하며 진아를 눌러 앉혔다.“나중에 알게 돼.”시연은 병원에서 산후조리를 했던 터라 나름의 경험이 있었다.그리고 사실 시연의 고집은 효과가 있었다.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진아의 얼굴에 살이 조금 올랐다.병 때문에 하루하루 말라갔던 진아에
Magbasa pa

제1504화

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걸 왜 나한테 물어? 얼른 올라가. 진아 지금 심심해서 죽으려고 해. 너 먼저 올라가. 난 국 좀 더 데워야 해.”“응.”그래서 성빈이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아이고...”문을 열자마자 진아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너 드디어 올라왔네. 나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어!”며칠 동안, 시연은 진아의 핸드폰을 아예 압수했고, TV 보는 시간도 철저히 제한했다.눈에 안 좋다고, 자극적이라고, 온갖 이유를 붙여댔다.그래서 진아는 자는 시간 빼고는, 정말로 그냥 눈 뜨고 멍하니 누워있는 시간뿐이었다.“진아.”성빈이 다가와 침대 옆 의자를 빼서 앉았다.그리고 진아의 볼이 아주 조금이라도 통통해진 걸 보고, 가슴이 따뜻하게 풀렸다.“역시... 시연이가 잘 챙겨주나 보네.”“성빈?”진아 역시 깜짝 놀랐다.놀람이 지나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성빈을 흘겨봤다.“와... 진짜 바쁜 사람 오셨네? 진 대표님이 여기까지 오시기도 하네?”“하하.”성빈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잘못한 거야. ‘너 결혼했으니까, 조심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했거든.”그제야 이해됐다.그리고... 그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진아는 알 것 같았다.성빈은 한동안 자기 감정이 혼란스러웠고,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제어를 못 할까 무서웠던 것이다.그게 진아를 더 힘들게 할까 봐.한 번 상처 준 사람으로서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하지만 지금은 그런 조심이 전혀 필요하지 않게 된 순간이었다.“그래서 그렇게 멀리 도망친 거야?”진아는 시큰하게 웃었다.“우리 사이에 뭐가 있다고 피해? 난 혼자 좋아하던 입장이었고... 이젠 그마저도 끝났는데.”‘나하고 성빈 사이에서 감정이 엇갈렸던 건 나 하나뿐이었어...’‘그 마음도 이제 다 내려놨고.’성빈은 잠시 진아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네 말이 맞아. 피해 다닐 이유 없지.”그러더니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진아... 우리, 예전처
Magbasa pa

제1505화

그날 이후로, 성빈은 자연스럽게 시연 집의 ‘단골손님’이 됐다.매일 오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틀에 한 번꼴로 들르는 건 기본이었다.그리고 올 때마다... 성빈은 절대 빈손이 아니었다.먹을 거? 그건 기본.거기에 더해, 작은 선물들을 매번 챙겨왔다.진아에게 주는 것들.비싸든 싸든, 예쁘든 별거 아니든... 진아는 그런 걸 전부 받아서 들었다.원래도 이랬다.예전부터 두 사람은 이렇게 지냈다.성빈은 어디 갔다 오면 꼭 진아에게 무언가 사다 줬고, 진아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았다.지금은 그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을 뿐.진아는 아무렇지 않았다.무엇보다 진아는 이미 성빈에게 ‘고백’까지 했던 사람이다.그 뒤에 그런 일까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진아는 너무나 분명하게 깨달았다.성빈은 자신을 ‘좋은 친구’로만 생각한다는 걸.그 이상은 아니라는 걸.그래서 진아는 성빈이 뭘 해도 더 이상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하지만 늘 그렇듯, 당사자는 모르고, 옆에서 지켜보는 시연만큼은 너무 잘 보였다....그날 저녁, 성빈은 은범과 같이 찾아왔다.저녁을 먹고 난 뒤, 성빈은 2층으로 올라가 진아와 시간을 보냈고, 시연과 은범은 1층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며칠 전, 은범이 붉은 진흙으로 만든 작은 화로를 집에 가져왔고, 오늘은 그 위에서 따끈한 홍차가 끓고 있었다.시연은 홍차 향을 깊게 들이마시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음... 진짜 좋다, 이 향.”그러다 슬쩍 고개를 기울여 은범을 보았다.“근데 은범아... 성빈이 좀 이상하지 않아?”“응?”은범은 피식 웃었다.“성빈이가 뭐가 이상해?”“그게... 성빈이가 진아한테 하는 것 좀 봐.”“그게 원래 성빈인데?”“그렇게 말하면...”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맞는 말이긴 한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뭔가 달라.”“뭐가? 구체적으로.”“그러니까...”시연은 말을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말했다.“성빈이가 지금 진아한테 잘하는 게... 어떤 ‘목
Magbasa pa

제1506화

하긴 그래도 오랜 친구인데, 은범은 성빈 편을 몇 마디라도 들어줘야 했다.“걱정하지 마. 성빈이, 이제 진짜 정신 차렸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실수 안 해.”시연은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시연은 은범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히려 성빈이 너무 진지한 건 아니라 걱정되기 시작했다. 진아는 지금 몸도 성치 않은데, 개인적인 문제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하지만 설령 진아가 아무 문제 없다고 해도, 지금의 진아는 예전의 진아가 아니었다.진아는 부지하와 함께 삶의 한 장면을 지나왔다. 비록 슬픈 결말로 끝났지만, 그런 일을 어떻게 쉽사리 잊을 수 있을까?여자는 여자를 더 잘 안다. ‘아마 쉽지 않을 텐데...’시연은 속으로 생각했다.그리고 이마를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성빈이는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인데?”문득 시연은 불안해졌다.“설마... 지금 위층에서 고백하고 있는 건 아니지?”시연은 벌떡 일어나며 위로 올라가려 했다.“아니야.”은범이 피식 웃으며 시연의 손목을 붙잡았다.“무슨 소리야. 그런 일 없어. 성빈이 그렇게 눈치 없는 애 아니야.”진아는 아직 이혼 서류도 정리 못 했고, 아이도 잃은 지 얼마 안 됐다.“성빈이 이번엔 진심이야. 그래서 서두르지도 않을 거야. 게다가 예전에 진아한테 잘못한 것도 있으니까, 천천히... 진아가 과거를 조금씩 내려놓고 성빈을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야.”‘성빈, 이거 완전 온수로 개구리 삶는 작전 아니야?’시연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성빈을 칭찬해야 할지, 동정해야 할지 애매했다. 원래는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행복이었는데, 그걸 멍청하게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더니 이제 와서 되찾고 싶다니.“우리 그냥 신경 끄자.”은범이 손을 들어 시연의 미간을 부드럽게 문질렀다.“봐봐, 이렇게 걱정만 하고 있잖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성빈이랑 진아가 네 애들인 줄 알겠어.” 그 한마디에 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은범을 째려보며 말했다.“진아는 내 딸이라고
Magbasa pa

제1507화

작은 화롯불에서 자잘하게 튀는 불씨가 사락사락 소리를 냈다.“아, 맞다.”시연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은범 쪽으로 팔을 뻗어, 은범 무릎 위에 올려져 있던 굵은소금 찜질팩을 집어 들었다.“이제 안 뜨겁지? 전자레인지에 다시 데워올게.”“응.”은범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며 시연이 하자는 대로 놔두었다.그때 그 교통사고는 은범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던 것뿐만 아니라, 은범의 무릎까지 크게 다치게 했다.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하지만 이런 눈바람 치고 습한 날이면, 무릎이 쑤시고 아팠다.의사는 그저 후유증일 뿐이라며, 완치는 불가능하고 조심해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하지만 시연이 사 온 굵은소금 찜질팩으로 뜨끈하게 덮어주니 확실히 훨씬 나아졌다.시연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은범은 미소를 띠고 아주 작게, 들릴 듯 말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은범의 눈 끝에 스쳐 지나간 그 슬픔은, 묵직한 듯하면서도 금세 사라질 만큼 가벼워 보이기도 했다....보름 뒤, 시연은 진아가 이제 아래층으로 내려와도 괜찮다고, 심지어 외출도 가능하다고 선언했다.그러자 자연스럽게 진아의 이혼 문제가 본격적으로 일정에 올랐다.변호사와의 상담도 끝났고, 날짜도 확정됐다.그날, G시의 날씨는 참 좋았다.몇 주째 이어지던 눈바람 속에서 오랜만에 맑은 해가 환히 떠올랐다.시연은 위층에서 내려오며 두 사람의 두툼한 외투를 들고 있었다.“오늘 날씨 진짜 좋다.”외투를 내려놓고 차 키를 들며 말했다.“차 먼저 예열해 둘게. 너는 이따가 나와.”“괜찮아.”진아가 웃으며 시연을 막고, 손에 든 핸드폰을 살짝 흔들었다.“성빈이 곧 도착한대. 같이 가준대.”요 며칠 동안 성빈은 정말 자주 왔다.오늘 같은 날도 빠뜨리지 않고.시연은 피식 웃었다.“그럼 난 편하지, 뭐.”시연은 진아를 보며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생각했다.‘이 바보 같은 애... 여전하네, 진짜.’‘말이라도 해줘야 하나?’‘근데 괜히 말 꺼냈다가,
Magbasa pa

제1508화

시연과 진아는 예정 시간보다 1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그런데 지하는 그보다도 더 빨리 와 있었다.‘부지하, 대체 얼마나 급했던 거야?’진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전에는 그렇게 죽어도 못 놓는 척하더니, 막상 마음 정리하니까 진짜 칼 같다니까.’‘뭐... 이렇게 깔끔한 게 나중엔 더 낫지.’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환하게 웃었다.“사모님, 지시연 씨. 이쪽에 앉으세요.”진아는 즉시 정정했다.“저 이제 사모님 아니에요.”“하하.”변호사는 살짝 난처한 눈으로 지하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절차가 끝나기 전까진 아직 맞으시죠. 앉으세요, 편하게.”“진아.”시연이 진아의 팔을 살짝 끌었다.진아는 입을 삐죽 내밀며 의자에 앉았다.지하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비록 지하가 바로 진아 맞은편에 있는데도.하지만 진아가 문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하의 시선은 단 한 번도 진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보름 넘게 못 본 사이, 진아는 예전보다 볼이 조금 통통해져 있었다.지하는 입꼬리를 아주 옅게 당기며 생각했다.‘나한테서 ‘벗어나서’ 참 편했나 보네, 저 여자...’“대략 설명은 이 정도입니다.”변호사가 이혼 협의서를 차근차근 설명한 뒤 말했다.“내용에 문제없으시면, 여기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네.”진아에게는 이미 익숙한 내용이었다.며칠 전 변호사가 전자파일로 보내준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남편 란에는 이미 지하의 서명이 있었다.그걸 본 순간, 진아의 심장이 아주 작게 움찔했다.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팠다.펜을 쥔 손을 조용히 내리며, 진아는 이름을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이혼 협의서는 다 됐습니다.”변호사가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뒤에 진행되는 절차는 제가 모두 처리할 겁니다. 그때 임진아 씨는 서명만 하러 오시면 되고요...”임진아 씨.변호사는 아주 빠르게 호칭을 바꾸었다.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부 대표님, 임진아 씨. 안쪽에서 마저 절차 진행하시죠.”“응.”“그래요.”서
Magbasa pa

제1509화

“안 급해.”시연이 두 걸음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진아에게 팔짱을 끼었다.“다른 일 있는 것도 아닌데, 뭘.”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가정법원을 나섰다.정문 앞에서는 성빈이 두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진아! 시연! 여기!”“왔다!”성빈은 빈손이 아니었다.한 손엔 솜사탕, 다른 손엔 탕후루.“와!”진아는 기분이 확 좋아져 제자리에서 깡충 뛰었다.눈까지 웃으며 말했다.“이거 어디서 샀어?”“저기.”성빈이 가정법원 옆 골목을 향해 턱짓했다.“차에서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지루해서. 저 골목 안에 오래된 아파트 두 개 있는데, 잡다한 거 파는 데 많더라.”그러고는 두 손을 진아 앞으로 쭉 내밀었다.“솜사탕이랑 탕후루. 너랑 시연, 하나씩.”“좋지.”“그리고...”성빈은 빈손으로 패딩 지퍼를 내려 안에서 종이 포장지를 꺼냈다. “군고구마! 두 개. 너 하나, 시연 하나.”늘 그렇듯, 진아에게 있는 건 시연에게도 있었다.그게 성빈의 오래된 습관이었다.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성빈 스스로는 전혀 눈치 못 챘다.두 여자애를 대하는 마음이 뭐가 어떻게 다른지.“와... 하하!”진아는 너무 좋아서 성빈 어깨를 툭툭 쳤다.“성빈, 진짜 너 없으면 안 되겠다. 너 없는 날엔 나랑 시연, 재미가 반절은 줄어든다니까?”“칫.”시연이 피식 웃었다.“재미가 아니라 이득이 줄어드는 거겠지?”“하하하...”진아는 대놓고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생각하던가! 어차피 성빈이는 늘 이랬잖아.” 진아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성빈을 보았다.“혹시... 이렇게 말하는 거 싫어?”“아니...”“응?”“싫을 리가 없지.”성빈은 웃으며 고개를 젓고, 손을 들어 진아 머리를 쓰다듬었다.“왜 이렇게 다급해?”“히히.”여기 세 사람은 시끌시끌하게 웃고 떠들고 있었다.그때, 지하가 가정법원 문을 나서다가 그대로 멈춰 섰다.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한 채.지하는 웃고 있는 진아의 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봤다.가슴 안쪽이 쓰리고 비틀리고 텅 비어갔
Magbasa pa

제1510화

진아는 전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적이 두 번 있었다.한 번은 시연이었고, 또 한 번은 지하였다.주철민 교수는 금방 알아챘다.“보니까, 증상이 있었던 것 같네요?”“네... 있었어요.”시연은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은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진아가 증상을 처음 보였던 그때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주철민 교수는 다 들은 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치료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계속하면 됩니다. 일단 첫 단계는 종양을 억제하는 겁니다.”그는 진아에게 약 처방전을 건넸다.“일주일 먼저 드셔보세요. 효과가 있으면 계속 먹고,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바로 다른 방법으로 바꿉니다.”“네, 감사합니다 교수님.”...병원을 나와 걸으면서, 진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 집에서 같이 밥 먹자. 내일은 금요일이니까, 주말까지 쭉 우리 집에서 지내고... 너도 조이랑 시간 좀 보내.”“좋아.”시연은 거절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진아는 괜히 시연에게 미안했다.자기가 시연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고 있는 것 같아서,‘시연이랑 조이가 둘이서 못 지내는 거... 이거 다 나 때문이잖아.’“근데... 이래도 돼?”진아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아니면, 내가 집으로 돌아갈까? 너도 조이 데려오고...”“진아.”시연은 아예 차를 길가에 세웠다.“너 무서운 거 알아. 근데, 당황하지 마. 교수님이 말한 대로 차근차근히 하자.”“근데...”“억지로 참을 필요 없어. 네가 편한 대로 하면 돼.”그 말을 듣자, 진아는 한참 말이 없었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았어. 미안... 내가 또 성급했다.”“괜찮아. 너 정말 잘하고 있어.”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면 흔들린다.진아는 아직 생일도 지나지 않았다.만으로 25살도 안 된 나이.시연과 비교하면, 진아의 지난 24년은 너무나 순탄했다.진아 자신도 종종 생각했다.‘나는 진짜 운이 좋아. 시연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그래서일까?
Magbasa pa
PREV
1
...
149150151152153
...
158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