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821 - Chapter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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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강유형 씨, 현장을 봉쇄하고 추가 수색을 해도 되겠습니까?”경찰이 강유형을 바라보며 정중히 말했다.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서둘러주세요. 두 분께서 하루라도 빨리 편히 쉬실 수 있도록...”“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경찰은 성의껏 고개를 숙였다.경찰들은 조금의 증거도 놓치지 않으려고 관 전체를 해체하며 철저히 수색을 진행했다.그 결과, 장물들은 관의 바닥에서 발견된 게 전부였다. 하지만 KS 그룹을 나락으로 보내기엔 충분한 양이었다..강유형 역시 KS 그룹에 속해 있었기에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들과 동행해야 했지만 그는 부모님의 장례를 마친 뒤에 가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그렇게 우리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장례를 마쳤고 조시언은 어느샌가 자리를 떠난 듯했다.‘어디로 간 걸까... 리영이를 구하러 간 건가?’이런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나는 또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안리영이 납치됐던 그 순간이 떠오르며 또다시 불안이 덮쳐왔다.‘시언 씨라면 꼭 리영이를 구해낼 수 있을 거야. 난 시언 씨를 믿어.’하지만 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진정우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지만 예전에 그가 내게 말해준 게 있었다. 바로 그가 유골함에 ‘정보 수집기’를 숨겨뒀다는 것이었다.지금 그 수집기를 찾아낸다면 그걸 이용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렇게 생각한 나는 곧장 비행기 표를 끊어 진정우의 본가, 예전에 유골함을 묻었던 그곳으로 갔다.당시엔 그냥 작은 흙더미였는데 지금 보니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비록 빈 무덤이었지만 그 자리를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저려오는건어쩔 수 없는 듯했다.그 무덤을 보고 있자니 사람의 죽음은 풀뿌리만큼 하찮다는 말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을 기억하는 건 이 잡초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직접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하지만 임신 중이어서 그런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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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하지만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혼자인 데다가 이미 제압당한 상태였기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무덤을 파헤쳐지는 걸 눈 뜨고 바라볼 뿐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예전에 내가 흙 속에 묻어두었던 유골함을 꺼냈다.원래 무법자인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은 두려울 게 없었다. 게다가 진정우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더욱 대수롭게 여겼다.“찾았습니다.”한 사람이 유골함을 들고 용준호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유골함을 받아들고 않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윤지원, 처음에 이걸 받았을 때 왜 열어보지 않았던 거야?”“제가 당신들처럼 상식이 없는 줄 알아요?”내가 날카롭게 받아치자 용준호는 강아지풀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대꾸했다.“상식이 없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고 안심하는 거지.”“그쪽 아버님이 죽었어도 그 유골함 열어보실 건가요?”나는 비웃듯이 말하며 한마디 덧붙였다.“그럴 기회도 없을 것 같지만...”“그건 모를 일이지.”그는 가볍게 웃으며 내 말을 받아쳤다.“윤지원, 너도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 안 했다며? 그러니까 네가 열어봐. 다 같이 확인하자.”나는 단번에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혹시라도 유골함 안에 어떤 장치나 위험한 물건이 있을까 봐 경계하고 있는 것이었다.“용준호 씨, 겁 많은 거 알겠으니까 무서우면 그냥 무섭다고 하세요.”불리한 상황이었기에 나는 말장난으로 마음속의 분노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맞아. 그러니까 우리 지원이가 대신 열어주면 안 될까?”그의 말투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진짜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나... 뭐가 이렇게 뻔뻔해?’처음 용준호를 봤을 땐 돈을 좀 흥청망청 쓴다고 해도 이 정도로 저질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지금은 그저 쓰레기 같은 자식으로 보일 뿐이었다.“용준호 씨 어머님께서 이 꼴을 보시면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실 겁니다.”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나는 결국 김지영을 언급하고 말았다.그러자 표정이 서서히 굳어지는 듯싶더니 그는 나의 턱을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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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순간,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얼마나 할 일이 없었으면 유골함을 이렇게 꾸민 거지? 지루할 때 만든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수집기밖에 안 넣은 유골함을 이렇게 선물 상자처럼 꾸밀 필요 없잖아.’물론 일부러 그렇게 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 속에 있는 물건이 수집기라는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르니 말이다.“이게 뭔 장난이야?”용준호는 인내심을 잃고 손을 뻗어 그것을 가져가려 했지만 나는 그의 손을 툭 치며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에 함정이 들어있을까 봐 무섭진 않으세요?”용준호는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그럼 네가 빨리 열든가. 유골함에 이런 장난을 치다니... 웃기는 놈이네.”나는 조심스럽게 보석함을 꺼냈다. 하지만 보석함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가벼웠다.‘이 보석함 안에 수집기가 있다고? 그러면 조금은 무게가 있어야 할 텐데...’나는 신중하게 뚜껑을 열었고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은 다시 한번 나를 놀라게 했다.“반지?”용준호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보석함 안에 들어있는 건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크기를 보니 몇 캐럿은 될 듯했다.‘그때 떠날 때도 반지를 주더니 이번에도 반지라고?’나는 손을 뻗어 반지를 가져가려 했지만 용준호가 나보다 빨랐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반지 대신에 보석함을 훑어보려 했다.용준호는 반지를 움켜잡고 좌우로 흔들며 그 안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는 내 손에서 보석함까지 낚아채더니 안에 있는 트레이까지 꺼내버렸다.그럼에도 아무런 수확을 얻지 못했는지 얼굴이 굳어진 용준호는 유골함까지 빼앗아 가더니 안에 있던 것들을 모두 쏟아내고 뒤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용준호는 매우 화가 나서 유골함을 경호원들에게 내밀며 말했다.“이거 부숴봐.”그는 아직도 약간의 가능성도 포기하지 않은 듯했다.사실 그럴 만도 했다. 유골함 안에 있는 이 단서를 찾기 위해 몇 달 동안 나를 쫓아가며 애를 썼으니 말이다. 드디어 뭔가를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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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용준호는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나한테도 없는데 뭘 달라는 거야?’“그냥 절 묻어버리세요.”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말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서 면역이 된 걸지도 모른다.“용준호 씨도 봤잖아요.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거 말이에요. 정우 씨는 제게 물건을 유골함 안에 두었다고만 말했어요. 그래서 저도 당신들한테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던 거죠.”나는 일부러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말했다.“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까 저까지 정우 씨한테 속았나 보네요.”이렇게 된 이상 진정우가 나를 속였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야만 그의 화살이 용설아를 향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그런 말로 날 속이려고 하지 마. 분명 네가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거야.”용준호는 끝까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경호원 중 한 명이 말했다.“도련님, 다시 파보는 게 어때요? 혹시 땅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당연히 파야지. 안 파고 뭐해?”용준호는 나를 끌고 가서 흙구덩이 옆에 세웠고 그의 부하들은 또다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더 이상 파지 못할 정도로 땅이 딱딱해졌지만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도련님, 정말 아무것도 없나 봐요...”그의 부하가 매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러자 용준호는 그 사람을 발로 차서 그를 흙구덩이에 밀어 넣었다.“너 때문에 사서 고생을 했잖아! 대신에 네가 무덤 안에서 지내.”그가 화를 내며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시선을 받아들였다.용준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웃듯 웃었다.“끝까지 모른다고 잡아뗄 생각이야? 잘됐네. 널 인질로 삼아야겠어. 진정우가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하면 네가 대신 죽는 거야.”그 순간, 나는 진정우가 안리영을 인질로 잡았던 때가 떠올랐다.“정우 씨가 허튼 짓을 한다고요? 정우 씨 이미 그쪽으로 넘어간 거 아니었어요? 제 절친까지 납치한 사람이에요. 그런데도 정우 씨를 못 믿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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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내가 빼앗으려 하자 용준호는 팔을 높이 들어서 피해버렸다.“이 반지가 그렇게 신경 쓰여? 반지 안에 숨겨진 거라도 있는 거 아냐?”용준호는 다시 한번 반지를 살펴보며 말했다.“네 반응을 보니까 어쩌면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용준호 씨, 정말 정신 나가셨어요?”나는 너무 화가 나서 욕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반지를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임신한 후로 왠지 잠이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꿈도 꾸지 않은 채 꽤 깊은 잠에 들었다.그러다가 무언가 부드러운 게 내 얼굴을 스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차는 멈춰 서 있었고 용준호가 본인이 키우는 고양이 꼬리로 내 얼굴을 비비고 있는 것이었다.내가 그의 얼굴을 흘긋 쳐다보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잘 자더라? 그래도 내가 좀 믿음직한 편인가 봐? 너를 팔아먹을까 봐 걱정되지도 않아?”“그럴 리 없다는 거 잘 아니까요. 전 아직 그쪽한테 필요한 카드잖아요.”차에서 내리자 눈앞에는 커다란 별장이 보였는데 그 주위에는 무성한 나무와 꽃도 있어서 환경은 꽤 좋은 편이었다.나는 용준호가 나를 감금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걸 찾을 때까지 아마 나를 인질로 삼을 거라는 것도 말이다.하지만 이렇게 보면 내가 앞으로 감금되어서 지낼 환경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여기 어디에요? 저 집에 가고 싶은데...”나는 일부러 용준호를 시험하려는 말투로 물었다.“잎으로 네가 살 집이야. 넌 내가 처음으로 데려온 여자니까 이 정도로 누릴 수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턱도 없었어.”용준호는 또 고양이를 내 몸에 비비며 말했다.나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임신 중이라 강아지나 고양이의 세균이 아이한테 옮을 수도 있어서 멀리하고 싶었다.용준호는 나를 이런 방식으로 조금씩 괴롭혀서 내가 스스로 말하게끔 하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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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용준호, 설마 나까지 묶어 놓을 셈이야? 너 진짜 천벌 받을 거야.”결국 용설아는 나와 함께 그 커다란 집에 갇혔다.그의 이런 행동은 내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사실 놀랍지는 않았다. 용준호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부모님도 불살라버릴 수 있을 만큼 무서운 사람이었으니 말이다.한편, 용설아와 같이 왔던 강유형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치 남 일인 것처럼 구경만 하고 있었다.장례식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는 내가 알던 강유형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고모도 진정우 편이라서 그렇죠. 진정우의 약점을 잡을 수만 있다면 전 뭐든 가리자 않고 할 거거든요. 중요한 순간에 제 목숨을 지키여 하니까요.”용준호는 얼굴에 여유를 가득 담고 말했다.그가 말을 마친 후 강유형을 보며 물었다.“강 대표님 맞으시죠?”강유형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의 물음에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괜찮아? 몸에 이상은 없지?”“괜찮아. 리영이 쪽은 어때? 아무 소식도 없었어? 시언 씨는?”용준호 앞에서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 몰랐지만 나는 안리영이 너무 걱정되어서 참을 수 없었다.“시언 씨가 알아서 하겠지. 걱정 안 해도 돼. 너나 잘 챙겨.”나는 조시언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최근 며칠 동안 알게 된 것이 있었다. 그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닌 꽤 큰 세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었다.‘시언 씨라면 분명 리영이를 구할 방법을 찾을 거야.’“용준호 씨, 지원이를 데리고 있는 건 그냥 넘어가죠. 하지만 지원이는 이 사건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이에요. 만약 정우 씨와 관계만 아니었다면 엮일 일도 없었겠죠. 그러니까 지원이를 해치지는 마세요.”강유형은 단호한 목소리로 용준호에게 말했다.“사실 제가 원하는 걸 순순히 내놓기만 하면 절대 지원이를 괴롭히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신경 써주고 대접해 주겠죠. 하지만 지원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잖아요.”용준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강 대표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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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그래서 유형이와 함께 온 건가?’“그... 수제비는 큰 덩어리 없이 작은 조각 수제비로 해줘요. 그리고 향을 내고 나면 파는 빼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파에서 나는 향은 좋아하지만 파는 싫어해서...”내가 이렇게 말하자 용설아가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유형 씨가 지원 씨를 많이 아껴주긴 했나봐요...”용설아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어갔다.“좀 많이 까다로우시네요.”“전 지원 씨 전담 도우미가 아니에요. 파가 싫으면 알아서 골라 먹으시죠.”용설아는 이렇게 말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나는 그녀가 내게 부엌으로 오라고 암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래서 천천히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사실은 냅다 뛰어가고 싶었지만 용설아가 연기를 하고 있는 이상 나도 같이 맞춰줘야 했다.부엌으로 가자 용설아는 이미 채소를 씻고 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그 손놀림은 너무 깔끔하고 능숙해서 나는 깜짝 놀랐다.“설아 씨, 요리를 너무 잘하시는 거 아니에요?”“제가 좀 독립적이어서요.”하지만 요리 실력이 그녀만큼 뛰어나지 않아도 나도 독립적인 편이었다.“대단하시네요. 저도 좀 도와야겠어요. 안 그러면 설아 씨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요.”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팔을 걷고 채소를 씻기 시작했다.물소리가 섞여 있는 가운데 나는 겨우 말을 꺼낼 기회를 잡았다.“그 유골함 말이에요. 설아 씨가 건드린 거 맞죠? 정우 씨가 넣어 놓은 물건은 어디 갔어요?”“제가 그걸 왜 건드리겠어요? 전 정우가 준 그대로 지원 씨한테 줬어요.”용설아가 낮은 목소리로 비웃었다.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용준호가 뭔가 눈치를 채고 방해할까 봐 짜증을 내며 말했다.“용설아 씨, 저 지금 진지해요.”“지원 씨, 저도 진지하게 말하지만 전 유골함을 건드리지 않았어요. 제가 어떻게 다른 사람 유골함을 건드리겠어요? 정말 그랬다가는 저주를 받을 거예요.”용설아는 성격이 직설적인 편이라서 그런지 생각한 대로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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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하지만 이 반지를 완전히 뜯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우선 도구가 없었고 설령 도구가 있더라도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용준호에게 들킬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진정우가 말했듯 이건 정보 수집 장치였다. 정보 수집 장치라면 원격 전송이 가능할 테고 그렇다면 무선 수신기가 있을 것이다.‘그럼 휴대폰으로 무선 신호를 검색하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나는 기대를 품고 서둘러 휴대폰을 들고 와이파이를 켰다. 과연 내 예상이 맞았다. ‘dwd522’라고 적혀있는 알파벳과 숫자가 섞인 이상한 신호가 하나 뜨는 것이었다. 게다가 뒤 세 자리 숫자는 내 생일과 일치했다.앞쪽 알파벳이 무슨 뜻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곧바로 버튼을 눌러 연결을 시도했다. 그러자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화면이 떴다.나는 전에 진정우가 알려줬던 카드 비밀번호를 떠올리고 거기에 내 생일 끝 세 자리를 덧붙여서 입력했다.‘연결 중’이라는 문구가 뜨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연결 성공’이라는 네 글자가 뜨는 순간,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그러자 휴대폰 화면은 마치 누군가가 원격 조종을 하듯 알아서 움직였고 이내 꺼져버렸다.매가 깜짝 놀라서 손으로 화면을 톡톡 치자 다시 화면이 밝아지며 그 위로 문장 한 구절이 떴다.[바보야, 오래 기다렸잖아.]순간,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화면을 응시했다.분명 더 중요한 메시지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러자 곧 다음 문장이 떴다.‘반지를 네가 가장 믿는 사람에게 넘겨줘. 그 사람이 경찰에 전달할 수 있도록 말이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고 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이르면 다음 주일 수도 있고.’나는 온몸에 힘이 풀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슴이 터질 듯 설렜다. 더 많은 메시지가 오기를 바라며 나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기다렸다.“똑똑.”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나는 제자리에 얼어붙었고 다급히 휴대폰을 숨긴 귀, 이불에서 머리만 쏙 내민 채로 입을 열었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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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용설아가 친한 친구나 가족처럼 이렇게 나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혹시 안에 독이라도 탔을까 봐 그러세요? 제가 먼저 한 모금 마셔볼까요?”내가 컵을 받지 않자 용설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씀하셨다.솔직히 말하자면 용설아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예전에 진정우와 약혼할 뻔했던 사이였고 어쩌면 내가 라이벌로 보였을 수도 있는데 나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보인 적은 없었다.그녀가 진정우를 좋아했던 건 분명했다. 한때 진정우에게 호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솔직히 밝힌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왜 나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아니에요.”나는 부끄러운 듯 우유를 받아들며 말을 이어 나갔다.“그냥 너무 죄송해서요.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니까...”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자연스레 ‘믿을 만한 사람에게 반지를 맡기라’는 진정우의 말이 떠올랐다.‘용설아를 믿는 게 맞는 걸까?’“부탁을 받았거든요.”용설아는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조용히 말했다.‘부탁을 받았다고? 누구한테? 정우 씨한테?’“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그녀는 마지막까지 말을 길게 늘이며 장난을 쳤다.“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세요.”내 말을 들은 용설아는 즐겁게 웃으며 돌아갔다.방으로 들어온 나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 연결을 시도했지만 이미 신호는 끊겨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게 위험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기에 연결 시간이 짧을수록 좋은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았다.‘하지만... 반지는 누구한테 맡겨야 할까?’지금 같은 상황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안리영이라면 믿을 수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납치당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러다가 나는 손에 들린 우유를 바라보며 고민했다.‘설아 씨는 믿어도 되는 사람일까?’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녀는 용준호의 고모이자 용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진정우가 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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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용설아가 그렇게 긴장해하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분명 그녀도 귀한 집안의 아가씨인데 나를 위해 이렇게 식사까지 챙겨주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녀를 이용해 버렸으니 말이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일부러 상심한 척하며 용설아를 당황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그녀가 강유형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니 말이다.‘그렇게 되면 강유형도 걱정이 돼서 날 보러 오겠지...’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막 방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나는 용설아가 강유형에게 전화를 거는 소리를 들었다.“강 대표님, 제가 결국 망쳐버렸어요. 지원 씨 말이에요. 화가 난 것 같아요. 아니, 화가 났다기보단... 슬퍼서 울고 계세요.”용설아는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자세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곧 용설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네, 얼른 오세요.”원하던 말을 듣고 나니 나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용설아에게 문자를 보냈다.[미안해요. 아까는 제가 감정 조절을 못 했어요. 전 설아 씨를 원망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부모님 생각이 나서 그랬어요.]그러자 용설아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아니에요. 제가 괜히 지원 씨 상처를 건드렸네요. 미안해요.]얼마 지나지 않아 용설아는 내 방으로 올라왔다. 우리는 서로를 보고 살짝 웃었다. 그녀는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웃으셨네요. 제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요. 도움까지 청했다고요.”나는 그녀가 누구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그때, 용설아는 휴대폰을 꺼내면서 말했다.“강 대표님께 전화해서 안 오셔도 된다고 해야겠어요. 지원 씨 기분도 풀렸으니까요.”그 말을 들은 나는 다시 다급해졌다.‘이럴 줄 알았으면 사과를 조금 더 늦게 할걸...’나는 용설아가 자책하는 걸 못 보고 괜히 마음 약해져서 서둘러 사과해 버린 것에 대해 후회하기 시작했다.“괜찮아요. 그냥 오시라고 해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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