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521 - Chapter 1530

1622 Chapters

제1521화

“노을아, 누나 말을 잘 들어야 해.”“알겠어요. 누나랑 재밌게 놀고 있을 테니 빨리 와야 해요.”성유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래. 아주 잘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줘.”“엄마, 보고 싶어요.”“곧 집으로 돌아갈 거야.”“언제쯤이면 올 수 있어요?”성노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그러자 성유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성하늘은 성노을이 뭐라고 더 물어보기 전에 휴대폰을 빼앗았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엄마, 시간이 얼마 걸리든 상관없어요. 노을을 잘 보살필 테니 우리 걱정은 하지 마세요.”“하늘아, 고마워.”성하늘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성유리는 그녀가 전화를 끊은 후에 성노을한테 잔소리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성하늘이 성노을을 혼낼 때마다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제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성유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 박한빈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멈칫하더니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지그시 쳐다보았다.그녀의 착각이 아닌 것 같았다.‘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깨어나기 전까지 마음 놓고 있을 수 없어.’예전에 오승희도 손가락을 움직인 적이 있었지만 깨어나지 못했다.드라마 속 식물인간이 된 주인공은 손가락을 움직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되찾았다.현실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은 매우 낮았다.식물인간이 된 후에 가끔 손이거나 발을 움직이는 경우가 있었다. 만약 박한빈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작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해도 소용없었다.성유리는 박한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녀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두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하지만 희망이 절망으로 바뀔 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그날 밤, 성유리와 서훈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녀가 연락했던 주주들이 예약한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유리가 혼자 왔다는 것을 눈치챈 주주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수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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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성유리는 회사 일에 관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갑자기 박한빈이 맡았던 업무를 처리하면 사람들의 의심을 살 것이다.박한빈이 다쳐서 입원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질 수 있었다.집에만 있던 여자가 회사 일에 손을 대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성유리는 박한빈과 사이가 틀어져서 세력을 키운다고 말했다.잘 짜인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녀를 향한 의심을 거둘 것이다.성유리는 생각해 둔 조건을 제시하면서 주주들을 설득했다. 그들은 성유리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한동안 잠잠했다.며칠 후, 갑자기 상업계에 성유리와 박한빈이 곧 이혼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소문은 해청시를 넘어 금성까지 전해졌다.성하늘과 성노을의 반급 친구 부모들은 소문을 듣자마자 성유리한테 연락했다.만약 성유리와 박한빈이 이혼한다면 지화 그룹 내부에 분열이 생길 것이다.그들은 성유리를 걱정해서 연락한 것이 아니었다. 오직 이익을 챙기고 싶었기에 빈틈을 노리려 했다.뭇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성유리는 애매모호한 말을 뱉었다. 그녀를 위로해 주려고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남자는 원래 그래요. 아무리 잘해줘도 절대 믿으면 안 돼요. 다른 여자가 조금만 유혹해도 넘어간다니까요. 남자한테 속지 말고 정신 차려요.”“속상해하지 말고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해 봐요. 내연녀를 가만두어서는 안 돼요. 부부 공동 재산으로 둘이 무엇을 했는지 알아보는 게 좋겠어요. 이혼 전문 변호사를 소개해 줄까요?”“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났다고 해도 용서해 줄 수 있지 않아요? 일을 크게 벌여서 좋을 게 뭐가 있어요? 성유리 씨는 아이도 두 명이나 있잖아요. 아이를 위해서 조금만 참아요. 이번만 넘어가 주면 다시 바람피우지 않을 거예요. 지금 이혼하면 아이들이 불행해질 수도 있어요.”뭇사람들은 성유리를 위로해 주면서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중에서 진정으로 성유리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성유리는 박한빈과 사이가 틀어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말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제멋대로 이야기를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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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설윤지는 성유리가 일부 주주들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그녀는 며칠 만에 소량의 지분을 다시 거두어들였다. 그러나 나머지 주주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했다.백지환과 손을 잡은 주주들을 과감하게 잘라내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설윤지는 백지환과 같은 편에 선 사람들을 제외한 주주들을 모았다. 회의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통지한 후, 성유리한테 전화를 걸었다.“노 회장님께 연락했더니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몸이 좋지 않아서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요.”“알겠어요.”설윤지는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혹시 일부러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을 낸 건가요?”“의도한 건 아니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소문이 퍼졌더라고요.”설윤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유리 씨, 폐를 끼쳐서 죄송해요. 제가 회사 내부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예요.”“설윤지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어요.”성유리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백지환은 처음부터 한빈 씨를 끌어내리려고 했어요. 이번에 실패했다면 기회를 찾아서 한빈 씨한테 복수하려고 했을 거예요. 그러니까...”두 사람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후, 설윤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박 대표님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으신 건가요? 마음 같아서는 보러 가고 싶지만...”“그럴 필요 없어요.”성유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백지환은 한빈 씨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를 거예요. 그래서 며칠 동안 잠잠했던 거겠죠. 만약 설윤지 씨가 병원에 온다면 들통날지도 몰라요. 병원에 가서 한빈 씨를 본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그저 한빈 씨가 빨리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에요.”설윤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맞아요. 모든 일이 끝난 후에 병원에 가볼게요.”“알겠어요.”말을 마친 성유리는 전화를 끊고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박한빈을 바라보았다. 박한빈은 깨어나지 않았지만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몇 년 전에 세상을 뜬 오승희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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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4화

성유리는 혼자 선진 빌딩으로 향했다. 서훈은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 했기에 같이 가지 않았다.성유리는 먼저 회의실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설윤지가 보이지 않아서 전화를 걸었다.“지금 회사에 가고 있어요. 하지만...”설윤지는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노 회장님은 회의에 출석하지 못할 것 같아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오전에 노 회장님의 댁에 갔더니 상태가 좋지 않더라고요. 외출 전에 심장이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에요.”성유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뭐라고 더 말하기 전에 회의실 문이 열렸다.백지환은 당당하게 걸어들어오면서 미소를 지었다. 성유리는 깜짝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회의실에 앉아 있던 주주들은 백지환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백지환은 여유롭게 웃으면서 말했다.“여러분, 제가 너무 늦었죠?”“아니에요. 백 대표님, 이쪽에 편하게 앉으세요.”이때 누군가가 나서서 백지환을 자리로 안내했다. 성유리는 백지환의 곁에 있는 노미혜를 지그시 쳐다보았다.지난번에 병원에서 노미혜를 만났을 때 얼굴이 야위었고 매우 초라해 보였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감정 기복이 심했다.노미혜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득의양양하게 웃고 있었다.성유리는 갑자기 달라진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겼다.백지환은 고개를 돌리더니 성유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설 대표님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이제 보니 박 대표님도 오지 않으셨네요. 두 분 다 지각한 거죠?”성유리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지금 나한테 박한빈 씨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 건가요?”“성유리 씨는 박 대표님의 아내잖아요.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요?”“백 대표님은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네요. 이제부터 선진 그룹에 관한 일을 제가 맡게 되었어요.”“아, 그래요?”백지환은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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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5화

“백 대표님, 지금 저를 의심하는 건가요? 부부 사이의 일을 외부인에게 보고해야 하나요? 박한빈 씨는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 부끄러워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겠죠. 저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해요.”성유리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동안 상업계에 퍼진 소문이 진짜라고 믿게끔 완벽하게 연기했다.백지환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정말 그런 거예요?”성유리는 그와 눈을 마주치면서 차분하게 물었다.“백 대표님, 뭘 의심하고 계시는 거예요?”“박 대표님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고를 당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성유리 씨가 직접 나서서 박 대표님 대신 회의에 참석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럴싸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사람들이 믿을 수밖에 없잖아요.”성유리는 주먹을 꽉 쥔 채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사고를 당한 줄 알았다고요? 백 대표님은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네요.”“그저 소문을 들었을 뿐이에요.”백지환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최근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봤어요. 한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죠. 그런데 두 사람의 신분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더라고요. 경찰 측에서 아무런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어요.”그는 박한빈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성유리를 의심하게끔 유도했다.백지환의 예상대로 회의에 참석한 주주들은 깜짝 놀라서 성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성유리가 제대로 설명하기를 바랐다.그러나 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지환의 곁에 있던 노미혜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줄 알았어요. 성유리 씨, 당신도 설윤지처럼 남편이 입원했을 때 재산을 독차지하려고 했죠? 정말 독한 여자네요.”성유리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증거 있어요? 함부로 모함하지 말고 증거를 내놓으세요.”“증거를 내놓으라고요?”백지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성유리 씨, 지금 박 대표님께 전화하세요. 박 대표님이 멀쩡하다는 걸 확인하게 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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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6화

“내가 잘못 들은 건가요? 백 대표님... 지금 누가 죽었다고 하시는 거죠?”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성유리는 몸을 살짝 떨더니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마치 나이가 든 노인처럼 아주 조심스럽고도 천천히 움직였다.하지만 몸은 계속해서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눈빛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가득 차 있었다.그리고... 박한빈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검은색 정장에 안에 흰 셔츠를 입고 있는 박한빈은 살이 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옷은 여전히 그의 몸에 딱 맞게 잘 어울려 박한빈을 도도하고도 위엄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성유리는 입술이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만 같았다.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꿈일까?’아마도... 아닌 것 같았다.지금 성유리가 자신의 손을 꽉 쥐고 있는데도 여전히 뚜렷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러니까 절대 꿈이 아니다.정말로... 박한빈이었다.박한빈이 깨어났다.정말로 깨어났다!여기까지 생각한 순간 성유리는 마치 누군가에게 세게 밀린 것처럼 벌떡 일어섰다!그리고 바로 그때 성유리 앞으로 걸어온 박한빈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소 짓는 눈빛은 성유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다정함이었다.“미안해.”박한빈이 입을 열었다.“내가 잘못했어. 다 설명할게. 그 여자는 나와 아무 상관없어. 나는 너와 이혼하고 싶지 않아.”박한빈의 모습도 목소리도 그리고 성유리를 바라보는 눈빛도 너무나도 익숙했지만 입에서 내뱉은 말은 아주 낯설게 느껴졌다.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눈빛이 흔들렸다.그때 박한빈이 성유리의 손을 잡더니 손바닥 안쪽을 살짝 꼬집었다.성유리는 그제야 깨달았다. 박한빈은 자신이 최근 연기했던 그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었다.성유리도 어쩌면 박한빈에게 맞춰주어야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이 멍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박한빈은 전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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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서훈은 성유리의 시선을 알아챘지만 조용히 고개를 돌려버렸다.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일부러 피하는 것 같은 서훈의 모습에 성유리도 이내 눈치챘다.한편 뒤늦게 설윤지도 도착했다.안쪽에 앉아 있는 박한빈을 본 그녀는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었다.박한빈은 설윤지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회의 시작해도 될까요? 오늘 회의는 왜 소집된 거죠?”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강한 카리스마는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몸을 살짝 움츠러들게 했다.심지어 백지환조차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그 모습에 박한빈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아무도 말하지 않으니 제가 먼저 물어보죠. 여러분들이 현재 선진 그룹의 지분 배분에 대해 이의가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박한빈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제가 말씀드리죠.”첫 마디가 이런 내용이다 보니 회의 흐름은 완전히 박한빈의 손아귀에 들어갔다.이후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더 하려 했지만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백지환 또한 조금 전 말을 꺼내려 했었지만 박한빈은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박한빈을 바라보는 백지환은 눈빛에 깊은 원한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박한빈이 한 말은 사실 별로 어렵지 않았다.어쨌든 지금 선진 그룹 내부는 이미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한쪽은 성유리가 전에 제시한 이익 조건에 설득되어 회사에 남기로 한 사람들, 그리고 다른 한쪽은 백지환과 함께 설윤지를 무너뜨리려는 사람들이었다.박한빈은 그들에게 망설일 시간도 주지 않았다. 사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 본인은 설윤지의 편에 설 것이라는 뜻이었다.그들이 설윤지를 무너뜨리려고 고집을 부린다면 박한빈과 맞서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물론 박한빈은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맞은편 사람들에게 협박처럼 들렸다.성유리는 이내 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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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8화

“박 대표님, 과찬이십니다.”백지환이 대답했다.“사실 저도 회사의 효율을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노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선진 그룹이 이렇게 쇠퇴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박한빈은 백지환의 말에 신경 쓰지 않은 채 설윤지를 바라보았다.어쨌든 그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은 설윤지였기에 박한빈이 대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설윤지도 박한빈의 뜻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여러분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능력이 있는지,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는지는 제 나이나 경력, 심지어 성별로 결정되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저를 믿지 못하신다면 내기 한 판 해보는 건 어떨까요?”말을 마친 설윤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있는 빔프로젝터를 켰다.“이것은 선진 그룹의 지난 분기 재무제표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미 보셨을 겁니다. 다들 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다음 분기 선진 그룹의 이익을 두 배로 늘려 여러분에게 보여드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제가 알아서 사퇴하고 가지고 있는 지분을 전부 기부하겠습니다.”...회의가 끝난 후 설윤지와 박한빈은 다른 일들을 논의해야 했기 때문에 성유리는 라운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서훈도 라운지에 있었다.박한빈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과 흥분과는 달리, 지금의 성유리는 이미 평정심을 되찾았다.다만 여전히 가끔 자신의 손을 바라보곤 했다.왠지 아직도 박한빈이 조금 전 그녀의 손을 잡았던 기운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회의 내내 박한빈이 성유리의 손을 놓지 않아 시간이 흐르자 성유리는 손끝이 약간 저릿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그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성유리는 서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는 언제 깨어난 거예요?”확신에 찬 한 마디에 서훈은 잠시 멈칫했지만 바로 대답했다.“당연히 오늘이죠. 박 대표님께서 깨어나자마자 선진 그룹의 상황을 듣고 바로 달려오셨습니다...”“내가 바보로 보여요?”성유리가 서훈의 말을 끊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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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이번에 박한빈이 손에 약간 힘을 주는 바람에 성유리는 더 이상 벗어날 수 없었다.그래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입술을 더욱 꽉 깨물었다.박한빈은 고개를 좀 더 아래로 내려 성유리와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울었어?”성유리는 여전히 침묵했다.더 말하려던 박한빈은 순간 성유리의 떨리는 속눈썹에서 눈물이 그의 손등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똑.유난히 크게 들리는 소리에 표정이 확 변한 박한빈은 입가의 미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러더니 더욱 힘주어 성유리의 손을 잡았다.“화났어? 일부러 숨긴 건 아니야. 그냥 며칠 전에 깨어났을 때 네가 바빠 보였고 게다가 깨어났다고 해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어. 그리고 백지환이 내가 깨어났다는 걸 알게 되면 오늘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을 테니까...”박한빈은 어떻게든 설명하려 했지만 성유리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꽤 오랫동안 성유리가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박한빈은 점점 더 당황하게 시작했다.더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성유리가 갑자기 손을 뻗어 박한빈을 껴안았다.사실 성유리는 박한빈을 처음 본 순간부터 와락 끌어안고 싶었다.하지만 그들이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연극’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었다.이제 이곳에 두 사람뿐이니 성유리는 드디어 박한빈을 마음껏 껴안을 수 있었다.눈앞에 있는 박한빈은 더 이상 침대에 누워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아무런 표정도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박한빈의 허리를 감싸 안는 팔로 느껴지는 온도, 그리고 박한빈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강하면서도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를 성유리는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한 번 또 한 번.“그거 모르죠.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박한빈의 품에 안긴 성유리는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혹시나... 진짜로 엄마처럼 깨어나지 않으면 어떡하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그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진짜로 그런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아요. 그냥 그림만 그리고 싶었을 뿐인데 한빈 씨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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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일부러 나를 속인 거 맞잖아요!”성유리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이렇게 말하면서도 주위를 둘러보며 박한빈에게 던질 게 있는지 찾아보고 있었다.하지만 한 바퀴 둘러봐도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주먹을 쥐고 박한빈을 때리려 했다.그러나 성유리의 손이 박한빈의 몸에 닿기도 전에 박한빈은 성유리의 손을 잡고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성유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박한빈의 손은 이미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다른 손은 그녀의 뒤통수를 잡은 채 입술에 덮쳤다.여전히 화가 나 있는 성유리는 박한빈을 힘껏 밀치려 했지만 박한빈이 성유리의 손을 꽉 잡았다.박한빈은 성유리의 손을 잡은 뒤 깍지를 끼며 그녀의 손가락을 힘껏 조였다. 성유리의 허리를 꼭 감싸 안은 손은 마치 성유리의 온몸을 자신의 뼈와 살 속에 파묻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간 것과 달리 박한빈의 키스는 한없이 부드러웠다.혀끝으로 성유리의 입술 라인을 세밀하게 탐닉하며 마치 부서지기 쉬운 보물을 물고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다.박한빈을 밀치려던 성유리의 손도 천천히 내려갔다.하지만 눈을 깜빡이자 눈물이 다시 제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이내 성유리의 눈물을 느낀 박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얼굴을 옆으로 돌려 성유리 얼굴 위의 눈물을 한 번 또 한 번의 입맞춤으로 닦아냈다.“나쁜 놈...”성유리가 화가 난 한마디 욕설을 퍼부었지만 박한빈은 얼마든지 더 욕먹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알아, 내가 나쁜 놈이야.”성유리가 말을 하지 않자 박한빈은 다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거면 그냥 나 물어버리는 건 어때?”진지하게 말하는 박한빈의 모습에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그를 꼬집으려 했다.하지만 손가락에 힘을 주기도 전에 갑자기 전에 자신이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그때 성유리는 박한빈이 깨어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성유리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박한빈이 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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