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황은 광기에 휩싸인 채 눈을 번득이며, 곁에 선 병사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불 질러라! 다 태워 죽여란 말이다!”그 시각, 봉구안과 일행은 거미줄이라 불리는 비밀 통로를 따라 이미 국경 안쪽으로 무사히 빠져나간 후였다.통로 밖으로 나오자, 사현진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가 쉰 숨을 몰아쉬며 뇌까렸다.봉구안과 소욱은 해독약을 지참한 채 서둘러 남제로 돌아가야 했기에, 이젠 정말 작별을 고해야 했다.출발을 앞두고, 소욱은 몸에 지니고 있던 해독약 한 병을 사현진에게 내밀었다.“열무신을 반드시 찾아주거라, 내 마지막 청이다.”사현진은 그 병을 받아 들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남제 황제가 자신에게 예를 표한 건, 이 길고 긴 여정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열무신은 우리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지요. 꼭 찾아내어, 무사히 남제로 돌려보내겠습니다.”그때 원담은 통로 입구를 돌아보며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돌려 봉구안을 향해 물었다.“이 통로 말입니다… 정말로 소황의 첩자가 누설한 게 맞습니까?”그 눈빛은 날카롭고 침착했다.그의 질문엔 단 한 점의 의심도, 거짓도 허용되지 않았다.봉구안은 아무 대답 없이, 입술만 꾹 다물었다.그 순간, 사현진이 원담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이제 그만하자. 지금은 당장 도성으로 돌아가 폐하께 모든 걸 아뢰고, 소황의 음모를 막는 게 먼저다.”원담은 봉구안을 다시 한 번 깊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귀국까지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랍니다.”그렇게, 두 일행은 각자의 길로 갈라섰다.……하지만 그날 밤, 원담은 마음 깊은 곳에 걸린 무언가를 떨쳐내지 못했다.결국, 그는 사현진을 찾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태자 전하, 그 통로 말입니다…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첩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출입구엔 수비병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처럼 허술했다니, 소황의 성정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원담은 이제 갓 성인이 된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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