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Bab 1511 - Bab 1520

1526 Bab

제1511화

설윤지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계약을 위반한 건 미안하지만 보상해 주겠다고 말했었잖아. 큰돈은 아니지만 약속대로 너한테 주었어.”백지환은 차갑게 웃으면서 그녀를 노려보았다.“보상이라고? 내가 얼마 안 되는 돈을 받고 순순히 물러날 줄 알았어?”“백지환,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백지환은 피식 웃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내가 뭘 할지 곧 알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섰다. 설윤지는 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이를 악물었다.“백지환, 나를 감금한다고 해도 소용없어. 박한빈이 가만히 있을 줄 알아? 분명 나서서 이 사태를 해결할 거야.”“박한빈?”백지환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돌리고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아주 재미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한 그는 몹시 흥분했다.“박한빈이 이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설윤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 그게 무슨 뜻이야? 백지환,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지?”백지환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뒤돌아 나갔다. 밖에 서 있는 남자는 문을 거칠게 닫고 백지환과 같이 떠났다.설윤지는 문을 두드리면서 소리를 질렀다.“백지환, 당장 이 문 열지 못해! 문 열어!”백지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설윤지는 넋을 잃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그가 한 말을 곱씹어보던 설윤지는 등골이 오싹했고 식은땀이 흘렀다.굳게 닫힌 창문을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한편, 병원에서 돌아온 성유리는 한참 동안 진정하지 못했다. 백지환이 같이 아기를 보러 가자고 했을 때부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그래서 백지환이 재촉했을 때 급한 일이 있다고 하면서 병원을 빠져나왔다.‘그때 백지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지? 아주 실망한 것 같았어. 완벽하게 짜인 판에 내가 뛰어들 줄 알았지만 실패했지.’성유리는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지만 설윤지의 실종이 백지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성유리는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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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2화

날이 어두워진 후, 설윤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3층에 갇힌 것 같았다.너무 높지 않았지만 막상 뛰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뛰어내리려고 해도 창문 밖에 틀이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설윤지는 틀을 잡고 마구 흔들었지만 소용없었다. 방안을 둘러보면서 쓸 수 있는 도구를 찾았다.백지환은 그녀를 감금할 때 도주할 가능성을 생각했기에 아무 물건도 남겨두지 않았다.설윤지는 입술을 깨물고는 외투를 벗었다. 손가락을 깨물고 피로 외투에 글을 쓰려고 했다.예전에 영화 주인공들이 어딘가에 갇혔을 때 손가락을 깨물던 장면이 떠올랐다.주인공들은 아주 쉽게 해냈지만 설윤지는 몹시 고통스러워했다.손가락을 깨물 때마다 낯빛이 하얗게 질렸고 통증이 밀려왔다.하지만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있는 힘껏 손가락을 물어뜯고는 피로 외투에 글자를 썼다.설윤지는 손이 덜덜 떨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들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이곳이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금성 안에 있는지 아니면 다른 지역에 왔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금성에 황폐한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창밖을 내다보니 거리에 아무도 없었다. 설윤지는 창가에 서서 계속 기다리다가 검은색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외투를 던졌다.성유리가 잠에 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조영진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깜짝 놀란 성유리는 벌떡 일어났다.“사모님, 드디어 설윤지 씨를 찾았어요.”“어디에서 찾은 거예요?”“폐기된 건물에 갇혀 있었어요. 설윤지 씨는 납치당했다고 했지만 그곳에 아무도 없었어요. 아마 납치한 후에 도주했을 거예요.”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설윤지는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맞아요. 설윤지 씨는 사모님을 뵙고 싶다고 했어요. 만나게 해달라고 소란을 피워서 이 시간에 전화한 거예요.”“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고요?”“네. 아주 중요한 일에 관해 드릴 말씀이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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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3화

“백지환은 나를 납치했어요.”설윤지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했다.“경찰이 왔을 때 백지환은 현장에 없었어요. 백지환을 소환했지만 아직 오지 않았고요.”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설윤지 씨, 괜찮아요?”“지금 걱정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박 대표님이에요.”설윤지는 심호흡하고는 덜덜 떨리는 손을 모아 잡고 말했다.“박 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한빈 씨는 해청시에 갔어요.”그녀의 말에 설윤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해청시에 갔다고요?”“맞아요. 선진 그룹의 일을 해결하러 가야 한다고 했어요.”성유리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설윤지 씨가 실종된 사이에 선진 그룹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이에요. 그래서 한빈 씨가 나설 수밖에 없었어요.”설윤지는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그러면 지금 당장 박 대표님께 연락해 보세요. 백지환이 해청시에 사람을 보내서 무슨 짓을 벌였을지도 몰라요. 박 대표님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었거든요.”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설윤지 씨, 혹시...”“박 대표님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설윤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유리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그녀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김 비서였다. 성유리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사모님.”김 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박 대표님이 교통사고를 당했어요.”성유리는 오후에 집으로 돌아갈 때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행인이 택시에 치이기 직전, 기사는 브레이크를 밟았다.행인은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성유리는 그때부터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김 비서의 전화를 받은 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성유리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고 손이 덜덜 떨렸다.얼마 후, 서훈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박한빈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성유리한테 연락했다.“사모님, 지금 어디에 있어요? 공항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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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4화

해청 대학 병원.성유리는 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차에서 내릴 때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렸다.서훈은 그녀를 부축하려고 손을 내밀었다.성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주먹을 꽉 쥔 채 병원에 들어갔다.박한빈은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기에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성유리는 중환자실 유리 창문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병실 안의 소리는 새어 나가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어쩐지 검측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기계음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성유리는 지난해 갑자기 앓아누웠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그녀는 열이 펄펄 끓었고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서 잠만 잤다. 지금 병실에 누워있는 박한빈처럼 움직이지 못했다.나중에 건강을 회복한 후, 다른 사람한테서 전해 들은 것이 있었지만 그때는 박한빈이 무슨 심정이었는지 잘 알지 못했다.그녀는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아름다운 세상이 삽시에 회색으로 변한 것 같았다.박한빈이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만약 박한빈이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성유리와 박한빈은 알고 지낸 지 20년 정도 되었다.두 사람의 만남은 드라마틱했고 성유리는 첫눈에 반하게 되었다.그날 박한빈은 망설임 없이 수영장에 뛰어들어서 성유리를 구해주었다.성유리와 박한빈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고 수많은 일을 겪었다. 고통스러운 적도 있었고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다.의견이 맞지 않아서 싸웠고 사랑했지만 표현할 줄 몰라서 오해했었다.그러나 안 좋은 기억은 전부 흐릿해지고 달콤했던 순간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박한빈이 외투를 벗어주면서 미소를 짓던 날, 두 손을 꼭 잡고 산책하러 간 날, 깊은 밤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던 날...행복했던 기억이 그녀의 마음을 후벼파고 있었다. 성유리는 초점 없는 두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면서 비틀거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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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5화

서훈은 성유리가 이성을 잃을 줄 알았지만 다행히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맞아요. 이 모든 것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요? 조금 전에 사모님께 연락했을 때 마침 경찰서에 계셨잖아요.”“설윤지 씨가 만나자고 해서 간 거예요.”성유리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설윤지 씨는 금성에 간 후에 실종되었어요. 선진 그룹에 큰일이 벌어졌지만 설윤지 씨는 납치당해서 회사에 갈 수 없었어요. 한빈 씨는 어쩔 수 없이 해청시에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요.”그녀는 말하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서훈은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모님,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리셔야 해요. 만약...”서훈은 성유리의 눈치를 살피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만약 대표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사모님께서 지화 그룹을 경영하셔야 해요.”성유리는 서훈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서훈을 쳐다보았다.“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대표님이 교통사고를 당한 소식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죠. 계속 의식을 되찾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의심을 살 거예요. 그렇게 되면 사모님이 대표님 대신 지화 그룹을 이끌어 주세요.”성유리는 깜짝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 서훈의 말에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하지만 서훈과 눈을 마주친 성유리는 그제야 눈앞으로 다가온 현실이 실감 났다.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내가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제 생각과는 별개로 사모님이 꼭 해야 하는 일이에요. 누군가가 이 틈을 타서 대표님의 자리를 빼앗기를 바라나요?”서훈은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유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박한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박한빈은 두 눈을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성유리는 박한빈이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었다.그와 함께 있을 때면 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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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6화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측에서 연락이 왔다. 트럭 기사의 계좌 거래 기록을 조사해 보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물류센터 직원은 트럭 기사가 평소에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졸음운전을 하게 되었을 수 있다고 했다.만약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그저 일반 교통사고로 마무리할 것이다. 성유리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면서 경찰 측에 항의했다.트럭 기사 현수철의 아내 이연미는 성유리를 찾으러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성유리의 손을 잡고 통곡했다.“정말 죄송해요. 제 남편 때문에 크게 다쳤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서 일하느라 하루도 쉬지 못한 사람이에요. 저희가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먹고 살기도 힘든데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발 부탁드릴게요.”이연미는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바람에 병원 복도에 있던 사람들은 성유리가 가난한 사람을 괴롭히는 줄 알고 지그시 쳐다보았다.이연미는 성유리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이깟 돈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받아줘요. 어쩔 수 없이 적금을 깼어요.”그녀는 현금을 쥐여주면서 말을 이었다.“사고를 냈으니 책임질게요. 제발 합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배상금은 필요 없으니 가져가세요.”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가운 눈빛으로 이연미를 쳐다보았다. 이연미는 성유리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끈질기게 달라붙으면서 눈물을 흘렸다.“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부족하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남편이 없으면 저랑 아이들은 죽을지도 모른다고요. 수철 씨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니까 이번만 봐주시면 안 되나요?”“죽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성유리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연미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지금 당신 남편의 운명을 좌우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이연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 뭐라고요?”“다 알면서 왜 모른 척해요?”성유리는 코웃음치고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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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7화

이연미는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서럽게 울었다.그녀는 성유리의 손을 잡고 현수철을 용서해 달라고 빌 때 우는 척 연기했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 꾹 참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성유리는 티슈를 건네면서 말했다.“고, 고마워요.”이연미는 고개를 숙인 채 흐느껴 울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어요?”성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배후에 누가 있는지 찾으려고 그러는 거니까 겁먹지 않아도 돼요. 현수철이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려주면 내가 조사해 볼게요.”이연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날 믿죠? 같은 여자로서 어떤 마음인지 잘 알아요.”성유리는 진지한 어조로 말하면서 이연미의 손을 잡았다.이연미는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공감해 주는 성유리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얼마 후, 성유리는 서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박한빈은 비서를 여러 명 두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믿을만한 사람은 서훈이다.성유리는 중요한 일을 서훈에게 맡겼다. 트럭 기사 현수철한테 애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서훈은 두 눈이 반짝였다.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의사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대표님은 좀 어때요?”성유리는 서훈이 박한빈에 관해 물어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검사 결과를 보니 큰 문제는 없었어요. 그런데 언제 깨어날지 모르니 계속 지켜보자고 했어요.”“오후에 열릴 회의에 대표님 대신 참석하셔야 해요.”성유리는 잔뜩 긴장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무슨 회의예요?”“선진 그룹 고위 인사들이 참석할 거예요. 설 대표님은 해청시에 돌아왔지만 다른 주주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겠죠. 사모님은 대표님 대신 회의에 참석하셔서 설 대표님을 도와주셔야 해요.”성유리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사모님, 상대는 선진 그룹만 노리고 있는 게 아니에요.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하기에 사모님께서 나서주셔야...”“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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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화

성유리는 난생처음 선진 빌딩에 들어가 보았다. 지화 그룹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지만 해청시처럼 발전이 더딘 도시에서 사업을 확장했다.선진 그룹의 주주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그들은 노수호의 아버지 노상민과 나이가 비슷했다.회사에서 중요한 직무를 맡지 않았지만 사람을 심어두었기에 내부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었다.노수호는 노상민의 자리를 이어받고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주주들의 인정을 받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죽고 말았다.대표 자리에 오른 설윤지는 주주들의 눈엣가시가 되었다.노씨 가문의 사람도 아닌 여자가 대표 자리에 오르자 항의가 빗발쳤다.고지식한 주주들은 여자가 남자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설윤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 겨우 대표직을 맡았다. 외국에서 회사 업무를 처리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선진 그룹을 잘 이끌 수 있다고 여겼다.설윤지가 회사에 들어온 후, 주주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 나갔다.주주들은 성유리가 회의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설윤지 말고 또 여자가 있었어?”그 말에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노려보았다. 이때 한 주주가 그녀를 따라오던 서훈을 보고 수군거렸다.서훈은 박한빈의 비서 중 능력이 제일 뛰어난 사람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박한빈이 아니라 서훈을 만나려고 해도 인맥을 동원해야만 했다.그들은 성유리 곁에 서 있는 서훈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서훈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이분은 박 대표님의 아내 성유리 씨예요.”“아, 박씨 사모님이군요.”성유리는 맞은편에 앉은 사람과 악수하면서 차분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성유리라고 해요.”그 사람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성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는 왜 성유리가 박한빈 대신 회의에 참석했는지 궁금했다.성유리한테 밉보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예의를 차렸다.“성유리 씨,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에요.”성유리는 다른 주주들과 악수하면서 인사를 나누었다.얼마 후, 설윤지는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성유리를 보고도 별로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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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9화

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설윤지는 한숨을 내쉬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만약 박한빈의 상태가 호전되었다면 성유리가 회의에 참석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박 대표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까 회의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겠죠. 만약 그 소식을 들었다면...”“설윤지 씨,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할 거예요.”“하지만...”설윤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트럭 기사 현수철이 돈을 받았다는 증거를 찾아냈어요. 하지만 지금 현수철을 기소할 수 없어요.”설윤지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유리 씨 말이 맞아요. 기소하면 일이 더 커질 것이고 사람들은 박 대표님이 다쳤다는 걸 알게 되겠죠. 우리한테 불리한 상황이 될 거예요.”“백지환이 설윤지 씨를 납치한 건가요?”“네. 나를 가두어놓고 보러오기도 했어요. 오래된 건물이라 감시카메라는 없을 거예요. 백지환이 납치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요.”설윤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무런 증거도 없다는 걸 알고 이런 짓을 벌인 거예요. 아마 더한 짓도 하겠죠.”“설윤지 씨, 회사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어요. 만약 내부 문제를 처리하고 싶다면 과감해야 해요. 한빈 씨가 정리한 서류를 보니 이런 계획을 세웠더라고요.”“유리 씨, 혹시...”“대부분 주주는 이익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요. 만약 돈과 권력을 이용해서 같은 편에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연락해 보세요. 백지환과 이미 한편을 먹은 사람은 잘라내는 게 좋아요.”설윤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말을 마친 성유리는 서훈을 향해 눈짓하면서 손을 내밀었다.서훈은 준비한 명단을 그녀에게 건넸다. 성유리는 설윤지에게 명단을 보여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나는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주주를 찾아가서 설득할 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하세요. 설 대표님, 혼자서 해결할 수 있죠?”설윤지는 성유리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녀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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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0화

성유리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선진 빌딩에서 나왔다. 계단에서 멈춰 선 그녀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뒤따라오던 서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성유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해청시의 공기가 탁해서 숨이 잘 안 쉬어지네요.”서훈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그는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오늘 정말 잘하셨어요. 침착하게 대응하셔서 주주들도 놀랐을 거예요.”“그래요?”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사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만약 내가 한빈 씨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막무가내로 달려들었을 거예요. 주주들이 한빈 씨가 의식을 잃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서훈은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뒤따라갔다.성유리는 가볍게 기침하고는 입을 열었다.“그 사람들과 몇 시에 만나기로 했어요?”“저녁 6시에 가면 돼요.”“그러면 먼저 병원에 갈 테니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와줘요.”“사모님, 그 자료는 미리 검토해야...”“검토하고 분석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성유리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서훈은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성유리는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박한빈이 의식을 되찾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워야만 했다.모든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절대 무너질 수 없었다.병원에 도착한 성유리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박한빈은 여전히 깊은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의사는 며칠 뒤에 일반 병실로 옮겨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언제 깨어날지 모르기에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성유리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예전에 오승희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병실 침대에 누워있다고 세상을 떠났다.앙상하게 여윈 오승희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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