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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또 한 번의 거절: Chapter 681 - Chapter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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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돈에 욕심이 없는 척해야 했다.차화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윤명희를 빠르게 훑고 나서 아들을 쳐다보았다.“범준아, 민아는 이제 엄마가 없고 아빠도 기댈 사람이 아니잖아. 민아가 나온 후에는... 진씨 가문에 남으라고 하는 게 어때? 식솔이 한 명 느는 것뿐인데 그냥 아들 둘, 딸 둘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윤명희는 벌떡 일어서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세은아, 엄마가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은데 같이 가줘.”“좋아요.”도아린은 손에 있는 서류를 놓고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모녀는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갔다.차화영은 이게 며느리가 자신에게 눈치를 주는 것이라는 걸 알고 서러운 눈빛으로 진범준을 쳐다보았다.“나는 도아린을 인정해줬잖아. 도아린에 대한 태도도 바뀌었는데 왜 명희는 민아를 받아주지 않는 거야?”“엄마, 안준휘가 엄마 딸을 죽게 만들고 엄마한테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용서할 수 있어요?”진범준의 말투가 가라앉았다.“당연히 용서 못 하지! 그 자식의 피부를 벗겨내고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절대 그 망할 놈을 용서 못 해!”차화영은 화를 내며 소파를 내리쳤다.진범준도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얘야? 너는 왜...”차화영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자신을 돌봐주는 가정부를 쳐다보았다.“왜 쟤도 가는 거야? 아들은 아내가 생기면 엄마를 무시하는 거야? 아내의 말만 다 듣고 엄마의 말은 완전히 무시해도 되는 거야?”“어르신! 어르신의 따님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을 당하면 절대 용서 못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큰 아가씨가 안민아 씨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 부인께서 어떻게 용서를 할 수 있겠습니까?”차화영은 이게 어떻게 같냐고 말하고 싶었다.진옥경은 자신의 딸이고 자신은 딸이 결혼하고 딸을 낳는 것까지 곁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사위 때문에 목숨까지 잃게 되어 부모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게 되는 상황까지 겪었다.도아린은 20년 동안 잃어버렸고 며느리는 도아린과 아무런 정이 없었다. 도아린에게 잘해주는 건 기껏해야 지난날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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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당신이 나한테 고백한 기념일이에요?”윤명희는 어리둥절했다.“아니.”“결혼기념일이 아니라면 사업을 시작한 기념일이겠네요!”“아니야.”“그럼... 처음 당신 집으로 가서 어머님을 뵌 날이에요?”“그것도 아니야.”“그럼 뭐에요?”윤명희는 더는 맞추기 귀찮았다.진범준은 그녀의 귓가에 다가갔지만 말하는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내가 처음으로 나를 당신한테 준 날.”“...”윤명희뿐만 아니라 도아린도 함께 말문이 막혔다.진범준이 사업을 크게 성공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정말 아빠가 사랑밖에 모르는 사랑꾼이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 부부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딱 붙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윤명희의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럼 우리 처음 갔던 호텔로 가요. 저녁에 외박합시다.”그렇다. 금실이 좋은 부부에게 자식은 뒷전이다.두 사람은 차를 몰고 떠났고 도아린을 그 자리에 남겨두었다.도아린은 집으로 가서 계속 차화영과 독대하고 있을지 조용한 곳으로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전조등이 비추며 차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오늘 무슨 날이길래 문 앞에서 내 차에 올라타?”도아린은 진경수의 조수석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하면서 말했다.“오늘은 아빠랑 엄마가 처음으로 깊은 관계를 맺은 날이래요.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그때의 호텔로 가서 저녁에 외박할 거래요.”그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뒤를 가리켰다.“우리도 좋은 데 가서 즐겁게 보내요!”“즐겁게? 좋아!”진씨 가문의 바리케이드가 들리고 진경수의 차가 후진을 하더니 유턴을 해서 빠르게 빠져나갔다.진경수는 도아린을 수상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다. 화려한 불빛이 물 위에 비추고 허공에 꺾이어 번쩍였다.한 자리에 최대 4명이 앉을 수 있었고 기둥이 절반 물에 잠겨 있었다. 가벼운 음악 소리는 은은하고 쾌적했고 금붕어가 물에서 뛰놀고 있었다.“8번 자리야. 화장실에 들렀다가 올게.”진경수는 도아린에게 방향을 가리키고 먼저 메뉴를 보고 있으라고 했다.종업원은 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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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여자는 술기운이 진작에 사라졌고 긴장하여 진경수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뭐라 얘기하고는 벨트를 갖고 빠르게 자신의 자리로 갔다.그들의 자리는 도아린의 자리와 두 개 정도 떨어져 있었고 여자가 돌아가자 일행은 웃음을 터뜨렸다.여자는 도아린을 등지고 있었기에 도아린은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 여자는 자신의 맥주를 들어서 한꺼번에 다 마셨다.진경수의 정장 바지가 몸에 맞아서 벨트를 뺐다고 바지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허리가 가늘었기에 바지가 흘러내려 골반에 걸렸다. 그 모습이 꽤 퇴폐적이었다.그는 도아린의 맞은편에 앉아 동생이 입을 막고 웃음을 참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술 게임을 하고 있대.”“그렇군요.”도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벨트를 빌려달라고 하네.”“그래요.”진경수는 딱밤을 때리는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대답 제대로 해.”“오빠, 저 사람 알죠.”진경수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점점 사라졌고 그는 대답하지 않은 채 메뉴판을 열었다.도아린은 그 자리를 쳐다보았는데 그 여자는 한참 망설이다가 이쪽으로 오는 것 같았는데 마침 도아린과 시선이 마주쳤다.여자는 멈칫하더니 도아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아마 도아린을 진경수의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벨트를 들고 두 손을 모으더니 사과하는 행동을 취했다.그 여자는 동그란 얼굴에 눈이 컸고 새하얀 피부는 술을 마셔서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시선은 아주 맑았다.여자는 진경수와 서로 등지고 있었고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진경수가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진경수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빛이 서렸다.도아린은 자신이 불청객이라는 느낌을 느꼈다.요리가 다 올라왔는데 저쪽 자리에서는 끝나는 듯했다. 도아린은 그들이 여자를 밀면서 벨트를 돌려주러 가라고 하는 걸 봤다.여자는 일부러 느리게 행동하면서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빠, 저분이 가요.”도아린이 한마디 했고 진경수가 젓가락을 내려놓는 걸 보고는 한마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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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한줄기 눈부신 전조등이 비췄다.도아린은 빠르게 몸을 낮췄다.전조등은 벽을 비추어 그림자가 바닥을 신속하게 스쳐 지났다. 도아린의 행동이 조금만 늦었어도 손보미는 그림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주의력은 모두 다가오는 차에 있었다.남궁유민은 손보미의 입을 막고 그녀를 더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갔다.차는 시동을 끄지 않았고 긴 인영이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도아린은 진경수라는 것을 알아봤다.‘나를 데리러 온 건가?’도아린은 빠르게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무음으로 해놨고 바로 진경수의 전화가 걸려왔다.도아린은 벽에 기대서 전화를 끊고 메시지를 보냈다.[차를 멀리 주차하고 레스토랑 뒤편의 제방으로 와요. 여기에 책 모양으로 된 조형물이 있는데 남궁유민과 손보미가 여기 있어요. 두 사람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해요.][몸조심하고 곧 갈게.]진경수는 메시지를 답장하고 빠르게 레스토랑을 나와 차를 몰고 떠났다.주변은 다시 어둠에 뒤덮였고 멀리서 말소리가 들려왔다.“왜 이렇게 긴장하는 거야!”손보미는 불만스럽게 얘기했다.“나 좀 잡아줘. 못 올라가겠어.”‘두 사람이 방금 제방 밑으로 숨은 거야?’만약 단지 배건후가 조사를 받게 만든 거라면 두 사람은 이렇게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손보미가 말한 고성만이라는 사람과 반드시 연관이 있을 것이다.도아린은 서류에 고성만이 바로 유괴범들 속에 숨어든 스파이라고 적혀 있던 게 생각났다. 그가 제공한 단서로 배건후는 경찰을 도와 범죄자들을 잡을 수 있었고 그들에게 시달리던 강재희를 구하게 되었다.강재희는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간 상태에서 자신을 구한 고성만을 배건후라고 오해했고 배건후는 잘못된 행동으로 고성만이 그 작전에서 목숨을 잃게 했다.‘이게 손보미와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생각에 잠겼던 도아린은 벽의 다른 쪽에서 나는 이상야릇한 소리를 들었다.도아린은 자신이 비명을 지를까 봐 입을 막았다.두 사람이 지금...남궁유민은 손보미를 벽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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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도아린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이대로 죽을 각오를 하고 뛰어야 하나?’저들이 아직 옷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을 테니, 지금 뛰면 따라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녀의 속도로는 길가까지 도망칠 수 있을 것이고 마침 택시라도 지나간다면 무사히 탈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도아린은 한 발을 내디뎠다.그 순간, 손전등 불빛이 번쩍했고 그녀가 막 돌아서려던 낮은 담장 쪽을 비췄다.“거기 누구야!”손보미가 얼굴을 감싸 쥐고 땅에 웅크렸다.“꺄악!”남궁유민이 재빨리 손보미를 끌어올려 품 안에 감쌌다. 그리고 손전등을 비추던 순찰 중인 노인을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꺼져!”노인은 황급히 손전등을 돌려 빛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직업적인 책임감으로 한마디 덧붙였다.“댐 근처 위험하니까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알았어요!”남궁유민이 짧게 대답한 뒤, 재킷을 벗어 손보미의 머리에 덮어씌웠다.손보미는 급하게 옷을 정리했다. 아까의 혼란 속에서 옷에 지저분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터미널까지 데려다줄 테니,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연락 없이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마!”남궁유민이 그녀를 감싸 안으며 걸음을 재촉했다.“네 아버지가 널 찾아도 마찬가지야!”손보미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댔다.“난 항상 네 말만 들었어. 네가 배건후에게 접근하라고 해서 접근했고 그의 가정을 파괴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 네가 시키는 대로 다 했어! 그러니까... 만약 네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면, 난 죽어서라도 널 놓지 않을 거야!”남궁유민은 단호하게 말했다.“너 말고는 아무한테도 손을 댄 적이 없어.”“정말?”“정말이야.”“그럼 맹세해.”남궁유민이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었다.“바보야, 맹세 따위가 뭐하러 필요해? 그런 게 효과가 있으면 경찰이 왜 필요하겠어?”두 사람은 낮은 담장을 향해 걸어갔다.도아린은 급히 몸을 숨겼다. 그들이 벽을 도는 순간, 뒤로 재빠르게 몸을 피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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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뭐야,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 보러 온 거야? 3년 금방 지나간다. 내가 나오면 다시 멀쩡한 사내로 돌아갈 거야!”방우진은 머리를 삭발했고 죄수복을 입고 있었으며 과거 오토바이 날강도였을 때보다 살이 빠졌지만, 오히려 안색은 더 좋아 보였다.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유리 칸막이에 손을 짚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아린을 노려보았다.“내가 나오면 제일 먼저 너부터 찾아가 줄게!”하지만 그의 위협에도 도아린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표정에는 약간의 비웃음이 담겨있었다.“방우진, 배지유에게 보낸 그 추잡한 영상, 네가 편집한 거지?”“...”방우진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무심한 척하며 답했다.“아니야.”“나는 원본이 필요해.”도아린은 뒤쪽에 서 있는 교도관을 흘끗 바라본 후, 미소를 머금고 덤덤히 말했다.“네가 안 주면, 곧바로 네 엄마를 찾아갈 거야.”“네가 감히 그럴 수 있어?”방우진은 갑자기 긴장하면서 이를 악물었다.그의 눈빛은 살기를 띠었고 당장이라도 그녀를 물어뜯을 듯했다.그러나 도아린은 더욱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마치 오늘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하는 것처럼 태연한 표정이었다.“내가 가진 영향력으로는 전과자가 간병인으로 일하는 걸 막는 건 일도 아니야. 네 엄마 같은 분은 다른 일을 구하기도 힘들겠지. 그럼 네 엄마가 널 부양할 수 없게 될 텐데, 교도소 안에서 어떻게 버틸 거야?”방우진의 주먹이 유리 칸막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의 입술이 분노로 떨렸다.“방우진!”뒤에서 지켜보던 교도관이 엄숙하게 경고했다.방우진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천천히 제 색을 되찾았다.오랜 침묵 끝에 그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원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아는 거지?”“너 같이 목숨을 걸고 돈 버는 인간은 언제든 희생양으로 내쳐질 수도 있는데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이 버텼을 리가 없잖아.”방우진은 단단히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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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만약 큰누나가 도아린처럼 단단한 의지가 있어 어머니의 결정을 거부하고 불행한 결혼에서 제때 벗어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아니면 최소한 자신한테 도움을 청했다면 그렇게 비참하게 죽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누나의 비극적인 죽음을 두고 어머니는 그게 운명이고 누나의 팔자라고 말했다.멍청하고 어리석다!방우진은 멍하니 도아린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가 유리 칸막이를 두드리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훔쳤는데 언제부터 눈물을 흘렸는지 얼굴이 젖어있었다.“알려줄게. 하지만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해.”도아린은 연성 교도소를 나설 때,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육하경이 하얀 카이엔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는 황급히 담배를 버리고 불을 끄고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왔다.“돌아왔으면 연락이라도 하지 그래요!”“연락 안 해도 알고 있잖아요.”육하경의 부드러운 미소가 잠시 굳었다.“보육원에서 대머리와 빡빡이를 계속 감시하고 있었어요. 근데 느낌이 이상해요. 보육원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을 잡은 게 이제 시작일 수도 있어요.”“...”도아린은 말없이 침묵했다.첫째, 남궁유민과 손보미의 사건이 얽혀 있다면, 육하경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없으니까 아직 확실하지 않은 일은 말할 수 없었다. 둘째, 육하경이 그녀의 자수 문양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집안 사업을 이어받은 게 우연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율이는 잘 있어요?”“율이요?”육하경이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율이는 아린 씨가 데려간 거 아니었어요?”“내가... 율이를 데려갔다고요?”도아린도 순간 얼어붙었다. 분명 율이를 데리고 해남으로 가자고 했었지만, 일이 많아서 깜빡 잊고 있었다. 그녀는 율이가 여전히 지수와 함께 새 보육원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육하경은 그녀에게 차에 타라고 했다. 연성은 해남보다 기온이 낮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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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일 보러 가요. 혼자 갈게요.” 도아린이 안전벨트를 풀고 내릴 준비를 하자, 갑자기 차가 움직였다. “안 돼요! 이런 곳에 어떻게 혼자 갈 수 있어요!”육하경은 계속해서 차를 몰았다. 방우진이 준 주소는 오래된 골목이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성의 옛 주민들로, 몇 세대가 한 집에서 좁은 공간을 함께 쓰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보내는 정책이 있었지만 거기가 시내가 아니어서 의료나 학교에 불편하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육하경은 겨우 차를 주차할 자리를 찾고 도아린과 함께 약 30분 정도 걸었다. 주소가 있어도 도아린은 몇 명의 주민에게 물어야 방우진의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방우진의 집은 골목 맨 안쪽에 있었고 몇몇 주민들은 집 앞에 임시로 부엌을 설치해 놓아서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통로가 좁았고 외부인이라면 그곳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안혜진은 도아린을 보고 반사적으로 문을 닫으려 했다. 육하경이 재빨리 문을 막았다. “방우진이 우리에게 물건을 가지고 가라고 했어요.”“그럴 리 없어요!” 안혜진이 눈을 붉히며 말했다. “우진이는 아무도 안 보려고 하는데 당신은 더더욱 만났을 리가 없어요!”도아린을 보는 그녀의 시선에서는 분노와 원망이 섞여 있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아들이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방우진이 요즘 자꾸 방연주 씨를 꿈에서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방연주 씨의 유품을 가지고 가서 태우라고 했어요.”도아린이 차분하게 말했다. 안혜진의 눈빛이 흔들렸고 눈꺼풀이 거칠게 떨렸다. 아들이 도아린과 만났지만, 엄마인 자신을 만나지 않았단 말인가?아직도 자신이 했던 결정을 원망하는 건가? 지금도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편이 병이 들어 큰돈이 필요했고 상대방이 준 돈으로 치료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몸을 팔아서까지 아버지의 장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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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방우진의 잠자리 공간은 옛 기차의 침대처럼 좁았다. 그가 마른 체형이라서 다행이지, 아니면 뒤척이다 벽에 부딪힐 정도였다.도아린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벽에 붙은 많은 기차 포스터를 보며 더 안쪽으로 기어갔다. 침대 머리맡에서 결국 직사각형 모양의 과자 상자를 발견했다.상자 안에는 새것과 오래된 것들이 섞인 열쇠고리와 ‘한 병 더'라고 적힌 맥주 뚜껑, 그리고 부속품들이 빠진 자동차들이 있었다.도아린은 모든 물건을 침대 위에 쏟아 놓고 두 번 뒤적였지만, USB는 찾을 수 없었다. 방우진의 말처럼 알려줘도 그녀는 찾지 못했다.공기가 덥고 습해서 조금만 지났는데도 도아린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땀이 계속 흘렀다.그녀는 땀을 한 번 닦아 눈에 들어가지 않게 하고는 다시 한번 자세히 찾기 시작했다.“어떻게 됐어요? 찾았어요?”육하경이 아래에서 물었다.“찾고 있어요.”도아린은 대답하며 물건을 하나씩 다시 점검하고 있었고 결국 변형된 자동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그녀는 그것을 흔들어 보고는 배터리 칸을 열었고 그 안에 작은 USB가 있었다.도아린은 미소를 지으며 USB를 몸에 숨긴 후, 물건을 철제 상자에 다시 넣고 천천히 내려갔다.안혜진은 도아린이 상자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뭘 가진 거예요?”“방우진이 말했어요. 이 안의 작은 것들은 모두 방연주 씨가 자신에게 모아준 것들이라고요. 나에게 공원으로 갖고 가서 태우라고 했어요.”도아린은 상자를 열어 안혜진에게 보였다.안혜진은 입술을 깨물었고 굳이 그럴 필요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이 원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값어치 없는 물건들이었다.밖으로 나가자 도아린은 빛에 눈이 시려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다 갑자기 물건이 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내가 들어줄게요.” 육하경이 철제 상자를 받아들였다.도아린은 거부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잠시만요...” 안혜진이 그녀를 불렀다. “우진이는 안에서 잘 지내나요?”도아린은 모호한 대답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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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무슨 일이에요?”강재민이 소리를 듣고 물었다.“물건이 떨어졌어요.”도아린은 담담하게 말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아직 할 일이 남아서요.”강재민은 더 할 얘기가 있었지만, 도아린은 전화를 끊었다.“조심해요. 혹시 물건이 틈새에 끼면 운전할 때 위험할 수 있어요.”도아린은 물건을 주워주며 말했다.USB를 미리 챙겨둔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그게 어디에 끼었으면 정말 헛수고가 될 뻔했다.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 도아린은 본능적으로 육하경의 손을 쳐다보았다. 그는 물건을 하나하나 주울 때마다 빠르게 그것을 돌려서 확인하고 있었다.그는 도아린이 가져온 물건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었다.도아린은 눈빛이 어두워졌고 아무것도 모른 척 말했다. “제 쪽은 다 주웠어요. 하경 씨 쪽도 잘 확인해 보세요.”“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져서 다 뒤집혔어요.”육하경은 마지막 물건을 주운 후, 상자를 도아린에게 건넸다. “뭐 빠진 거 없나 확인해 보세요.”도아린은 철제 상자를 흔들어 소리를 내며 살폈다.“저도 얼마나 들어있는지 몰라요. 그냥 형식적인 일을 할 뿐이에요. 설마 제가 정말 태울 거로 생각했어요?”“그럼 방우진의 집에 가서...”도아린은 입술을 다물고 육하경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육하경은 그녀가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걸 보고 더는 묻지 않고 차를 운전해 떠났다.도아린은 육하경의 의견에 따라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휴식을 취했다.그렇게 방을 정리하던 중, 레스토랑 부서의 매니저가 육하경을 찾아와 그가 결정할 주문서가 있다고 얘기했다.육하경이 나간 후, 도아린은 방을 나와 인터넷 카페로 향해서 개인실을 잡았다.USB에서 재생된 영상은 정확히 말하면 완전한 버전은 아니었고 배지유가 남자와 방에 들어가는 장면은 없었다. 영상은 배지유가 남자의 벨트를 급하게 풀어내는 장면으로 시작했다.배지유의 가방은 대충 바닥에 던져져 있었고 빨간색 물건 하나가 가방 입구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그 빨간색 물건은 곧 던져져 있는 옷들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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