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811 - Chapter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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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조시언은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감지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안리영과 눈을 마주치게 됐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떨궜다.“삼촌.”“거기서 뭐 해?”조시언의 말에 안리영은 얌전히 그에게로 다가갔다.“고마워.”그가 오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아마도 지금쯤 강진혁에게 붙잡혀 있었을지도 모른다.원래는 의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강진혁을 지체시키고 강유형을 구할 시간을 벌어주려 했었다.하지만 강진혁은 그녀의 의도를 간파했고 결국 사람을 시켜 그녀를 묶어버렸다.“손 줘.”조시언이 손을 내밀었다.안리영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챘다.“난 괜찮아. 다친 데 없어. 난 의사니까 괜찮아.”조시언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다면서 왜 보여주지 않는 거야?”조시언의 눈빛을 마주한 안리영은 조용히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조시언의 말끔한 손가락이 그녀의 손목을 살며시 집었다. 순간 드러난 것은 밧줄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피부였다. 어떤 곳은 이미 멍이 들었고 심지어 살갗이 벗겨진 곳도 있었다.그는 그녀를 한 번 바라보더니 말했다.“이게 괜찮은 거야?”“목숨은 붙어 있으니까 괜찮은 거지.”안리영의 말을 들은 조시언은 손끝에 힘을 주었다.그는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안리영은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누군가의 목숨은 잃게 만들 수도 있잖아.”그의 말엔 나무라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누구의 목숨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술 끝에서 맴돌기만 할 뿐 내뱉지 못했다.조시언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소파로 이끌어 앉혔다. 그러고는 곁에 있던 구급상자를 꺼내 열었다.안리영은 단번에 그것이 특별히 준비된 구급상자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 말인즉, 조시언은 이미 그녀가 다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그는 약을 짜내 상처에 발라주었다. 약이 상처에 닿자 차가운 기운과 함께 화끈하게 아려오는 통증이 몰려왔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아파? 좀 더 살살할게.”조시언은 약을 바른 손목을 조심스레 불어주었다.“삼촌, 강진혁은 내일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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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조시언과 진정우라니, 둘의 조합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안리영은 두 사람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었는지 이해하려 애썼지만 그 어떤 연결 고리도 떠오르지 않았다.“나랑 진정우는 4년 전에 처음 알게 됐어.”그녀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조시언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매끄러웠다. 그가 유학 가기 전보다 훨씬 더 좋게 변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깊은 울림도 없었고 무르익지도 않았다.오래될수록 향기로운 술처럼, 나이가 들어 무르익은 멋이 나는 남자가 진국이라고 말하곤 한다.“그때 몇몇 외국 놈들한테 협박을 받았어.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하니까 날 죽일 듯이 때리려고 했었지.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고 그놈들은 수가 많아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그때 진정우가 날 구해줬었어...”이 일은 안리영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어머니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가 일부러 숨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가 해외에 나가 있던 시간 동안, 그녀가 들은 소식은 대부분이 상을 탔고 승진을 했고 회사를 차려 돈을 잘 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그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는 전혀 들은 적이 없었다.그는 늘 좋은 일만 알렸고 힘든 일은 혼자 감췄던 것이다.“진정우가 나를 병원에 데려다줬고 퇴원할 때까지 곁에서 돌봐줬어. 그 일을 계기로 친구가 됐고 이후에 그가 하는 일도 조금씩 알게 됐지. 해외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성공하려면 자기만의 세력이 필요해. 오늘 네가 본 것들 전부 내가 그동안 하나하나 쌓아 올린 거야.”안리영은 그제야 이해했다. 그가 이렇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윤지원이 휴스턴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진정우가 가장 먼저 날 찾아왔어. 다만 난 계속 숨어 있었지.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싶지 않았으니까.”조시언은 하나하나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안리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내일 강진혁이 큰일을 벌일 계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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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그와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릴 적처럼 머리를 쓰다듬고 이마를 톡톡 두드리는 손길을 느낀 것도 오랜만이었다.안리영과 나는 밤새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우리처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사람은 또 있었다. 바로 김희연이었다. 그녀는 내내 빈소를 지켰다. 강유형이 아무리 설득해도 좀처럼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그날 밤, 우리는 누구도 강진혁을 보지 못했다. 안리영은 그가 도망친 게 아닐지 의심하기까지 했다.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도망칠 사람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모두와 등진 마당에 도망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또 무슨 수작을 부릴 가능성은 있었다.지금 중요한 건 그의 실체와 증거를 포착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지원아, 너희 일어났니?”문 너머로 김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문을 열자 그녀가 말을 건넸다.“일어났구나. 그럼 내려와서 뭐라도 좀 먹어. 오늘 하루도 길고 힘들 테니까.”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그녀의 허리에 둘린 앞치마를 눈치챘다. 아침 식사를 손수 준비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요리를 할 마음이 생길 수 있는 걸까?의아한 마음이 들었고 안리영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는지 장난스럽게 말했다.“설마 자기 아들 감싸려고 밥에 독이라도 탄 건 아니겠지?”“너 의사잖아, 독 있으면 네가 먼저 알아채겠지.”나도 웃으며 받아쳤다.우리 둘 다 이런 때에 아침밥을 차린다는 게 잘 이해되진 않았으나 그래도 식탁에 앉았다.강진혁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의 자리에는 그릇과 젓가락이 말끔히 세팅되어 있었다.“조금 더 기다릴까요?”내가 물었다.김희연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우리끼리 먹자.”혹시라도 우리가 미안해할까 봐서인지 그녀는 식사 중에도 계속해서 반찬을 덜어주며 챙겨주었다.“자, 많이 먹어야지.”“지원이는 호박 계란찜 좋아하잖니. 리영이도 한번 먹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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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사람들 다 왔죠? 그럼 시작합시다.”강유형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이 남의 일인 양, 무심하고 담담했다.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지금에도 그는 차근차근 정해진 절차만 따르고 있었다.그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세상 모든 일이 물 흐르듯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강진혁은 말없이 상복을 입었다. 진정우는 그 곁에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강씨 가문의 일가인 양 자연스러웠다.하지만 그 역시 강씨 가문과 뗄 수 없는 원한이 있는 사람이었다. 당시 그 교통사고에서 함께 세상을 떠난 사람 중에는 진정우의 아버지도 있었다.살아 있는 자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죽은 자에게 존경심을 가지기엔 너무 많은 것이 무너져버렸다.그런 그가 이렇게 얌전히 강진혁을 따르고 있다는 건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야, 진정우 왜 이렇게 말을 잘 들어? 무슨 환각제라도 먹은 거 아냐?”안리영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다시 내게 물었다.내가 신도 아니고, 이건 나도 모르는 일이었다.“아마 강진혁한테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닐까?”내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었다.“강진혁 진짜 수상하다니까.”안리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나는 말없이 진정우를 살펴보았다. 보면 볼수록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건지 정확히 집어내긴 힘들었다.“우리 엄마는?”강진혁이 물었다.그제야 모두 눈치챘다. 김희연이 없었다. 장례식이 시작되려 하는데 그녀는 어디에 간 건지 알 수가 없었다.강유형은 사람을 보내 찾게 했고 나 역시 김희연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여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름이 훅 끼쳤다.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가 보였다.“아줌마.”나는 조심스레 불렀다.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다시 불렀다.“아줌마...”그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김희연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입가에는 핏자국이 어려있었다.그 순간, 끔찍한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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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하지만 그게 뭐든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게 되었다.강유형은 어머니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자신과 강진혁 때문일 거라고 했다. 그런데 아마 내 탓도 있었을 것이다.그녀는 나를 친딸처럼 아껴줬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한 원한 때문에 나는 그녀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눈앞에 스쳐 가는 그녀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집에 돌아와 달라며 애원하던 모습과 남몰래 나를 위해 사 온 탕후루, 그리고 오늘 아침 나를 위해 정성껏 만들어준 호박 계란찜까지, 눈앞에 스쳐 가는 그녀의 모습이 내 가슴을 아리게 했다.이미 오래전부터 그녀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마음 한편에서 찢어질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 틈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은 마치 칼날처럼 나를 아프게 했다.원망하긴 했지만 한 번도 그녀를 미워한 적은 없었다.단지 이 마음을 말로 직접 꺼낸 적은 없었다. 아마 영영 입 밖에 꺼내지 않을 것이다. 설령 꺼냈다 한들, 이젠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강진혁은 강유형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끝내 손을 놓고 말았다.강유형은 조용히 걸어와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손으로 김희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고통의 흔적을 하나하나 펴주었다. 입가에 맺힌 핏자국도 조심스레 닦아냈다.“엄마, 이제 가세요. 아버지 곁에서 편히 쉬세요.”장례식은 원래 오전 10시 반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김희연의 사망으로 한 시간 미뤄졌다. 거실은 임시 영안실로 바뀌었고 강두식와 김희연은 나란히 눕게 되었다.강유형은 두 사람의 손을 나란히 포갰다. 마치 곤히 잠든 듯, 평온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장례식에서 혹시 강진혁이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하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졌고 남은 건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뿐이었다.나는 강씨 가문에서 10년을 보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 보냈고 어린아이에서 소녀로,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든 시간을 강두식과 김희연이 함께해줬다.그들이 내 부모님을 앗아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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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내가 모르는 일종의 거래 있었던 건가?’나는 장례식 내내 자리를 지켰고 강진혁도 그 자리에 계속 함께 있었다. 중간에 빠져나가거나 수상한 짓을 한 사람은 전혀 없었다.‘하지만 이런 거래는 원래 조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만 알겠지.’나는 아무 말 없이 강진혁을 바라봤다.그의 얼굴에는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숨겼다.분명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았다. 아니었으면 저렇게까지 당황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경찰이 가까이 다가오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경찰조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현장을 지휘하던 경찰이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고는 곧장 강유형에게 걸어갔다.비록 지금은 강진혁이 KS 그룹을 맡고 있지만 사람들 눈엔 여전히 강유형이 KS 그룹의 중심이자 강씨 가문의 실질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경찰은 강유형에게 수색 영장을 보여주며 말했다.“강유형 씨, 잠시 수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묘지인데 도대체 뭘 수색한다는 거지? 다 뒤져보겠다는 건가?’“그러시죠.”강유형은 침착하게 경찰의 요청을 수락했다.“매장된 관까지 열어볼 예정입니다만 괜찮겠습니까?”그 말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듯 얼어붙었다.그런데도 강유형은 여전히 담담하고 태연했다. 오히려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안 됩니다.”강진혁이 분노를 억누르며 단호하게 말했다.경찰은 그를 바라보며 수색 영장을 눈앞에 내밀었다.“저희는 공무를 집행 중입니다.”“공무니까 협조는 하겠지만 관을 여는 건 절대 안 됩니다. 부모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그리고 만약 아무것도 안 나오면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강진혁의 목소리엔 강한 거부 의지가 담겨 있었다.“공무를 집행하는 것에서 결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신고가 들어왔고 저희는 그걸 확인할 뿐이죠.”경찰의 말투는 단호했다.“그럼 그 신고가 진짜인지 어떻게 압니까? 누가 일부러 우리 부모님을 욕보이려고 거짓 신고한 걸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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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진정우를 바라봤다.‘강진혁의 인질인 줄 알았는데 설마 공범이었던 거야? 게다가 리영이한테 손을 대다니... 잡으려면 나를 잡아야 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나한테는 차마 손을 못 대서 그 대신에 리영이를 인질로 잡은 걸까?’진정우의 말에 다들 놀라서 제 자리에 멈춰 서버렸다. 그는 날카롭게 주위를 훑어보더니 조시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조시언 씨, 이제 아시겠죠? 뭘 해야 하는지 말이에요.”조시언도 이 자리에 있었다.아까 혼란 속에서 누군가 그를 공격하는 바람에 안리영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리영이 놔줘요. 그 대신에 저를 인질로 잡으세요.”조시언은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안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쓸데없는 말 하면 어떻게 되는지 조시언 씨도 잘 아실 텐데요.”진정우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다. 내가 알던 사람의 모습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라져 버렸다.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그는 내게 잠깐 시선을 주고는 다시 조시언을 쳐다보며 협박을 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내 걱정과 달리 안리영은 담담한 듯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심장이 터질 듯 불안했다.“인질이 필요하면 날 데려가! 나 임신했거든. 너한테는 일석이조 아니야? 그러니까 날 데려가라고!”“닥쳐.”그의 목소리는 살기를 품고 있었는데 손에 든 칼은 이미 안리영의 목에 닿아 그녀의 목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제발 리영이만은 건드리지 말아줘!”나는 울부짖듯 외쳤다.“헬기 준비하면 되죠? 그쪽 말대로 해줄게요.”조시언은 진정우의 목적이 뭔지 이미 알고 있었다.“안 돼요, 삼촌.”안리영이 그를 막아섰다.“전 괜찮아요. 죽이려면 죽이라고 하세요. 지금은 이 자식들을 잡는 게 더 중요해요.”그녀의 결연한 모습에 곁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봐 왔기에 이젠 무감각해진 듯싶었다.“안 돼, 리영아! 그런 말 하지 마...”나는 온몸을 떨며 진정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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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이거 놔요!”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하지만 강진혁은 미동도 없이 내 팔을 꽉 붙잡고 있었다.‘다 진혁 오빠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분노와 원망스러운 감정이 솟구쳐서 나는 그대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짝!’하는 소리는 유난히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강진혁 씨, 본인이 진짜 쓰레기라는 거 아세요?”나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부모님 장례식까지 이용하는 사람이 무슨 사람 노릇을 하겠어. 정우 씨가 그런 행동을 한 것도 분명 강진혁이 협박한 것 때문일 거야. 아니면 정우 씨가 그런 일을 할 리 없으니까.’“마음껏 욕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강진혁은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살짝 문지르고는 오히려 더 욕하라고 했다.‘완전히 미쳐버린 건가?’그런데도 나는 아무 말도 나오질 않았다. 원래 남을 욕하는 걸 잘 못 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이 인간은 욕먹을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윤지원.”그가 내 이름을 부르며 갑자기 옛일을 꺼냈다.“네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기억나? 나는 항상 동생들 위해서 뭐든 양보해야 했고 늘 먼저 나서서 다른 동생들을 챙겨줘야 했어. 맛있는 것도 좋은 것도 항상 너랑 유형이한테 양보하고 누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내가 대신 혼났잖아. 부모님이 뭘 시켜도 내가 먼저 나서서 했고...”“그리고 그럴 때마다 넌 항상 ‘오빠, 고마워’라고 했었지. 그 말 들을 때마다 나는 너한테 더 잘해주고 싶었어. 하지만 내가 아무리 너한테 잘해줘도 넌 항상 유형이만 바라봤었잖아. 처음엔 나도 나이 차이가 좀 있어서 그런 줄 알았어. 더 잘해주면 언젠간 날 봐줄 줄 알았지.”“근데 넌 끝까지 유형이를 선택했잖아. 난 결국 선택받지 못한 거고... 내가 그동안 어떻게 견뎌왔는지 넌 절대 모를 거야. 하지만 난 그래도 너만 행복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달래왔어.”“사람들이 그러더라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양보하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근데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줄 알아? 너무 괴로워서 자해까지 했어.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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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강진혁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이, 심지어 자신이 벌인 이 짓까지도 전부 나에게 복수하기 위한 거라고 말했다.“그렇게 내가 미웠다면 나를 데려가! 나만 괴롭히는 게 더 낫지 않아?”나는 결코 안리영을 다치게 할 수 없었다.“네가 아파하는 건 못 보겠어서 그래. 그래서 너는 건드리지 않으려고. 너 스스로 내가 느꼈던 고통을 느껴봐.”‘강진혁... 이 개자식!’그는 정말 사람 마음을 찢어버리는 데 선수인 것 같았다.그가 했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서 나는 담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네가 착각한 거야. 너도 아까 말했었잖아. 나는 양심도 없는 쓰레기 같은 여자라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사람도 쉽게 버릴 수 있거든. 며칠 만에 다른 남자와 붙어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쯤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지.”나는 일부러 자신이 차갑고 이기적인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강진혁이 안리영에게 집착하는 건 내가 그녀를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지금 강진혁으로 하여금 안리영이 어떻게 되든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믿게 해야 했다.내 말을 들은 강진혁은 비웃듯 웃었다.“윤지원, 그런 말 한다고 내가 속을 줄 알아?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냈는데... 난 누구보다 널 잘 알거든.”‘내 연기 따위에 흔들릴 리 없다는 건가...’나는 입 밖으로 뱉고 싶었던 욕을 삼키고 시선을 진정우에게 돌렸다.지금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진정우의 눈빛은 아직도 낯설기만 했다. 내가 알던 진정우가 아니었다.만약 진정우가 나한테 배성재가 사라졌다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이 사람이 배성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진정우든 배성재든 어떻게 강진혁 편에 설 수 있지?’나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진정우든 배성재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강진혁에게 협조하는 척하는 거라고 믿기로 했다.그때, 멀리서 헬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나는 안리영을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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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그는 본인이 마치 이 세상의 왕이라도 된 것처럼 당당하고 여유로웠고 너무나 제멋대로였다.그렇게 헬리콥터는 점점 멀어졌다.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 마음속 불안함은 점점 커져만 갔다.“시언 씨, 제발 리영이 좀 구해주세요.”그 말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 전 상황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었다. 조시언이 그들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더라면 안리영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다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를 납치한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 진정우였다.“지원아.”강유형이 다가왔다.“넌 정우 씨를 믿고 싶은 거야?”‘난 당연히 믿고 싶지. 하지만 정우 씨의 눈빛, 행동, 그리고 말투까지 너무 낯설었어.’진정우는 안리영이 내게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내가 아는 정우 씨라면 리영이를 해치려 할 리 없는데...’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유형이 다시 물었다.“정우 씨는 왜 너 대신 리영 씨를 데려간 걸까?”‘맞아. 나도 그게 계속 궁금하긴 했어.’“차마 너한테 손을 쓸 수 없어서겠어?”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강유형의 얼굴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한결같이 침착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던 건가? 설마 유형이가 이 판을 짠 걸까? 하지만 정말 그런 거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진 않았겠지...’나는 잔뜩 힘이 빠진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냥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아파져 올 뿐이었다.“모르겠어. 지금은... 그냥 너무 혼란스러워.”“지금 네가 얼마나 두려워하고 혼란스러워하든 달라지는 건 없어.”강유형은 헬기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쩌면 정우 씨에겐... 다른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르지.”그는 조시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렇죠, 시언 씨?”조시언은 냉정한 눈빛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때, 경찰이 도착했다.“시언 씨, 헬기도 GPS 추적이 가능한 걸로 아는데 협조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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