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의 모든 챕터: 챕터 1491 - 챕터 1500

1526 챕터

제1491화

박한빈은 그녀를 놀리고 싶어서 볼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리고 목선을 따라 내려와서 쇄골을 간지럽혔다.순간 성유리는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박한빈은 멈추지 않고 쇄골 아래에 손을 갖다 댔다.성유리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박한빈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물었다.“계속 연기하지 그래?”성유리는 움찔하더니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이 시간에 웬일로 집에 온 거예요?”“업무를 처리하느라 온 거야.”박한빈은 말하면서 그녀의 몸에 손을 갖다 댔다. 성유리는 그를 쳐다보면서 손을 내치려고 했다.박한빈은 깍지를 끼면서 미소를 지었다. 성유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후에 다시 회사로 가야 하는 건가요?”박한빈은 그녀를 지그시 쳐다보면서 말했다.“안 가도 될 것 같아. 졸리면 좀 자.”“안 자도 될 것 같아요.”박한빈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성유리는 이불을 정리하고는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물었다.“지금 몇 시예요?”박한빈은 그녀의 손을 매만지면서 말했다.“아마 두시가 넘었을 거야.”“그러면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만들어봐야겠어요.”성유리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아, 오늘 남현호가 집에 놀러 왔어요.”박한빈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피식 웃었다. 성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왜 웃어요? 혹시 내 요리 실력을 의심하는 거예요?”“그런 일은 가사도우미한테 맡기면 돼. 오후에 같이 나가서 운동할까?”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골프하러 가려고요? 난 안 갈래요.”“그러면 배드민턴을 치는 건 어때? 오랜만에 배드민턴장에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성유리는 환하게 웃으면서 물었다.“정말 그래도 돼요?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나요.”“그래. 아이들이랑 같이 가자.”“남현호는 어쩌죠? 놀러 왔는데 돌려보낼 수도 없잖아요.”박한빈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그 아이는 금방 집에 가겠다고 할 거야.”남현호는 지금 성하늘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박한빈이 갑자기 돌아왔을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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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2화

남현호는 그 말을 듣고 멍하니 서 있었다. 성하늘에게 무언가를 바란 적은 없지만 영원히 못 본다는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눈부시게 빛나는 성하늘을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숨이 점점 가빠오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감히 그녀의 곁에 있을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만약 성하늘 말대로 다시 마주치지 못한다면 무척 슬플 것 같았다.“하늘아, 미안해.”남현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하늘은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미안하면 뭐 어쩔 건데? 지금 그깟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려고 이러는 것 같아? 너는 그럴 애가 아닌데 도대체 왜 서재에 들어간 거야? 네 아버지가 서재에 들어가서 뭐라도 찾아오라고 협박했어?”남현호는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너한테는 신탁 기금이 있잖아. 네 아버지가 없어도 너는 잘 살 수 있어. 그런데 왜 네 아빠 말대로 하는 거지?”남현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하늘은 미간을 찌푸렸다.“남현호,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거야?”남현호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아빠 말대로 하지 않으면 너를 해치겠다고 했어.”그의 말에 성하늘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래서 네 아빠를 도와주기로 한 거야?”성하늘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를 보면서 차갑게 웃었다.“네 아빠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면 그것을 무기 삼아서 우리 아빠를 괴롭힐 거야. 아빠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어떨 것 같아? 네 아빠 말대로 한다고 해도 우리 가족을 고통스럽게 만들 거란 말이야.”남현호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박한빈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기에 괜찮을 거라고 여겼다. 박한빈은 그가 만난 어른 중에서 제일 훌륭한 사람이었다.고작 서류 몇 장을 훔친다고 해서 박한빈을 어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남현호는 이런 추잡한 생각을 감히 성하늘한테 알려주지 못했다. 성하늘은 그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밖으로 나가려 했다.남현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러면 앞으로 우리...”성하늘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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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3화

말을 마친 백지환은 남현호의 어깨를 거칠게 밀었다. 그제야 정신이 든 남현호는 백지환을 힐끗 쳐다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너 지금 뭐라고 했어?”백지환은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남현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서재에 들어간 걸 들키고 말았어요. 성하늘은 더 이상 저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남현호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했다. 그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팠고 얼굴이 창백해졌다.백지환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이 개 같은 놈!”그는 남현호를 밀치면서 차갑게 말했다.“이러라고 지금까지 키워준 줄 알아? 고작 서류 하나 가져오라고 했는데 그것도 못해? 쓰레기보다 더 못한 놈, 너는 도움이 하나도 안 돼.”남현호는 백지환이 그를 밀치고 욕해도 가만히 서 있었다. 백지환은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남현호를 발로 걷어찼다.위층에 있던 사람들은 소리를 듣고 내려왔다. 주철, 백춘미와 노미혜는 아래층으로 내려왔지만 가만히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아무도 백지환을 말리지 않았다. 노미혜는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고 남현호를 쳐다보았다.남현호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를 가장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혼자 남겨져도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그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그러나 성하늘이 앞으로 친구로 지내지 말자는 말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그 말을 들은 순간, 남현호는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그래서 백지환이 아무리 걷어차도 아프지 않았다. 백지환은 화가 풀릴 때까지 때렸지만 남현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그는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머리만 감싸 쥔 채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백춘미는 남현호가 집에서 죽을까 봐 달려와서 백지환을 말렸다. 그들은 뭐라고 떠들어댔지만 남현호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두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다.노미혜는 아이를 가져서 바닥에 쭈그려 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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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4화

“설 대표님.”진 비서가 찾아왔을 때, 설윤지는 마침 회의를 끝마쳤다.설윤지는 고개를 들고 진 비서를 쳐다보았다.“노미혜가 조산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진 비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윤지는 움찔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조산했다고요?”“맞아요. 다행히 노미혜 씨와 딸아이는 무사하다고 해요.”그 말을 들은 설윤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 비서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머뭇거렸다.설윤지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또 무슨 일 있었어요?”“노미혜가 출산한 후,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백씨 가문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귀가했대요. 노미혜는 구치소에 갇힌 백지환을 구하려고 어마어마한 돈을 썼어요. 그래서 여러 명이 같이 쓰는 병실에 있대요. 아무도 노미혜를 보살펴 주러 오지 않았어요.”설윤지는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영희는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나요?”“그건 확인하지 못했어요. 만약 모르고 계신다면 자세하게 알려줄까요?”“그러는 게 좋겠어요.”진 비서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설윤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설윤지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면서 솔직하게 말했다.“할 말 있으면 지금 하세요.”“저는 대표님이 노미혜를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소식을 들었을 때 대표님께서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노미혜를 싫어하는 건 맞아요.”설윤지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노미혜는 금방 출산해서 허약한 상태예요. 그런 사람한테 모질게 굴고 싶지 않아요.”진 비서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설윤지는 무언가가 떠올랐다.“노미혜의 남편은 어디에 있어요? 백지환은 노미혜와 같이 있는 거죠?”“그건...”진 비서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백지환은 노미혜가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도 병원에 오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노미혜를 좋아해서 접근한 게 아니라 노씨 가문의 도움을 받으려고 그런 거예요. 선진 그룹이 대표님의 손에 들어간 후부터 속내를 드러냈어요.”설윤지는 언젠가는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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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화

어찌 되었든 노미혜는 나영희의 딸이고 그 아기는 친손녀이기 때문이다.나영희와 설윤지는 백지환이 노미혜를 만나지 못하게 막을 줄 몰랐다.두 사람이 병원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경호원들이 앞을 막았다.나영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백지환을 노려보았다. 백지환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노미혜는 저의 아내예요. 제가 알아서 잘 보살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걱정된다면 만날 수 있게 해드릴게요. 하지만 그전에 선진 그룹의 일부터 얘기해 보는 게 어떨까요?”“뭘 얘기하겠다는 거지?”나영희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내가 내 딸을 만나는 것 허락을 받아야 해? 요구를 들어줘야 만나게 해준다니...”백지환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노미혜는 저의 아내예요. 저의 것이라고요.”옆에 있던 설윤지는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노미혜는 당신의 아내이지 물건이 아니에요.”그녀의 말에 백지환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노미혜를 물건이라고 한 적 없어.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백지환 씨, 억지 부리지 마세요. 보복당할까 봐 두렵지 않아요?”백지환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보복당하는 게 뭐 어때서 그래? 당신들이 나를 벼랑 끝까지 몰아내서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백지환!”나영희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했다.“미혜는 금방 아이를 낳아서 몸이 허약해. 네가 미혜를 보살피지 않는다면 내가 데리고 가겠어. 그런데 감히 내 앞을 막고 만나지 못하게 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비켜.”“마음대로 하세요.”백지환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억지 부리는 거 맞아요. 그러니까 경찰에 신고해도 상관없다고요.”백지환은 뻔뻔스럽게 밀고 갈 생각이었다. 나영희는 화가 나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설윤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노미혜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아주 간단해. 네가 갖고 있는 선진 그룹 지분을 나한테 넘겨. 그건 원래 노미혜가 갖고 있던 거잖아.”설윤지는 어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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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6화

“이런 상황에서 백지환이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커요. 조금 전에 말했던 것처럼 노미혜는 백지환의 통제 속에 있어요. 원하는 것이 있으니 노미혜를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설윤지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나영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심호흡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결국 언젠가는 백지환과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는 거잖아.”“일단 인맥을 동원해서 노미혜와 연락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무슨 상황인지 알아야 하고 노미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봐야죠.”설윤지는 진지하게 물었다.“백지환이 매몰차게 굴어서 실망했을 거예요. 지금쯤 백지환과 결혼한 걸 후회하고 있겠죠? 만약 노미혜가 이혼하고 싶어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을 거예요.”설윤지는 노미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챘다. 나영희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네 말대로 미혜가 이혼하고 싶어 한다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정말 고마워.”나영희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나는 네가 미혜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미혜를 도와주지 않을 줄 알았어.”설윤지는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나영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맞아요. 저는 아직도 노미혜를 미워하고 있어요. 그러나 미워한다고 해서 이 정도로 무너지길 바란 건 아니에요. 소식을 듣고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어요.”설윤지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저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지만 노미혜가 어떤 심정일지 알 것 같아요.”나영희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설윤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설윤지는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 먼저 호텔로 돌아가서 쉬고 계세요.”“너는 어디로 가는 거야?”“지화 그룹에 가서 박 대표님을 만나야 해요. 의논해야 할 일이 있어요.”나영희는 그녀를 의심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학교에 간 성하늘은 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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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7화

남현호는 성하늘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는 움찔하더니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성하늘은 입술을 깨물고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남현호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성하늘이 다시 고개를 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책가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학교생활은 여전히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성하늘은 그날에 말했던 것처럼 남현호한테 다가가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금요일 저녁, 성유리는 성하늘을 데리러 왔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물었다.“남현호는 어디에 있어? 오늘 우리랑 같이 가지 않는다고 했어?”“이제부터 남현호와 함께 가지 않을 거예요.”성하늘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학교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으니 알아서 집에 가겠죠.”성유리는 싱긋 웃으면서 물었다.“혹시 남현호와 싸우기라도 한 거니?”“싸운 게 아니라...”성하늘은 그날에 있었던 일을 전부 성유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한빈은 손해를 보지 않았고 남현호는 더 이상 성하늘의 집에 놀러 오지 않았다.성하늘이 생각에 잠겼을 때, 남현호는 그녀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성하늘의 옆에 앉았다.성하늘이 입을 열기 전에 성유리가 먼저 말했다.“현호야, 어쩌다가 다친 거야? 무슨 일 있었어?”일주일 정도 지났기에 상처는 거의 아물었지만 흉터가 남아 있었다. 성유리의 말에 남현호는 얼굴을 매만지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걷다가 넘어져서 다친 거예요.”“하!”성하늘은 그를 흘겨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남현호는 숨이 점점 가빠졌고 무릎에 올린 손이 덜덜 떨렸다.성하늘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거짓말하는 게 버릇인가 봐?”남현호는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성유리는 성하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하늘아, 뭐라고 했어?”“혼잣말한 거예요.”성하늘은 말하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성유리는 남현호의 얼굴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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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8화

박한빈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성유리는 소파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성노을은 거실 바닥에 앉아서 블록을 조립했다.성하늘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박한빈은 가사도우미를 향해 물었다.“하늘은 집에 돌아오지 않은 건가요?”“하늘 아가씨는 조금 전에 2층에 올라갔어요.”가사도우미는 눈치를 살피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늘 아가씨와 사모님이 싸운 것 같았어요.”그 말에 박한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성유리와 성하늘이 얼마나 애틋한 모녀 사이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성하늘은 누군가가 성유리를 욕보이면 몇 배로 갚아주는 아이였다.‘그런데 두 사람이 싸웠다고? 무슨 일 때문에 싸운 거지?’박한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유리 쪽으로 다가갔다. 성유리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지만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그녀는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스크린을 올릴 뿐이었다.성노을은 고개를 들고 예의 있게 말했다.“아빠, 오셨어요?”“그래.”박한빈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성유리의 옆에 앉았다. 성유리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 휴대폰을 보았다.박한빈은 가까이 다가가면서 물었다.“뭘 보고 있는 거야?”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한빈은 그녀를 지그시 쳐다보면서 물었다.“저녁은 먹었어?”“네.”“누구랑 같이 먹었어?”그의 질문에 성유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를 쳐다보았다.박한빈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얼마 후, 성유리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했다.“묻고 싶은 게 있으면 빙빙 돌리지 말고 물어보세요.”“지금 묻고 있잖아. 저녁을 누구랑 같이 먹었냐니까?”성유리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성하늘만 먹지 않았어요.”박한빈은 그녀의 차가운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성노을은 바닥에 앉아서 블록을 조립하느라 신경 쓰지 않았다.박한빈의 시선이 느껴진 성노을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엄마랑 누나는 싸웠어요.”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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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성하늘은 박한빈과 눈이 마주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시 집중해서 피아노를 연주했다.박한빈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이 부분은 리듬이 느려. 처음부터 다시 해.”성하늘은 이를 악물고 다시 연주했다.“아까보다 나아졌지만 리듬감이 부족해. 한 번 더 해.”성하늘은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지만 반항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피아노를 연주했다.박한빈은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피아노를 연주할 때 리듬감이...”“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뭘 말하는지 알면서 일부러 이러는 거야?”박한빈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성하늘은 그제야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하늘아, 왜 엄마한테 화낸 거야?”박한빈의 질문에 성하늘은 대답하지 않고 입술을 깨물었다.조금 전 박한빈이 피아노를 엄격하게 가르쳤을 때부터 눈물을 참았다.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성하늘은 성유리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성유리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했지만 이성을 잃는 바람에 실수하고 말았다.남현호가 성유리 앞에서 불쌍한 척 연기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왜 그랬는지 말해줄 수 있어?”박한빈은 그녀의 손에 종이를 쥐여주면서 물었다. 성하늘은 눈물을 닦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남현호 때문이에요.”박한빈은 별로 놀랍지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성하늘은 심호흡하고는 말을 이었다.“저는 남현호와 더 이상 친구로 지내기 싫다고 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남현호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어요. 저는 화가 나서 괜히 엄마한테...”성하늘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박한빈은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엄마한테 왜 남현호와 친구로 지내기 싫은지 알려주었어?”그 말에 성하늘은 움찔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너는 남현호가 엄마의 관심을 받는 게 싫었던 거구나. 그래서 엄마가 남현호한테 잘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성하늘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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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0화

박한빈이 성하늘의 방에서 나왔을 때 문 앞에 서 있는 성유리를 발견했다.그녀는 휴대폰을 보면서 복도에 서 있었다. 박한빈은 그녀가 성하늘이 걱정되어서 위층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면서 물었다.“여기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휴대폰을 보고 있었어요.”“그랬구나.”박한빈은 더 묻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가 뭐라고 더 말할 줄 알았던 성유리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재빨리 박한빈을 따라갔다.“나한테 할 말 있어?”박한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어, 어디에 가는 거예요?”성유리는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물었다.“배가 고파서 뭐라도 좀 먹을 생각이야.”성유리는 휴대폰을 힐끗 쳐다보고는 물었다.“이 시간까지 밥도 못 먹은 건가요?”“그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어.”사실 박한빈은 이미 저녁을 먹었지만 인정하지 않았다. 성유리는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뭘 먹고 싶어요?”“아무거나 다 괜찮으니까 부담가지지 마. 대충 먹으면 돼.”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갔다. 박한빈은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고 말했었기에 가사도우미는 그가 먹을 음식을 하지 않았다.성유리는 냉장고를 열어보더니 죽을 끓이기로 했다.박한빈은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아무거나 먹으면 돼. 오늘은 라면을 끓여 먹어야겠어.”“당신은 위가 좋지 않아서 죽을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요.”성유리는 머리를 묶고 쌀을 씻었다. 고개를 숙일 때마다 귀 뒤로 넘긴 머리가 흘러 내려왔다.박한빈은 그녀 대신 머리카락을 잘 정리해 주었다. 성유리는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그의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박한빈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조금 전에 나한테 뭘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거야?”성유리는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아니에요. 별로 궁금하지 않았어요.”그녀는 잘 씻은 쌀을 가마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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