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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491 - Chapter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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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1화

금속으로 된 긴 원통을 여는 순간, 서왕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는 놀란 기색이 역력하였다.장공주가 고개를 기울여 들여다보며 물었다.“이게 무엇이더냐?”그 안에는 빼곡한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얼핏 보기엔 미궁을 그려놓은 듯했다.하지만 서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일은 아는 이가 적을수록 좋았다.그는 곧 유화를 불렀다.“공주마마를 편히 모셔 드리거라.”“예, 전하!”그러자 장공주가 끝내 참지 못하고 서왕을 불러 세웠다.“아직 이게 무슨 물건인지 말하지도 않았다! 당장 내게도 말해다오.”서왕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묵묵히 눈빛만으로 경고의 뜻을 전했다.그 뜻을 단번에 알아챈 장공주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말없이 유화를 따라 숙소로 향했다.황성에서 변방까지, 그 길은 험난하고 고단했다.이제서야 겨우 임무의 절반을 마친 셈이었다.모든 것이 오직 남제를 위한 길이었다.장공주가 떠나고 난 후, 서왕은 도면을 손에 든 채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도면은 바로 ‘거미줄’이었다.게다가 완전한 형태의 거미줄. 도면에 담긴 범위는 남제뿐만 아니라, 북연, 양나라, 동산국까지 매우 광범위했다.이 도면이 다른 나라의 손에 들어간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혼란이 벌어질 터였다.담대연이 이 도면을 바친 이유는 분명했다.남제가 천하를 통일하는 데 이만한 무기는 없었다.장공주에게 황제나 황후에게 반드시 직접 전해달라고 당부한 이유도 다 이 때문이었다.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도면이었다.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이 도면을 과연 어떻게 황제에게 전한단 말인가?서왕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선 채, 말없이 깊은 고민에 잠겼다.……한편, 유화는 장공주가 쉴 수 있도록 장막 하나를 정리했다.예전 같았으면 장공주는 이런 누추한 천막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감옥살이도 해본 그녀였다. 길바닥에서 자본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이만하면 훌륭했다.“따뜻한 물로 목욕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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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2화

장공주는 깜짝 놀란 얼굴로 서왕을 바라보았다.“모두 무사하시느냐!”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정탐꾼들이 오백 일행을 찾았습니다. 오백의 말에 따르면, 현재 폐하와 오백은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하지만 오백은 확신하길, 동산국 태자의 도움 덕분에 폐하께선 체내의 약쟁이 독을 억제하셨고, 당장은 독이 발현될 위험도 없다고 하였습니다.”“또한 황후 마마께서 폐하 곁을 지키고 계시니, 큰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장공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천만다행이구나!”미간이 부드럽게 풀어지더니, 마침내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은 듯 얼굴에 후련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서왕 역시 그녀를 따라 희미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었다.“황제 폐하와 황후 마마께서 무사하시니, 공주마마께서도 이만 황성으로 돌아가셔야지요.”그는 갑자기 말을 돌렸다. 장공주는 준비되지 못한 듯 눈을 깜박였다.하지만 그녀도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이곳 변방은 지금 매우 혼란한 상태였다. 그녀가 이곳에 더 머물러봤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장병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었다.사실 며칠 동안 그녀를 위해 따뜻한 물을 준비하느라 인력과 시간이 낭비되었고, 그녀에게 장막을 내주느라 병사들은 더 좁은 공간에서 잠을 자야 했다.장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옳은 말이다. 이제는 정말 황성으로 돌아가야겠구나.”황제와 황후만 무사하다면, 남제에는 아직 희망이 있었다.그녀는 황성에 돌아가 황실을 지켜야 했다. 혹여 누군가 이 혼란을 틈타 왕좌를 넘보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견제해야 했다.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태후마마께서 얼마나 걱정하셨을지 생각하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서왕은 단호히 말했다.“내일 아침 공주마마께 몇 사람을 붙여드리겠습니다.”그러나 장공주는 손을 내저었다.“그럴 필요 없다. 한 사람만 붙여주어도 충분하다. 영주에서 여기까지도 혼자서 오지 않았느냐. 설마 날 얕보는 것이냐?”변방은 지금 병력 하나도 아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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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3화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천자의 위엄조차 가로막을 수 없게 되었다.죽음을 무릅쓰고 간언하는 신하들을 바라보며, 황제는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약쟁이 사태는 결코 짐의 잘못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명하노니, 소문의 근원을 철저히 밝혀라. 약쟁이의 재앙이라 불리는 이 일 또한 마찬가지다. 남제가 약쟁이를 동산국으로 넘기려 했다는 말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다. 짐은 그런 통첩을 받은 바도 없다. 모든 대신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소문에 휘둘려선 안 된다.”대신들은 일제히 조아려 절했다.그 무리 속, 원수와 원담 부자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황제가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들은 속일 수 없었다. 남제 변방의 약쟁이 문제는 분명히 소황 부자가 주도한 일이었으며, 그들 부자의 행보는 황제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 것이었다.오늘 대전에서 황제가 보여준 태도는 언뜻 보면 명민해 보였지만, 실상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덮어버린 것에 불과했다. 정작 중요한 어떻게 약쟁이 사태를 근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조회가 끝난 뒤.궁문을 나선 대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찬바람 속에 무릎 꿇고 앉은 백성들의 행렬이었다. 그들은 모두 동산국의 선비와 백성들이었다. 관직은커녕 과거를 본 적도 없는 이들, 심지어 글자조차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사납게 부는 겨울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눈빛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약쟁이를 척결하라! 동산국을 수호하라!”“살아 있는 자에게 실험하지 마라!”“무기를 거두고 전쟁을 멈추라!”“싸우더라도, 사람으로 싸워야 한다! 약쟁이는 천하인의 수치를 부른다!”“폐하께선 백성을 위해, 반드시 약쟁이 무리를 척결해 주시옵소서!”“동산국 땅 위에 약쟁이가 발을 들여선 안 된다!”그들의 외침은 어떤 이는 우렁찼고, 어떤 이는 쉰 목소리였다. 하지만 목소리마다 힘이 담겨 있었다.대신들의 얼굴에는 복잡한 기색이 서렸다.그 무리 앞, 노신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여러분, 부디 이 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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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4화

지하궁은 소황이 약을 제련하게 한 장소였다. 그곳에는 수많은 약쟁이와 특수한 괴물들이 갇혀 있었다.이전에 소욱과 열무신이 강제로 침입한 적도 있었다. 지하궁 안의 것들은 옮길 수 없어, 소황은 바깥에 방어를 강화하여 더는 아무도 침입하지 못하게 했다.그러나 예상치 못했다. 그는 큰 고기만 경계하느라, 작은 새우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그가 신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백성 따위는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지하궁의 존재를 들켜도, 입을 막아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그의 뒤에는 황제가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백성들이 이 소문을 믿고 있는 지금, 소문을 함부로 잠재울 순 없을 노릇이었다.소황의 표정은 짙게 구름이 드리운 듯 어두웠다.“마차를 준비하거라. 내가 먼저 입궁해 폐하를 뵈어야겠다.”이 일은 황제를 직접 나서게 해야 수습될 수 있었다. 관청이 나서는 것이 자신이 나서는 것보다 훨씬 적절하다 생각한 것이다.궁 안.황제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눈썹이 치솟았다.그는 소황을 향해 노기를 숨기지 않았다.“이 못난 자식! 어찌 이리도 경솔할 수가 있느냐. 약쟁이 소문의 불길이 아직도 걷히지 않았건만, 이 와중에 또 이런 꼴을 만들어? 상관 소황, 지금 이 짐은 네놈이 이 모든 소문을 퍼뜨렸을지도 모른다 여겨지는구나! 설마 날 백성들에게 불신받게 하려는 계략인가? 백성들을 이용하여 제후국들을 등지게 하려는 심산이냐?”소황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폐하! 소신은 폐하께 충성을 다할 뿐, 조금도 역심을 품은 적이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은 소신의 뜻이 아니옵고… 분명 남제의 자들이 벌인 짓입니다! 그들이 지하궁에 다녀간 적이 있사온데…”황제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됐고, 지금 와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 당장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할 방도를 생각하거라. 지하궁 밖에 몰려든 백성이 얼마나 되는지, 너는 알고 있느냐.”소황은 대답했다.“소신도 아직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이 사실을 듣고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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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화

원 노인은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머리를 저으며 웃었고, 마치 스스로를 비웃는 듯했다.“이럴 수가… 이럴 수가 있군요…”그가 즉시 소황을 죽이지 못했던 이유는 그가 쥐고 있는 약쟁이가 소황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사람을 해친 것은 소황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그가 장악한 약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결국 처음부터 그가 생각을 너무 복잡하게 했던 셈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소황처럼 의심 많고 신중한 자라면, 그 독을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토록 오래 고민하고 계산했지만, 결국 남제 황제만큼 철저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원 노인은 아직 낫지 않은 두 다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정말… 늙었나봅니다. 이 일을 대체 저에게 얼마나 철저히 숨긴 것입니까.”처음 남제 황제와 정식으로 만났을 때, 그는 이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히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리라.하지만 그것도 인지상정이었다. 자신이라 해도 타국 인물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무방비하게 굴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원 노인은 곧장 물었다.“이후 폐하께서는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소황을 처리하는 데 있어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힘을 보태겠습니다.”소욱은 여느 때처럼 담담하게 말했다.“소황을 상대하려면 마지막 한 수가 남았다. 그 마지막 수를 이루기 위해선, 내가 직접 나서야 한다. 이 일은 자네 말고는 감당할 수 없다.”“즉, 지금 우리에겐 자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원 노인은 더 묻지 않았다.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둘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하려는 찰나, 밖에서 하인이 문을 두드렸다.“대감마님, 소황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의 호위병들이 무리를 이끌고 서원 쪽을 떠났습니다. 어딜 가려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원 노인의 얼굴은 노쇠해 보였지만, 그 눈빛만큼은 젊은이도 가지기 힘든 결단력이 담겨 있었다.“지하궁 쪽엔 백성들이 이미 몰려 있고, 폐하께서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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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6화

소황의 눈빛이 갑작스레 싸늘하게 변했다.참지 못한 그는 손을 휘둘러, 부하의 얼굴을 정통으로 후려쳤다.부하는 그대로 따귀를 맞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을 이었다.“하도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소란이 커졌기에, 저희도 함부로 판단하지 못했습니다.”소황 역시 잘 알고 있었다.진 장군 정도는 죽여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황자들까지 건드린다면, 황제는 결코 가만있지 않을 터였다.지금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뒷배는 바로 황제였다.소황의 얼굴빛이 점점 굳어갔다.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말없이 입술만 삐죽거렸다.“꺼져.”모두가 방해만 할 뿐이었다.특히 그 황제란 자가 가장 무능했다. 자식 하나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들이 지하궁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차라리 그 안에 봉인된 괴물을 풀어 모조리 씹어 삼켜버리게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소황은 수십 년간 위선의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특히 동산국에서의 이십여 년은 원가에선 욕심 없는 사위로, 황제 앞에선 충직하고 온순한 신하로 살며 본래의 자아를 죽여야만 했다.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원노영은 죽었고, 원가는 사분오열되었으며, 원 노인도 더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그 안에 숨죽여 있던 '본래의 자신'이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본능.창밖 마당에서 청소하던 하인들이 눈에 들어왔다.소황의 눈빛이 독사처럼 차갑고 음산하게 변했다.슉!뜰 안에 설치된 ‘천사진’이 갑작스레 발동되었다.그리고 이어진 건, 하인들의 절망 어린 비명이었다.“아아악!”천사진은 단 한순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다.하인들은 순식간에 실처럼 감겨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고, 곧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소황은 처마 밑에 서서, 하늘에 매달린 핏빛 뼈다귀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섬뜩하게 웃었다.그 광경을 목격한 하녀 하나는 기겁해 숨었다가, 이내 달음질쳐 동쪽 별채로 향했다.……원수는 그 하녀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그의 눈빛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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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7화

밀실 안은 한순간에 환호로 가득 찼다. 모든 신의들이 열광에 찬 얼굴로 열무신을 둘러싸고 있었다.지금의 열무신은 극도로 쇠약했지만, 눈빛만은 더 이상 흐릿하지 않았다.오히려 약간의 혼란과 의문이 담긴 채로,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내가…”그가 입을 열자마자, 목구멍에서 칼날이 지나간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그도 그럴 것이 그간 약쟁이로 변할 때마다 그는 괴성을 질러댔고, 계속해서 약을 실험당한 탓에 목이 남아날 리 없었다.그의 시선은 봉구안을 향했다.이 자들 중 그에게 가장 익숙한 이는, 바로 그녀였다.봉구안 역시 매우 기쁜 표정이었다.그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것은 곧 ‘약쟁이 독’의 해독제가 완성되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봉구안은 열무신에게 차분히 설명했다.“전에 약쟁이 독에 중독된 걸 기억하십니까? 지금은 그 독이 모두 다 해독됐습니다.”열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웃었다.하지만 입을 다시 열자마자, 찢어지는 고통이 또다시 밀려왔다.그는 주위에 있는 약절구를 힐끗 보고,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내가 정신 잃은 사이, 저걸로 내 입을 찧은 건 아니겠지…’그는 몸을 일으켜보려 했으나, 아직 기력이 다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 전혀 일어나지 못했다.두 다리는 천근만근처럼 무거웠고, 마치 부러진 것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고개를 숙여 확인해보니, 누가 두 다리 위에 깔려 있었다.“……?”그래서 못 일어났던 것이었다.그 호위는 바로 일어나며 머리를 긁적였다.“아, 버릇처럼 눌러버렸네요. 죄송합니다.”매번 열무신이 발작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그의 다리를 눌러 제압하던 탓이었다.열무신은 팔을 들어 움직여보았다. 다행히 팔은 문제없었다.약쟁이로 있었던 시간은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진 듯했다. 그의 기억속엔 남아있는 조각들이 없었다.주위를 둘러보는 그를 보고, 봉구안이 그의 의문을 읽은 듯 말했다.“여긴 원가의 밀실입니다. 지금은 안전하니 걱정하지 마세요.”그 순간, 소욱이 밀려드는 신의들을 헤치고 봉구안 옆으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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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8화

사현진은 그 병사를 알아보았다. 무기를 든 채 이끄는 이는, 동산국 군의 유능한 장군이었다.그는 먼저 앞으로 나아가 진심을 담아 설득했다. 하지만 결국 말보다 강한 건 행동이었다. 그는 칼날을 자신에게 들이대며 단호히 외쳤다.“너희가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오면, 여기서 피를 쏟겠다!”“태자 전하!” 장군의 눈빛에는 충격과 함께 실망감이 가득 서려있었다.현명하고 총명하던 태자가 어째서 저 남제 놈들과 함께 있는 것일까! 혹시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란 말인가? 태자가 진짜 남제와 결탁했다는?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태자는 황위 계승자인데 굳이 외적과 손잡을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황제도 분명히 일러둔 상태였다. 겉으론 태자를 수배하지만, 실상은 무사히 그를 데려오라고.태자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무리를 지킨다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장군은 병사들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모두 물러서라. 아무도 움직이지 마라!”사현진은 그 틈을 타 말 위에 올라탔고, 소욱과 봉구안과 함께 길을 재촉했다.봉구안은 사현진을 힐끗 보고는 곧바로 물었다.“공공연히 저흴 보호해주면 향후 누가 될 것입니다. 이 사실을 동산국 황제에게 어떻게 해명하실 생각이십니까?”말을 앞서던 소욱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마음을 쓰다니, 의외였다.그러나 태자의 호위를 받지 않았다면 이토록 쉽게 빠져나오진 못했을 것이다.사현진은 평온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지기를 위해 죽는 것이 사내의 도리입니다. 몇 달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한 두 분을 저는 이미 마음으로 친구로 여겼습니다. 두 분을 지켜드리는 것은 제게 후회 없는 선택입니다.”봉구안은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러나 그녀는 남제의 황후였다. 결국 남제의 백성들을 생각해야 했다.변방의 백성들은 아직도 해독제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럇!”그녀는 채찍을 휘두르며 속도를 높였다.……동산국 황궁.황제는 태자가 남제를 감싸며 탈출했다는 소식에 분노를 터뜨렸다.“이런, 천하의 패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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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장군은 병사들을 이끌고 봉구안과 소욱 일행과 마주하며, 팽팽한 긴장 속에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태자의 신변에 해가 갈까 두려웠던 그는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거리를 두고 외쳤다.“태자 전하! 폐하의 명이십니다. 계속하여 남제 역적을 감싸신다면, 같은 죄로 처벌하겠다는 명입니다!”그는 쉬지 않고 외쳤지만, 사현진은 지금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그는 풀숲에 몸을 낮춘 채, 급히 약병을 숨기고 바지를 끌어올렸다.하지만 장군의 눈은 날카로웠다. 풀숲에 숨어 있는 사현진을 단번에 알아본 그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함쳤다.“태자 전하께서 저기 계시다! 어서 붙잡아라! 생포하라!”딱 좋은 기회였다. 지금 태자만 잡아두면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 풀릴 터였다.아직 허리띠도 채우지 못한 사현진은 속으로 욕이 터져 나왔다.‘내가 평생 쌓아온 인내심을 오늘 다 써버리게 생겼구나!’“다 꺼져라!!”일부러 이 적절한 시기에 나타난 것 같지 않은가! 분명 노린 게 분명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풀숲 밖으로 나섰다.언제나 온화하고 예절 바르던 태자의 얼굴은 지금 그 누구보다 어두웠다.사현진의 호위들이 그를 감쌌고, 진한길 일행은 곧바로 무기를 꺼내 황제와 황후를 보호했다.장군은 다시 고함쳤다.“전하, 폐하께서 분부하셨습니다. 지금 저와 함께 돌아가신다면, 과거의 과오를 모두 사면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하신다면, 태자의 자리도 지키지 못하십니다! 태자 전하! 부디 숙고하십시오!”사현진의 표정은 무겁게 굳어졌다.태자의 신분은 분명 중요했다. 그 자리를 잃는다면, 더 이상 많은 이들을 보호할 수 없게 될 것이다.그는 고개를 돌려 소욱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폐하, 여기까지가 제게 허락된 길입니다. 더는 함께할 수 없을 듯합니다.”사현진이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어디선가 열무신이 나타나, 그를 단숨에 제압해 끌어안았다.“전하!”태자의 호위들이 놀라 외쳤다.사현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열 공자, 그리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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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0화

원 노인은 눈앞의 소무를 바라보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왜 돌아온 게냐? 내가 그 분들을 해칠 리가 있느냐. 네가 지금 돌아오면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소무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분노에 찬 눈빛으로 검을 겨누었다. “내 사형을… 당신이 죽였어! 사람 가죽 벗기기를 즐기는 당신 같은 괴물에게 속다니, 내가 정말 바보였어! 오늘은 반드시 복수할 거야. 사형을 위해… 당신을 죽이겠어!”그는 검을 들고 돌진했다. 그러나 그 칼끝은 원 노인의 두 손가락 사이에 멈춰 섰다. 아무리 힘을 줘도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아니… 이 힘은…!’ 소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원 노인의 얼굴엔 답답함이 스쳤다. “이런 멍청한 놈 같으니… 그렇게 성급해서야 무슨 큰일을 해내겠느냐.”소무는 눈물을 억누르며 외쳤다. “저는 야망 같은 건 없어요. 사형만 살아 있으면 돼요. 그러니 어서 사형을 돌려줘요!”감정이 격해진 그는 끝내 검을 뽑아냈고, 그와 동시에 원 노인의 손가락에 상처가 나 피가 검끝을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원 노인은 통증이라도 느끼지 않는 듯 차갑게 말했다. “누가 네 사형이 죽었다더냐. 날짜를 계산해 보니, 지금쯤이면 남제에 도착했겠구나.”소무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울 듯 웃을 듯한 얼굴로 말했다. “뭐라고요…? 그럼… 사형이 죽은 게 아니었어요?” “게다가 남제에 도착했다니요…?”원 노인은 그를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이 검 좀 거두거라. 네 외조부에게 칼을 겨누는 놈은 벼락 맞아 죽어도 모자라지.”그러나 소무는 아직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검을 든 채 조심스레 물었다. “진짜에요? 정말로 거짓말 아니죠?”원 노인은 도리어 물었다. “그 분들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내가 감히 그분들을 죽일 수나 있겠느냐? 죽이려 했다면, 애초에 데려오지도 않았겠지.”소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자신이 오해한 것일지도 모른다.“그럼… 왜 갑자기 떠난 거예요?”원 노인은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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