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아, 누나 말을 잘 들어야 해.”“알겠어요. 누나랑 재밌게 놀고 있을 테니 빨리 와야 해요.”성유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래. 아주 잘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줘.”“엄마, 보고 싶어요.”“곧 집으로 돌아갈 거야.”“언제쯤이면 올 수 있어요?”성노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그러자 성유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성하늘은 성노을이 뭐라고 더 물어보기 전에 휴대폰을 빼앗았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엄마, 시간이 얼마 걸리든 상관없어요. 노을을 잘 보살필 테니 우리 걱정은 하지 마세요.”“하늘아, 고마워.”성하늘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성유리는 그녀가 전화를 끊은 후에 성노을한테 잔소리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성하늘이 성노을을 혼낼 때마다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제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성유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 박한빈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멈칫하더니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지그시 쳐다보았다.그녀의 착각이 아닌 것 같았다.‘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깨어나기 전까지 마음 놓고 있을 수 없어.’예전에 오승희도 손가락을 움직인 적이 있었지만 깨어나지 못했다.드라마 속 식물인간이 된 주인공은 손가락을 움직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되찾았다.현실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 확률은 매우 낮았다.식물인간이 된 후에 가끔 손이거나 발을 움직이는 경우가 있었다. 만약 박한빈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작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해도 소용없었다.성유리는 박한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녀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두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하지만 희망이 절망으로 바뀔 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그날 밤, 성유리와 서훈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녀가 연락했던 주주들이 예약한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유리가 혼자 왔다는 것을 눈치챈 주주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수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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