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살아오면서 남자와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조금은 긴장되기도 하는 것 같았다. 현미는 계약서의 검토를 끝내고 퇴근 시간쯤에 여유가 생기자 의자를 끌어 사랑 옆에 바짝 다가앉았다. “사랑아, 이번에 너 복직하고 나서 심 대표님의 기분도 훨씬 좋아진 것 같아.” 사랑은 현미가 과장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모르는 척했다. “그래? 나는 잘 모르겠는데.” 현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투로 말했다. “진짜야. 오늘 아침 회의 때, 완전 봄바람이 불더라니까.” 사랑은 아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그런 분위기를 알지 못했다. 현미의 반응에 별로 개의치 않고 대신 현미를 보며 물었다. “현미야, 너 올해 몇 살이라고 했지?” 현미가 약간 놀라며 답했다. “만으로 스물두 살.” 현미는 올해 막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 명문대학 출신에 수백 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인재였다. 사랑도 사실 현미와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함께 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다.사랑은 긴장되어 떨리는 손을 꽉 잡으며 물었다. “연애는 해봤어?” “당연하죠.” “그럼 너는 남자친구랑 데이트할 때, 주로 뭐해?” “그냥 밥 먹고, 쇼핑하고?” “아, 그렇구나.” 현미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왜?” 사랑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냥 물어본 거야.” 그리고 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퇴근 시간 지났어, 얼른 집에 가서 쉬어.” 현미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며 유리문 안에 있는 사무실을 가리켰다. “대표님은 아직 안 나가셨어.” 예전같으면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사랑도 남아서 일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현미가 갑자기 물었다. “사랑아, 몸은 정말 괜찮아?” 두 달이나 병가를 냈던 터라 사람들은 사랑의 병이 꽤 깊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은 작은 가방을 들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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