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551 - Chapter 560

801 Chapters

제551화

내 모든 사랑을 오직 너 한 사람한테 주고 싶다고...고현성은 한때 내가 사랑했던 남자였다. 그가 지금 이렇게 집요한 모습을 보이니 가슴이 아파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마음을 다잡고 돌아섰다. 그에 대한 내 마음속 불쾌함은 갈수록 깊어졌다.그는 어떻게 계속해서 나한테 상처 입힌 뒤에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어떻게 내 모든 사랑을 오직 너 한 사람한테 주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까?이건 나를 조롱하는 거나 다름없었다.그때 나는 그한테 이생은 너 하나뿐이라고 했던 말을, 그리고 내가 또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다.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그때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람을 위해 평생을 바쳐야 했을까?고현성을 평생 지키는 게 당연한 건가?나한테 행복을 추구할 권리조차 없는 건가?나는 정말 어렵게 석지훈을 만났다.차갑기 그지없지만 나한테는 따뜻한 남자.평생 함께하고 싶은 남자.석지훈과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다. 나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석지훈이 냉랭한 태도로 “아직”, “다시는 없어”, “이생에 너 하나뿐”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좋고 다정하게 “아가”라고 부르는 것도 좋았다.그토록 강인한 남자였고 언제나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알면서 단 한 번도 나한테 상처 입힌 적 없는 그 남자를 나는 너무도 사랑한다.나는 이생에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그리고 그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도 모른다.그는 말이 별로 없고 뭐든 짧게 말하는 사람이지만 나는 여전히 그가 천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차갑고 냉혹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했다.그의 강렬하고 힘 있는 서체와 살짝 문학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말투와 고지식한 성격도 좋다.나는 그의 모든 게 좋았다.나는 귀빈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누구도 없었다. 창가에 기댄 채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를 한참이나 뚫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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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석지훈은 입꼬리를 휘어올 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르신은 온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비록 악의는 없었지만 나는 마음 깊숙이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한참 후, 어르신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쁜 아이로구나.”석지훈이 대답했다.“네, 정말 예쁘죠?”“지훈아, 언제 결혼할 생각이니?”그는 순순히 대답했다.“얼른 하려고요.”“그래, 가능한 빨리 준비해라.”어르신은 나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말투가 어쩐지 내 마음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다.여자의 본능적인 직감 때문인지 나는 왠지 모르게 눈앞의 어르신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무리 석지훈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태웅이 방을 찾아와 밖에 중요한 사람이 찾고 있다고 했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방을 떠났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내게 당부했다.“여기서 기다려.”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석지훈은 원태웅을 따라 방을 나섰다. 나는 그들이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나는 알 수 없었고 방에는 나와 어르신만 남게 되었다. 나는 이 상황이 어찌나 불편하고 어색했는지 몰랐다.내가 어색해하는 걸 본 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내가 어렵느냐?”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닙니다, 어르신.”그러자 그는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지훈이가 너를 아주 좋아하더구나.”나는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는 다시 말을 꺼냈다.“나는 지훈이가 자신의 짝을 스스로 선택하는 걸 지지한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역시 내 직감이 맞았다.여자의 촉은 언제나 소름 돋게 맞았다. 나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지훈이는 정말 완벽한 사람이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그와 같은 남자를 찾기는 힘들 거야.그리고 내게는 손녀가 하나 있다. 비록 그 애가 지훈에게 미움을 받고 있더라도 말이다.그 아이는 내 손녀이자 한씨 가문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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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나는 한성범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에 똑같은 물음을 석지훈한테도 물어본 적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한성범이 그를 한씨 가문의 사위로 삼더라도 그가 나를 선택하고 한성범과 멀어지게 되면 어떨지 물었다.석지훈은 이렇게 대답했다.“괜찮아. 만약 정말로 날 멀리하게 되더라도 상관없어. 난 애초에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나는 석지훈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와 헤어지는 건 더욱 불가능했다. 그 어떤 것도 내 마음을 흔들 수 없었다.게다가 한성범 역시 그를 바꿀 수 없었다. 그는 언제나 명확했고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웃었다.“한번 해보시죠.”그는 여유로운 내 태도에 갑자기 나를 비꼬듯 말했다.“네가 그동안 해온 일을 들어보니 연씨 가문에서 석씨 가문로 옮겨갔지만 큰 성과는 없더군. 생각만큼 단호하지도 않고. 하지만 운이 좋았지. 연씨 가문이 무너지자 때마침 석씨 가문이 있었고 항상 지훈이가 뒤에서 너를 지켜줬어. 수아 씨, 만약 지훈이를 잃게 된다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석씨 가문조차 지켜낼 수 없을 거고 결국 석씨 가문까지 잃게 될 운명이야.”결국 나는 석씨 가문을 잃게 될 운명...나는 순간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어르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죠.”한성범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고 나는 차갑게 말했다.“석씨 가문의 일은 어르신께서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게다가 지훈 씨는 절대 한씨 가문의 사위가 되지 않을 겁니다. 어르신 손녀도 별로 대단한 건 없어요.”한민영은 교만하고 제멋대로였다.“적어도 우리 민영이는 이혼한 적이 없단다.”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나는 더 이상 말싸움 하고 싶지 않았다. 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할까 두려웠다. 나는 짜증이 솟구쳐서 방을 나갔다.밖으로 나가니 멀지 않은 곳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현성이 보였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우리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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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김예진이 그의 아이를 몰래 지웠다니...그들의 결혼에서 과연 누가 잘못했고 누가 맞는지 나는 알 수 없었거니와 이해하기도 어려웠다.다행히 그들이 있는 곳은 외진 곳이라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아까 대화를 듣지 못했다.조민수는 눈을 꼭 감았다가 깊은 숨을 내쉬며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는 실망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예진 씨, 나도 오랜 시간 참고 견뎌왔어요. 하지만 이젠 지쳤어요. 이젠 그만 놓아줄게요. 더 이상 절 미워하는 여자를 붙잡고 싶지 않아요.”김예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잘 있어요, 민수 씨.”알겠어요. 잘 있어요, 민수 씨그들은 그렇게 쉽게 헤어졌다.하지만 나는 석지훈과 절대 이렇게 쉽게 헤어질 수 없었다.왜냐하면 그를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이다.그때는 몰랐다. 때로는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정말로 그 지경에 이르게 되면 무력감만 느낄 뿐이었다.사랑이라는 길 위에서 우리는 모두 똑같았다.나는 구석에서 조민수가 떠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김예진을 찾으러 나섰다.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언니.”김예진은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며 말했다.“수아야.”“언니, 아까 오빠랑 했던 얘기 다 들었어요.”“미안해, 너까지 걱정하게 해서.” 김예진이 말했다.나는 망설이며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방금 전에 남현 씨 형을 만났어. 남현 씨랑 정말 닮았더라고. 그 순간 진짜 정신이 나가버렸어. 네 오빠가 날 부르는 것조차 듣지 못했지.”김예진은 내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여 설명했다.“남현 씨는 이미 세상을 떠났어. 난 그때 진심으로 남현 씨와 함께하고 싶었어. 근데 남현 씨가... 그리고 남현 씨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나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었어. 아주 오랜 시간 외롭고 힘들었는데 그때 네 오빠가 곁에서 함께 있어 줬거든. 그래서 결국 민수 씨를 용서하기로 했어. 근데 나중에 알게 된 거야. 네 오빠랑 남현 씨의 죽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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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사람이 있는 곳에는 늘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부유한 집안에 철없는 아가씨들이 넘쳐난다. 지금 김예진을 비꼬고 있는 눈앞에 예쁜 여성은 처음 보는 분이었지만 감히 내 언니를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 나는 차마 용납할 수 없어 곧바로 그녀에게 쏘아붙였다.“어디서 굴러왔죠?”담현아가 얼마 전에 주민솔의 친구를 이 한마디로 받아친 적이 있었다.그 여자는 잠시 멍해지더니 물었다.“너 누구야?”김예진은 그녀와 말다툼할 생각도 없었거니와 내가 이런 일로 화를 내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녀는 내 팔을 잡고 말했다.“민수 씨 어머니 쪽 사람이야. 다른 데로 가자. 신경 쓸 필요 없어.”오빠 어머니 쪽 사람이라니...만약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면 분명 순간적으로는 속이 시원하겠지만 그녀가 집에 가서 고자질이라도 하면 피해를 보는 건 김예진이 될 것이다.나는 김예진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그녀와 함께 자리를 뜨려던 참에 그녀는 김예진을 밀치며 말했다.“지금 너랑 말하고 있잖아!”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오만하고 건방진 여자는 처음이었다. 예전에 임지혜조차도 감히 나한테 이런 식으로 대하지는 못했다.보아하니 김예진이 평소에도 이 여자에게 꽤나 괴롭힘을 당했던 것 같다.나는 즉시 김예진을 내 뒤로 끌어당기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사과해.”그녀는 멍해졌다.“넌 누군데?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나는 그녀의 말을 단번에 잘라버렸다.“사과하라고.”그녀가 누구인지 전혀 상관이 없었고 누구든지 석씨 가문을 넘볼 수는 없었다.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너 내가 조씨 가문의 조민수 사촌 동생인 거 알아? 내가 김예진을 때렸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하겠어? 게다가 처음도 아닌데...”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이내 주변의 시선은 나에게 쏠렸다. 그녀는 뺨을 감싼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우리 고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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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그녀는 조민수의 말에 당황해서 물었다.“민수 오빠,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고 계세요? 다른 사람 때문에 절...”조민수는 바로 그녀의 말을 끊으며 차갑게 말했다.“다른 사람? 수아는 내 동생이야.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동생이라고, 넌 그저 조씨 가문에 얹혀살며 기생하는 존재잖아.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조민수의 극도로 차가운 태도와 날 선 말에 그녀는 울면서 가버렸고 주변에 몰려 있던 사람들도 서서히 흩어졌다.조민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수아야, 미안해.”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난 그 여자가 언니를 괴롭히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뿐이야. 오빠, 앞으로는 절대 언니를 괴롭히지 못하게 지켜줘. 안 그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그는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조민수는 말하면서 석지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나는 서둘러 그를 소개했다.“둘째 오빠, 우리 엄마가 어릴 적 입양한 아들이에요. 그리고 오빠, 이분은... 내 약혼자이자 내 아이의 아빠야. 앞으론 네 매부지~”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조민수는 손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 지훈 씨.”석지훈은 평소 사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사람과 접촉하는 걸 꺼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존중하기 때문에 내 가족에게도 예의를 갖췄다. 그는 조민수의 손을 잡더니 뜻밖의 말을 뱉었다.“수아가 언제 민수 씨한테 저를 소개할지 궁금했는데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이 몇 마디는 내 마음을 간지럽히며 설레게 했다.조민수는 웃으며 말했다.“이제 만났네요.”나는 이어 언니를 소개했다.“둘째 오빠, 이쪽은 우리 새언니예요.”석지훈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녕하세요.”...조민수 일행과 헤어진 후, 나는 일부러 연회장에서 한민수를 찾았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한성범이 연회에 참석했으니 한씨 가문의 서자로서 그 역시 이런 자리에서 더 열심히 얼굴을 비춰야 할 텐데 말이다.나는 궁금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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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유진의 처지는 민수랑 비슷해. 유진 어머니가 예씨 가문으로 재혼하면서 유진을 데려갔기 때문에 진정한 예씨 가문 사람은 아닌 셈이지. 그래서 어쩌면 유진은 민수보다 더 빨리 자신의 상황을 알아채고 예씨 가문에 남지 않았어. 그 뒤로 계속 지훈이 형을 따라다니며 일했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처럼 둘째 형이라고 부르게 된 거야. 그러니까 너도 다음번에 만나면 넷째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때? 얼른 익숙해지도록 말이야.”원태웅은 또 뭔가 떠오른 듯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사람 말이야, 참 안쓰러워.”나는 호기심에 물었다.“왜?”원태웅은 입이 무거운 편이 아니었기에 뭔가를 물어보면 나보다 더 신나서 대답하곤 했다. “유진은 사랑해서는 안 될 여자를 사랑했어. 그 감정을 마음속에 오랫동안 묻어두다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지.”예유진은 석지훈의 사람으로 그의 권력 역시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막강했다. 그런 사람이 원하는 여자를 얻지 못하다니, 나는 그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그 사람이 누구예요?”원태웅이 말했다.“걔 여동생, 예씨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정말 사랑해서는 안 될 여자가 맞았다.최소한 예씨 가문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나는 원태웅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말했다.“유진은 2년 전에 예씨 가문의 결정에 따라 문벌이 비슷한 집안의 아가씨랑 결혼했어. 그런데 결혼식 전날, 진정한 후계자가 사라진 거야.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찾아도 행방을 알 수 없었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씨 가문에서는 유진에게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았어. 모두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거든.”또 하나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였다.예씨 가문의 권력자가 예유진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결혼 전날 사라진 걸 보면 그를 신경 쓰고 있었다는 건 분명했다.나는 원태웅에게 물었다.“그분이 유진 씨를 좋아했어요?”원태웅은 대답했다.“좋아했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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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그가 말했다. “잘 지내. 내가 장사하라고 했는데 흥미가 없다더라. 심지어 그동안 고정재를 위해 배웠던 음악도 다 내려놨어.”“지금은 행복하겠죠.” 내가 말했다.그가 이어서 말했다. “응, 그럴 거야.”우리는 다시 침묵에 빠졌다. 마치 더는 할 말이 없는 것처럼.그때 멀리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나는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오빠.”석지훈은 흰 꽃이 가득 핀 한 가운데 서 있었다. 그는 평소처럼 두 손을 뒤로 한 채 깊은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고 당당했다.“이리 와.”나는 고현성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치맛자락을 잡아 들고는 서둘러 석지훈에게 달려가서는 그의 품에 안겼다.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똑바로 서.”석지훈은 사람들 앞에서 항상 진지했다.진지하다 못해 고지식한 노인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나는 웃으며 자세를 바로잡고 물었다.“일 다 끝났어요?”“응, 너 데리러 왔어.”데리러 왔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나는 몰래 고현성이 우리를 보고 있는지 확인했더니 여전히 조금 전처럼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비록 표정은 쓸쓸했지만 덤덤해 보였다.그는 나에게 한 번도 집을 준 적이 없었다.오히려 많은 상처만 남겼다.그럼에도 나는 그가 행복하길 바란다.고현성, 네가 행복하고 평안하길 바랄게....고현성은 석지훈의 품에 안긴 연수아를 바라보며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녀는 한 번도 그의 앞에서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그는 문득 3년간의 결혼 생활을 떠올렸다.어쩌면 이미 그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그녀가 그토록 강력한 권력을 쥐고도 한 번도 그를 거스르지 않았던 모습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연약함을 사랑했다.이혼 후 그녀가 보여준 단호함과 강인함조차도 그를 미치게 했다. 그는 그녀의 어떤 모습이든 사랑했다.하지만 그는 항상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다.어쩌다 둘은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고현성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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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석지훈과 함께 운성시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분명 자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들이 너무 보고 싶었던 탓에 석지훈을 데리고 곧바로 석씨 별장으로 향했다. 부모님은 이미 주무시고 계셨고 거실에는 보기 드문 사람이 있었다.바로 연시혁이었다.그리고 그의 품에는 송승아가 안겨 있었다.그녀는 계속해서 엄마를 찾고 있었다.나는 서둘러 다가가 몸을 낮춘 뒤 그녀를 품에 안으며 물었다.“승아가 왜 여깄어? 아이를 너한테 넘긴 거야?”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아니, 날 용서하지 않았어. 내가 참지 못하고 내 핏줄이라며 화를 내자 승아를 내 앞에 두고 떠나버렸어. 지금 연락도 되지 않아.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일단 승아를 데리고 여기로 올 수밖에 없었어.”송승아는 송이연이 목숨 걸고 낳은 아이였다. 그런 그녀가 아이를 연시혁에게 쉽게 넘길 리 없었다. 뭔가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나는 내일 날이 밝으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볼 생각이었다.전에 병원에서 송승아랑 다섯, 여섯 달을 함께 지냈다 보니 나를 알아보는 듯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나를 고모라고 부르며 품에 얌전히 안겨있었다.나는 그녀를 한참 동안 안고 있다가 석지훈의 품에 아이를 넘겼다. 내내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던 석지훈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팔을 들어 송승아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그러나 송승아는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목을 감싸안더니 품에 안긴 채 까불었다. 다행히도 그는 송승아를 잘 다뤘다.나는 흐뭇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연시혁에게 물었다.“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야?”“상주시에 가서 찾아야지.”그는 송이연에게 모든 인내를 쏟아부었다. 그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왜냐하면 과거에 그녀에게 상처를 입힌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오혜원이 이식받은 신장...그녀가 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나는 석지훈의 품에서 송승아를 다시 데려와 연시혁에게 건넸다.그는 아이를 건네 안으며 말했다.“승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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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차 안에서 그는 평소보다 말수가 적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말 한마디가 없었다. 아마 아까 그를 거절한 이유를 눈치챈 것 같았다.석지훈은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 씻었고 그의 핸드폰은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문자 한 통을 보게 되었다. 한민영이 보낸 것이었다.“지훈아, 난 감당할 수 있어.”무슨 뜻일까?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욕실에서 나오더니 침대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수아야, 씻을래?”그의 말투는 화난 것 같지 않았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씻을게요.”“상처 조심하고.”“알겠어요. 지금 씻을게요.”나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서둘러 욕실로 들어갔다. 씻고 나와 보니 그는 등받이에 기댄 채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그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일부러 먼저 말을 걸었다.“내일 아이들 데리고 하루만 집에서 지내다가 모레 다시 별장으로 데려다주면 어때요?”그는 내 말을 받아주었다.“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내일은 집에 있을 거예요?”그는 그제야 책에서 시선을 떼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내일은 동성시에 가야 해.”그는 늘 바빴다. 나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알겠어요.”그런데 석지훈이 갑자기 물었다.“저녁에 고현성이랑 무슨 얘기 했어?”나는 깜짝 놀랐다. 석지훈은 지금까지 이런 질문을 한 적이라고 없었는데 설마 질투라도 하는 걸까?나는 급히 설명했다.“별 얘기 안 했어요. 다은 씨에 대해 물어봤는데, 오빠가 마침 와서 그만뒀어요.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그는 내 직설적인 물음을 가볍게 무시했다.나는 장난스럽게 다시 물었다.“질투하는 거 맞죠?”이번엔 조용히 책을 내려놓더니 등을 돌린 채 침대에 누웠다.나는 뒤에서 그의 허리를 안고 얼굴을 그의 등판에 묻으며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전 오빠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게 좋아요. 미안해요. 그리고 석씨 별장에서 자고 싶지 않은 이유는...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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