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일은 내가 꾸민 함정이었다. 물론 그녀도 자발적으로 이 판에 뛰어든 것이었지만 그저 짧디짧은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점만은 조금 안타까울 뿐이다.“그럼 이제 경찰이 모든 증거를 다 확보했다는 거지? 진정우 일행도 곧 돌아오는 거야?”나는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을 물었다.“응, 거의 다 됐어. 조시언 씨도 마지막 남은 문제를 정리하고 있어.”강유형이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나는 그를 조금 더 자세히 보았다. 강유형은 저번에 봤을 때보다 또 한층 더 수척해져 있었다.사실 강유형이 처한 상황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고, 형은 인질을 잡아 도망쳤으며, 그 와중에 나를 도와 이런 거대한 사건과 싸워야 했으니 멀쩡한 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요즘 정말 고생이 많아.”나는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했다.“당연한 거야. 이 모든 건 강진혁 때문이니까 나도 책임이 있어.”강유형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속엔 깊은 자책이 깃들어 있었다.강진혁은 늘 강유형을 질투했었다. 말로는 자기가 뭐가 못났냐고 했지만 강유형이라는 사람의 그릇과 책임감만 봐도 강진혁이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임이 분명했다.“지원아.”강유형이 조심스레 나를 불렀다.“오늘은 우리 부모님 기일이야. 나 부모님 보러 갈 건데 같이 가줄래?”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같이 가주기로 마음을 먹었다.나는 강유형과 함께 묘지로 향했다. 묘비에는 강유형 부모님의 생전 사진과 함께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날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같은 날 함께 눈을 감았다. 어쩌면 대단한 사랑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결국 함께 생을 마감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그들의 단단한 사랑 때문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아줌마, 아저씨. 혹시라도 그곳에서 저희 부모님을 만나게 된다면 저 잘 지내고 있다고 꼭 전해주세요.”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들을 마음 깊이 용서했다.“고마워, 지원아.”강유형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도 이유가 있었다.나는 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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