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천자의 위엄조차 가로막을 수 없게 되었다.죽음을 무릅쓰고 간언하는 신하들을 바라보며, 황제는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약쟁이 사태는 결코 짐의 잘못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명하노니, 소문의 근원을 철저히 밝혀라. 약쟁이의 재앙이라 불리는 이 일 또한 마찬가지다. 남제가 약쟁이를 동산국으로 넘기려 했다는 말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다. 짐은 그런 통첩을 받은 바도 없다. 모든 대신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소문에 휘둘려선 안 된다.”대신들은 일제히 조아려 절했다.그 무리 속, 원수와 원담 부자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황제가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들은 속일 수 없었다. 남제 변방의 약쟁이 문제는 분명히 소황 부자가 주도한 일이었으며, 그들 부자의 행보는 황제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 것이었다.오늘 대전에서 황제가 보여준 태도는 언뜻 보면 명민해 보였지만, 실상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덮어버린 것에 불과했다. 정작 중요한 어떻게 약쟁이 사태를 근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조회가 끝난 뒤.궁문을 나선 대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찬바람 속에 무릎 꿇고 앉은 백성들의 행렬이었다. 그들은 모두 동산국의 선비와 백성들이었다. 관직은커녕 과거를 본 적도 없는 이들, 심지어 글자조차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사납게 부는 겨울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눈빛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약쟁이를 척결하라! 동산국을 수호하라!”“살아 있는 자에게 실험하지 마라!”“무기를 거두고 전쟁을 멈추라!”“싸우더라도, 사람으로 싸워야 한다! 약쟁이는 천하인의 수치를 부른다!”“폐하께선 백성을 위해, 반드시 약쟁이 무리를 척결해 주시옵소서!”“동산국 땅 위에 약쟁이가 발을 들여선 안 된다!”그들의 외침은 어떤 이는 우렁찼고, 어떤 이는 쉰 목소리였다. 하지만 목소리마다 힘이 담겨 있었다.대신들의 얼굴에는 복잡한 기색이 서렸다.그 무리 앞, 노신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여러분, 부디 이 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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