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배석준은 여러 차례 도아린의 말을 끊어버리는 배지유에 온통 신경이 쓰여 있었다. 딸이 분명 자신에게 숨기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얼른 계산해. 뭐 하고 있는 거야?”옆에 있던 배지유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김지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결제했다. 영수증이 인쇄된 것을 보고 배지유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도아린의 앞에서 체면이 섰다고 생각했고 곧 도망갈 밑천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배 여사님이 샀으니까 이제 그만 가죠.”도아린은 이미 계산을 마쳤고 매니저는 액세서리를 정교한 상자에 넣었다.옆에서 변슬기가 그걸 건네받고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자리를 떴다. 이때, 김지민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왜 너한테 여사님이라고 불러? 넌 아직 결혼도 안 했잖아?”“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제정신이 아닌 거겠지.”눈을 흘기던 배지유는 방금 도아린이 자신을 향해 여사님이라고 불렀던 것이 떠올랐다. 천한 계집애가 또 무슨 꿍꿍인 거야? 직원은 배지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액세서리를 포장했다. 지팡이를 짚고 있는 그녀가 물건을 들기 불편해하자 액세서리의 상자를 배석준의 다리에 놓고 두 손을 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목적을 이룬 배지유는 더는 쇼핑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집에 가자고 했다.김지민이 배석준을 차에 태우는 그때, 배지유가 손을 뻗어 상자를 집어 들었다.“먼저 들어가요. 난 친구 좀 만나고 갈게요.”퍼억.상자를 꾹 누르던 배석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집에 가자.”“아빠, 저 볼일이 있어요.”배석준은 상자를 더 꽉 움켜쥐었고 김지민은 바로 그의 뜻을 이해했다.“그럼 갔다 와. 액세서리는 우리가 가져갈게. 몸도 불편한데 이렇게 비싼 걸 가지고 다니면 어떡해?”“이건 내 거야. 잃어버려도 그건 내 일이라고.”배지유는 손을 뻗어 상자를 빼앗으려고 하였다. 그 순간, 김지민은 재빨리 배석준의 앞을 가로막으며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배지유,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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