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소욱은 서왕을 어전에 불러들였다.서왕은 변성의 군무에 관한 명이라 여기고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소욱이 입을 열자,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변성의 사태가 완전히 정리되면, 너는 남방으로 가 수비를 맡거라.”서왕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눈에 띄게 놀라거나 당황하지는 않았으나, 안색엔 의문이 어려 있었다.남쪽 변경으로 보내지는 건 대부분 공적이 부족한 신료들이나 실각한 대신들이었다.그러나 이내 그는 문득 어떤 이름을 떠올렸다.완부옥.남방은 남강과 맞닿아 있는 곳이었다.서왕은 복잡한 심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소욱의 표정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넌 내 곁에 십여 년이나 있었지. 이제는 네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좇아도 될 때다.”“서왕. 네가 남방에 간다 하여도 너는 남제의 백성이다. 직무를 버리거나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매달 휴일을 이용해 인근 타국을 둘러보는 일은,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그 순간, 서왕의 눈가가 뜨겁게 젖어들었다.차마 눈물까지는 흘리지 않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북받쳐 오르는 것을 억누르지 못했다.그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황제 폐하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황제가… 자비를 베푼 것이 아니었다.이건, 그가 완부옥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은근히 기회를 내준 것이었다.비록 매달 한 차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전부일지라도, 아예 영영 볼 수 없는 것보단 천배 만배 나았다.그는 그 기쁜 소식을 당장이라도 완부옥에게 전하고 싶어 몸이 들썩였다.그리고 그 아이. 그들의 아이도 데려가야 했다.소욱은 서왕의 얼굴에 드러난 벅찬 감정을 보고,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됐으니, 우선 눈앞의 일부터 처리하도록 해라.”“예!”기쁜 일이 생기면 몸도 마음도 맑아진다 하더니, 서왕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꽉 움켜쥐고 있던 어깨가 풀리고, 몇 살은 젊어진 듯한 얼굴이었다.그날 저녁, 소욱은 그 이야기를 봉구안에게 전했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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