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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571 - Chapter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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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1화

봉구안이 나직이 물었다.“폐하께선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소욱은 천천히, 그러나 단호히 입을 열었다.“우선 해독제를 대하국에 보내야겠다.”봉구안의 미간이 곧게 좁혀졌다.“방금 전까지만 해도…”말을 잇던 그녀는 문득 눈빛이 변했다.“설마, 가짜 약을 통해 그들을 속이시려는 것입니까?”소욱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 눈동자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대하가 원한다면, 얼마든 원하는 만큼 주면 되지 않느냐.”봉구안은 잠시 숙고하다 고개를 저었다.“허나 담대연이라면 속지 않을 것입니다.”소욱이 바로 받았다.“관건은 해독제 그 자체가 아니다. 약을 미끼 삼아, 계략 속에 또 계략을 숨겨 적을 끌어들이는 것이지.”그의 눈매에 싸늘한 기운이 번졌다.……그 시각, 대하 사신은 오래도록 기다린 끝에 소욱을 만나볼 수 있었다.그는 소욱과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전을 나섰다.그의 얼굴엔 근심과 불안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가짜 해독제로 남강 사람들을 속인다니… 과연 이 계책이 통할 수 있을까.’어전에서 들은 말이 머릿속에 생생했지만, 귀국 후 황제께 어찌 아뢸지 막막하기만 했다.그 역시 속으로는, 가짜 약으로 담대연을 속이기는 어려우리라 판단하고 있었다.한편, 담대연은 남강의 장수들을 이끌고 끝없는 진군을 이어갔다.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살육이 이어졌다.대하 장수들은 그 괴이한 기계 새를 본 적조차 없었고, 대처할 방법 또한 몰랐다.그저 기계 새가 독화살을 퍼붓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뿐, 화살에 맞은 자들이 약쟁이로 변해가는 참상을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대하는 절망과 공포 속에 잠겨 갔다.그러던 어느 날, 대하 황제에게 반가운 서신이 날아들었다.“여봐라! 남제가 군사를 일으켜 우리를 돕기로 하였다. 머지않아 해독제 또한 도착할 것이다!”문무백관들이 일제히 환호했다.“폐하, 그것이 사실이옵니까!”“다만, 남제가 보내는 해독제의 양과, 처방전이 함께 오는지 여부가 궁금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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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사신이 고개를 저었다.“폐하, 남제 황제의 구체적인 계책은 신도 알지 못합니다. 허나 그 확신한 기색을 보건대, 저희를 희롱하려는 뜻은 아닌 듯합니다.”용상에 앉은 황제의 안색이 시시각각 변하였다.허나 어찌 들어도 이는 희롱에 가까웠다.도대체 어찌하여 이런 우둔한 자를 사신으로 보냈단 말인가!한편, 남강 장병들의 주둔지.군막 안.담대연은 은밀하게 서신을 받았다.한 남강 장수가 다급히 지시를 청했다.“참모님, 남제가 과연 나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약쟁이 독의 해독제가 이미 대하 황궁에 전해졌다 하니, 이는 저희에게 불리한 상황이 아닙니까!”“사람을 보내 황성에 잠입하여 해독제를 탈취해 올까요?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담대연은 표정 하나 변치 않고 찻잔을 들어 올렸다.“가짜일 것이다.”“참모님, 무엇이 가짜라는 말씀이십니까?”그의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해독제가 가짜다.”장수의 얼굴이 굳어졌다.“어찌 그런 일이… 참모님께서는 어찌 확신하십니까?”담대연은 차를 한 모금 머금은 뒤, 유유히 말을 이었다.“동산국조차 자신을 지키는 법을 알거늘, 남제가 어찌 모르겠느냐? 그들의 해독제 제조 속도로는 제 성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울 터, 대하에 줄 여분이 있을 리 없지. 남제의 행보는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좋은 명성은 얻고, 우리를 물러서게 하려는 술수일 뿐.”그제야 장수는 무릎을 치듯 깨달았다.“남제 놈들은 참으로 비열합니다! 다행히 참모님께서 하늘의 운수를 꿰뚫어 보셨기에, 남제의 술수에 당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담대연이 손을 내저었다.“나가서 전하거라. 해독제는 신경 쓰지 말고, 내일 새벽 행군을 재개하여 다음 성을 칠 것이다.”“명 받들겠습니다!”장수가 물러나고 군막 안에는 담대연 홀로 남았다.그는 다시 몇 모금 차를 음미하며 눈가에 깊은 웃음을 머금었다.남제가 천리 길을 달려 해독제를 보냈다는 소식은 동산국에도 이르렀다.황제는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남제가 대단한 일을 벌였구나.”“허나 많이 베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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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원담은 그제야 깨달았다.오늘은 다름 아닌 그의 제삿날이었던 것이다.태자가 이미 자신이 원가 사람이요, 대주 황실의 혈맥임을 알고 있다면, 어찌 아무런 대비 없이 자리에 나섰겠는가.그는 씁쓸히 웃으며, 곧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고 두 손을 벌렸다.“전하, 신은 동산국에 절대 두 마음이 없습니다. 혹여 신과 소무, 담대연이 한패가 되어 대주를 부흥시키려 한다 의심하신다면, 차라리 신 한 몸만 가두시옵소서.”“원가의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무고합니다. 특히… 아직 혼례도 올리지 않은 제 부인 될 사람, 부디 전하께서 친히 혼약을 파해 주시옵소서!”그 누구도 이 일에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다.사현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원담아, 너를 몇 해를 보아왔는데 어찌 네 속을 모르겠느냐.”“나는 네가 대주 잔당과 결탁했으리라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담대연이 너를 찾을까 두려운 것이다.”“그래서 부득이 너를 잠시 감옥에 두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이는 너를 보호하기 위함이다.”원담은 의아한 기색이 역력하였다.“담대연에겐 이미 소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저를 찾는단 말씀이십니까?”사현진은 숨김 없이 말했다.“예전에 이미 남제 황제께서 보내신 밀신을 받았다. 너를 경계하라는 말씀이었다. 혹여 네 마음이 굳세지 못하여 담대연에게 설득당하거나, 혹은 이간질을 당할까 우려하신 것이지.”“내가 원가와 대주 서양제의 내력을 살펴보니, 남제 황제의 염려가 공연한 것이 아니더구나. 네가 단순히 동산국의 원담이라면 결코 외적의 꾀임에 넘어가지 않을 터. 허나 너는 대주의 후예다.”“한편 담대연이 소무를 장악하고 있으나, 언젠가 소무가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 그때 그가 또 다른 꼭두각시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너를 찾게 될 것이다.”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진심을 담아 원담을 바라보았다.“아무튼, 나는 만일을 대비하여 이렇게 하는 것이다. 이미 아바마마께 이 일을 아뢰었고, 아바마마 또한 나와 같이 너의 결백을 믿고 계신다.”원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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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완부옥은 순간 멈칫하더니, 방금 서왕이 한 말을 곱씹었다.그녀는 줄곧, 남강왕이 소황의 참소에 넘어가 자신의 몸속에 있는 고왕을 빼앗으려 한다고만 알았지, 정작 소황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전까지는, 약쟁이의 독을 푸는 해독제가 이미 만들어졌으니, 약쟁이는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고 여겨왔다.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은, 소황의 야심이 해독제가 나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게다가 약쟁이의 독은 퍼지는 속도가 해독제를 만드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고, 그러니 소황이 여전히 한 수 위였던 것이다.그녀가 그의 일을 망치지 않게 하려고, 바로 그래서 그녀를 없애려 한 것이었다.완부옥은 서왕이 잡고 있던 손을 홱 뿌리치며 냉소를 지었다.“말씀해 보시지요.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소황은 그들 둘의 공동의 적이었고, 손을 잡는 건 필연적인 귀결이었다.서왕은 황제가 내린 밀서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담대연, 소황 일당을 어떻게 반격할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먼저 해야 할 일은, 담대연이 계속해서 대하를 침범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완부옥은 다 읽고 나서 코웃음을 쳤다.“정말 대단하시네요. 하지만 이 정도로 단순한 방법을 소황이 모를 리가 있습니까?”서왕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겉보기에 단순해 보여도, 이 일은 오직 너만이 해낼 수 있다. 소황도 분명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을 터, 그래서 남강의 주력 군대가 모두 본토에 있는 것이다. 너를 포위해 없애고, 대하로 향하는 길을 끊기 위해서 말이다.”“그렇다면 이런 철통 같은 포위망 속에서, 제가 어떻게 대하에 간단 말입니까?”완부옥이 물었다.잠시 뒤, 서왕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폐하께서 이미 호위들을 보내 너를 호위해 대하까지 갈 수 있게 방도를 마련하셨다.”완부옥은 그가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것을 보고 웃었다.“왜요, 걱정되십니까? 그 호위들이 저를 지켜내지 못할까 봐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서왕의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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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동산국원담이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는 이미 감옥 깊숙한 곳에 갇혀 있었다.그의 사지는 모두 차가운 철쇠사슬에 결박되어 있었으니, 마치 천하에 용서받을 수 없는 역적이나 되는 듯하였다. 이 어둡고 차디찬 옥중에는 그 홀로뿐이었다.원담은 정신이 아득한 채 눈동자에 생기라곤 전혀 없어, 마치 혼백은 이미 저 멀리 떠나가고 빈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차가운 벽 한구석에 기대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태자가 그를 찾아와 이 광경을 목도하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였다. 동산국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병마대장군에 오른 이가 이제는 결백한 몸으로 계하의 죄수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원담…”태자의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원담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옥문 밖의 태자를 바라보았다. 태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형장에서 참혹하게 목숨을 잃은 부모의 모습과 자신의 처지가 떠올랐다.증오, 굴욕, 절망… 온갖 감정이 물밀듯 몰려와 가슴을 짓누르니, 그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맺히며 큰 방울이 되어 뺨을 타고 굴러떨어졌다.그가 한 글자 한 글자 힘겹게 말했다.“저를… 죽여… 주십시오.”지금 그에게는 살아 숨 쉬는 것이 죽음보다도 더욱 괴로운 형벌이었다.태자의 얼굴이 굳어졌다.“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는 네 어머니의 유언이기도 하다. 원담, 지금은 네 마음을 다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어머니? 누가 제 어머니입니까!”원담이 갑자기 포효했다.그의 젊고 준수했던 얼굴이 마치 찢어지듯 일그러지며 흉악한 빛을 띠었다.“저는 대체 누구입니까! 어찌하여 저더러 살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저는 차라리 저들과 함께 죽었어야 했습니다!”“태자 전하, 전하께서 조금이라도 측은지심이 있으시거든, 제발 저를 죽여주십시오! 저를 죽여주십시오…”철쇠사슬이 그의 몸부림에 따라 귀를 찌르는 소리를 냈다.태자가 비분을 억누르며 그를 달랬다.“나는 너를 죽일 수도 없거니와, 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기회를 만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이렇게 살아가거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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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6화

대전 안 조신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남강이 대하를 공격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언제 우리 동산국으로 돌아온 것입니까?”“설마 대하가 이미 모조리 점령당한 것은 아닙니까?”“아닙니다! 남강이 대하 동쪽으로 돌아서서 우리 남방을 공격한 것 같습니다!”그 전령병이 땅에 무릎을 꿇고 조급한 목소리로 아뢰었다.“폐하! 빨리 병력을 파견해 주십시오! 늦으면 기회를 놓칩니다!”용상에서 황제는 침통한 얼굴로 노하며 꾸짖었다.“변경군은 어찌 적정을 살피는 것이냐! 남들이 문앞까지 쳐들어왔는데! 지금 지원군을 보낸들 이미 늦었도다!”그 병사가 괴로운 표정으로 말하였다.“폐하의 용서를 구합니다. 대하가 연이어 성을 함락당한 후부터 장군께서 정탐꾼을 파견하였습니다만... 하오나 아직 대하 경내에 있던 적군이 갑자기 우리 동산국에 나타날 줄 누가 짐작이나 하였겠습니까? 정탐꾼들이 전혀 추적할 수가 없었습니다...”그중 한 대신이 앞으로 나아왔다.“폐하, '거미줄'입니다! 저 남강 놈들이 틀림없이 '거미줄'의 비밀 통로로 행군하여 우리 정탐꾼들의 눈을 피해 은밀히 침입한 것입니다!”황제의 안색이 굳어졌다.“내 명을 전하라. 전국에 계엄을 선포한다!”……남제. 황성, 궁내.어느덧 섣달이 되었다. 궁중 안 모든 사람들에게 겨울옷이 하사되었다.각 궁은 모두 제사 준비에 바빴다.녕비는 자녕궁을 찾아 태후와 함께 자수를 놓고 있었다. 장공주의 혼사가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아 태후는 하루 종일 근심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녕비가 무심결에 말을 꺼냈다.“고모님, 계속 공주마마를 시집보내려 하시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를 보십시오. 저는 시집을 갔지만 이 모양이니, 차라리 시집 안 간 이들만도 못합니다. 똑같이 이 궁에서 평생 홀로 지내고 있지 않습니까.”태후가 꾸짖었다.“너는 갈수록 네 분수를 모르는구나.”“궁 안에서 함부로 말을 내뱉으면 위험한 것을 어찌 모른단 말이냐!”두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한 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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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자진궁봉구안이 발걸음을 들이니, 두 황자는 곧장 봉구안의 품으로 달려들었다.허나 그 순간, 뒤에서 뻗어 온 ‘마수’가 아이들의 뒤깃을 덥석 움켜쥐고는 냉큼 들어 올려 버렸다.“어찌 나보다 먼저 네 어미에게 안기는 것이냐. 구안이는 나를 뵈러 온 것이다.”소욱은 두 황자를 유모에게 건네주며, 황자들을 편전으로 데려가게 하였다.봉구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걱정스레 눈길을 보냈다.소욱은 고개를 저었다.“어느 우매한 자가 이토록 소란을 피워, 너까지 놀라게 하였느냐?”“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봉구안이 미간을 좁혔다.소욱이 호탕하게 웃었다.“내가 그리 허약해 보이느냐? 염려 말거라. 멀쩡하니.”말을 마치고 그녀 앞에서 한 바퀴 빙 돌더니, 장난기 어린 눈빛을 띠었다.“아니면 이 옷을 벗어 보여 주랴? 구석구석 살펴보겠느냐?”봉구안은 그가 정말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마음을 놓았다.소욱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혔다.“그 자객은 내 몸에 손끝 하나 대지도 못하였다. 지금 심문 중이나, 십중팔구 소황이 보낸 자일 게다. 그놈이 이제는 더 버티지 못하는 모양이야.”봉구안이 물었다.“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남강의 병력은 거의 다 그 자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까?”소욱이 미소를 지었다.“지난달, 남강 쪽이 우리를 지나치게 압박하거늘, 내가 일부러 소문을 흘리게 하였다. 완부옥이 이미 남제에 투항하였다는 내용이었지.”“소황은 ‘만에 하나’를 두려워한 게다. 그놈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고왕이 내 손에 들어오면, 약쟁이들로 성을 친다 한들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말이다.”봉구안의 미간이 다시금 좁혀졌다.“정녕… 꾀가 많으십니다.”이내 그녀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웠다.“완부옥이 대하로 가려면 반드시 남강을 거쳐야 합니다. 완부옥이 무사히 빠져나가게 하시려, 몸소 위험 속으로 들어가신 것이지요.”소욱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완부옥이 아니라, 대하를 구하기 위함이었다.”“게다가 지금쯤이면 이미 대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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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소욱은 요사이 국사를 처리하느라 분주하였다. 혹여 이런 일들이 봉구안의 건강을 해치고, 부부의 정마저 해하지 않을까 은근히 근심하고 있었다.그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궁 밖으로… 나가 있는 것도 좋겠구나. 자유각이 한적하니 말이다.”자유각은 그가 사들여 그녀에게 하사한 궁 밖의 거처였다.소욱은 그녀가 궁중에만 갇혀 지내기를 꺼린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다만, 자유각 또한 그의 손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었으니, 그곳이라면 그녀의 안위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다.봉구안은 담담하게 아뢰었다.“서여국으로 가고 싶습니다.”소욱의 가슴이 순간 무겁게 내려앉았다.이내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동생이 그리운 것이냐? 굳이 이리까지 힘을 들일 필요는 없다. 남강이 평정되고 네가 아이를 낳으면, 내가 친히 함께 가 주마.”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이번에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갈 것입니다.”“그래야 폐하께서 마음 놓고 정사에 전념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소욱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구안아, 어찌 그러느냐. 너희들이 모두 떠나면, 나는 더 마음이 쓰일 뿐이다. 뱃속의 아이만 생각한다면 자유각만큼 좋은 곳도 없지 않느냐.”봉구안은 한 치 머뭇거림도 없이 답했다.“아이 때문만은 아닙니다.”그녀는 눈앞의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결연함이 어려 있었다.소욱은 잠시 침묵하더니, 곧바로 물었다.“혹 내가 머잖아 서여국에 군사를 일으킬까 염려하여, 미리 대비하려는 것이냐?”“그렇습니다.”허심탄회한 대답을 들은 소욱은 쓸쓸히 웃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말했다.“그리도 솔직해야 했느냐. 나를 속일 생각은 없었더냐? 혹 내가 너를 못 가게 막을까 두렵지도 않느냐…”“그럴 리 없습니다.” 봉구안이 그의 말을 자르듯 답했다.소욱은 그녀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그리고 한참 후,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좋다. 허락하마.”“서여국의 앞날이 어찌 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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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9화

감옥 안.태감이 조서를 끝까지 읽었으나, 감옥 안의 사내는 미동조차 없었다.태감은 목을 가다듬어 다시 고했다.“원 장군, 폐하께서 장군의 병마대장군 직을 회복시키시고, 즉각 출정하여 군을 이끌고 적을 방어하라 명하셨습니다. 어서 일어나 성지를 받으시지요!”그러나 원담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그는 감옥 문을 등진 채 마른 풀더미 위에 누워 있었다. 힘없이 버려진 진흙덩이처럼,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 모습이었다.“원 장군! 폐하의 명을 거역하실 작정이십니까!”그때, 태자가 발걸음을 옮겨 들어왔다.그는 눈빛으로 조서를 전한 궁인을 물리고, 이곳에는 태자와 원담 단둘만이 남았다.“몇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느냐. 여전히 죽을 궁리만 하고 있느냐?”“네가 진가에 장가 들어 몸을 보전하라는 말, 나도 강요하지 않았다. 이번에 아바마마께서 반대하는 대신들을 무릅쓰고 너를 쓰려 하심은 마지막 기회다.”“원담! 어서 일어나라!”원담이 피식 웃었다.“전하께서는 제 온 집안을 멸문시킨 원수에게 제가 감사하고 충성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태자의 미간이 서서히 내려앉았다.“복수를 원하느냐. 그러려면 살아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원담은 시큰둥하게 자세를 바꿔 등을 바닥에 붙이고 누운 채, 감옥 안 벽 위 작은 창을 바라보았다.그 틈새로 스며든 햇빛 한 줄기마저 눈을 찌르고 거슬렸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웃음을 흘렸다.“저를 격동시키려 애쓰지 마십시오.”“저는 명을 받고 적을 막으러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폐하께서 말하는 적군은 바로 저의 동지이니, 그들이 하루빨리 동산국을 짓밟고, 이 나라를 모조리 없애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그 말끝에는 서릿발 같은 살기가 어려 있었다.태자가 더 말하려는 순간, 원담이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돌리며 냉소를 지었다.“전하께서는 저를 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전하 자신을 구하려는 것이지.”“전하는 죽음이 두렵습니다.”“아들을 얻고 나서는, 더욱 목숨이 아까운 것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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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봉장미는 서여국 국주가 된 지도 여러 해가 지나, 더 이상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국정은 갈수록 손에 익어 능숙하게 처리하였으나, 언니와 남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정을 품고 있었기에, 두 나라가 서로 적대하는 상황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오늘 언니가 불쑥 던진 질문은 그녀를 가시방석에 앉힌 듯 불안하게 만들었다.봉장미의 표정이 단호하게 굳어졌다.“언니, 분명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혹시... 남제가 이미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건가요?”그녀는 늘 의아해하였다. 언니가 어찌 갑자기 서여국에 와서 태교를 하겠다고 하는걸까.분명 깊은 속내가 있을 터였다.봉구안은 약탕 사발을 내려놓으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남제의 시선은 모두 동쪽과 남쪽에 쏠려 있다. 하나 10년 뒤, 서여국이 맞서 싸울 만한 국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설령 남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가 반드시 눈독을 들일 거야.”봉장미의 목구멍이 바짝 메말랐다.“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꼭 서로 싸우고 피를 흘려야만 합니까?”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각 나라가 저마다 평화롭게 지내면 더욱 좋지 않은가?봉구안은 전각 밖을 바라보았다.“들짐승도 본능으로 영역을 다투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느냐. 시골의 농부 둘도 땅 한 뙈기를 두고 주먹을 휘두르는데, 거대한 두 나라야 오죽하겠느냐.”봉장미의 눈빛이 복잡하게 일렁였다.“그럼 언니는요? 언니도 전쟁이 옳다고 여기십니까? 설령 또다시 서양제 같은 인물이 나타난다 해도, 대주가 몇 년 못 가서 망하지 않았습니까.”봉구안은 담담히 답하였다.“분쟁은 누군가의 뜻만으로 멈추지 않아. 나에게 동의하느냐 묻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어찌 그게 의미가 없단 말입니까!”봉장미는 고개를 저었다. “이는 분명 형부께서 먼저 시작하신 일이 아닙니까? 언니께서 이렇게 먼 길을 오신 것은 서여국을 돕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형부께서 언니를 가장 아끼신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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