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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571 - Chapter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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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1화

진아의 눈이 반짝이자, 채숙희는 딸의 손을 툭 치며 막았다.“아직 씻지도 않은 거잖아? 왜 이렇게 급해? 지금은 더러워. 엄마가 씻어줄 테니까 그때 먹어.” “네!”진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채숙희는 접시에 한 움큼 덜어, 진아를 위해 먼저 씻어주려고 했다.“근데 정말 먹음직스럽네, 이번 체리. 시장에서 자주 사봤지만... 이번 게 제일 좋아.”그러다, 채숙희는 문득 손을 멈췄다.“어? 그런데 사장님이 내일은 돼야 재고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나?”아까 배달 온 사람도 시장 사장님이 아니었다.가게 직원도 아니었고, 그냥 택배 기사였다.‘그럼... 이건 시장에서 온 게 아닌데?’채숙희는 핸드폰을 들어 단골 가게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해 보니, 역시나 그쪽에서 보낸 게 아니라고 했다.“이상하네...”채숙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그럼 이건 누가 보낸 거야?”진아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조심스레 말했다.“엄마... 혹시 부지하 아닐까요?”“뭐?”채숙희는 멈칫했다.“설마... 네가 체리 먹고 싶다고 하니까... 이렇게 딱 보낸 거라고?” “저도 잘 몰라요.”진아가 고개를 저음 말했다.“그런데 그냥 느낌이 그래요. 부지하... 우리 집 앞에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 알겠어.”채숙희는 그 말을 듣자, 씻어놓은 체리를 다시 상자로 쏟아 넣고는 상자를 번쩍 들었다.“엄마?”진아가 놀라 눈살을 찌푸렸다.“어디 가세요?”“우리 딸, 그냥 집에서 얌전히 기다려.”채숙희는 상자를 든 채 문을 나섰다.그러고는 마당 문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부지하! 당장 나와!”처음엔 아무 반응도 없었다.“여기 있는 거 알아! 빨리 안 나와?!”결국, 어둑한 곳에 숨어 있던 지하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냈다.그러고는 발걸음을 끌듯 다가와 섰다.“장모님...”“부지하!”“아... 그게 아니라!”지하는 황급히 말을 고쳤다.채숙희는 성큼 다가가 그의 품에 상자를 확 밀어 넣었다.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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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뭘 봐? 아직도 안 가?”채숙희는 이미 인내심이 바닥났다.“지금 안 가면 경비 아저씨 부를 거야!”“갈게요, 가요.”지하는 가슴이 얼어붙은 듯했다.“지금... 바로 가요.”채숙희의 날 선 시선 속에서 지하는 어쩔 수 없이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갔다.길모퉁이에 다다랐을 때.쾅!분명 그가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세게 닫은 문소리가 들렸다. 지하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어떡하지...?’진아에게 다가갈 수도 없고...잠깐 얼굴을 보는 것조차...좋아하는 과일 하나 건네는 것조차...이젠 사치가 되어버렸다....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지하는 어머니 이혜영에게 불려 갔다.채숙희가 이미 이혜영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부지하.”이혜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잘못이 전부 아들에게 있다는 걸 그녀도 잘 알았다.그런데 오늘 또 지하가 진아 집안을 찾아갔다고 하니, 채숙희에게 몇 번이고 사과를 전해야 했다.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이혜영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길래 거길 또 가?’하지만 축 처진 모습으로 들어온 지하를 보고 있자니, 또 마음이 짠해졌다.“지하야... 인제 그만 놓아줘.”이혜영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게 바로 후회야. 지금은 네가 뭘 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 지하는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참...”이혜영은 애잔한 눈으로 말했다.“넌 어릴 때부터 모든 게 순탄했는데... 어쩌다 인연만 이렇게 꼬인 거니?”“잊어. 인생은 아직 길어. 그러니까 앞만 보고 살아.”“지금처럼 과거에만 매달리다 또 같은 실수 하고 싶어?”지하는 여전히 침묵뿐이었다.“지하야?”이혜영은 걱정스레 물었다.“엄마 말 듣고 있는 거 맞아?”지하는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듣고 있어요. 어머니, 알았어요. 저... 잘 살게요.”“정말?”이혜영은 반신반의했다.“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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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진아는 마당 문을 나서며, 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있었다.저녁을 먹은 후, 임병지는 진아를 먹이기 위해 사과를 깎아 찜기에 올리고 있었고, 채숙희는 진아가 좋아하는 페어아일 무늬로 뜨개질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아에게는 ‘쓰레기 버리기’라는 작은 심부름이 주어졌다.그러면서도 채숙희는 계속 걱정했다.“잠깐 나가는 거니까... 괜찮겠죠?”“괜찮아.”임병지는 아내를 달랬다.“바로 앞인데, 뭐. 고개만 내밀면 다 보이잖아. 진아도 바람도 좀 쐐야지.”“그렇긴 하죠...”진아는 대문 앞 쓰레기통으로 천천히 걸어갔다.멀리 숨어 있던 지하는 그 모습을 또렷하게 보고 있었다.진아의 긴 머리는 두 갈래로 땋여 있었다.본래도 어려 보였지만, 세상 물정과 거리가 먼 학생 같은 분위기 덕에 지금의 모습은 마치 스무 살 대학생처럼 앳돼 보였다.“진아...”지하는 가슴이 시리게 아파져 왔다.그래서 그저 손을 들어 올려, 진아의 머리카락과 옷자락, 눈가를 쓰다듬는 듯 허공을 더듬었다. 하지만 진아는 아무것도 모른 채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천천히 집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지하는 놀라 몸이 굳었다.‘설마... 날 본 건가?’하지만 아니었다.진아는 그저 멈춘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불꽃 터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진아는 얼굴을 번쩍 들어올렸다.불꽃의 빛이 그녀의 얼굴을 밝히고...“와, 예쁘다!”진아는 환하게 웃었다.그녀는 한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하늘에 피어나는 불꽃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지하는 멀찍이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진아만 바라볼 뿐이었다. “끝났네.”진아는 명랑하게 중얼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문 앞에서 채숙희가 소리쳤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엄마!”진아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밖에서 불꽃놀이 하길래, 잠깐 보고 있었어요! 진짜 예뻤어요!”“바보... 불꽃놀이를 좋아한다고?”채숙희는 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다음에 아빠한테 사 오라고 해야겠다.”“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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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전화가 안 돼? 왜... 왜 안 되는 거야?’채숙희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안 돼... 진아한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겠지...?’그녀는 곧장 마트 직원에게 뛰어갔다.“저희, 저희 딸이 없어졌어요!”“진정하세요, 따님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나이는요? 저희가 안내 방송으로 찾아드릴게요.”“네, 감사합니다! 우리 딸 이름은 진아예요. 스물네 살이고, 키는 이 정도... 옷은...”직원들은 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스물넷...?”‘스물네살짜리 딸이... 마트에서... 길을 잃었다고...?’“멍하니 서 있지 말고, 빨리 방송해 줘요!”“네, 바로 하겠습니다!”비록 성인이었지만, 마트 측은 곧바로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임진아 씨, 임진아 씨... 어머니께서 서비스 데스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방송을 듣는 즉시, 서비스 데스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이 방송은 여러 번 반복됐지만, 진아는 나타나지 않았다.채숙희의 얼굴은 점점 하얗게 질렸다.‘진짜 무슨 일이... 터진 거야...!’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임병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병지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진아는? 못 찾았어?”“못 찾았어요...”채숙희는 남편의 손을 꽉 쥐었다.“어떡해... 어떡하면 좋아요...”임병지 역시 아내만큼이나 불안했다.하지만... 진아가 어디로 가겠는가?진아는 말 잘 듣는 애였다. 그것도 지금 아픈 상태라, 채숙희 부부는 혹시라도 발작이 올까 봐 절대 혼자 두지 않으려 했다.오늘 잠시 떨어진 것도 여기는 마트이고 사람도 많으니, 딱 생선 한 마리만 사기 위한 것이었다.딸과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그런데 겨우 몇 분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아버님, 어머님... 따님이 먼저 집에 가신 거 아닐까요?”직원은 조심스레 말했다.그 나이에 유괴될 리도 없으니, 혼자 집에 간 거라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었다.“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진아는 분별 있는 아이다. 자기 상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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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임병지의 전화받자마자, 유건은 곧바로 진아 부모님 댁으로 달려왔다.“고 대표님...”임병지는 유건이 직접 와 준 것에 놀라며, 감사함만 가득했다.“어서 들어오세요.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괜찮습니다.”유건은 집 안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파악한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다.“마트 CCTV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모든 화면을 봤지만... 진아 씨가 마트를 나가는 장면은 없었어요.”“그게 무슨 뜻이에요?”채숙희는 얼떨떨했다.“그럼... 우리 진아가 아직 마트 안에 있다는 말인가요?”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마트 직원이 감춰두기라도 했다는 건가?’그녀는 머릿속에서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봤다.유건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경찰이 이미 마트를 전체 수색했어요. 그 안에는 진아 씨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채숙희는 남편의 손을 꽉 붙잡았다.이 결과가 다행인지... 더 큰 불행의 신호인지... 마음이 갈팡질팡했다.“그럼... 고 대표님, 우리 진아는 대체...”“마트에는... 이미 없습니다.”유건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CCTV에 안 찍히고 나가는 방법은 많습니다. 예를 들면... 화물 박스에 숨겨져 실려 나가는 식으로요.”“뭐라고요?”채숙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내 새끼... 우리 진아야...”아픈 아이가... 화물 박스에 실려 나갔다니...그 연약한 몸이 어떻게 그런 걸 견딜 수 있겠는가?채숙희는 울고 또 울면서 소리쳤다.“대체 누가! 누가 이렇게 미친 짓을 한 거야!”유건은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설마...’어렴풋한 짐작은 있었지만, 확신이 없는 이상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었다.“회장님,사모님.”시연 덕분인지, 유건은 그들 앞에서 언제나 아들 같은 존재였다.“이 일은 제가 끝까지 확인하겠습니다. 어떤 소식이든 바로 알려드릴게요. 그러니까... 두 분은 제발 몸부터 챙기세요.”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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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6화

진아는 조용히 지하를 바라봤다. 막 깨어났을 때보다도 더 멍해졌다.‘왜... 부지하가 여기 있는 거지?’‘우린 이미 이혼했고, 완전히 끝난 사이 아닌가?’‘그런데 왜, 예전에 마크힐스에서처럼 내 앞에 서 있는 거지?’ ‘이게... 어떻게 된 거야?’“부지하.”“응.”지하는 너무도 빠르게 대답했다.“왜? 어디 아파? 필요한 거 있어? 말만 해. 나 여기 있어. 계속 네 옆에 있을 거야...”진아는 서서히 확신했다.‘이 사람... 정말 부지하야!’“당신... 나한테 뭐 한 거야?”진아는 온몸이 굳어지며 깊은 불안에 휩싸였다.“여긴... 어디야? 내가 왜 당신이랑 같이 있어?”“진아.”지하는 아예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러고는 그윽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어쩔 수가 없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단 한 순간도 안 그리운 적이 없었어, 진아... 내 옆에 있어 줘.”“내가 널 돌볼게. 네 병도... 내가 낫게 할게.”그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들어올수록, 진아에게 찾아온 건 놀람 뒤에 밀려오는 깊은 공포였다.“부지하! 미쳤어?!”진아는 소리치며 그의 품을 힘껏 밀어냈다.“당신이 날 보고 싶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우린 이미 이혼했어! 난 당신한테 돌봄 같은 거 원하지 않아!”그녀는 이불을 걷어차듯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가려 했다.“진아!”지하가 급히 그녀를 붙들었다.“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나뿐이야! 나만이 널 돌볼 수 있어!”“허.”진아가 비웃듯 말했다.“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난 아빠도 있고, 엄마도 있고, 오빠도 있어! 그 사람들이 날 돌보고 있어!”“부지하, 당장 이 손 놔!” “알겠어.”그녀의 감정이 격해지자, 지하는 조심스레 손을 놓았다.“놓을게.”진아는 지하의 의도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그래서 급히 신발을 신고 방 밖으로 나갔다.여긴... 큰 단독주택이었다.마크힐스에 있던 지하의 집보다 더 넓었고, 1층은 탁 트여 있었다.‘아니... 뭐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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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지하는 두 손으로 진아의 얼굴을 감싸며, 체념과 애원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진아, 제발 그만 좀 해. 여기 그냥 있어. 넌... 어디도 못 가.”‘뭐?’진아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이게... 무슨 말이야?’“날... 가두겠다는 거야?”“가둬?”지하는 화내는 대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그러고는 주위를 가볍게 가리키며 말했다.“사람을 가두는데... 이런 좋은 곳을 쓰는 사람이 어딨어?”“그럼 나가게 해줘! 당장!”진아는 눈을 붉히며 고함쳤다.“좋아.”지하는 손을 놓고 문 쪽을 가리켰다.“나가. 현관문 열려 있어. 넌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돼.”‘정말?’진아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돌아서서 밖으로 뛰어갔다.“조심해! 넘어지면 안 돼!”심지어 지하는 그녀 뒤에서 그런 말까지 건넸다.진아는 문밖으로 뛰쳐나왔고, 그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여긴... 어디야?’눈앞엔 탁 트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끝없이 이어지는 바다, 그리고 수평선...‘섬?’‘여기가... 섬이라고?’‘그럼... 이 섬에서 어떻게 나가?’진아는 숨을 들이켜며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혼자였다.핸드폰도 없고, 여권도 없었다.그를 떠나면... G시로 돌아가는 건커녕, 이 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어쩌지...’진아는 갑자기 돌아서서 집 안쪽으로 걸어갔다.“돌아왔네.”지하는 현관에 기대서서 미소를 띠었다.마치 ‘다시 올 줄 알았다’라는 듯한 표정이었다.진아는 그 표정이 너무 미워, 곧장 달려가 지하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미친X! 당장 날 G시로 데려가! 지금 당장!”지하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가만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왜 그렇게 쳐다봐?”진아는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소리 질렀다.“못 들었어? 날 집에 데려가라고 했잖아! 당신이랑... 절대로 같이 있고 싶지 않아!”지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지하!!”진아는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외치며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마구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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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지하는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없이 진아만 바라보고 있었다.“참... 당신, 정말 웃기다.”진아는 배를 잡고 웃었다.“우리가 연애할 때도, 결혼했을 때도... 그런 말은 한 번도 안 했잖아.”“진아야...”“부지하!”진아는 순식간에 웃음을 거두고 소리쳤다.“당신... 진짜 병 있지? 남의 여자 훔치는 게 그렇게 좋아? 예전엔 오설아, 지금은 나!”“왜 도대체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건데?”“제발!”진아의 막말에 지하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반박하지는 못했다. 그럴 자격이 없었다.그는 분명... 진아에게 죄인이었다.지하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만 괜찮다면... 지금 당장 다시 결혼하자. 넌 다시 내 아내가 되면 돼...”“하?”진아는 눈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끼자마자, 본능적으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찰싹!크게 울린 소리와 함께 지하의 얼굴이 한쪽으로 확 돌아갔다.“쳇!”진아는 그에게 침을 뱉듯 말했다.“아내? 그게 뭐 대단한 거야? 한 번 속았으면 됐어!”“나 이제 곧 죽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왜 또 그 지옥에 들어가?”“임진아!”평소와 달리, 지하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마치 건드려선 안 될 곳을 건드린 듯했다.“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다 괜찮아! 근데 너 스스로한테 그런 말 하지 마!”“자기한테 저주 같은 말 하지 마!”‘뭐?’진아는 멍해졌다.그제야 그가 반응한 이유를 깨달았다.‘내가 죽는다는 말... 그걸 못 견디는 거야?’“하하!”진아는 또다시 크게 웃어버렸다.“내가 죽는다는 말은... 듣기도 싫다는 거야?”“진아!”지하는 몸 전체가 굳은 채, 얼굴이 붉어졌다가 창백해지기를 반복했다.“하하하...”진아는 더 크게 웃었다.지하가 싫어하면 할수록, 그녀는 더 많은 말을 내뱉었다.“왜 듣기 싫다는 건데? 이건 사실이야! 부지하, 나 얼마 못 산다고!”진아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여기 안에, 종양이 있어! 의사 말로는 더 커진대! 신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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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9화

진아는 더 이상 지하의 허황된 말들에 반박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지하가 문을 열자, 부탁해 두었던 가사도우미가 도착해 있었다.“대표님.”“응.”지하는 가사도우미에게 몇 가지를 당부했다.진아의 식습관, 잠버릇, 먹는 시간...지독할 만큼 자세하게.“우리 아내만 잘 돌봐 줘요.”“네, 대표님.”지하가 돌아보니, 진아가 보이지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가 보니, 진아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이불도 덮지 않은 상태였다.지하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러고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에어컨 켜져 있으니까... 덮고 있어. 감기 걸리면 안 돼.”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하가 손을 떼자마자 이불을 다시 걷어찼다.지하가 덮어 주면 또 걷어차고...이런 실랑이가 반복됐다.“진아.”지하가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나랑 싸우고 싶으면... 너부터 너 자신을 챙겨야지. 아프기라도 하면... 정말로 나만 의지하게 될 걸?”그 말을 듣자, 진아는 눈을 번쩍 뜨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맞아... 내가 여기서 아프기라도 하면... 끝이야.’분노로 손바닥이 젖을 만큼 힘이 들어갔다.지하가 자기 숨통을 조르기 위한 수작이라는 걸 알아도...진아는 어쩔 수 없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진아는 더 이상 지하가 덮어 준 이불을 걷어차지 않았다. 지하는 그걸 보고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그것도 안도의 숨까지 내쉬며.“잠 오지 않아? 안 오면 밖에 뷰도 좀 봐...”“참, TV도 다 연결해 놨어. 보고 싶은 거 다 볼 수 있어. 드라마도 잔뜩 다운받았고.”“부지하.”진아가 눈을 확 뜨며 말했다.“대체... 언제까지 떠들래?”지하는 어이없는 듯 웃었다.화도 내지 않았다.“진아... 지금 여기엔 나밖에 없어. 내가... 네 옆에 있어 줄게. 응?”‘이게, 진짜!’진아는 벌떡 일어나 그의 목을 감아 잡았다.그러고는 입을 크게 벌려 깨물어 버렸다.“윽!”진아의 힘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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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진아는 지하가 너무 성가셨다.반신불수가 된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손을 잡고 끌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몇 번이나 뿌리쳐 보았지만, 지하는 끝내 놓아주지 않았다.결국, 진아는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거실에는 백발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나이는 많아 보였지만 기력은 아주 좋아 보였다.“선생님.”지하는 정중히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 아내의 몸이 많이 허약해서요.”노인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괜찮네. 진료가 우선이지.”그리고 진아를 한번 훑어보며 물었다.“이 아가씨인가?”“네.”지하는 진아를 앉히며 말했다.“진아, 이분이 내가 말한 선생님이셔. 맥 좀 짚어보실 거니까, 겁낼 필요 없어.”진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지하에게는 차갑게 대할 수 있어도, 백발의 노인에게 그럴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고상훈처럼 보이는 이 노인은 명백히 자신을 위해 온 것이었다.부씨 가문 때문에 온 것이든 아니든, 무례하게 굴 수는 없었다.“안녕하세요.”진아는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백한산은 완침을 꺼내며 말했다.“아가씨, 손목 여기 얹으면 돼요. 왼손 먼저요.”“네.”진아는 조용히 손목을 올렸고, 백한산은 그녀를 찬찬히 살폈다.기색을 보고, 호흡을 듣고, 문진하고, 맥을 짚고...매우 세세했다.진아가 이전에 봤던 서양의학 검사 기록까지 하나하나 질문하며 점검했다.그 과정은 꽤 길었다.진료가 끝나자, 지하가 바로 물었다.“선생님, 어떻습니까?”“지금 당장은 단정하기 어렵네.”백한산은 손을 내저으며 솔직히 말했다.“일단 약 두 첩 지어 줄 테니 먹여 보고... 그리고...”해야 할 말이 있는 듯, 백한산은 지하에게 이것저것 주의 사항을 길게 일러주었다.“네.”지하는 진지하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 기억하겠습니다.”“좋네, 그럼 이만.”“수고 많으셨습니다.”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백한산을 배웅했다.문 앞에 이르자, 백한산은 지하를 힐끗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고유건 대표님께서 임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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