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롯불에서 자잘하게 튀는 불씨가 사락사락 소리를 냈다.“아, 맞다.”시연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은범 쪽으로 팔을 뻗어, 은범 무릎 위에 올려져 있던 굵은소금 찜질팩을 집어 들었다.“이제 안 뜨겁지? 전자레인지에 다시 데워올게.”“응.”은범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며 시연이 하자는 대로 놔두었다.그때 그 교통사고는 은범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던 것뿐만 아니라, 은범의 무릎까지 크게 다치게 했다.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하지만 이런 눈바람 치고 습한 날이면, 무릎이 쑤시고 아팠다.의사는 그저 후유증일 뿐이라며, 완치는 불가능하고 조심해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하지만 시연이 사 온 굵은소금 찜질팩으로 뜨끈하게 덮어주니 확실히 훨씬 나아졌다.시연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은범은 미소를 띠고 아주 작게, 들릴 듯 말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은범의 눈 끝에 스쳐 지나간 그 슬픔은, 묵직한 듯하면서도 금세 사라질 만큼 가벼워 보이기도 했다....보름 뒤, 시연은 진아가 이제 아래층으로 내려와도 괜찮다고, 심지어 외출도 가능하다고 선언했다.그러자 자연스럽게 진아의 이혼 문제가 본격적으로 일정에 올랐다.변호사와의 상담도 끝났고, 날짜도 확정됐다.그날, G시의 날씨는 참 좋았다.몇 주째 이어지던 눈바람 속에서 오랜만에 맑은 해가 환히 떠올랐다.시연은 위층에서 내려오며 두 사람의 두툼한 외투를 들고 있었다.“오늘 날씨 진짜 좋다.”외투를 내려놓고 차 키를 들며 말했다.“차 먼저 예열해 둘게. 너는 이따가 나와.”“괜찮아.”진아가 웃으며 시연을 막고, 손에 든 핸드폰을 살짝 흔들었다.“성빈이 곧 도착한대. 같이 가준대.”요 며칠 동안 성빈은 정말 자주 왔다.오늘 같은 날도 빠뜨리지 않고.시연은 피식 웃었다.“그럼 난 편하지, 뭐.”시연은 진아를 보며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생각했다.‘이 바보 같은 애... 여전하네, 진짜.’‘말이라도 해줘야 하나?’‘근데 괜히 말 꺼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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