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윤지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계약을 위반한 건 미안하지만 보상해 주겠다고 말했었잖아. 큰돈은 아니지만 약속대로 너한테 주었어.”백지환은 차갑게 웃으면서 그녀를 노려보았다.“보상이라고? 내가 얼마 안 되는 돈을 받고 순순히 물러날 줄 알았어?”“백지환,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백지환은 피식 웃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내가 뭘 할지 곧 알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섰다. 설윤지는 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이를 악물었다.“백지환, 나를 감금한다고 해도 소용없어. 박한빈이 가만히 있을 줄 알아? 분명 나서서 이 사태를 해결할 거야.”“박한빈?”백지환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돌리고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아주 재미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한 그는 몹시 흥분했다.“박한빈이 이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설윤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 그게 무슨 뜻이야? 백지환,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지?”백지환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뒤돌아 나갔다. 밖에 서 있는 남자는 문을 거칠게 닫고 백지환과 같이 떠났다.설윤지는 문을 두드리면서 소리를 질렀다.“백지환, 당장 이 문 열지 못해! 문 열어!”백지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설윤지는 넋을 잃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그가 한 말을 곱씹어보던 설윤지는 등골이 오싹했고 식은땀이 흘렀다.굳게 닫힌 창문을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한편, 병원에서 돌아온 성유리는 한참 동안 진정하지 못했다. 백지환이 같이 아기를 보러 가자고 했을 때부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그래서 백지환이 재촉했을 때 급한 일이 있다고 하면서 병원을 빠져나왔다.‘그때 백지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지? 아주 실망한 것 같았어. 완벽하게 짜인 판에 내가 뛰어들 줄 알았지만 실패했지.’성유리는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지만 설윤지의 실종이 백지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성유리는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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