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776 챕터

제251화

“여보, 당신...!” 장미리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말을 뱉었다. “그 애가 당신 딸이라니요? 잊지 마세요! 당신이 위기를 넘기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전부 우리 소미 덕분이라고요!” “그래?” 지동성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안경을 살짝 밀어 올렸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알고 있어. 로얄호텔에서의 그날 밤, 그건 소미가 아니라 시연이었어.” 이 말에 소미까지 당황했다. “아빠,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해서 뭐 하려고 그러세요?” 장미리는 입술을 핥으며 조금 전의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여보,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설마 고 대표한테 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당신도 알잖아요, 그 애가 우리를 얼마나 증오하는지요! 진실이 밝혀지면 당신한테도 아무런 이득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제 와서 어쩌겠다는 건데요? 소미도 당신 딸이잖아요!” “맞아요, 아빠.” 소미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동성은 묵묵히 그녀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생각 없어. 그저 가족끼리 조용히 밥 한 끼 먹고 싶을 뿐이야.” ‘가족?’ 장미리와 소미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십여 년 동안 외면하던 딸을 이제 와서 가족이라고?’ ‘이상해,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야.’ “아빠.” 소미가 먼저 한발 물러섰다. “오늘은 아빠 생신이니까, 아빠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러면서 슬쩍 장미리를 힐끔 바라보더니 덧붙였다. “하지만, 지시연을 아빠의 딸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유건 씨는 줄곧 제가 외동딸인 줄 알고 있어요. 우리가 유건 씨를 속인 게 드러나면 절대 우리한테 좋을 게 없어요.” “맞아요.” 장미리도 딸의 말에 즉시 동조했다. “여보, 소미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시잖아요. 그리고 시연이가 당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소미가 고씨 가문에 들어가야 우리도 살 수 있을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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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그럼, 나중에 식사가 나오면 천천히 먹자.” 지동성이 조용히 말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들고 맞은편의 장미리 모녀를 바라보았다. “시연아, 어머니랑 네 언니한테 인사하렴.” 이 말을 듣자, 시연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리며 마음속의 불쾌함을 눌러 담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장 여사님, 언니.” “시연아, 왔구나.” 장미리는 얼굴에 가식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전혀 웃을 수 없었다. “오랜만이야. 오늘은 너희 아버지 생신이니까, 다 같이 모처럼 좋은 시간 보내자꾸나.”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단 한 번의 불쾌한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장미리. ‘와, 저 부부는 역시 완벽한 짝이라니까? 하나같이 정상적인 구석이 없어.’ 지동성 부부에 비하면,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는 소미가 오히려 솔직해 보일 정도였다. “소미야, 오늘은 아빠 생신이니까, 어쨌든 식사나 제대로 하자.” “좋아요.” 시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 정도 연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그리고...”소미는 입을 열려다가 멈췄다. 잠시 후 유건 앞에서 자신과 시연이 자매 사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려 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순간, 낮고 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미 씨.” 울림이 있는 묵직한 저음. 시연은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직원이 앞장섰고, 유건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키가 크고, 인상이 또렷한 남자. “유건 씨!” 소미는 즉시 반색하며 다가가 유건의 팔짱을 끼었다. “이떻게 이렇게 일찍 왔어요? 늦을 줄 알았어요.” “일은 다 마무리했고, 지한이가 자리를 지키겠다고 하길래 나는 먼저 나왔어. 지 사장님의 생신인데, 실례할 순 없잖아.” 유건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곧장 시연에게 향했다. ‘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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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유건이 가득 찬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동안, 시연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지동성을 바라보았다. ‘옛 친구의 딸이라고...?’ ‘이게 ‘내 친아버지’가 말한 ‘가족끼리 함께하는 자리’인 건가?’ 지동성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더니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 “시연아, 그리고 고 대표님, 두 사람은...”시연은 애써 눈빛 속 의문을 지우려 했다.‘아, 나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거구나.’ ‘이제 와서 날 부정하겠다는 건가?’하지만 시연은 구태여 사실을 들춰내고 싶지 않아, 유건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개할 필요 없어요. 고유건 씨는 제 전남편인걸요. 이건 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너무도 직설적인 말. 그 순간, 장미리조차 입을 닫아버렸다. 그러나 시연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소미’를 언니라고 불러야겠네요. 그럼, 고 대표님께서 이제 제 형부가 되시는 건가요?” 그리고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소미를 바라봤다. 미소는 다정하고 부드러웠지만, 그 속엔 날카로운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 “언니, 이제 제부가 남편이 됐네요. 축하해요.”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아무도 섣불리 말을 잇지 못한 채, 서로를 의식했다. ‘뭐지, 이 어색한 공기는?’ 장미리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얘도, 참...” 지동성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시연아.” 그러나 시연은 시치미를 뗀 채, 천진난만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왜요? 제가 뭐 잘못 말했나요? 축하드린 것도 실수인가요?” 유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어딘가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그때 직원이 다가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고 대표님, 모두 도착하셨으니, 이제 식사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유건은 잠시 시연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유건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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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차가운 얼굴로, 시연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지시연!” 잡을 수 없자, 유건은 이마를 문지르며 급히 뒤따랐다. ...자리에 앉을 때, 지동성은 시연의 옆자리를 챙겼다. 그리고 의자를 직접 빼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자, 시연아. 여기 앉으렴.” “고맙습니다.” 시연은 마치 순순히 따르는 듯,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바로 맞은편에서 강렬한 시선이 꽂혔다. 어쩌면 그렇게 절묘하게 자리를 잡았을까. 유건이 바로 시연 정면에 앉아, 무표정하게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또 시작이네.’ 그러나 시연은 개의치 않고 잔에 물을 따르며 조용히 마셨다. 잠시 후, 직원이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왔다. “시연아.” 지동성은 친절하게 그것을 펼쳐 그녀에게 건넸다. “조심해라, 뜨거우니까.” “네, 알겠어요.” 시연은 아무렇지 않게 물수건을 받아 들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오버하지?’ 지동성은 한 편의 연극이라도 찍는 듯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요리가 하나둘씩 나왔다. 오늘따라 지동성은 유난히 시연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지도 않은 과한 배려. “시연아, 어떤 거 먹고 싶니?” 시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 이 테이블 가득한 음식 중에서 땡기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볍게 손을 들어 한 접시를 가리켰다. “저거요. 생선찜.” “그래.” 지동성은 생선을 자신의 그릇에 덜어 조심스럽게 가시를 발라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너희 어머니도 생선이나 게 같은 해산물을 아주 좋아하셨단다. 그런데 직접 손질하는 건 귀찮아하셨어. 누군가 다 준비해 주면 누구보다도 잘 먹었지만 말이야.” 다 바른 생선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어 시연의 그릇에 올려주며 말했다. “자, 먹어. 더 발라줄게.” 시연은 잠시 젓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식초 있어요?” “식초?” 지동성은 곧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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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아이고...” 결국, 지동성은 버티지 못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술기운에 트림까지 하며 두 손을 연신 흔들었다. “고 대표님, 정말 더는 못 마시겠습니다.” “아, 그래요?” 유건은 아쉬운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쉽네요. 오늘 같은 날, 지 사장님과 한 잔 더 하고 싶었는데...” 그 순간, 시연은 조용히 손을 들었고, 말없이 직원을 불러 따뜻한 물 한 잔을 주문했다. 곧이어 뜨거운 물이 도착하자, 그녀는 지동성 앞에 살며시 밀어 놓았다. “뜨거운 물 좀 드세요. 술기운도 가라앉힐 겸...” “오, 그래. 고맙다.”지동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컵을 받아서 들었고, 딸을 향한 애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유건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저 두 사람,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저렇게 티 나게 서로를 챙겨?’ 시선을 돌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장미리와 장소미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둘의 불쾌함은 유건과는 다른 이유였다. ‘지동성과 지시연의 사이가 저렇게 가까웠다고?’ ‘이거 정말 위험한데...’ “하하...” 억지웃음을 짓던 장미리가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케이크를 잘라야 할 시간이네. 소미야, 가서 아빠랑 같이 잘라보렴.” “네.” 소미는 곧바로 일어나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런데 지동성이 갑자기 시연을 바라봤다. “시연아, 너도 같이할래?” 순간, 소미의 손끝이 살짝 경직되었다. 그녀의 시선이 시연에게로 향했다. ‘설마, 진짜 같이하겠다고 하진 않겠지?’ 그러나 시연은 태연하게 일어섰다. 더 나아가, 지동성의 팔을 살짝 감싸 안기까지 했다. “그럴까요?” ‘뭐야, 저 태연함은...?’ 소미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동성은 순간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참 착하구나.” 레스토랑 중앙, 서비스 직원이 케이크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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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엄마!” 장소미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장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엄마가 떠준 스웨터는 사랑이 담긴 선물이잖아요. 그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거라고요. 아빠, 그렇죠?” “하하, 그럼.” 지동성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당연하지.” 그는 만족스럽게 딸이 건넨 시계를 받아서 들었다. “네가 고른 시계, 아빠도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고맙다, 우리 딸.” “별말씀을요. 아빠가 좋아하시면 그걸로 충분해요.” 이제 남은 건 유건의 차례였다. 그가 준비한 선물은 작은 상자 하나. 소미가 기대감에 차서 상자를 열어보았다. “뭘 준비한 거예요? 꽤 자그마한 것 같은데... 또 시계인 건 아니겠죠? 저랑 겹칠까 봐서 걱정이네요.” 유건은 짧게 웃으며 말했다. “직접 열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뚜껑을 여는 순간, 반짝이는 자동차 키가 나타났다. “헉...!” 소미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반짝였다. “이건...?” “볼보야.” 유건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우와!” 장미리가 즉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며, 손뼉을 살짝 모았다. “고 대표님, 그건 너무 큰 선물 아닌가요?” 그녀는 곁눈질로 지동성을 바라보았다. ‘보라고요, 우리 딸이 이렇게 좋은 남자를 만났어요.’ “우리 소미, 정말 잘 키웠죠? 이렇게 멋진 사위를 얻었으니까요!” 그 말은 소미를 칭찬하는 듯했지만, 사실상 유건을 띄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 대표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이 다 기쁘네요.” “별말씀을요.” 유건은 짧게 대꾸했지만, 표정은 한결같이 무덤덤했다. 한편, 시연은 그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가벼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시계, 자동차... 참, 다들 부럽다.’ 이런 자리에서, 그녀는 확실히 너무 초라했다.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다 합해도 겨우 2만 원이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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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선물을 다 건넨 후, 시연은 아까 남겨둔 케이크를 다시 들었다. 평소에 입맛이 없는 편이었지만, 이상하게 오늘의 케이크는 꽤 맛있었다. 그녀가 조용히 스푼으로 접시 바닥을 긁어 크림까지 깔끔하게 먹어 치우자, 지동성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맛있어?” “네, 꽤 맛있네요.” 시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많이 남았어.” 지동성은 바로 다시 한 조각을 잘라 그녀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온화하고 자상한 목소리. “천천히 먹어. 남은 것도 많으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유건은 그 광경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렇게 맛있어?’ 그녀가 그토록 즐겁게 먹는 걸 보니, 케이크에 무슨 황금이라도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유건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계속 시연에게 머물자, 곧 그것을 눈치챈 소미의 마음이 싸늘해졌다. ‘뭐야? 저 남자... 지시연을 보고 있는 거야?’ ...식사는 길어졌고, 끝났을 때는 어느덧 밤 9시가 넘었을 때였다. 유건과 지동성 모두 술을 꽤 마셨다. 그때, 지동성이 갑자기 말했다. “시연아, 내가 데려다줄게. 밤늦게 혼자 가는 건 위험해.” 그 말을 듣자, 장미리는 순간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러지?’ ‘10년이 넘도록 관심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보호자라도 되는 것 마냥...’ 그녀는 못마땅한 얼굴로 남편의 팔을 붙잡았다. “여보, 당신 술 마셨잖아요. 운전도 못 하면서...” “괜찮아.” 지동성이 손을 저었다. “대리운전 부르면 돼.” “그럼 대리가 데려다주면 되겠네요?” “그건 안 돼.” 지동성은 단호했다. “대리는 낯선 사람이잖아.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아?” 장미리는 황당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세상에 범죄자만 가득한 것도 아니고...” ‘이 사람, 정말 왜 이래? 너무 갑작스러운 관심인데...’‘이런 식으로 지시연과 가까워지는 건, 절대 나와 소미에게 좋은 일이 아니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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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네, 형님.” 민환이 즉시 대답하며 시연을 차로 안내했다. “가시죠.” 시연은 별다른 말 없이 차에 올랐다. 그녀가 떠나자마자, 장소미는 속으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유건이 지시연이랑 같은 차만 안 타면 돼. 그럼 됐어.’ 그 후, 유건은 장미리, 지동성, 장소미를 차에 태운 뒤 운전기사에게 신신당부했다. “안전 운전하세요. 도착하면 연락해 주시고요.” “네, 고 대표님. 안심하셔도 됩니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유건의 표정이 완전히 변했다. 어두운 밤보다 더 짙은 어둠이 깔린 얼굴. 그는 단숨에 차 문을 열고 몸을 숙여 탔다. “출발해.” 운전석에 앉아있던 정기환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네?” “민환한테 전화해.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라고.” ‘뭐라고?’ 기환은 멍하니 유건을 쳐다보다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고는 곧장 형인 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형님이 차 세우래.”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뭐?]민환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군말 없이 대답했다. [알았어.]그렇게 해서, 민환은 시연을 태운 채 몇 블록을 가지도 못하고 차를 세웠다. “어? 왜 멈추는 거예요?” 시연은 당황했다. “혹시 차가 고장 난 거예요?” “아니요, 그냥 잠깐 기다리려고요...” 민환이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뭘 기다려? 이거 뭔가 이상한데?’ 그녀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순간, 차 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 강렬한 술 냄새와 함께, 유건이 마치 폭풍처럼 등장했다. 남자의 분노가 가득한 눈빛. 그리고 유건을 감싼 싸늘한 기운. “유건 씨?” 시연은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왜 이래요?” 유건의 몸에서 짙은 술 향이 퍼졌다. 시연은 본능적으로 코를 찡그리며 한 발짝 물러섰다. “제발, 나한테서 좀 떨어져 줄래요?” ‘뭐?’ 그 말이 불을 붙인 성냥처럼, 유건의 분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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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유건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손에 든 케이크 상자를 높이 들고, 이가 갈릴 만큼 이를 악물었다. “내가 이걸 바닥에 내던진다면?” 시연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차가워졌다. 유건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내 케이크예요. 내려놔요. 장난하는 거 아니에요.” ‘진심이네. 이 여자, 이렇게까지 신경 쓰다니.’ 유건은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곧 냉소를 띠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도 장난하는 거 아냐.”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거침없이 손을 휘둘렀다. 퍽! “아!” 시연이 놀란 숨을 삼키자, 눈앞에서 케이크 상자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뚜껑이 벌어지면서 속에 있던 케이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흰 크림과 초콜릿 조각이 여기저기 튀었고, 부드러운 시트가 짓눌려 엉망이 되었다. 조용한 밤공기 속, 충격적인 장면. 민환과 기환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형님이... 형님이 진짜로 케이크를 던졌어?’ ‘이렇게까지 화내는 게 몇 년 만인 거지? ‘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등을 돌렸다. 더 이상 볼 자신이 없었다. 이제 그 케이크는 끝났으니까. 몇 초간의 정적.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린 시연. 그녀는 자신 앞에서 이 모든 것을 저지른 장본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진짜 던졌네요.” 유건은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미친 듯한 기세가 감돌았다. “그래, 던졌어!”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한 정적. 피식- 시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이 더욱 유건을 자극했다. “웃겨?” 시연을 향한 남자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너도 인정하는 거지? 내가 던진 게 잘한 거라고.” 그 순간, 여자의 목소리가 낮고도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고유건 씨.” 그 눈빛은 마치 붉은 빛이 서린 듯, 이글거렸다. “당신이 할 줄 아는 게, 고작 이런 거예요?” ‘뭐?’ 유건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시연은 멈추지 않았다. “지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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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뒤돌아선 유건은 다시 시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가슴 한복판에서 치밀어 오르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며, 낮고 거칠게 말했다. “울지 마.” 그는 눈물을 흘리는 시연의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고작 그런 케이크 하나 때문에... 내가 사줄게! 얼마든지 사줄게!” 하지만 시연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건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시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 번도 유건을 보지 않고 앞을 향해 걸었다. 마치, 그가 공기라도 되는 듯. 민환과 기환은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아버렸다. ‘우린 아무것도 못 본 거야.’유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핏줄이 튀어나올 듯한 손가락이 움켜쥔 채, 싸늘한 조소가 입술 끝에 걸렸다. 그는 빠르게 걸음을 옮겨 시연의 손목을 붙잡았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안 들려?” 그 순간, 여자의 싸늘한 눈빛이 그를 직격했다. 서로가 눈을 마주친 순간, 유건은 본능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내가 사준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시연의 차가운 눈빛에 단숨에 부서졌다. 그는 잠시 생각했지만, 도저히 속이 타들어 가는 걸 참을 수 없었다.“너한테 분명히 말했잖아, 앞으로 지동성이 준 돈은 받지 말라고! 물건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은 나이도 많고, 결혼해서 애까지 있어! 너, 내 말대로 하겠다고 약속했었잖아!” “네, 맞아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건을 올려다보았다.“그때는 당신이 내 남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남자와 선을 지켜야 했고, 당신의 말도 들어야 했어요.” 그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당신... 지금은 나한테 어떤 존재예요?” 유건의 목구멍이 막힌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 시연은 피곤한 듯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돈이 많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당신이 다시 사준다 해도...” 그녀는 손목을 살짝 흔들며 덧붙였다. “그건, 더 이상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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