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게 뭐든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게 되었다.강유형은 어머니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자신과 강진혁 때문일 거라고 했다. 그런데 아마 내 탓도 있었을 것이다.그녀는 나를 친딸처럼 아껴줬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한 원한 때문에 나는 그녀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눈앞에 스쳐 가는 그녀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집에 돌아와 달라며 애원하던 모습과 남몰래 나를 위해 사 온 탕후루, 그리고 오늘 아침 나를 위해 정성껏 만들어준 호박 계란찜까지, 눈앞에 스쳐 가는 그녀의 모습이 내 가슴을 아리게 했다.이미 오래전부터 그녀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마음 한편에서 찢어질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 틈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은 마치 칼날처럼 나를 아프게 했다.원망하긴 했지만 한 번도 그녀를 미워한 적은 없었다.단지 이 마음을 말로 직접 꺼낸 적은 없었다. 아마 영영 입 밖에 꺼내지 않을 것이다. 설령 꺼냈다 한들, 이젠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강진혁은 강유형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끝내 손을 놓고 말았다.강유형은 조용히 걸어와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손으로 김희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고통의 흔적을 하나하나 펴주었다. 입가에 맺힌 핏자국도 조심스레 닦아냈다.“엄마, 이제 가세요. 아버지 곁에서 편히 쉬세요.”장례식은 원래 오전 10시 반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김희연의 사망으로 한 시간 미뤄졌다. 거실은 임시 영안실로 바뀌었고 강두식와 김희연은 나란히 눕게 되었다.강유형은 두 사람의 손을 나란히 포갰다. 마치 곤히 잠든 듯, 평온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장례식에서 혹시 강진혁이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하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졌고 남은 건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뿐이었다.나는 강씨 가문에서 10년을 보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 보냈고 어린아이에서 소녀로,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든 시간을 강두식과 김희연이 함께해줬다.그들이 내 부모님을 앗아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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